〈 10화 〉2장 - 진짜 방송 레전드네(4)
[세라는 등 뒤에 날개가 달린 종족으로, 치료 능력이나 마법 능력에 특화되어 있다. 대표색은 하얀색이다.]
치료에 특화되어 있는 날개 달린 종족이라니, 설명만 보면 내가 아는 판타지 종족에서는 천족에 가까운 느낌이네.
- 이게 나오네
- 닉값 미쳤다
- 역시 세라족 날개 이쁨
- 날개까지 생기니까 여신님이 따로 없네
"커스텀마이징은 간단하게만 할게요? 와 날개 이쁘긴 하다. 심지어 날개 종류많네."
날개의 디자인을 고민하다가, 새하얗고 빛이 많이 비치는 날개로 골랐다.
날개가 펄럭일 때마다 반짝거리는 부분이 결정적인 선택 사유였다.
"닉네임은 하얀별로 해야지."
나머지는 간단한 수정만 하고, 그대로 커스텀마이징을 종료했다.
그러자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더니, 네모난 것들이 허공에 떠다녔다.
"뭐지 이거, 카드인가?"
- 능력 뽑기임. 종족마다 종류가 다름
- 총 두 개 뽑으면 됩니다
- 이거 때문에 리세하기도 함
- 이게 직업 대신임
눈앞에 있는 카드에 손을 가져가자, 화악 빛나는 이펙트와 함께 카드가 뒤집혔다.
[치유의 손길
손에 닿은 대상을 마력을 소모하여 치료할 수 있다.]
채팅방에서는 나온 스킬의 성능으로 토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와중에 '이런 느낌으로 타로를 볼 수는 없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멍때렸네요. 다음 뽑을게요."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이 관련된 마법의 효과가 대폭 증가한다.]
- ㅁㅇㅁㅇ
- 오 이게 나오네
- 항상 마법 관련 능력은 말이 애매해
- 이거 스트리머한테는 위험한 스킬인데ㅋㅋ
"어, 설마 이거로 진짜 사랑하는지 판별이 되니까요?"
- 맞음ㅋㅋㅋㅋㅋ
- 이거 때매 스캔들 터지고 우결 박살나고 난리남
- 어지간하면 리세로 지우고 가요
- 반대로 이거 때문에 진결 뜨는 것도 보긴 했음
진짜 그런 것이 가능하구나. 솔직히 말해서 가상현실게임은 알면 알수록 신기한 것 천지였다.
"일단은 그냥 해볼게요. 아직은 뭐가 좋은 건지 잘모르겠어요."
확인을 누르자, 별다른 설명 없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나저나 게임 시작하고 무슨 영상이나 컷 신을 본 적이 없네.
"이 게임은 영상이 없나?"
- 그런거 없음
- 튜토리얼도 그냥 지역 벗어나면 실패 뜨는거로 무시가능
- 자유도 엄청 높아요
- 뭘 하든 자유임
- ㄹㅇ한국에 딱 맞는 게임
- 뭐야 체험모드 켜져있네?
"아하.... 네, 체험모드 켜놨어요. 이거 근데 구독자만 가능하더라고요."
- 이러니까 돈이 없지
- 큐브 사는데 돈 다 쓴 이유가 있네
- 체험모드 가능한거 천만원 넘지 않나
- 졸라비싸ㅇㅇ
- 그래도 큐브겜 스트리머면 필수급이긴 하지
- ㅇㅈ
아까 설정했던 것 때문인지, 몇 명이 체험모드로 시청중이라는 정보가 시야 구석에 나타났다.
이런 방식이구나?
"이거 다른 사람이랑 만나려면 튜토 끝나야 하죠?"
- ㅇㅇ
- 튜토만 끝나면 가능
- 그래도 튜토 처음이면 열심히 해야함
- 속지마 여기 방장은 천마다
- ㄹㅇ천마가 튜토를 왜 함
"아 할 거예요. 저 아직 뉴비에요."
그렇게 말했지만, 튜토리얼은 정말로 별것 없었다.
움직이는 연습이랑, 게임 내 UI를 조작해 보는 게 전부였다. UI를 제외하고는 너무 쉬워서 귀찮을 정도였다.
"마법 정돈 써보라 할 줄 알았는데."
- ㅋㅋㅋㅋㅋㅋㅋ
- 그런 망겜이 어딨어
- ㄹㅇ루다가
- 심플월드는 마법 쓸 줄 몰라도 할 수 있음
- 블엠의 마지컬 요구가 정신나간거지
블엠을 내가 뭐 알고 했나? 다수의 시청자가 추천해서 했던 건데.
"그걸 알면서 블엠을 추천한 스수들 수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스수들만 믿으라고
- ^^b ^^b
- 저눈 심플월드 하자 했음
- 대체 누굴까 그런 짓을 한게ㅎㅎ
"그거 님이잖아요."
저번 방송에서 블엠을 추천하던 시청자 중에 저분도 계셨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찾아주신 걸 보면 재밌게 봐주셨나 보네. 감사한 일이었다.
