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5장 - 영원한 전쟁(4)
애초에 포카님은 내가 아는 바로는 지금 티어가 다이아일 것이다.
그럼 나랑 MMR이 차이가 심해서 원래라면 매칭이 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당연히 진짜 포카님이 아니겠지?
> 뭐야 언랭이 왜 있지
> 뉴비 무엇?
> 일반전이라도 이상한데
> 뭐지 지금 사람이 없나?
> 일반전 전문가?
> 전적이 0인데?
하지만 점점 다가오는 현실은 내 생각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나를 제외한 9명이 전부 낮아도 플레티넘, 대부분 다이아 이상이었다.
- 찐인데?
- ㅋㅋㅋㅋㅋㅋ
- 지금 포카도 당황함
- 다이아랑 매칭되는 언랭이 있다?
- ㄹㅇㅋㅋ
- 와 미친 똥겜 수준ㅋㅋㅋㅋ
- MMR에 버그났나?
"뭐야 어떻게 해야 하지? 탈주?"
- 그냥ㄱㄱ
- 어차피 포카 있으면 졌음
- 일반전이면 포카 밴 못하는데ㅋㅋ
- 어차피 진 팀인데 비비기ㄱ
- 아직모른다
모르긴 뭘 모른다는 거야. 내가 저 틈바구니에 껴서 어떻게 게임을 해?
'아 진짜'
그런 생각은 하지만 정말로 탈주할 수는 없었다.
게임에서 지더라도 지금 상황 자체가 방송에서 재미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
소위 말하는 큐브온각에 걸려든 상태였다.
"오늘 처음 하는 게임인데 이상한 일만 일어나네. 와, 진짜."
> 아 적에 포카있네
> 미리 ㅈㅈ
> 마스터 분이 바텀 봐주기 가능?
> 변경각? 바텀분 미드 가능?
> ㅇㅋ변경 신청했음
> 정글분 스킬ㅋㅋㅋㅋ
>킬0 유지???
> 엌ㅋㅋㅋㅋㅋ
아군 채팅을 보면서도 무서워서 뭐라 못하겠다. 일단 아까처럼 해야 하나?
「영원한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 지시할 것 있으면 바로 알려주세요. 오늘 게임이 처음이라 잘 몰라요."
"네, 기본적인 정글링은 아시죠? 일단은 정글링만 잘해주세요. 스킬셋 보니까 갱은 어려워 보이던데, 정말 위급할 때만 도우러 와주시면 됩니다."
마스터 티어인 바텀 라이너가 자연스럽게팀을 이끌기 시작했다.
이전 게임보다는 능숙하게 몸이 움직였지만, 상대 5명 모두 상위권 유저라는 것 때문에많이 조심스러워졌다.
특히 와드를 설치할 때도 어지간하면 음성 채팅으로 물어봐 가면서 설치를 했다.
「곧 미니언이 생성됩니다.」
>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넵."
['후원빌런'님이 1,8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이기면 10만원! 이번엔 진짜 킹전자산!
이번엔 킹전자산 맞지, 인정합니다. 솔직히 아까 이긴 것도 아직 떨떠름했다.
일단은 아까처럼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하자.
'뭐야 이게....'
그리고 게임이 시작한 직후에 검신이 나를 엄청나게 봐줬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아 그만 오세요. 정말!"
"꼬우면 죽이시던가요."
적 정글러가 나만 쫓아다니면서 괴롭혔기 때문이다.
애초에 나는 마력이 없으면 그냥 두 발로 이동해야 하는 느려 터진 뚜벅이 셋팅이었다.
그렇다 보니까 초반에는 아주 상대 정글의 장난감이었다.
"하 벌써 2킬이나 따였네."
- 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게 정상이지
- 애초에 캐릭터 자체가 이럴 수밖에 없음
- 맞음
- 화난다고 죽이면 스킬이 터지고ㅋㅋ
마치 술래잡기하는 것 같다. 나는 공격 수단이 없고, 상대만 있는 셈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스킬의 효과 덕분에 성장 자체는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게 정글링으로 간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내가 죽는다는 건 그동안 적 정글이 정글을독점한다는 소리고, 그건 그대로 팀의 골드차이로 이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적 정글은 계속 다른 라인을 괴롭혔지만, 나는 그걸 막아주지도 못했다.
[0킬 1어시 5데스]
"으.... 정말 죄송합니다."
> "괜찮아요. 게임 매칭이 이상한 건데"
> "오늘 시작하신 거면 잘하시는 거 맞아요."
> "랭킹전 하시면 금방 이쪽으로 오시겠는데요."
