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2장 - 진짜 방송 레전드네(5)
"드디어 나왔네."
- 이야 이게 나오네.
- 한달동안 고생했어 형
- ㅊㅊㅊㅊㅊㅊ
- 이야 결국은 먹네.
- 생각보단 금방 나왔네
['마왕군사대보험'님이 1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드디어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
그녀는 자기 손에 들려진 장갑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수납하면서 입을 열었다.
"사대보험아 15만원 정말 고마워. 마력을 거의 다 써서 리액션은 이따가 해줄게. 이야 이게 얼마 만에 바꾸는 장비인지 모르겠네. 진짜 미구현인 줄 알았어."
- 이제 다음 층 가능?
- 아무리 그래도 1인 레이드는 무리지
- 포카형도 그건 못하지. 다음 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닌데
- 그래도 이제 포카가 확실한 랭킹 1위 인건 맞는 듯?
- ㄹㅇ전부위 준신화급 정옵 도배는 레전드다
- 이제는 파티원을 구해야지
"후, 그래도 설화가 아까 기생 식물 나왔다 했잖아? 사람 좀 구하면 86층 공략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구조요청'님이 2,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스위치 클립)
"뭐야 구조요청?"
그녀가 의미를 알기 어려운 이름의 영상 후원을 재생하자, 그녀도 알고 있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 제발요. 제가 잘못했어요.」
「이리 와서 좀 먹어봐요. 생각보다 괜찮아요.」
「웁, 잠만요. 잠만!」
「어흐, 으아아」
「으헤, 으으....」
「어, 어라? 하얀별님? 우는 거 아니죠?」
「흡, 흐읍....」
"이런 시발"
- 설화 또 선넘ㅋㅋㅋㅋ
- 분노ㅋㅋㅋㅋ
- 눈물ㅗㅜㅑ
- 슬라임 젤리의 망령아....
- 민트초코 먹일 때부터 알아봤어
- 이걸 울리네ㅋㅋㅋㅋㅋㅋ
"아니 쟤는 사과를 전해달라니까 왜 사람을 울리고 있어."
그녀는 클립의 내용을 보자마자, 지도 아이템으로 영상에 나온 위치를 가늠하고 있었다.
"저게 언제라고?"
- 바로 방금이요
- 뭐야 죽었다는데?
- 슬라임 질식사ㅁㅊㅋㅋㅋ
- ??????
- 설화 이번엔 뉴비를 죽여 충격
- 진짜네ㅋㅋㅋㅋㅋㅋㅋㅋ
"죽었다니 뭔 소리야? 설마 슬라임 먹다 죽었다고?"
그녀는 믿기 어려운 말을 하는 채팅방을 보고, 반신반의하면서 영상에 나온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 ☆ ☆ ☆
"어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개복치 스트리머 수준
- 이걸 죽네
- 오늘도 방송천재 미쳤고
- 체험 모드로 슬라임에 죽는 체험을 할줄이야
- 방송 진짜 레전드네
[레벨1에 한정하여 사망 시에 캐릭터를 복구할 수 있습니다. 복구하시겠습니까?]
[예/아니요]
"레벨1은 살리기 가능하네? 예."
[캐릭터 '하얀별'을 복구합니다.]
[캐릭터가 복구되어 캐릭터 재생성 대기시간이 사라집니다.]
"아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 그걸 우리한테 물어보시면
- 어캐죽었음?
- 개복치 스트리머ㅋㅋㅋㅋㅋㅋ
- 사망사유: 슬라임 젤리
- 아 배아파ㅋㅋㅋㅋ
- 지금 포카님이 분노해서 설화 잡으러감
"어, 포카님이요?"
- 방금 상황 클립으로 날아가서ㅋㅋ
- 뭐야 누가 보냈어ㅋㅋㅋㅋㅋ
- 정의10현^^7
- 그래도 하얀별님 우는건 좋았다
- 클립 삭제 될까봐 미리 받아둠
"저 많이 이상했나요? 정신을 놓아서 기억이 잘 안 나요"
아니, 몸이 민감한 건 이해를 한다. 그런데 왜 게임에서까지 몸이 민감한 건데? 이해할 수가 없네.
