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3장 - 류지한(2) (14/182)



〈 14화 〉3장 - 류지한(2)

시청자들은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모양이었다.
하긴, 아무리 이 세상에 내가 살던 세상과 다르다지만 NPC가 스트리머를 한다는 사실은 여기서도 굉장히 신선했을 것이다.

"심플월드의 NPC가 사람 같은 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일도 있나요?"

심플월드라면야
- 심플월드는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신기하지 않아서
- NPC랑 유저랑 구분하기 어렵지
심지어 유저로도 퀘스트가 발동하는 갓겜ㅋㅋ
- 있죠
- 정착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혹시 무슨 사건이 있었나요? 제가 잘 몰라서...."

하긴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정착되진 않겠지.
내가 질문하자 시청자들이 간단하게 설명을 해줬다.

- 심플월드 NPC가 워낙 인간 같아서
- 인권이라던가 여러 논란이 많이 일어남
- 근데너무 인간 같긴 
- 결국 판결은 인간까지는 아니다 아님?
- 그래도 이게 과몰입 안하는게 말이안됨
- ㄹㅇ진짜 사람 그 자체라서

"...솔직히 조금 신기하네요."

여기까지 인간이랑 구별할 수 없는 수준의 NPC라니,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소재였다.

'당연하지만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겠지.'

AI일 뿐인 NPC가 어떻게 인간과 비슷한 존재가  수 있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어려운 주제네요."

그래도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니, 전체적으로는 NPC를 수용하려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크흠, 암튼 그럼 오늘은 저번에 제대로 못 했던 심플월드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심플월드를 한다고 하자마자, 채팅창이 시끄러워졌다.
다들 보고 싶긴 했구나. 하긴 어제는 심플월드라기보다는 먹방을 찍은 것에 가까웠으니까.

- 어 
- 두번째 심플월드인데 레벨1ㅋㅋ
- 슬라임 젤리부터 시작된 먹방
- 아ㅋㅋㅋㅋ
- 다시 생각해도 웃기네
- ㄹㅇ어제 그거보고 치킨 시켜서 살찜

그래도 대충 심플월드가 어떤 게임인지는 미리 공부를 해왔다.
물론 뉴비가 알기 어려운 정보 같은 스포가 될 만한 내용까지는 찾아보지 않았다.

"후, 맞다. 저 저번부터 궁금했던 건데요. 세라족은 날개 있으니까 날  있는  아닌가요?"

종족 특성?
그거 레벨 10 찍으면 활성화
ㅇㅇ
- 종족별로 그런 능력이 하나씩 있음
- 레벨 제한임

"아 레벨 제한."

심플월드도 레벨을 올려야 뭐든 되는구나, 그건 확실히 익숙한 RPG의 느낌이었다.
심플월드를 켜자, 익숙한 장소에서 눈을 떴다. 어제 게임을 종료한 위치였다.

"어라."

자리를 이동하려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부딪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선을 내리자 7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아이의 다리에서 피가 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현실적으로 표현하는데.'

물론 큐브 게임은 연령에 따라 자동으로 묘사를 제한한다고 듣기는 했는데, 심플월드가 연령 제한이 어떻게 되어있었더라?

"음,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블엠을 하면서 마력을 쓰는 감각은 어느정도 익혔지만, 심플월드를 시작하면서 받았던 능력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른다.

'스킬 설명에서는 접촉하면 된다고 되어있는데.'

아이의 손을 붙잡았지만, 치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혹시 이것도 마법이랑 비슷하게 사용하는 건가?

"와."

마법을 사용하듯 이 아이가 치료될 것을 암시하자, 내 손으로부터 반짝거리는 이펙트가 흘러나와서 아이의 몸을 감쌌다.
천천히 상처가 아물어가는 것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언니는 누구야?"
"음, 하얀별이라고 하는데.... 너는 이름이 뭐니?"

