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6장 - 라스트 발렌타인(3)
전기 스파크가 튀어서 위험한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문제가 있기는 한지, 계속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망가진 건가? 저거 그냥 만지면 죽을 것 같은데.
"아, 놀라라. 죄송해요."
- 왜 뭐만 보면 놀라요
- 귀 아파
- 귀에서 뭐가 흐르는데
- 교주님 이거 곰보겜 아니에요
- 아ㅋㅋㅋㅋ
"아, 알아요. 그런데 이거 어디부터 건드릴지 감이 안 잡히는데요. 도와줘요 이과들!"
잘못 만지면 뭔가 터질 것 같았다.
심지어 기계 장치가 많으니까 뭐부터 건드려야 할지 굉장히 망설여졌다.
발로 한 번 찬다고 고쳐져서 스파크가 나오지 않을 리도 없고.
- ㅋㅋㅋㅋㅋㅋ
- -문-
- 일단 저대로 만지면 감전되니까 차단기부터
- 차단기 찾아서 전기부터 내리세요
- 문과가 또....
"차단기요? 흠, 그렇게 들으니까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컴퓨터로 했던 퍼즐 게임들은 상호작용이 제한적이라 전부 클릭해 보면 감이 잡힌다.
하지만 큐브의 퍼즐 게임은 너무 현실적이라서 뭐가 어디 있는 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채팅창을 보니, 차단기는 벽 안이나 벽에 붙은 상자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 있었다.
"어, 이건가? 뭐야 아니네."
덜컹거리는 문을 열었지만, 거기 차단기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자그마한 물건들이 들어있는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는 있었다.
- 챙깁시다
- 뭐지 회로기판 같은데
- 저거로 고치는 건가?
- 엌ㅋㅋㅋ
- 난이도ㅅㅌㅊ
"챙기긴 했는데, 대체차단기는 어디 있는 거야?"
대부분 둘러봤지만, 컴퓨터만 잔뜩 있을 뿐이고 차단기는 보이지 않았다.
"옆 방 가볼게요. 아까 보니까 문 하나는 그냥 열리던데."
내 기억이 맞았는지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이 방에는 차단기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거 추리 태그가 방탈출이라는 이야기였네. 나한테는너무 어렵다."
- 아 기적의 시야ㅠㅠ
- 전작은 맨날 연애만 했는데
- 새로운 시도ㅇㅈ
- 이런거 처음 만든 것 치곤 퀄 좋다
- 연애도 중요하다고 하던데
- 흠ㅋㅋㅋ
능지는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뭘 찾아내는 능력이 부족했다.
이런 부분은 경험상 루냐님이 잘하는데.
"책상에 메모장은 있는데 이미 찢어져 있네. 누가 가져간 건가?"
아까 병실에서 발견한 메모들과 대조해 보니까 딱 맞았다.
원래 내가 연구소에서 나왔던 거구나? 그 메모들은 여기서 작성했던 거고.
"근데 원래 차단기가 방에도 있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말로 문 쪽에 작은 문을 열었더니 차단기가 있었다.
"차단기쨩 보고 싶었다고!"
- 우욱
- 역겹도르
- 교주님 정신 차리십시오
- 교주님이 환술에 걸리셨다
- ㄴㄷㅆ
- 역겨움ON
"뭐, 저는 기쁨의 감탄도 못 합니까?"
솔직히 반쯤 정신을 놔서 개소리를 막 지르고 있었다.
뭘 찾을 때마다 이러면, 이 게임 나중에 가면 어떻게 진행해야 하지?
"이거 전체 끄면 안 될 것 같은데. 저 현관 왼쪽 고장난 위치가 뭘까요?"
[전체/중앙시스템/연구동A/연구동B/-]
- 아까 거기가 가운데면 중앙?
- 아까 스파크 튀는 옆에 연구동A 있던데
- 연구동B는 이미 꺼져있네
- 연구동A 아니면 중앙?
흠, 생각해 보면 중앙시스템은 끄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름이다.
그럼 연구동 A를 꺼보는 쪽이안전한 거 아니야?
연구동의 경우 연구동B는 이미 꺼져있는 걸 보면, 연구동A를 끄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럼 연구동A부터 꺼보고, 스파크가 그대로면 중앙시스템 꺼볼게요."