혹시 그런 것도 스캔에서 입력되나?
'하여튼 그 이상한 젤리는 다시는 먹지 말아야지.'
그런 다짐을 하면서 다시 심플월드에 접속하려는데 클립이 하나 도착했다.
['진찐자라'님이 2,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스위치 클립)
「어? 언니가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어?」
「악! 잠깐만 나 레벨1이야 이러면 죽어!」
「죽여 달라고 광고를 해라. 멍청아.」
「어? 맞다 레벨1은 죽어도 되는구나.」
「자, 우리 대가리 좀 식히자」
그렇게 설화님이 엄청난 높이까지 끌려 올라가서, 떨어져 죽는 내용으로 클립이 끝났다.
저기서 떨어지면 장난 아니게 무섭겠다. 포카님한테 깝치면 저렇게 되는 건가?
"이건 살짝 공포인데요? 물론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대가리 좀 식히자ㅋㅋㅋ
- ? 뭐야 별님 왜 죽었어요
- 설명할 자신이 없는데
- 다시보기ㄱㄱ
- 클립 조회수 가파르게 오르네ㅋㅋ
- 아ㅋㅋㅋㅋ
"설화님한테 연락해 볼게요."
큐브톡으로 전화를 걸었다. 설화님도 죽었으니까 전화를 받을 수 있겠지?
"응? 그룹 통화?"
그런데 내가 건 전화가 거절되고, 그 즉시 설화님에게 그룹 통화 초대가 왔다.
그룹 리스트를 확인하니까 포카님과 설화님이 있었다.
"아, 통화 중이셨구나?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얀별님! 들어보세요.... 포카언니가...."
"아 떨어지시는 클립은 봤어요. 엄청 즐거워 보이시더라고요."
"푸하하."
울먹거리는 설화님 목소리 뒤에 포카님의 웃음소리가 섞여서 들려왔다.
뭔가 어쩌다 보니까 포카님이랑 통화하게 되었네.
"안녕하세요. 포카님. 신입인 하얀별입니다."
"그렇게 말 안 해도 천마를 모를 수가 없죠. 최근 핫한 스트리머인데."
"핫하다뇨...."
- 핫한거 맞지ㅋㅋ
- !큐브온
- www.cubeon.com/channel/zn_prayer
- 뭐야 큐브온 있네?
- 저번거 편집된게 있었네
- ㄴㅇㄱ
"아, 맞아요. 저 큐브온 만들었어요."
"어, 그래요? 당장 팔로우 박으러 갑니다."
"그 전에 하얀별님한테 사과부터 해"
"넵.... 그걸 그렇게 싫어하실 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전 그거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괜찮아요. 이미 충분히 혼나신 것 같은데요. 저도 아까 설화님은 많이 놀렸고...."
"일단 들어오세요. 픽업하러 갈게요."
내가 게임에 접속하고 주위 광경을 말해주자 금방 포카님과 설화님이 달려왔다.
그래도 설화님은 나랑 같이 새로 생성한 캐릭터라 장비가 평범한 편이었는데, 포카님은 뭔가 있어 보이는 장비들로 도배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와, 고인물이다."
"누가 들으면 설화는 아닌 줄 알겠어요. 얘도 창고 털면 개고인물인데."
"그래봐야 언니보다는 거지지. 어, 그거 장갑 결국 샀어?"
"아니, 매물 없어서 결국 직접 파밍 했다."
"근성 미쳤네."
뉴비인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를 나누는 둘을 보면서 머리를 긁적거렸다.
저 장갑이 되게 좋은 건가 보네?
"암튼, 플라치오 가자. 대충 4명은 모이겠지 해서 4명 자리 신청해 놨는데, 어떻게 할래?"
- 오플라치오
- 예약 했나보네
- 흑우on
- 그걸 어캐 먹지
- 너무 비싸던데
"무조건 가야지. 어, 그럼 하얀별님은?"
"너는 빼도 하얀별님은 챙겨야지. 하얀별님 제가 오늘 쏠 건데 같이 가시죠. 죄송한 것도 있고 해서 한번 대접하고 싶어서요."