나는 채팅장에 도배되는 웃음을 보면서 튜토리얼을 끝냈다. 그리고 튜토리얼 지역을 나가자마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설화월화'님이 친구 신청을 하였습니다.]
[수락/거절]
신청을 수락하고, 설화님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그러자 엄청난 속도로 답장이 날아왔다.
[하얀별: 저 튜토 끝냈어요]
[설화월화: 지금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하얀별: 네,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 맞다 저 방제 좀 바꿀게요."
[천마의 심플월드 첫 경험 (w설화월화)]
- !멤버
- 설화월화
- 두번째 방송부터 합방을 하시네
- 근데 케미 좋은 것 같음
- 설화랑 어울리면 방송이 너무 매워지는데
"여기예요! 이쪽!"
"어 머리에 꽃 달렸다. 미ㅊ.... 아니에요."
- 미친년 맞지ㅋㅋㅋㅋ
- 머리에 꽃 달고 다니는거 보니 확실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미친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ㅋㅋ
"종족 특성이에요! 미친년 아니에요!"
"머리에 꽃 달고 다니는 미, 아니 종족이 있어요?"
"나비족이라는 종족이에요.“
'나비? 영화 오마쥬인가?'
처음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관련이 없을 것 같았다. 이 세상에 내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영화는 아마 없을 테니까.
"자연 관련이나 음악을 다루는 종족이에요."
음악은 모르겠지만, 자연과 관련되어 있으면 나는 엘프가 떠오르는데.
물론 외형은 엘프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하얀별님은 세라족이네요?"
"네, 날개 이쁘죠?"
"네 꼴, 아니 이뻐요."
슬슬 그녀의 매운맛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이게 익숙해져도 괜찮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청자들이 좋아하니까 괜찮겠지.
"일단 심플월드는 뭘 하던 괜찮은 게임이에요. 다만 초반에는 사냥이 메인이긴 하죠."
"사냥?"
"기본적으로 레벨링을 해서, 만렙인 100렙을 찍어야 던전 같은 메인 컨텐츠가 시작이거든요."
내가 아는 MMORPG에도 그런 게임이 은근히 많았다.
레벨과 스펙을 올린 뒤에 보스에 도전하는 그런 형태겠지?
"그럼 레벨링부터 해야겠네요?"
"네, 그런데 혹시 능력은 어떻게 나왔나요."
"일단 치유의 손길이요."
"딱 평범하게 좋은 힐링기네요. 그리고 이런 능력들은 조건이 걸려있는 대신, 마법으로 하는 것보다 더 효율이 높아요."
"아, 그럼 마법으로는 효율은 낮아도 뭐든 가능한 거고요?"
"그렇죠. 다른 하나는요?"
"사랑하는 마음이요."
"저 사랑한다고요?"
"확인해 볼까요?"
마법으로 칼날을 만들어서 설화님을 겨눴다.
음, 설화님을 사랑하면 위력이 강해져서 죽지 않을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선넘었지 저건ㅋㅋ
- 아 정의구현 마렵다
- 핫 하 죽어라
"네?"
"제 사랑을 받아주세요."
"아 잠깐만, 살려주세요. 저 능력 괜찮게 나왔단 말이에요."
"어, 진짜요? 알려주세요."
"기생 식물이라는 0티어급 능력이 있어요. 그거 나왔어요."
- 와 그게 나왔어?
- 설화 이번 운빨 오졌네
- 그거 먹겠다고 리세하는 사람도 많은데
- 근데 계정 삭제되면 1시간 뒤에 생성 되던데
- 그래서 1시간마다 접속해서 돌리는거임
- 1렙은 죽어도 괜찮지 않나?
- 구아악
분명 주어지는 능력이 두 가지였지. 그럼 다른 하나는 어떤 거려나.
"다른 하나는요?"
"연주의 시간이라는 거요. 악기 관련 버프 능력이에요. 제가 쓸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악기요?"
"나비족은 음악의 종족이기도 해서, 악기를 매개체로 하는 능력이 있거든요."
"어, 실제로 연주하는 건가요?"
"네, 그래서 너무 연주가 서투른 사람은 이런 능력이 티어가 높게 나와도 포기하고 리세해요."
- 근데 막 엄청 잘해야 하는건 아님
- 적당히만 하면 시스템이 판정해 주니깐
- 리듬게임이랑 비슷해요
- 다만 특정 악기를 요구하면, 그거 못다루면 힘듬
- 대신 연주 잘하면 ㅈㄴ쌔져요
아 리듬게임. 악기를 이용해서 리듬게임을 하는 느낌이구나? 생각보다 신기한 게임이었다.
"뭔가 종합적인 게임 같네요."
"좀 그런 느낌이 있죠. 다른 장르의 게임에서 한가닥 하시는 분들은 다 여기서도 적응하기 좋거든요."
음 그 이야기를 듣고 왠지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포카버터칩님이 마법 다루는 실력을 생각하면, 여기서도 엄청나겠네.
"그럼 포카님도 여기서 대단하겠네요."