"다들 감사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레벨이 오르자, 궁극기를 통해 죽음만큼은 회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숨으면서 정글링 하는 건 아까 많이 해봐서 익숙해져 있었고, 심지어 상대가 아까보다는 만만했으니까.
> "어 뭐야 정글링 따라잡았는데?"
> "진짜네? 뭐야."
쿨이 줄어들고, 궁극기를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정글링 속도가 빨라진다.
궁극기만 남아있다면 상대 정글도 회피할 수 있으니, 좀 더 자신 있게 정글링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아군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어?"
하지만 늦은 걸지도 모른다.
벌써 바텀 라인이 밀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포카님의 쿠파가 충분히 컸기 때문.
내가 느려도 너무 느렸다. 그래도 적 정글의 주요 몬스터를 훔쳐 먹는 것이 꽤 쏠쏠했는데, 포카님이 크면서 그것도 좀 어려워졌다.
"아니 진짜 귀신같네."
내가 정글을 훔쳐 먹으러 갈 때면, 이미 포카님이 알아차려서 몬스터를 죽여 놨기 때문이다.
가끔은 몬스터는 살아 있었지만, 포카님이 지키고 있어서 죽을까 봐 다가갈 수가 없었다.
- 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포카는 치트키야
- ㄹㅇ쿠파만 쓸 수 있어서 그렇지
- 쿠파를 노밴으로 사용한다?
- ㅋㅋㅋㅋㅋ노답임
- ㄹㅇㅋㅋ
"그냥 존재 자체가 마법이신가?"
나날이 늘어가는 포카님의 마력, 그렇게 바텀 라인에서 신으로 변화하고 있는 그녀가 너무 무서웠다.
그냥 무서운 것만 생각하면 아까 그 AI검신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네.
[궁극기 '신검합일'이 lv3가 되었습니다.]
"하, 좀 빨라지긴 했다."
그래도 이제야 레벨 10은 아주 느렸다. 포카님은 벌써 레벨이 15에 도달해 있었다.
정글과 바텀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커질수록 치트키가 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으니까.
['진찐자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그냥 님 성장만 보고 달리는거 어떰?
음,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긴 했다.
지금 상태로 스노우볼이 구르면 사실상 지는 것으로 확정이니까. 차라리 최대한 빨리 내가 20레벨을 찍어?
> "아 조졌다."
> "예상된 결말로 가는 느낌인데"
> "아니 일반전은 왜 밴 못하냐고"
팀 분위기도 꽤 가라앉았다. 아, 모르겠다. 인생은 지르는 거지.
"다음은 헤츨링을 컷, 다음에 내려가는 길목에서 다시 여왕개미"
무조건 내 경험치 효율만 보고 정글을 돌았다.
아군 전체에 보상이 가는 바텀 근처의 정글은 가지도 않았다.
심지어 다른 라인의 미니언들까지 죽여가며 경험치를 챙겼다.
> "정글 뭐함"
> "뭐야 정글님 레벨 갑자기 15인데?"
> "그 잠깐 동안 5가 오름?"
사실이었다. 방금 신검합일의 레벨이 4가 된 직후였다.
그리고 레벨 4부터는 원거리로 정글링이 가능해지는 시점이다.
'느낌이 좋은데.'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 수월해진 것 같았다.
설마 아까 했던 베기의 경험 때문인가?
"그래도 바텀쪽 몬스터는 여전히 어렵네."
원거리로 공격해도 포카님의 마법에 막혀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가끔은 포카님의 반격이 날아와서 오히려 내가 위험할 지경이었다.
[아군 방어기지가 파괴되었습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현재 플레이어들의 레벨 상태를 살폈다.
역시나 벌써 포카님이 최대 레벨에 도달해 있었다.
[포카버터칩(바텀) lv20]
"너무 늦으면 안 돼."
마음이 급해졌다.
지금 나의 레벨은 18이다. 20레벨에 도달하려면 레벨업이 2번이나 필요한 상태였다.
'조금만 더 빨리!'
[레벨이 올랐습니다. 에델 20이 지급됩니다.]
[고유스킬 '천마신공'이 lv5가 되었습니다.]
"이제 하나만 더!"
하지만 그 생각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포카님의 마법 세례에 그대로 즉사했기 때문이다.
꽤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피하는 것은 무리구나.
> "하 미치겠네."
> "이거 가망 있긴 함?"
> "아니 이걸 사네?"
다른 아군들은 최대한 적 미니언들을 죽여서, 최종기지의 체력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좋아 부활. 아이템 사고."
당연히 구매한 아이템은 저번 게임에서도 구매했던 기회의 물약이었다.
이거라면 금방 레벨업 하고 돌아와서 싸울 시간까지 유지 시간이 남겠지.