"어, 저야 감사하죠."
"와, 얼마 만에 플라치오지? 근데 거기 예약이 그렇게 빨리 되던가?"
"혹시나 해서 연락해 봤더니 취소자리 하나 있더라. 운이 좋았지."
"그런데 플라치오가 어디길래 설화님이 저렇게 좋아해요?"
"현실 셰프들이 심플월드에서 운영하는 오마카세 형태의 고급 레스토랑이에요. 가격은 인당 2억 루니쯤?"
루니는 이 게임의 재화 같았다.
혹시 현실 돈 가치로 설명해 주는 시청자가 있나싶어서 슬쩍 채팅창으로 눈을 돌렸다.
- 그럼 얼마지?
- 최근에 갔을 때 1억 8천이었는데
- 대충 1억루니가 10만원이니까
- 10만원 후반 생각하면됨
- 오우쉣ㅋㅋㅋ
- 현실 고급 레스토랑 중에서도 비싼축인데?
- ㅋㅋ심플월드 식재료도 재료에 따라 비싼건 비싸잖아
- 솔직히 취미지 남는 건 별로 없다더라
"20만원?"
비싼 가격에 화들짝 놀랐다.
아니, 나는 현실의 밥값에도 거기까지 써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러니까 설화가 저리 좋아하죠. 저희도 흔히 먹는 건 아니에요. 오늘은 제가 훨씬 비싼 아이템이 떠서 기분 좋아서 쏘는 거예요."
"100억루니 준대도 파는 사람이 없었던 아이템이 떴는데 이 정도는 쏠만하지."
"천만원이요?"
"최상위급 아이템은 하나에 그쯤 해요."
준다는데 안 받아먹기도 좀 그렇다.
애초에 지금 별 이유 없이 거절하면 분위기만 싸해질 것 같은데?
"어, 그럼 감사히 먹을게요."
그리고 게임에서 고급 레스토랑을 가는 경험이라니, 확실히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오케이, 그럼 이제 한 명만 구하면 된다. 루냐 지금 방송하나?"
"걔는 안 부르면 안 되나?"
"응, 꼬우면 네가 먹지 마."
"아, 그건 좀. 근데 게임 중일걸?"
"몰라 일단 전화 걸어봄."
뭔가 설화님 말에 뼈가 있는데. 루냐님이랑 사이가 좋지 않나?
아니지, 방송인데도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오히려 사이가 좋은 거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여보세요?"
"어, 루냐야."
"포카, 왜?"
"나 지금 방송 중. 너도 방송 중이야?"
"응, 영전했었는데 지금은 쉬는 중이야."
"플라치오 갈래?"
"플라치오? 포카가 쏘는 거야?"
"엉, 안톤의 장갑 먹었거든."
"오, 그거 떴구나? 축하해!"
"그럼 오는 거지?"
"들어갈게. 어디로 가면 되는데?"
"슬슬 예약 시간이니까 플라치오 앞으로 바로 와."
"엉."
전화가 끊어진 이후에 우리는 천천히 플라치오 쪽으로 이동했다.
여기는 그래도 좀 한적한 느낌이네.
"오, 여기예요?"
"그럴듯하죠? 개인적으로 여기 음식이 취향이라 가끔 와요."
확실히 좀 신기하다. 큐브 내에서 먹는 밥은 이런 레스토랑도 존재하는 거구나.
"아, 맞다. 하얀별님 안에 들어가기 전에 체험모드 끄셔야 해요."
"아, 그래요?"
"네, 고급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금지하고 있어요."
하긴 그럼 체험모드로 시청자 전원이랑 맛을 공유하는 것이니까 가치가 줄어들겠구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안녕!"
"뭐야, 리세중이야?"
"응, 아직 괜찮은 스킬이 안 걸려서. 생각날 때마다 돌려보는 중."
식당 앞에서 나타난 루냐님은 설화님과 마찬가지로 기본 옷을 입고 있었다. 지금 종족은세라족이네.
"가능하면 탱커나 힐러로 부탁해. 설화가 딜러니까."
"뭐야, 너 리세 끝났어?"
"어, 기생 씨앗 뜸."
