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9화 〉6장 - 라스트 발렌타인(1) (29/182)



〈 29화 〉6장 - 라스트 발렌타인(1)

"다들 안녕하세요. 와, 월요일 밤! 다들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영전 방송을 마친 다음 날, 푹 휴식을 취한 뒤에야 방송을 켤  있었다.

별하
- 어제는 잘 쉬셨어요?
- 큐브온에 영전 언제 올라가요?
- 얀하~
- 별하~
- 교주님 안녕하십니까

채팅창을 보다가 궁금증이 하나 생겨서 시청자들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일단 어제는  잤어요. 근데 천마신교면 인사 뭐라고 해야 해요? 신도니까 신하?"

- 신하ㅋㅋㅋㅋ
아니ㅋㅋㅋ
그냥 평소처럼 스하 해주세요
- 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천하?

"천하? 아, 천마신교니까?"

- 천하
- ㅊㅎ
- ㅊㅎ
- ㅊㅎ

"이야, 단합 미쳤네. 오늘 할 게임을찾는 중인데, 뭔가 추천할 만한 게임 있나요?"

원래라면 할 게임을 미리 정해놓았을 텐데, 오늘은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러질 못했다.

- 영전은 더 안하시나요?
- 오늘도 영전?
- 너맞손 해보실?
- 로메 찍먹ㄱ?
- 아니면 오늘 출시한 라스트 발렌타인?
- 라발렌 하실?

"영전은 나중에 랭크전 열어 놓고 다시 하려고요. 라스트 발렌타인? 그건 무슨 게임이에요?"

- 엄청 많이 하던데
- 아 그건가 발렌타인?
- 라스트 발렌타인?
- 지금 스트리머들 엄청하긴 하더라
- 다들 엄청 기다렸지
그거 나왔구나. 계속 미뤄지더니

스트리머들이 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확인해보니, 실제로 다수의 스트리머가 라스트 발렌타인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오늘 출시했네? 뭐 하는 게임인데요?"

- 추리.... 능지겜이네
- 저번에 pv보는데 좀 쩔던데
- pv 큐브온에서 본 듯
- 스토리 스토어 신작?
- 거기 큐브용미연시 만드는 곳 아님?
-  라스트 발렌타인 하나요?
원래 발렌타인에 출시예정 아니었나?

"추리? 미연시? 그나저나 발렌타인에 나오려던  지금 나왔어?"

오늘이 4월 20일이니까 원래 계획보다 2달 이상이 미뤄졌다는 소리가 된다.

- ㅋㅋ2달이나 미뤄졌네
- 퀄리티 올린다고 계속 시간 쏟더라
- 지금이 4월인데ㅋㅋㅋㅋㅋ
- 4월이 발렌타인이냐구
- 그래도 평 좋더라
완전 이 갈고 나왔음

"가격도 평범한 편이네.어제 영전을 했으니까 오늘은 스토리 게임 하는 것도 좋긴 하겠다."

- ㅇㅋㅈㅁ
ㅈㅁ
- 존명
- ㅈㅁ
- ㅈㅁ~

저거 존명을 초성으로 치는  맞지? 뭔가 초성으로 보니까 다른 말 같네.

"자, 그럼 오늘 해볼 게임은 라스트 발렌타인!"

검색해보니까 회사의 전작들 평가도좋았고, 이번 게임에 공을 들였다는 평이 많이 있었다.

과연 이번에도 재밌으려나
- 근데 제목이 좀 공포겜 같음ㅋㅋ
- 미연시 느낌 강하던데
- 솔직히 갓겜임
- 스토리 스토어면 믿을만 하지
- ㄹㅇㅋㅋ

"공포게임은 아닐걸요? 아니, 겠지?"

애초에미연시 만들던 회사에서 갑자기 공포 게임을 만들 이유가....

[심리적공포]

큐브스토어에서 게임을 내려받는 중에, 게임 장르 태그에서 심리적 공포를 본  같지만 기분 탓일 것이다.

- 심리적 공포ㅋㅋㅋㅋㅋ
공포겜이었네
얀별님 오늘 또 운다
- 아 곰보겜은 어쩔 수 없지
- 꿀잼각ㅋㅋ

"아니야, 그냥 혹시나 해서 넣어둔 거겠지. 블엠도 공포겜 아닌데 심리적 공포 있잖아."

제발 블엠이랑 비슷한 수준이길 바라면서 게임을 실행했다.
만약 초반부터 공포게임의 분위기가 난다면 바로 꺼버릴 생각이었다.

"약관 동의하고."

그나저나 무슨 게임 이길래 풀다이브로만 접속해야 한다는경고창이 뜨지?
그리고 게임 실행할  이런식으로 약관을 따로 물어보는 게임은 처음인 것 같았다.

"브금 엄청 잔잔하다. 이게 어떻게 공포 게임이야. 시작하기 누르면 되는 거겠지?"