아이가 대답하려는데, 어디선가 다가온 여성분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아,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예요. 에이리, 이리 오렴."
"응. 저 언니가 다리 치료해 줬어."
"고마워요."
"네? 아 별것도 아닌걸요."

굉장히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고,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반응을 했다.

'심플월드의 나이 제한 때문에 저렇게까지 어린아이는 접속할  없을 거야.'

즉 저 아이와 어머니는 NPC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시스템을 사용하는 모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래서 NPC를 사실상 사람처럼 생각하게 된다는 거군요.“

저번 접속에서도 NPC가 현실적이라고 느꼈지만, NPC들과 접촉을 하면 할수록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

- ㅇㅇ
- ㅖ
- 에이리 귀엽네
지나가다 본 적 있는 
 모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겜 하다 봤을 듯

어떻게 보면 과몰입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들에게는  세상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심플월드는  그런 모티브구나.

'다른 하나의 현실.'

이름은 심플월드인데, 이 게임에 담겨있는 무게는 아주 무거웠다.

"아, 슬슬 다음 진행을 하긴 해야겠네요. 너무 정신을 팔렸다."

일단 RPG게임이면 레벨업을 해서 강해지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겠지.
간단한 여행 같은 컨텐츠도 기본적인 레벨은 필요할 것 같고.

"그런 의미로, 초보 층에서 사냥부터 하겠습니다."

심플월드에는 추가로 신기한 시스템이 하나 있는데, 현재 메인 시나리오로 등장했다는 거대한  스타일의 던전이었다.
탑은 층별로 나누어진 형태인데, 마지막 층을 클리어하는 것이 시나리오의 목표라고 했다.

"이 탑이 저층은 인스턴스 던전이라고 했죠?"

- ㅇㅇ
- 맞와용
- 인스턴스 맞음
- 다른 파티랑  만남
- 무조건 단일 파티
- 오늘 합방인가요?

 안으로 들어가자 엘리베이터로 보이는 커다란 문이 중앙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거겠지?

"자, 솔로 플레이."

?
????
 파티도 안맺고 그냥?
- 힐러 아님??
- ??
- 아ㅋㅋ
- 탑 1층이 쉽긴 한데
- 솔플 괜찮나

"힐러면 어려운 건가요? 뭐야, 쪼렙에는 그냥 평타 때리면 되는 것 아니야?"

거기까진 미처 생각 못 했는데.
일단 이 게임은 마력이 있으니까 마법으로 공격력을 강화하면 될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원래 스트리머는 모르는 상태로 때려 박고 죽는 겁니다. 그렇게 배웠어요."

물론 이 게임은 죽으면 끝이지만, 지금은 초반이니까 다시 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죽을 거라면  재미있게 죽어야겠지.'

저번에 내가 슬라임 젤리를 먹으면서 죽었듯이 말이다.
그 클립 다른 방송에 수출 엄청나게 되었던데. 짜증나.

"일단 여기서 1층을 고르면 되는 거겠지?"

일단쉬운 것부터 경험하는 것이 맞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채팅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 1층은 좀
아ㅋㅋㅋㅋ
- 1층ㅋㅋ
- 1층ㄱㄱㄱㄱ
- 아니ㅋㅋㅋㅋㅋ
- 스포ㄴ

"뭐야, 1층에 뭐가 있어? 스포라니 뭐가."

꼭 이런 반응이 있으면 이상한 요소가 있던데. 블엠을 하면서 많이 겪어본 패턴이었다.

'뭐, 알면서도 당해주는 것이 맞겠지.'

1층으로 이동하자, 블엠의 맵과 비슷한 느낌의 길이 나타났다.
이 길을 쭉 따라서 진행하는 식인가?

"기본무기로 괜찮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나타난 몬스터의 모습에 경악했다.
시청자들이 채팅창에서 난리를 친 이유가 있었네.
바닥에서 끄물거리는 액체가 돌아다녔다. 가끔은 펄쩍 뛰어오르기도 했다.

