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3장 - 류지한(3) (15/182)



〈 15화 〉3장 - 류지한(3)

 붙잡은 상태에서도 조금씩 꼼지락거리는 슬라임의 감촉이 굉장히 기분 나빴다.
아, 미친 힘 풀려.

- ㅗㅜㅑ
- 속박플레이ㅗㅜㅑ
- 선정성ㄷㄷ
- 표정ㅗㅜㅑ
- 엄청 기분나빠하네ㅋㅋ
- ㅗㅜㅑㅗㅜㅑ
- 이러다 슬라임 PTSD생기겠다

"이미 생겼어! 흐깃, 이것들 왜 꿈틀거리는 거야!"

당연하지만, 슬라임이 달라붙은 후로 조금씩 HP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여러 마리가 달라붙어서 그런지 꽤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간신'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순수 마법공격ㄱ

"설마 그러면 되는 거였어?"

- 이걸 말해주네
- 근데 슬슬 말해줘야지ㅋㅋㅋ
-자칫하면 또 죽는다고ㅋㅋㅋ
- ㄱ개웃기네ㅋㅋ
 까비
- 나쁜놈들아ㅋㅋㅋㅋ

해결 방법을 듣자마자 곧바로 몸에 달라붙은 슬라임들을 마법으로 도륙 냈다.

"아 진짜. 깜짝 놀랐네."

그리고 슬라임의 특성이 뭔지 잘 생각해봤는데, 왠지 슬라임끼리 만나면 능력을 공유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방금 물리에 대한 면역도 퍼진 것 같은데.

"대충 부딪혀서 능력을 공유하는 건 이해했거든요? 근데 왜 처음에 단단한 녀석이 나온 거죠?"

- 그거  뭐라 설명하지
- 면역 같은건데
- 면역 생기는 조건이 있음
- 죽을때랑 실패할때
이번엔 죽을때인듯

"죽을 때? 대체 무슨 소리예요?"

['정월곰'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슬라임이 죽을 때 파편에 검에 대한 면역이 생길 확률이 높음. 그 슬라임의 시체를 먹고 면역을 획득한 것.

 슬라임은 동족의 시체를 먹고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무서운 종족이네.

"그럼 슬라임 젤리라는 거 굉장히 위험한 것 아닌가요."

아니 이렇게 어디까지 성장할지 모르는 몬스터를 음식으로 먹는다고?

젤리는 슬라임 양식으로 만듬
- 슬라임도 일반 몬스터라 말도 안되게 강해지진 못해요
- 솔직히 질식사도 쪼랩이나 그러는거임
- 연약해지는 능력 같은걸극도로 키워놓은거라
- 오히려 그 특성 때문에 가능한 것임

"아하"

저번 방송에서 먹은 신기한 음식들도 다 이런 몬스터 특징들을 살린 거였지.
이렇게 세세하게 만들어진 몬스터별 특성과 생태계를 보면, 심플월드가 인기 있는 이유를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어 뭐야 계단이네?"

분명 아까 보스를 잡아야 나오는 것이 계단이라고 하지 않았나? 1층은 조금 다른 건가?
나는 별생각 없이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음, 그래도 1층이 정보가 없다면 까다롭긴 했다. 슬라임의 생태에 대해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니까.

"엉?"

계단을 올라가면 다음 층이라서바로 옆에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 ㅋㅋㅋㅋㅋㅋㅋ
- 주님 여기  또 올라갑니다
- 아ㅋㅋ
- 스포 막은 보람이 있었다
- 사탄:  새끼들은 정말
교수의 진도가 어떤가?

웃음으로 도배된 채팅창을 보고,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에 뒤돌아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계단이 있던 부분이 흐릿해지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뭐야 이거?"

49층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 어서와 49층은 처음이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개웃기네ㅋㅋㅋ
- 천국의 계단이 또 희생양을
- 아 손님 하나 들어가십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제대로 함정을 밟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가 49층이라고?"

레벨1이 탑 49층에 갇혔을 때 해야 할 행동을 고르시오.
첫 번째 도망간다. 두 번째 튄다. 세 번째 짼다.

"출구 못 찾으면 바로 죽는 것 아니야!?"

- 정답ㅋㅋ
- 이래서 눈치 빠른 스트리머는
- 늦은거 아님? ㅋㅋ
- 올라왔으면 끝났지
- 49층에 레벨1로 왔으니까
- 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저 계단 설계한 인간은....

솔직히 굉장히 억울했다.
나는 그냥 길에 있던 계단을 타고 올라온 것뿐인데. 그게 죽는 길로 만들어진 것이 말이 되나?

"아니 1층에 왜 49층으로 가는 길이 있냐고!"