연구동A의 차단기를 내리고 밖으로 나갔더니, 이제 스파크가 튀지 않고 있었다.
저기가 연구동A가 맞았구나? 다행이네.
- ㅇㄱㅇ
- 드디어 껐다
- 이제 고치고 켜야 하네
- 근데 괜찮을까
- 설마 정말 기술로 고치겠어
- 미니게임이겠지
"저도 믿어요. 분명 미니게임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스파크가 튀고 있었던 부분을 열었지만, 회로 부품이 그대로 드러났을 뿐이었다.
미니게임이 켜질 것 같은 낌새의 메시지 하나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니 너무 현실적이잖아! 원래 이런 상황은 미니게임이 당연한 것 아니야? 난 기계는 때려서 고치는 것 말고는 몰라."
- 네 다음 문과
- 그냥 교체만 하면 되는데
- ㄹㅇ고장난 부품만 바꾸세요
- 저기 살짝 그을른 부분이 고장난 듯?
- 이건 문과도 가능
- 블럭 한다고 생각하세요
"문과도 가능한 것 맞죠? 믿습니다?"
아까 찾았던 상자를 열어서 거기 있던 부품들을 확인했다.
회로기판부터 자그마한 부품들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블럭 맞추기를 한다고 생각하라고 했지?
"이렇게 하면 빠지나? 오 빠진다. 그리고 똑같은 것으로 바꾸고...."
기존에 있던 부품들 대부분을 박스에 있던 새 부품으로 대체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겠지?
"이건 드라이버로 풀어야 하는데? 아, 저기서 본 것 같다."
컴퓨터 옆에 있던 드라이버를 찾아서, 부품을 대체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잘하고 있는지 감이 잡히질 않아서, 채팅창을 계속 훔쳐보면서 진행했다.
"다 했다. 이제 차단기를 켜면...."
모든 작업을 마치고 차단기를 켜자, 이젠 스파크 대신 은은한 빛이 문에서 흘러나왔다.
"이렇게 다음 맵으로 가는 방식이네. 아, 익숙한 이 방탈출의 느낌...."
- 익숙하면 잘 좀 해봐!
- 답답해 죽겠네ㅋㅋㅋ
- 왜 물건을 그렇게 못 찾는거야
- 다른데는 벌써 과거로 갔던데
"아 스포 다음부터는 밴이에요. 물론 흐름상 과거로 가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뜬금없이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잖아요."
연구동A의 문으로 들어가자, 아까와는 다르게 커다란 장치 하나와 컴퓨터가 있었다.
그리고 컴퓨터에는 암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이번에는 비밀번호를 찾는 거네. 또 안에서 힌트를 찾아봐야 하나?"
연구동A를 살펴봤지만, 힌트로는 그럴듯한 것이 없었다.
음, 생각해 보니까 아까 차단기 켠 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지.
혹시 거기에 힌트가 있으려나?
"오 책상 밑에 뭔가 있다. 이번엔 빨랐죠?"
- 아까 못 보고 지나친 시점에서....
- ㄹㅇ아까 채팅으로 말해준 것도 못 봤잖아
- 바닥에 뭐 있다고 누가 했음ㅋㅋ
- 기적의 시야....
- 능지는 괜찮은 것 같은데
"아, 다들 조용히 해요. 어? 이거 생일 선물인가 봐."
[Happy Birthday.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딸 소연이에게, 2015년2월 15일.]
아무래도 소연이의 아버지가 소연이에게 주려던 생일 선물 같았다.
5년 전에 실종되었다고 한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선물을 전해주기 전에 실종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지.
"비밀번호 0215라고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
- 아 생일
- 딸 생일이 비밀번호일 가능성 있지
- 생각해 보면 들어오는 것도 소연이 지문임ㅋㅋ
- 아버지가 딸을 사랑했었던ㅠㅠ
- 박사님ㅠㅠ
- 존명
나는 연구동A로 돌아가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그러자 비밀번호가 풀리면서 화면이 바뀌었다.
[새로운 단서: 시간여행]
"오, 저기 누우면 되는 건가?"
암호를 입력하자 큐브와 비슷하게 생긴 기계의 문이 열렸다.
저기 들어가면 시간여행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가즈아!"
타임머신에 눕자, 이동 가능한 목록으로 보이는 글자가 나타났다.