"다들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마력을 낭비하듯 최대한 빠르게 맵을 돌기 시작했다.
몹들의 리젠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레벨 하나를 올리는 것은 그렇게 많은 경험치를 요구하지 않으니까.
"간다!"
레벨20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전투기지 앞으로 순간이동 했다.
지금은 이런 곳에 사용하는 마력 정도는 아깝지 않았다. 시간이 더 중요하지.
"포카님!"
"어, 하얀별님 안녕하세요. 꽤 거친 인사네요."
아니 아까 보는 족족 죽이신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 ㅋㅋㅋㅋㅋ
- 자기는 죽였으면서
- 그건가? 잠시도 못 버티는 버러지는 인사도 필요 없다.
-ㄹㅇㅋㅋ
- ㄹㅇㅋㅋ
- ㄹㅇㅋㅋ
"아니 다들 레알큭큭 좀 그만해요. 엇!"
"흠, 채팅창 볼만큼 여유가 있어 보이셔서. 그런데 아닌가 보네요."
"읏...."
그러게, 왜 마왕을 앞에 두고 방심을 하는 거야?
정신 차리자, 상대는 마왕이다. 최선을 다 해도 이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꽤 마법 활용이 익숙해지셨네요. 일주일 만에 그 정도로 실력이 올라갔으니 칭찬할 만해요. 저는 첫날부터 그 정도는 했는데, 이게 가르쳐 보니까 그런 경우는 없더라고요."
진짜 재능충 미쳤냐고, 그게 말이 되는 속도야?
"흡!"
간단히 계산해본 결과, 아무리 쿠파가 20레벨이어도 계속 궁극기를 켜고 있는 내가 수치상으로는 압도한다.
포카님의 마력 효율을 생각하면 별 차이가 아니지만, 포카님이 일반적인 피지컬만큼은 나보다 못하니까 그렇게 밀리진 않을 터였다.
그리고 아까 검신과의 싸움으로 경험한 것이 있는 만큼 가능성 자체는 있다고 생각했다.
"뭐야 그거 밖에 화력이 안 나와요? 아이템 쓰고 그 정도면 나랑 동급밖에 안 되는데?"
시간이 겹쳐질 때, 내가 최고의 화력을 낼 수 있는 단 1초의 시간이 오면...!
"흐랴압!"
다시 한번 아까의 이미지를, 아니다. 이제는 그 이미지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는 경험이 있다. 이미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경험이 있다.
이제부터는 그저 그것을 재현만 하면 끝.
"베기!"
내가 휘두르는 검에서 엄청난 마력이 폭발했다. 하지만 그 폭발은 얼마 가지 못했다.
"칫."
쿠파의 궁극기에, 궁극기를 강화하는 포카님의 마법.
그 효율은 일순간 내 공격을 상회했고, 그대로 내 공격을 삼켰다.
어떻게든 남은 마력으로 여파를 막아내긴 했는데, 오히려 우리쪽 주변이 문제가 생겼다.
> "아니 여파에 휘말린다고죽어? 반피는 넘었는데?"
> "와 진짜...."
- 뛰는놈 위에는 나는놈 있다더니
- 쿠파가 쓰는 궁극기가 그거보다 강했네
- 진짜 리미트 풀리니까 쿠파 개쌤
- 미쳤네
- 일반전이 영드컵보다 화려하네
"역시 포카님은 괴물이네요. 포텐셜은 쿠파보다 제가 높다고 생각하는데, 이 정도로 밀리다니."
"맞아요. 굉장히 잘 만든 캐릭터에요. 그걸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하면 대부분은 믿지 못할 거에요."
나도 슬슬 천마라는 캐릭터가 생각보다 괜찮은 캐릭터라는 자각은 하고 있었다.
- ????
- 천마가?
- 물론 오늘 좀 대단하긴 했는데
- 너무 단점이 극명하지 않나?
- 근데 포카가 말하니까 신뢰도 오지네.
- 하긴 다이아 틈바구니에서도 20렙 결국 찍었잖아
- 왕귀형 정글이라니ㅋㅋ
나는 포카님과 대화를 하고, 때로는 공격을 부딪치면서도 계속 시간만 확인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포카님이 사용하는 쿠파는 쿨타임 감소 셋팅이 아니다.
즉, 내가 한 번 더 궁극기를 중첩해서 베기를 시도하면 포카님이 막아내지 못할 거라는 계산이었다.
'지금!'
궁극기 게이지가 없는 지금의 포카님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천마신공, 제2식"
그리고 중첩을 위해 궁극기를 발동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궁극기가 발동하지 않았다.
[쿨타임이 남은 궁극기입니다.(남은 시간 1초)]
잠깐만,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