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화 〉6장 - 라스트 발렌타인(4) (32/182)



〈 32화 〉6장 - 라스트 발렌타인(4)
상상하지도 못한 상황이 현실로 일어나자, 나는 한동안 멍하니 금고를 바라보았다.
지금 뭔가가 일어났는데?

- ?
- ???
- 아니ㅋㅋㅋㅋ
- 이게 왜 열리는데
- 게임 제작자님?
- 이 게임 정말 괜찮은 건가?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잠깐만요. 이게 왜 정답이야!"

솔직히 그걸 입력해  나도 나지만, 일단 왜 정답이 SEX인지라도 알아야겠어.
나는 열려있는 금고를 놔두고, 주변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 다 열었는데 뭐해요
- 설마 왜 야스인지 보는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
- 찍어서 답이 맞아서, 놀라서 문제를 찾네
- 아니 레기드ㅋㅋㅋ

책장에 있던 책을 모두 뽑아내자, 그 책장 뒤쪽에 무언가로 긁어서 만든 글귀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책상에 있는 영어 원서의 이름이었다.

"총 메모가 4개고, 그중 하나는 이 책 이름이야. 그럼 남은 메모는...."

[327.12.16]

남은 메모는 각기 이런 식으로 되어 있었다.
결과적으로 327p의 12번째 줄, 16번째 글자가 답이라는 뜻이었다.
그럼 결국 정답은 S, E, X가 맞았다.

"진짜 이게 답이네. 왜 이게 답이지?"

['간신'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다른 방 보고 왔는데 랜덤인듯

이게 랜덤으로 정해지는 비밀번호라고? 그럼 게임 스토리랑은  관련이 없겠네?
그런데 랜덤으로  SEX가 가능한가? 이거 확률 주작 아니야?

랜덤ㅋㅋㅋㅋㅋ
- 랜덤인대 야스ㅋㅋㅋ
- 와 야한별님 실력ㄷㄷ
- 뭐가 달라도 다른 야한별
- ?ㅋㅋㅋㅋㅋㅋ

"야한별이라뇨. 자꾸 그러면 다 혼내준다?“

포상ㅗㅜㅑ
- 저요 저
- 혼내주세요 누나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야한별ㅋㅋㅋ
- ㅗㅜㅑㅗㅜㅑ

다들  만난 물고기처럼 날뛰고 있었다.
물론 나도 빌미를 주긴 했지만,오늘따라 더 심한  같은데.

['간신'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스위치 클립)

「드디어 다 풀었다. 이거 순서를 모르니까 다 해봐야 하네.」
「열렸다. 결론! 정답은wls!」
「어? 잠깐만 야! 이거 뭐야!」

"wls가 뭐더라? 아 찐이구나? 아니, 풉...."

왜 비밀번호가 다 이런 식이야?
게임의 개발자가 노리고 장난을 쳤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대체 나오는 비밀번호 종류를 어떻게 설정해 놓은 거야?

찐ㅋㅋㅋㅋㅋ
- Wlsㅋㅋㅋ
- 후기 보니까 다 말이 되는 단어네
- 의미 있는 3글자 중에 랜덤?
- 그런 것 같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뒤늦게 비밀번호의 이유를 알고 나니 조금 허탈해졌다.
물론 날아온 클립 때문에 좀 웃기긴 했지만....

"어휴, 다음으로 진행이나 하죠."

아까부터 열린 채로 방치되었던 금고에서 넥밴드를 꺼내고, 컴퓨터에 휴대폰을 연결해서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혹시나 해서 아까 봤던 캐비넷 아래의 열쇠 구멍에 맞는 열쇠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역시 그건 찾지 못했다.
나중에 열쇠를 찾게 될지 모르니 사진만 찍어서 남겨두기로 했다.

"이제 연구동B는 끄고 연구동A로 가야겠다."

연구동A에 도착해서, 넥밴드를 장착한 상태로 휴대폰을 컴퓨터에 연결했다.
그러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새로운 단서: 휴대용 시간여행]

- 드디어 끝났다
어게이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 이제부터 다시 소연이 보나?
- 벌써 소연이 보고 싶다
- 가즈아

연구소를 모두 확인한 이후에는 밖으로 나가서 집으로 향했다.
소연이가 아직 죽지 않은 시간대니, 소연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겠지.

「어, 얀별아 왔어? 밥 먹을래? 아니면 목욕? 그것도 아니면....」

헛소리를 내뱉는 소연이를 그대로 끌어안았다.
살아있는 소연이다. 아직 살아 있어.

「소연아.」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사람 무안하게.」
「고마워.」

 자리에 있어 줘서.
아직 내 곁을 떠나지 않아 줘서 고마워.
이번에는 절대로 널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

「밥 먹자. 밥.」.
「응.」

집 안에 들어서자 밖이랑 다르게 따뜻하게 덥혀져 있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 했는지 따뜻한 저녁밥이 빠르게  위에 차려졌다.