- 우리는 보스잡고 나오는 계단이라고 말해줬는데?
아무 계단이나 올라가도 된다고는 안함
아무튼속인건 아님ㅋㅋㅋ

애초에 스수들은 알고 있었으면서, 내가 들어가길 은근히 기대했겠지.
물론 방송의 재미를 위해 그런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은근 화나네?
다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는 아니었다. 49층의 몬스터면 스치기만 해도 즉사할 레벨 차이니까.

- 켈베는 싸울 생각을 하면 안됨
49층이면 거의 만랩이야ㅋㅋ
- 50층부터 만랩컨텐츠라ㅋㅋㅋㅋ
- 일단은 레벨 좆망겜이기도 해서...
공격했다가 반작용으로 즉사가능
살아나갈 수는 있어도 클리어는 못함
- 아니면 사람이랑 만나길 바라던가ㅋㅋ

 몬스터의 이름이 켈베구나.
그러고 보니 저번 방송에서 먹은 스테이크의 소스가 켈베의 피를 썼다고 했었지.

"아니 엄청 무섭게 생겼잖아."

아까 슬라임은 감촉은 정말 화가 나는 몬스터였지만, 최소 멀리서 보면 그럭저럭 귀여운 녀석이었다.
그런데 켈베는 개과로 보이기는했지만, 여러 가지로 끔찍한 디자인이 가미되어 있었다.
특히 쇠처럼 단단해 보이는 갈기가 무섭게 생겼다.

'어라 잠깐만?'

아까  채팅을 보고 의문점이 생겼다. 분명 탑은 층별 인스턴스 던전이라 다른 사람이랑 못 만날 텐데?

"아까 탑은 인스턴스라고 하지 않았어요? 여기서 어떻게 사람을 만나?"

- 천국의 계단은 이미 있는 49층에 연결됨
- 이미 존재하는 49층 인스턴스 중 하나에 연결됩니다
- 그래서 가끔 49층 사람이 도와줌
 계단이 49층 돌파 이후에 처음 나왔지
- 49층에 아무도 없으면 계단이 안 만들어짐

"아하, 그런 조건이. 우앗!"

마력을 터트려서 달려드는 몬스터를 순간적으로 피했다.
개체 수를 줄이지는 못하기에 계속 따라오는 것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본의가 아니게 몹몰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켈베가 들어올 수 없을 것 같은 틈새를 발견하고 거기로 몸을 던졌다.

"겨우 살았네."

- 이걸 사네
- 어그로 좀 풀리면 탈출ㄱ
- 아ㅋㅋㅋㅋ
- 이걸 찾네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같았다.
애가 울고 있는 소리 같은데?

"누가 있나?"

몬스터들이 곧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살금살금 이동했다.
그리고 그쪽에는 내가 아까 있었던 것처럼 틈이 하나 있었다.

"여자애?"

키가 130정도로 보이는 인간 여자애가, 바들바들 떨면서 숨어있었다. 아까부터 들리던 소리는 이 아이 때문이구나.

'그나저나  게임 인간도 있었지.'

이 게임에서 어떻게 불리는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한 것이 없는 인간으로 보이는 종족이 있긴 했다.

'나중에 무슨 종족인지 알아봐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여자애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니?"
"누, 누구?"

내가 말을 걸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서  쪽을 바라보았다.

????
- 뭐야 여기서 애가 왜 나옴
- 뭐지
- NPC같은데?
- 처음 보는데
흠....
퀘스트 각인데

"나는 하얀별이라고 해. 안녕."
"나, 나는 아리아에요. 흡, 분명 1층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왔는데.... 이상한 괴물이 나타나서...."

[퀘스트 발생 조건 만족]
[아리아 구출 작전
성공: 아리아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도달.
실패: 아리아 혹은 플레이어의 사망.
보상: 염원이 담긴 반지]

- 염원이 담긴 반지라고?
- 저게 여기서도 주네
- 꽤 비싸지 않음?
- 힐러들 필수 악세긴 함
- 저거 좋지ㅇㅇ

퀘스트의 보상도 보상이었지만, 이 아이가 NPC라면 플레이어랑은 다르게 죽으면 정말로 죽는다.
그래서 그냥 두고 가기에는 마음에 걸렸다.

"혹시 여기에 다른 사람은 보지 못했어?"
"아, 아까 어떤 오빠가 아리아한테 숨어있으라고 했어요. 근데 괴물들이랑 싸우다가 당해서...."
"음...."

아무래도 이 49층을 오픈한 사람은 여기서 사망했던 모양이다.
 상황이 어려워졌네. 이렇게 되면 나와 아리아 둘이서 직접 49층을 탈출해야 한다.

'하긴 그러니까 퀘스트가 나왔겠지.'