"왜 하필 슬라임이야. PTSD 오지게 오네?"

- ㅋㅋㅋㅋㅋㅋㅋ
- 아 맞다ㅋㅋㅋ
이거 때문 아니었는데
- 이거 때문 아니었음?
- 의견 갈리는게 더 웃겨ㅋㅋㅋ
- 뭐가  있던가
- 아 생각났다ㅋㅋㅋ
- 뉴비 학살자ㅋㅋㅋㅋ

"왜 나만 따돌려요. 뭐가 또 있어? 대체 왜 그래?"

 보스가 엄청 어렵기라도 한가? 뉴비 학살자?
왜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있는 거야?

"아, 슬라임 이거 왜 딜이  들어가지? 마법을 입혀야 하나?"

그리고 그 생각은 정답이었다. 마법을 입히자마자 제대로 공격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정말 간단했다. 그냥 나를 보고 달려드는 슬라임을 내려치면 끝났으니까.
블엠에 비하면 이 정도야 쉽지.

"음, 다 좋은데 뭔가 움직임이 거슬리네요. 세미다이브라 그런가?"

- 세미다이브였음?
심플월드에 세미다이브는 좀
뉴비니 문제는 없을 듯
- 죽으면 다시 키우면 되니까
- 스킬이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라서
마력 감도 떨어지지 않나?

채팅방에서 꽤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가 나와서 끼어들었다.
아니, 내 채팅방이니까 끼어든다는 표현은 이상하구나?

"세미다이브는 풀다이브보다 감도가 떨어진다고요?"

세미다이브는 풀다이브보다 마력 등을 사용할  불리하게 작용하니까, 이런 게임을 할 때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심지어 심플월드의 스킬을 사용할 때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네.
확실히 게임을 할 때는 영 좋은 접속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음, 생리 중에 수액 사용해도 괜찮던가?'

지금이라도 풀다이브로 재접속을 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사냥을 이어갔다.

"이 정도면 채팅 보면서 반쯤 대화모드라고 생각하고 진행해도 되겠는데."

은근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견을 제시했는데, 곧바로 시청자들이 애매한 반응을 했다.

 발언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해보자
- 블엠보다야 쉽지
- ㄹㅇㅋㅋ
- 1층에서 솔플하면서? ㅋㅋ
- 아ㅋㅋ

아니 얘들은 왜 맨날 반응이 이래?
아까부터 뭐만 하면 이런 반응을 하니까, 이제는 이게 블러핑인지 진짜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내가 큐브 게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긴 해.'

너무 속단하지 말고 조심하기는 해야 한다.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슬라임 쪼가리를 베면서 채팅창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사람이 나태해지는 모양이다.
조금 방심하고 있다가 예상외의 상황이 발생해서 당황했다.

"어? 뭐야!"

깡!

갑자기 슬라임에 부딪힌 검이 튕겨나왔다. 방금까지 물을 베어내듯 쉽게 베었었는데?

- 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슬라임은 처음 사냥하면 당황하지
- ㄹㅇㅋㅋㅋ
- 이게 눈으로 분간이 안되잖음
- 스포 마렵다
- 스포ㄴ

"뭔 스포 마렵다야. 이거 왜 이러는 건데? 어우, 왜 자꾸 달려들어!"

그 슬라임 외의 것들은 여전히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 슬라임에는 견제 이상의 공격을 입히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마력을  쏟아 넣기에는 레벨1로는 부족한데."

물론 그 이상한 슬라임이 달려드는 것은 블엠에서 연습한 덕분에 충분히 견제할 수 있었다.
그러던 도중에 그 이상한 슬라임이 날아가더니 다른 슬라임에 부딪혔다.
 순간 왠지 부딪힌 슬라임의 색이 잠깐 바뀌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뭔가 느낌이.... 읏?"