[2020년 2월 1일....]
선택지가 하나뿐이면 그냥 안 물어봐도 괜찮지 않나?
'음, 잘 모르겠네. 내가 너무 효율성만 생각한 건가?'
글자를 누르는 순간, 갑자기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아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갈 때와는 다르게, 잠시 주위가 깜빡거리고는 끝이 났다.
"뭐야, 끝난 것 맞나?"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는데, 주머니에 있었던 휴대폰이 보이질 않았다.
'아까 주머니에 넣어 놨는데?'
주변을 둘러보자, 컴퓨터 앞 책상에 휴대폰이 놓여있었다.
아, 내가 과거로 온 상황이니까 당연한가?
"오 휴대폰 보니까 2020년 2월 1일이라고 되어 있어."
정말 과거로 돌아왔네.
이제 소연이가 왜 죽는지를 알아내서 막으면 되겠다.
"이제 나갈게요."
연구동A를 나가는데, 갑자기 컷씬이 시작되었다.
뭐야, 왜 여기서 컷씬이 있어?
「어, 악!」
바닥에 떨어져 있던 무언가에 발이 걸려서 넘어졌다.
방금 뭐에 걸려서 넘어진 거지?
"이거 뭐지? 카드키? 아무것도 안 적혀 있네. 이거 설마 연구동B 열쇠인가?"
혹시나 해서 연구동B에 카드키를 가져다 댔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뭐야, 애초에 전기가 안 들어오네?
"잠시만요, 이거 차단기 내려가 있나?"
방에 들어가서 차단기를살피자, 연구동B만 내려가 있었다.
아까도 연구동B는 차단기가 내려가 있었기에 금방 생각해낼 수 있었다.
팟!
연구동B의 차단기를 올렸더니, 갑자기 연구동A의 차단기가 내려갔다.
설마 한쪽만 켤 수 있는 형태인가?
"연구동B 가보겠습니다. 아까 보니까 바로 밖으로 나갈 수는 없더라고요."
- ㅇㄱㅇ
- 연구소 끝난게 아니구나
- 돌아와서도 살피는게 있네
- 연구동B엔 뭐가 있는거지
- 그래도 좀 스무스한 느낌 조와요
- 편안
연구동B 문에 카드키를 가져가자 문이 스르륵 열렸다.
여기는 예상 그대로네.
그런데 여기에 뭐가 있길래 꼭 확인하게 되어 있지?
"와 진짜 싫다. 여기도 파밍 해야 하는구나."
연구동A와 다르게 컴퓨터가 켜져 있지 않았다.
여기서는 컴퓨터를 켜는 것도 퍼즐 요소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한 편에 있는 금고는 열쇠 구멍이 여러 개가 뚫려 있었다.
"딱 봐도 하기 싫어지는데.... 어라, 잠시만요, 바닥에 열쇠 하나 떨어져 있어."
- 오우
- 왠일이지
- 지적하려고 했는데 먼져 봤네
- 제발 이대로만 가자
- ㅋㅋㅋㅋㅋㅋㅋ
- 느낌 좋다
그나저나 저 금고는 뭐가 들어있는 거지?
무슨 금고가 열쇠에 비밀번호까지 요구하는 거야?
연구동B의 금고는 열쇠를 세 개 넣고, 그 열쇠를 돌리면 비밀번호를 맞출 수 있는 형태로 되어 있었다.
이미 열쇠 하나는 금고에 들어가 있으니까, 방금 찾은 것까지 생각하면 하나만 더 찾으면 되겠네.
"어?"
바닥에 있던 열쇠를 줍고 책상을 확인하는데, 책상에는 널브러진 종이와 두꺼운 영어로 된 원서가 있었다.
원서를 읽는 것은 당연히 무리니까 한 쪽으로 밀어두고, 종이에 적힌 내용을읽기 시작했다.
"시간을 돌리는 것을 연구소 밖에서 시도할 수 있도록 시작한 프로젝트가 막바지에 도달했다. 프로토타입인 넥밴드와 어플리케이션을 연구동A에 등록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은 해놓았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물건을 쓰면, 연구소 밖에서도 시간여행이 가능해지는 모양이다.
이게 세이브랑 로드를 대체하는 기능이겠네.
"사실상 이제까지가 튜토리얼이라는 소리네...."