「맛있겠다. 혼자 다 준비한 거야? 오늘 일이 있어서  나갔다 왔는데.」
「요즘 실력이 많이 늘었거든. 자신 있는 것들이니까 믿어도 괜찮아.」
「잘 먹을게. 고마워.」

[에피소드3: 적응기]

컷씬이 끝났는데도, 나는 차려진 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멍해져 있었다.
이게 정말 가짜라고 해도, 그 가짜에 담긴 온기가 너무 마음에 와닿았다.
반찬을 둘러보면, 어릴  내가 좋아했던 것들로 가득했다.
특히 군대를 마친 이후에 혼자서 살아가기 시작한 이후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
누군가가 나에게 차려준 밥이라는 건,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게임에 필요 이상으로 과몰입하는  좋지 않다.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빌어먹을 게임은 나를 그냥 내버려 두려 하지 않았다.

"맛있어...."

내가 아는 그때의 좋아하던 맛과 똑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때보다는 지금의  취향에  맞춘 음식들이었다.
반칙이었다. 이건 너무 치사했다.

- 뭔가 드립을 치고 싶은데 그러기엔 너무 훈훈해
- 늘 나에게 밥을 해줬어
- ㅠㅠ
과몰입ㄴ
- 지금 건드리면 울 것 같은데
- 울지마
- ㅠㅠㅠ

"미안해요. 누가 차려준 밥은 오랜만이라서, 순간 울컥했네. 진짜  게임 만든 사람들 너무하네."

이런 히로인을 미워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겠는가.
나를 생각해주고, 내 취향을 맞춰서 감동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죽는 것을 막아야 한다니, 이건 과몰입할 수밖에 없잖아.
내가 밥을 먹고 있어도 소연이는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왜 발렌타인데이가 되면 그녀는 죽는 것일까.
물론 게임을 만든 사람들이 그렇게 설정해서 죽는 것이겠지만, 게임 내에 그녀가 죽는이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내가 알아내야 하는 것도 그런 것이고.

- 먹방ㅋㅋ
- 자연스럽게 이걸 먹방으로
- 왜캐 맛있게 먹음
- 이거 개맛있는데
- 체험 모드 하러 간다
- ㄹㅇ큐브 켠다
- 아 구독 고민되는데ㅋㅋ

"아 맞네. 이거 진짜 맛있거든요? 큐브 가능하신 분들은 체험모드 오세요."

['알음알음'님이 17명에게 구독권을 선물하셨습니다.]

"어, 뭐야. 알음알음님 구독권 선물 감사합니다. 와 17개야. 정말 감사합니다."

- 산타 무엇ㄷㄷ
- 당장 큐브 켠다
산타^^7
- @알음알음님 구독권 선물 감사합니다.
- 와 17개ㄷㄷ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실제로 체험 모드 인원이 늘어났다.
그나저나 되게 맛있네.
최근에도 밖에서  먹거나 즉석식품만 먹었지, 누가 밥을 해준 적은 없어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예전에는 돈이 부족해서 라면만 먹고 그랬으니까.'

혹시 상호작용이 가능한 것인가 해서, 소연이를 건드리자 선택지가 나타났다.

[맛있다. 정말 고마워.]
[왜 넌  먹어.]

"흠, 이제 시간 되돌릴 수 있으니까 막 던진다."

「왜 넌  먹어.」
「얀별이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
「헛소리하지 말고 좀 먹어. 맨날 말라서 보기 안쓰러워.」
「나는 평소에 충분히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알았어, 먹을게.」

소연이는 그제야 그녀 앞에 있던 수저를 집어 들었다.
그녀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음식을 마저먹기 시작했다.

"흠, 별  없는데. 한 번 시간 돌려볼까?"

- ㄱㄷㄱ
궁금하긴 했음
그냥 평범하게 세이브 로드인가?
- 근데 세이브는 딱히 안한 것 같은데.
- 흠 어렵네

[되돌리기/상세설정]

"의외로 간단하네. 되돌리기를 누르는 거겠지?"

이런 부분에선 게임 같은 설정이었다.
고증보다는 플레이어의 편의성을 고려한 디자인이니까.
흠, 그런데 앱에 스킵하는 기능은 없네. 과거로 돌아갈 때만 쓰는 건가?
되돌리기 버튼을 누르자 잠깐 이질감이 느껴지더니, 보고 있던 광경이 바뀌었다.

[맛있다. 정말 고마워.]
[왜  안 먹어.]

"어, 선택지로 돌아왔다. 이런 식이구나."

- 밥 다시먹기 가능ㅋㅋㅋ
- 계속 먹을 수 있네ㄷㄷ
- 갓겜 바로 설치하러 간다
- 무한리필ㄷㄷ

"그런 생각은  해봤는데. 여러분 먹는 걸 되게 좋아하시네요.  돼지들."