메인메뉴의 시작하기를 누르자, 이름을 입력하는 창이 나타났다.
이거 주인공 이름을 바꿀 수 있구나.

[이신애]

"하얀별로 바꾸고 진행할게요? 근데 여자 이름이네? 주인공이 여자인가 봐."

- 그런듯?
- 여주면 몰입 잘 되겠다
- 오호
- 근데 히로인도 여캐 아니었나
남캐도 있긴 했는데

이름을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자, 배경음이 페이드아웃하고 시야는 검게 물들었다.
다시 시야가 돌아오길래 주변을 둘러보면서 상황을 보려는 순간이었다.
콰강!
갑자기 번개가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다.

"꺄아악!"

정신을 차리고 확인해보니, 그냥 비가 오는 중이었다.
비가 와서 치는 번개였구나. 깜짝 놀랐네.

- 아
- 선생님 소리가 안들려요
- 내 귀가....
- 귀에서 뭐가 흐른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 소리가 안들려

"죄송해요. 천둥소리에 놀라서요. 시작부터 비가 오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금방 몸의 자유를 빼앗겼다.
뭐야, 시작부터 컷씬이 나오네.

「하아, 하아.... 소연아!」

비를 오래 맞아서 그런지, 온몸이 축축하고 기분 나빴다.
그렇지만 나를 이곳에 급하게 달려오게 한 원인이 바로 눈앞에 있었기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드디어 왔구나. 얀별아.」

- ?
- 와 이름까지 적용해서 부르네
- 엄청 자연스럽네
- 진짜 공들였네
몰입감 오진다
ㅗㅜㅑ목소리톤
- 주인공은 얀별님 목소리로 나오네?
게임 성능 무엇ㄷㄷ

「대체  여기에서....」

펜타임 빌딩 옥상.
나는 더럽게 높은 그 옥상 난간에 태연하게 걸터앉아있는 그녀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만 내려와. 위험해.」

내가 그녀의 바로 앞에 도달할 때까지, 그녀는 그곳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나를 기다렸다.

「얀별이 너는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널 좋아하는지.」

- 갑분 고백ㄷㄷ
- 공략이고 뭐고 시작부터 공략되어있네
- ㄹㅇ뭐지ㅋㅋㅋ
- 뭐지 레즈인가?
-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거야

「알아, 아니까 거기서 내려오라고!」

최대한 다가가서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손을 붙잡기는커녕,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난간을 걷기 시작했다.

「항상 얀별이 너는 그래. 너무 착해빠졌어.」

나는 난간을 걷고 있는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 그런 네가 지금의 나를 만든 거야. 나는 어리광쟁이니까.」
「제발....」
「얀별아, 잊지 마. 계속 시간이 흘러도 절대로 잊지 마. 내가 지금 죽는 건.」

그 순간, 그녀가 내 손을 뿌리치더니 조금씩 몸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소연아, 제발!」
「바로 너 때문이라는 걸.」

난간으로 뛰어들어 그녀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내 손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안돼에에!」

그리고 떨어지고 있는 그녀의표정은, 인정하기 싫은 정도로 너무 즐겁게 웃고 있었다.

 뭐야
미친년인가?
- ????
- 진짜 떨어졌어
- 아니 뭐야ㅁㅊ
- 프롤로그부터 왜 이래
- 웃는거 소름끼치네

그 이후로는마치 퍼즐 조각이 흩어지듯 주변이 무너지면서 컷씬이 끝났다.

"어라, 뭐야? 어? 으아악!"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무너진 맵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 아아악!"

나는 갑작스러운 부유감에 당황해서 눈을 질끈감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부유감이 사라지고, 감은 눈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왔다.
천천히 감았던 눈을 뜨자, 저릿할 정도로 눈이 부셨다.

"헉, 허억...."

- 아 야발꿈
- ㅋㅋㅋㅋㅋㅋ
- 지금 체험모드인데장난 없네
뭐야 이거
인트로 미쳤네
-  이제  게임인가?

게임을 시작한 이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특히 컷씬에서는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 처럼 감각이 너무 생생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이거 컷씬이다른 게임이랑 차원이 다르네. 방금까지 캐릭터랑 하나가 된 것 같았다니까?"

그나저나 여긴 또 어디야. 병원인가?
아, 병실 맞네.

"어우,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네. 방금까지가 프롤로그 같은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다가, 약간 이상한 감촉 때문에 아래쪽을 확인했다.
그런데 거기서 누군가가 머리를 기대고 자고 있었다.

"아, 깜짝이야."

- 아까 걔구나
- 이름이소연이었나?
천사같이 자네
- ㅗㅜㅑ
- 아까는 몰랐는데 귀엽네

[에피소드1: 병실]

이제부터 제대로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근데 설명은 하나도 없이 그냥 이렇게 진행하는 거야?
내가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게임에 대한 설명이 나타났다.