"그렇죠. 거의 최상위권이라서 공략 파티에서 메인 딜러 역할이에요. 다만 정작 그 공략 파티에서 누가 빠진 이후로 공략을 못 해서 그렇죠."
"어...."
설마 그 공략 파티에서 빠졌다는 사람이 검신이라 불리는 분이었나? 상황을 조합해 보면 그런 것 같았다.
- 검신좌ㅠㅠ
- 앗 아앗....
- 근데 진짜 그날 이후로 심플월드 공략이 멈췄지
- 가장 강한팀이 공략을 못하니까
- 거기 설화도 있었지 않나?
- 솔직히 이번 층은 너무 어려움
"큼, 그럼 레벨1은 어디서 싸워야 하나요."
"같이 탑 앞으로 가죠. 이 게임은 던전이나 탑에서 전투를 치르거든요. 근데 뉴비가 갈만한 곳은 탑 저층밖에 없어요. 탑 근처로 가서 파티를 구해야하죠."
"넵."
살짝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런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알지만, 그걸 내가 해결하기에는 내가 당사자가 아닌 것이 문제였다.
'아, 말을 돌려볼까?'
이야기하는 주제를 좀 바꿔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여기 뭐 먹는 거도 파네요?"
"맞다. 하얀별님은 가상현실에서 음식 안 드셔 보셨죠?"
다행히 주제가 다른 쪽으로 바뀌었다.
나는 이때다 싶어서 그 주제를 물었다. 물론 내가 가상현실의 음식이 어떤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네, 먹어보고 싶었어요!"
"후후, 그럼 제가 심플월드의 특별한 음식들을 사드릴게요."
- 불안한데
- 우리 여신님에게 뭘 먹일 셈이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맛있는 것도 많지만 이상한거 개 많잖아
- ㄹㅇㅋㅋㅋㅋ
"막 저한테 이상한걸 먹이려는 거 아니죠?"
"아니에요. 일단 몬스터로 된 고기부터 먹죠"
"네?"
이걸 당당하게 말하네. 물론 게임이니까, 말이 몬스터 고기지 실제로는 우리가 아는 고기 맛과 비슷하겠지만.
"어 꼬치로 파네요?"
"요리 종류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금은 이런 형태가 먹기 편하니까요."
몬스터 고기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설화님은 그 고기들을 현실의 고기들이랑 비교하면서 간단히 설명했다.
"그런 이유로 전 오크 고기를 추천해 드려요."
"한 번 먹어보죠. 뭐."
NPC라고 미리 설명했던 꼬치집 점원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미리 듣지 않았으면 유저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오크 꼬치는 정말 우리가 아는 딱 돼지고기의 맛이었다. 거부감이고 뭐고, 너무 맛이 똑같잖아.
"와 이러면 현실에서 말고 여기서 먹어야겠다. 살도 안 찌니까 좋네."
"맞아요.그래서 요즘 큐브겜에서 먹방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건 좀 신선하네요. 신기한 컨텐츠가 많네."
꼬치를 먹으면서 주위를 살피자, 유저들 외모에 여러 특징이 눈에 띄었다.
특히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동물 귀에 동물 꼬리가 달린 종족이었다. 저건 무슨 종족이려나.
그런 생각을하면서 꼬치를 다 먹어가던 즈음에, 설화님이 다음 메뉴를 꺼내 들었다.
"다음으로 살아있는 슬라임 젤리를 먹죠"
"...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런 음식이 있어? 장난치는 거겠지?
장난치지 말라고 웃으며 말하려는데, 설화님이 멈춘 가게 앞에 정말로 그렇게 적혀있었다.
- 표정 굳은거봐ㅋㅋㅋㅋㅋ
- ㄹㅇ처음 보면 당황스럽지
- 슬라임을 쳐먹는 새끼들이 있다? 뿌슝빠슝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심으로? 그걸 왜 먹어요!"
"아 일단 잡숴봐요. 존맛이라니까?"
민트초코도 먹는 새끼들은 맛있다고 주장해! 아니 일단 맛이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 혐오가 문제잖아!
"아 제발요. 제가 잘못했어요."
"이리와서 좀 먹어봐요. 생각보다 괜찮아요."
"웁, 잠만요. 잠만!"
- 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래도 슬라임 젤리는 맛있지
- ㄹㅇ 나 한동안 달고살았음
- 나 엄청 퍼먹다가 숨막혀서 죽고 캐릭 날린적 있음
- ㅁㅊㅋㅋㅋㅋㅋ
확실히 맛은 정상적이긴 했다. 딱 내가 아는 맛있는 젤리의 맛이다.
먹는 도중에 미묘하게 젤리가 꿈틀거리는 느낌만 없었다면, 정말로 괜찮았을 것이다.
"어흐, 으아아"
팔딱거리는 슬라임의 촉감에 놀라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몸은 이런 감각에 굉장히 민감해서 그런지 이상한 느낌 때문에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으헤, 으으...."
"어, 어라? 하얀별님? 우는 거 아니죠?"
"흡, 흐읍...."
"어, 어어!?"
정신이 없는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 슬라임의 이상한 촉감이 사라진 덕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당신은 사망했습니다.]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