"오, 축하해."
"왜 저 새끼가 축하한다고 하면 기분이 나쁘지?"
"그건 설화가 꼬여서 그렇지."
"응 꺼져."
- ㅋㅋㅋㅋㅋㅋㅋ
- 그거 루혐이야 루혐
- 근데 루냐가 리세를 하네
- ㄹㅇㅋㅋ
- 루냐가 리세를 하는 건 또 처음보네
- 그 운으로 리세를 해야함?
뭔가 채팅방 반응이 이상하네. 루냐님이 리세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근데 너 저번에 괜찮은 스킬 뜨지 않았어? 뭔 리세?"
"하나만 떴잖아. 스킬 두 개 세트로 가져갈 생각인데?"
"미친놈."
- ㅁㅊㅋㅋㅋㅋ
-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 에반데
- 오 루냐나 할법한 발상
- 남들은 하나가 안나와서 리세하는데ㅋㅋ
- 진짜 생각도 못했네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1개만 좋은 스킬이 나오길 바라고 리세를 한다는 거지?
루냐님은 이미 1개짜리는 괜찮은 것이 있었는데, 그걸 지우고 2개를 노린다니까 다들 당황했구나.
'1개만 잘 나와도 되나 보네.'
아, 맞다. 인사해야 하는데.
"안녕하세요 루냐님. 신입 스트리머인 하얀별이라고 합니다."
"어, 안녕하세요. 루냐라고 합니다."
아, 이 어색한 기류 어떻게 해야 하지?
아까 포카님이랑 만날 때는 상황이 상황이어서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일단 인사는 나중에 하고 들어가죠."
"맞아, 나 배고파."
"지랄, 아침에 치킨 쳐먹은거 뻔히 아는데. 심지어 여기서 먹는다고 배부른 것도 아니거든?"
"힝."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극한의 루혐
- 설화 딜량봐
- 아까까지 쳐맞던 설화 맞냐?
- ㄹㅇㅋㅋ
- 힝ㅇㅈㄹㅋㅋㅋ
- 여전하네 진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니까 원래도 이런 느낌의 관계인 모양이었다.
포카님도 이런 분위기가 익숙한 듯 피식피식 웃고 계셨다.
"네 분이시죠? 이쪽으로 오세요."
직원의 안내를 따라서 룸에 들어가자, 테이블에는 이미 어느 정도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왼쪽에 있는 건 카포의 알을 올린 크래커구요. 오른쪽에 있는 건 다포 육회입니다. 익히지 않고 독성을 제거한 것이 포인트죠."
간단하게 나와 있는 요리에 대한 설명을 한 뒤에 직원은 룸에서 나갔다.
뭔가 엄청난 내용을 들은 것 같은데?
"카포랑 다포라는 건, 몬스터죠?"
"당연하죠."
그런 느낌이라 물어봤는데 역시나 그렇구나.
하긴, 게임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니까 굳이 게임에서 먹는 거겠지.
"다들 드세요. 먹으면서 이야기나 하죠."
"아,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 와 비쥬얼
- 맛있겠다
- 다포 육회??
- 카포알 마렵네
- 예약 걸어둘까
- ㅗㅜㅑㅗㅜㅑ
"되게 신기한 느낌이네요."
크래커를 하나 집에서 입에 넣었다.
입에서 카포의 알이 살짝 눌리자 툭툭 터지면서 뭔가가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입 안을 두드렸다.
"어?"
따끔한 감각에 깜짝 놀랐다.
마치 탄산사탕을 먹을 때처럼, 뭔가가 튀어서 입안을 두드리는 듯한 느낌이 굉장히 신선했다.
민감한 신체 때문인지 간지럽긴 했지만, 그래도 견딜 만한 수준이었다. 이거 되게 신기한 맛이네.
"진짜 맛있다."
그리고 재료의 특성이 신기한 것 이전에 음식 자체도 정말 맛있게 조리되어 있었다.
아까 길에서 먹은 꼬치도 맛있었지만, 이건 진짜 소스가 장난이 아니네.
"그럼 다음은 이거겠지?"
이번에는 다포 육회를 한 젓가락 집어서 입으로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