- 팩트밴
- 법규법규
ㅋㅋㅋㅋㅋㅋ
교주님 닥쳐 이 돼지들아 라고 해주세요
- 스수 업계에서는 포상입니다
- ㅋㅋㅋㅋㅋㅋㅁㅊ

응 꺼져. 안 해줘.
아까 아래 선택지는 봤으니까 이번에는 위쪽 선택지를 확인해 봐야겠네.

「맛있다. 정말 고마워.」
「무슨 일 있었어? 오늘따라 얀별이 이상하네.」
「아무것도. 맞아 내일 어디 놀러 갈래?」
「갑자기? 음, 그럼 디저트라도 먹으러 갈까?」

디저트라고 하면 분명 베리베리 어쩌고 하는 카페를 말하는 것 같다.
거기서 주혁이가 알바를 하고 있었지.

「너 또 주혁이 알바 하는  습격하려는 거지.」
「히히, 솔직히 당황하는  보면 귀엽잖아. 그리고 거기가 내가 가본 디저트 카페 중에선 제일 나아.」

[그래 가자.]
[그냥 집에서 둘이 있자.]

"이거 둘 다 이벤트 같은데. 냠."

음, 이 계란말이맛있네.
이거 게임 분량이 꽤  모양이다. 벌써 선택지로 이벤트가 갈린다니.

- 집에서 둘이ㅗㅜㅑ
- 근데 주혁이랑 이야기 좀 해봐야 하지 않나
- 나가면 디저트 먹방 가능
- 디저트 좋지
- 이 게임 장르가 먹방이었어?
-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제가 먹는 동안 투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선택하기 귀찮기도 하고, 영 선택이 별로면 되돌리면 되고."

- 이걸 우리한테 떠넘기네
- 무조건 둘이서 집이지ㄹㅇ
- 남캐는 별로 안 중요함ㄹㅇ
- 아니 이건 디저트지  넘네
- 남캐는 상관없는데 디저트는 먹어야지ㅋㅋ

와 이거로도 불타네. 그나저나 싸우지 말고 투표를 하라고 투표를.
내가 밥을 다 먹은 후에, 투표 결과를 확인하니 의외로 디저트파가 많았다.
그럼 내일은 일단 디저트 카페로 가자.

"그럼. 2월 2일은 디저트 카페."

「그래 가자.」
「아싸! 주혁이한테는 말하지 마. 서프라이즈 하게.」
「그럴게. 그래도 가서 너무 사고는 치지 말고.」
「내가 언제 사고를 쳤다고 그래.」

거의 모든 행위에서?
솔직히 지금 요리하는 것도 예전에는 난리가 따로 없었잖아.
지금이야 시간을 꼬라박아서 실력이 좋아져서 그렇지.

「가끔은 양심을 지키고 살자 소연아.」
「내가 뭘.」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민 소연이의 볼을 살짝 잡아당겼다.
여전히 말랑말랑하네.
내가 장난을 치자 배시시 웃기 시작한 소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

그리고 익숙한 느낌으로 시간이 가속되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카페의 문을 열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으겍, 뭐야 너희들.」
「주하~」
「오랜만이야 주혁아. 얘가 오고 싶대서 왔어.」
「뭐긴 뭐야 디저트 먹으러 왔지.」

소연아 그걸 물어보는 게 아니지 않을까.
태클을 걸고 싶은 마음을 최대한 억누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일단 자리에나 앉아. 메뉴 정해지면 불러.」
「그래!」
「미안하다. 오늘은 신세  질게.」
「아니야.  좀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소연이는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는  대체 뭔데 이 씹덕아. 어?"

아, 컷씬 끝났구나.
너무 자연스럽게 태클을 걸고 싶었던 나머지 입으로 나왔던 것 같다.

- ㅋㅋㅋㅋㅋㅋㅋ
- 주혁좌한테  그래ㅋㅋ
소연이는 어쩔 수 없지
- 저번 통화에서 보니까 소연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 같던데
- 아ㅋㅋ
- 씹덕들  키보드에서 손 떼

"컷씬이 끝나도. 움직이는 캐릭터는 움직이네요. 이거 따라가서 자리에 앉으면 되겠다."

자리에 앉으니 꽤 종류가 많은 메뉴가 있었다.
이거 메뉴에서는 주문하면 뭐든 나오는 건가?

「뭐 당연히 알겠지만, 거기 체크해서 주면 된다?」
「우리가 처음 오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알지.」

아니, 나는 몰랐는데?
음, 근데 진짜 선택 장애 걸리게  정도로 메뉴가 많구나.
일반적으로 여기서는 뭐 먹을지 주변 사람들한테 추천받는 편이 좋다.
혹시 소연이에게 추천받는 상호작용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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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나는 뜬금없이 나타난 후원 메시지를 보면서 한동안 멍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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