만약 다른 유저가 도와줘서 쉽게 지나갈 수 있다면 이런 퀘스트가 등장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좋아. 나랑 같이 나가자."
"...응 언니"

[퀘스트를 수락합니다.]
[파티가 생성되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파티원 목록에 아리아가 추가되었다.
이거 파티원의 체력과 마력량도 표기되는구나.

[아리아 LV.3]

아리아가 나보다 레벨이 높다. 그렇다고 49층에서 통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아리아, 마법 사용할 줄 알지?"
"응."
"내가 말하면 나를 따라서 마법을 써서 피하는 거야. 알겠지?"

나는 아리아의 손을 붙잡고 주위를 살폈다. 이쪽에 몬스터의 어그로는 전혀 끌려있지 않았다.

'일단 혹시나 해서 지도를 찾아봤는데, 여기는 문에서 반대쪽이야.'

우리는 던전을 클리어할 수 없으니까 반대로 진행해야 탈출할  있다.

"일단 내가 봐 둔 숨을 곳이 있어. 거기가 입구랑 가까우니까 그쪽으로 가자."

그렇게  단계씩 이동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했다.
대충 틈의 위치는 기억하고 있으니까 어그로만 잘 피해서 가면 되겠지.
아리아의 손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중간에 있는 켈베가 공격해오면 좀 여유를 두고 틈에 숨으면서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괜찮아? 할 수 있겠어?"

아리아가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허세를 부리나 했는데, 남은 마력량을 보면 정말로 여유가 있는 것 같았다.

['음악란기'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안 죽고 탈출하면 만원

"오케이...."

지금 상황은 블엠에서 지겹게 연습한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블엠에서도 한 번 맞으면 죽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었으니까.

'충분히 할  있어.'

몇 번 더 이동하자, 아리아는 내 움직임에 맞춰서  따라왔다.
생각해 보면 얘도 이미 1층에선 어렵지 않게 사냥할 있는 수준이었겠네.

"여기서는 왼쪽으로 빠져서 달리고.... 지금이야 아리아!"

마법을 사용해서 우리의 반대쪽에서 공격하는 식으로 어그로를 분산한다.
솔직히 말해서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하는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그리고 마법에 대해서는 오히려 아리아가 나보다 노련했다.
내가 말한 대로 정확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지금 순수하게 실력으로 감탄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아슬하게 모든 몬스터를 피해서 틈에 도착하자마자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 우리가 때렸다는 걸 들키는 순간 이쪽으로 급발진하는구나."

- 어캐 살았누ㅋㅋㅋ
- 이걸 사네ㄲㅂ
- 아리아 귀엽다
심플월드 하고 계시네
- 49층 탈출ㅋㅋ

"어, 언니. 괜찮은 것 맞아요?"

"방금은 좀 위험했던 것 같은데.... 일단 어그로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자."

마력이 회복될 때까지기다리기도 해야 하고, 일단 이런 경우에는 천천히 진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리아는 어쩌다가 탑에 들어온 거야?"

"얼마 전에 엄마가 죽었어요. 그래서 이제 혼자 살아가야 한대요. 그래서 1층에서 슬라임을 사냥하면서 강해지려고...."

물어본 것이 실수였다.
나는 담담히 사과했지만, 오히려 아리아는 별것 아니라며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굳어있다는 점은, 방금 질문이 실수였다는 것을 확신하게 했다.

"우리 조금만  쉬자."

몸이 회복되는 사이에 지도를 확인했다.
이미 반 넘게 진행해왔지만, 점점 안전한 틈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점점 난이도가 증가하네."

방법을 좀 바꿔야 한다. 나랑 아리아가 함께 다니니까 효율이 너무 떨어졌다.

"내가 아리아를 들고 달릴게. 아리아가 마법에 집중해줘."

어차피 우리가 이동하는 속도는 마법에 의존한다.
마력을 명의 다리에 모두 사용해 이동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좋은데?'

그리고 그럭저럭 정답이었다.
조금이지만 속도가 빨라져서, 어렵지 않게 몬스터들을 따돌리고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니."

"응?"

"아니에요. 나가서 이야기해요."

중간에 몇 번 대화가 애매하게 끊어지긴 했지만,  뒤로도 우리는 계속 진행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두 칸."

- 얼마 안남았다. 가즈아
- 고고고
- 진짜 성공각인데
- 블엠 때부터 느낀거지만 겜 진짜 잘함ㅇㅇ
겜잘스ㄹㅇ

아까와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게 다음 안전지대에 도착했다.

"뭐!?"

하지만 무슨 일인지 안전지대는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있었다.

"이건 계산에 없었는데?"

이미 사방에서 켈베가 몰려오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지만 어떻게 도망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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