[메뉴 아이콘을 통해 게임을 종료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항상 자동 저장됩니다.]

"이거 그럼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하는 거야?"

- 에반데ㅋㅋㅋ
- 엔딩 잘못 보면 처음부터ㅋㅋ
- 아니ㅋㅋㅋㅋㅋ
- 난이도ㅋㅋㅋ
- 인터뷰에서 현실적인 게임이라더니ㅋㅋ
- 진실만을 말했네

[캐릭터에 말을 걸거나, 상호작용을 하려면 대상을 터치하세요.]

"이렇게?"

[깨우기]

"안 깨워도 되는 것 아니야? 이렇게 곤히 자는데."

['익명'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후욱후욱 잠자는 미소녀 후욱후욱

"으, 저 새끼가 기분 나쁘니까 그냥 깨울게요?"

- 아
 왜!
- 경멸ㅗㅜㅑ
- ㄹㅇ 지금 천사같은데ㅠ
- 깨면 아까처럼 무서우려나
- 포상ㅗㅜㅑ

「웅? 우응.... 좋은 아침.」

눈을 비비며 깨어난 소연이는 배시시 웃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항상 말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해.」
「싫거든,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얀별이 앞에선 이럴 거야.」
「그래, 그래. 아, 맞다 물어볼  있어.」

그리고  순간 선택지가 나타났다.
벌써 선택지가 나오네.

[나는 왜 입원한 거더라?]
[너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음, 뭐라고 하지."

- 깨어나도 천사였네
- 귀엽다
- 입원한 이유를 본인이 모르면 안되는거 아님?
흠, 뭔가 좀 걸리긴 하는데
- 일단 2번?
- 입원한 이유를 알아야 하긴 하는데.

설마 초반 선택지부터 엔딩이 갈리지는 않겠지.
일단은 아래가 자연스러우니까 아래로.

「너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거야?」
「어제 네가 입원했다는 소식 듣고 바로. 몸은 좀 괜찮아?」
「아마도. 그런데 기억이 조금 애매해.」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며, 혹시 머리 다친 건 아니지?」
「음, 의사한테 물어봐야지. 큰 통증이 있는 건 아니야.」
「의사는 별문제 없다던데? 맞다, 여기 휴대폰. 간호사가 전해주랬어.」

- 뭐야 알려주네
- 양쪽 전부 비슷하게 가나봄
- 이거도 병원간 이유 알려주네
- 계단에서 떨어졌네
- 휴대폰이다

"음, 이제 뭘 해야 하지. 정보를 모아야 하나?"

하지만 휴대폰을 받으려고 하자, 다시 선택지가 나왔다.

[나 음료수 좀 사다 줄래?]
[좀 나가 있어 줘.]

"이건 무조건 앞이지."

- 갑자기 병문안 왔더니 NAGA하면ㅋㅋ
- NAGAㅋㅋㅋㅋ
- 선택지ㅋㅋ
아래 하면 레전드인데
내보내야하나 봄

「나 음료수 좀 사다 줄래?」

소연이는 나에게 휴대폰을 주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 금방 다녀올게. 쉬고 있어.」
「응.」

그녀는 나와의 대화가 끝나자,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병실 밖으로 나갔다.

"이제야 자유네."

이제 주변  살펴봐야지.
일단 가장 많은 정보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건, 방금 받은 휴대폰이었다.

"뭐야, 잠겨있네?"

비밀번호를 어떻게 열어야 하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지문인식으로 열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앱은 생각보다 적네. 일단 메모장은 비어있고...."

휴대폰을 살피다가 캘린더어플에 들어가자 특이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달력에 뭔가 적혀있네?"

달력은 대부분 비어 있었는데, 2월 1일에는 꽤 긴 텍스트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는 내용 없이 알람만 되어 있었다.
게임 제목이 라스트 발렌타인인 만큼 발렌타인데이에 뭔가 있는 모양이었다.

"오늘 날짜가 2월 2일이네. 그럼 어제?"

- 콩콩
- 확인ㄱㄷㄱ
- 일단 그거 읽어보면 알듯
- 다른 힌트도 없는 것 같은데
- 일단 읽어보죠

"결국다시 돌아왔다. 다시 소연이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좀 나아진다. 하지만 여전히 다가오는 2월 14일이 무섭다. 나는 모든 현실을 인정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 이게 대체 뭔 소리야
- 일단 2월 14일에 뭔가 일어나겠네
근데 저걸 어떻게 미리 
- 흠
이거 그거 같은데

감이 잡히지 않아서 채팅창을 보면서 고민하다가, 돌아왔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잠시만...."

돌아왔다는 것이 시간이라면?
2월 14일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는 것이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왔기 때문이라면?

"아!"

이 게임,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