튜토리얼 오지게 기네.
지금부터는 여기 있는 넥밴드로 계속 시간을 돌려가면서, 소연이를 구할 방법을 찾는 것이 주요 포인트가 될 것 같았다.
"제대로 동작 테스트를 하지 못하고 다음 프로젝트로 넘어가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새 프로젝트가 더 중요하니 한동안 연구동B에 돌아올 일은 없을 것 같다."
- 테스트 안했네ㅋㅋ
- 게임이니까 잘 되겠지만....
- 갑자기 쓰면 사망하고 엔딩 뜨면ㅋㅋ
- 에이 설마ㅋㅋㅋ
- 그럼 레기드ㅋㅋㅋㅋ
"그런 똥겜이 어디 있어.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야 하면, 역시 컴퓨터도 켜야 하네."
의외로 컴퓨터를 켜는 것은 쉽게 해결했다.
책상 서랍에 박혀있던 멀티탭으로 전원을 연결하는 것이 작업의 끝이었으니까.
컴퓨터의 비밀번호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0215였다.
"이거 안 열리는데, 열쇠도 없고."
연구동B 구석에 있던 캐비넷 하나가 잠겨있고, 열쇠도 보이질 않았다.
음, 혹시 열쇠가 다른 방에 있을 수도 있나?
아까 내가 확인한 건 미래니까 지금은 다른 물건이 있을 수도 있잖아.
- 힘으로 부수자
- ㅋㅋㅋㅋㅋㅋ
- 마법으로 부수실?
- 미친놈들아ㅋㅋㅋ
- 불가능할 것 같진 않은데
- 자유도가 좀 높긴 하지
"마법은 마력이 없는 게임이라 못써요. 힘? 그래 힘으로 부숴본다. 일단 이거 넘어트려 볼게요."
캐비넷이 완벽하게 고정된 건 아니라서, 힘을 줘서 당기니까 그대로 기울어졌다.
쾅!
시끄러운 소리가 나면서 캐비넷이 쓰러졌다.
"아 죄송해요. 생각보다 소리가 더 크네."
뭐, 분명히 다른 방법이 있겠지.
그래도 이런 시도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해본 것이었다.
"어?"
이 난리를 쳤는데 캐비넷이 멀쩡한 것은 납득이 갔다.
그런데 캐비넷이 있던 자리 아래에열쇠 구멍이 하나 더 있는 것은 좀 많이 당황스럽네.
"여기도 길이 있나 봐! 이 게임 선 넘네."
- ㅋㅋㅋㅋㅋ
- 대체 이 챕터에서 시간을 얼마나 써야
- 개웃기네
- 성공한 건 없는데 일은 늘었어
- 저건 또 무슨 문이야ㅋㅋㅋ
"일단 캐비넷 다시 세워놓을게요. 흡!"
캐비넷을 세운 뒤에는 문을 잡고 쾅쾅 흔들었다.
이 정도면 그냥 열려줄 때가 되지 않았나?
콰득!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굉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오 열렸어! 여러분 봤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걸 진짜로?
- 미쳐버린 갓겜ㅋㅋ
- 힘으로 부숴버리네
- 아니 열쇠를 찾으라고ㅋㅋ
"열렸으니까 된 거지. 여기에 마지막 열쇠 들어있네. 이제야 다 찾았다."
문제는 비밀번호다.
0215는 아닌 것이, 비밀번호가 3자리인데다가 알파벳이 입력이 가능한 형태였다.
"이런 비밀번호 있으면 꼭 이상한 걸로 해보는 사람 있는데. 특히 이거 해볼 듯?"
[S E X]
나는 당당했다.
이런 것 있으면 꼭 해보는 사람 있잖아?
안 될 게 뻔한 답을 적어서 내는 식의 장난.
- ㅋㅋㅋㅋㅋㅋㅋ
- 야스는 어쩔 수 없지
- 세글자는 야스 국룰이지
- 미치겠네ㅋㅋㅋㅋ
- 야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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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크흠, 그럼 다음은...."
금고에 끼워진 열쇠에 손을 가져갔다. 또 다른 웃긴 3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해 볼 생각이었다.
딸깍!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열쇠를 붙잡았는데, 갑자기 금고에서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렸다.
"엥?"
그리고 그대로 금고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