이상한 슬라임의 공격을 튕겨내느라 밀린 상태에서, 방금 색이 바뀌었던 슬라임이 달려들었다.

깡!

둔탁한 쇳소리가 나면서 슬라임이 튕겨 나갔다. 설마 이상한 슬라임이 둘로 늘어난 건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뉴비 귀엽다
- 증식했다ㅋㅋ
- 이거 설마 계속 늘어남?
- ㅇㅇ

아마도 아까 슬라임끼리 접촉했던 것이 문제였던  같다.
이제는 저 두 슬라임이 다른 슬라임과 접촉도 하면 안 된다고?

"갑자기 엄청나게 어려워지네."

물론 아직 공격을 맞은 적은 없었다.
블엠처럼 즉사하는 게임도 아니니까 아직은 여유롭긴 한데....

"아 망할 좀! 근데 이 정도 잡았으면 레벨업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ㅇㅈ
탑은 나가야 정산됨
- ㅋㅋㅋㅋㅋㅋㅋ
필드나 던전은 바로 정산인데
- 탑 고유 특성임
- 경험치 자체는 이미 레벨2급인데
- 아이템도 마찬가지ㅇㅇ
- 필드나 던전이면 바로 드랍인데
- 탑은 나갈때 정산해서 나눠줌

나는 어느새 3마리로 늘어난 이상한 슬라임에 어떻게든 대응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했다.

"나갔다 와야 한다고? 어떻게 나가는데?"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아까 길을 되돌아가서, 들어온 문으로 나가거나. 아니면 1층을 클리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 1층은 어떻게 깨야 해?"

그냥 보스 잡고 계단 올라가면 
- 계단으로 올라가면 옆에 엘리베이터 있거든
- 계단으로 올라가면댐
- ㅇㅇ
50층까지는 그런 방식
51층부터는 들어갈 때 조건이 나옴

결국 보스를 잡던가, 아니면 뒤로 돌아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아니지, 잘 생각해 보니까 레벨1인 편이  나은  같은데.

"레벨1이 연습하기 좋네. 레벨2부터는 죽으면 캐릭 삭제되니까."

- 그래서 누가 레벨1로 솔플하지 않았나
그거 예전에 검신이 했는데
- 10층까지 솔플함
- 레벨1로 10층??
- 그건 레전드였지
최고기록이11층인가? 그건 주현이 아니었음
그거 유명 피아니스트ㅇㅇ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가 솔플을 해? 역시 좀 신기한 게임이다. 나중에 영상 찾아봐야겠는데.

['익명'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음성 녹음)

후원에서 나오는 소리는 엄청나게 고음으로 올라가는 노래의 하이라이트였다.
아니 잠깐만 이러면 게임 소리가 잘 안 들리잖아. 이걸 이렇게 방해한다고?

"아니 안 들려 이것들아!"

ㅋㅋㅋㅋㅋㅋㅋ
- 슬슬 위험한데
슬라임 증식한다
- 뉴비 좀 그만 괴롭혀 ㅋㅋㅋ
- 미치겠다ㅋㅋㅋㅋ
- 개시끄러워ㅋㅋㅋ

그 뒤를 이어 별 이상한 노래가  날아왔다.
심지어는 이제 스트리머의 목소리로 만든 리믹스까지도 날아왔다.

"아니, 웃겨서 집중이 안 되잖아! 아니 흡...!"

결국 주위의 모든 슬라임이 이상하게 변했다. 이거 진짜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점점 슬라임들의 공격에 대응하게 힘들어졌고, 처음으로 팔에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둔탁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는 다르게, 슬라임은 내 몸에 부드럽게 달라붙으면서 나를 넘어트렸다.

"꺄악! 히긋.... 이거 뭐야!"

심지어 계속 날아온 슬라임들이 팔과 다리에 하나씩 달라붙으면서, 나는 바닥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로 속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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