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6장 - 라스트 발렌타인(6) (34/182)



〈 34화 〉6장 - 라스트 발렌타인(6)

두근거리는 심장을 최대한 진정시키자, 기다렸다는 듯이 에피소드 전환 메시지가 나타났다.

[에피소드4: 공동생활]

- ㅗㅜㅑ
- 와 이건 못 참지
- 이건 솔직히 범죄자 양성게임ㅇㅈ이지
- 이건 소연이가 나쁘네
소연이가 나빴다
- ㄹㅇ루다가

"다들 진정해봐.   해도 여러분이 변태인 건 알고 있어요."

물론 그렇게 말하는 내 목소리부터 떨리고 있었다.
남중, 남고, 군대, 그리고 방구석 방송인 생활을 해온 나에게 이런 상황은 너무 익숙하지 않다.
지금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사고회로가 갑자기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아니 그것대로 이상하구나.'

나는 정말 이상한 상황에 직면해 있구나.
뜬금없는 상황에서 내 현재 상태를 자각하는 자신이 참 이상했다.

"와 진짜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없는 것이 서는 느낌인데."

- ㅗㅜㅑ
ㅗㅜㅑㅗㅜㅑ
- ㅋㅋㅋㅋㅋㅋㅋㅋ
없는게 선대ㅅㅂㅋㅋㅋㅋ
ㄴㅇㄱ
- 아니ㅋㅋㅋㅋㅋㅋ
오늘 왜 이렇게 매워요

오늘  매운 것 같긴 하네.
아니 근데 게임이 너무 야하잖아.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니까?

"이건 스트리머가 매운 것이 아닙니다. 게임이 매운 겁니다."

- ?
- 예?
- ㅋㅋㅋㅋㅋㅋㅋ
- 참신한 개소리 오졌다
- 아무튼 그럼ㅋㅋ
- 아무렴요ㅋㅋㅋㅋ

['마교신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갈! 감히 교주님이 말씀하시는데!

"맞아. 어딜 말이야. 천마가 말하는데 토를 달아?"

시청자들과 장난을 치자,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렸다.
솔직히 방금까지 소연이가 초근접으로 시야에 들어왔을때는 굉장히 당황했었다.

[깨운다.]
[그냥 일어난다.]

"이 천사는 일단 두고, 우리는 방을 살펴봅시다. 조사를 다 하고, 시간을 되돌린 다음에 소연이랑 꽁냥 거리는 루트로 가는 것이 좋겠어요."

혹시나 해서 휴대폰을 확인했더니, 2월 3일이 아니라 2월 5일이었다.

'벌써 시간이 꽤 흘렀네.'

금방 발렌타인데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이 생겼다.
하나씩 방을 살펴보는데, 역시 특별해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정리된 옷가지에.... 와 근데  되게 예쁘다."

설마 이것도 내 취향으로 고려해서 선택되려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객관적으로 예쁜 옷들인지 채팅창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어보면서 침실을 전부 확인해 봤지만  건 없었다.
뭐야? 아무것도 없는데.

"또 역대급 시야병 시동 걸리네."

- ㅋㅋㅋㅋㅋㅋ
- 아무것도 없는게 맞는듯
- 우리가 보기에도 별  없었는데
- 일단 다른  보러ㄱㄱ
- 이러고 집 전체에 아무것도 없겠어.

진짜로 집을  뒤져봐도 별것 없었다.
물론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은 모두 구비되어 있었지만, 지금 내가 찾는 것은 그것과 반대인 이질적인 물건이니까.

"내 시야가 문제인 건가. 아니면 게임이 이상한 건가."

['인트라낫'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교주님 사실 소연이를 덮치는게 정답 아닐까요?

"조용히 하세요. 꼭 생각하는  그런 것밖에 없어?  참신한 드립을 쳐봐."

유일하게 찾은 것은 열리지 않는 방문이었는데,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수가 없었다.
음, 이건 나중에라도  수 있으려나.

[새로운 단서: 이상한 문]

슬슬 이 새로운 단서가 나타나는 조건을 알 것 같았다.
새로운 단서는 대부분 상호작용에서 써먹을  있는 것들이 추가될 때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 문 말고는 아무것도 없나?"

포기하는 마음으로 거실에 있는 소파에 주저앉았다가, 약간 이상한 감촉 때문에 다시 일어섰다.

"뭔가 있는데?"

드디어 찾은 건가 싶어서, 급하게 확인을 했다.
소파 위에 있던 것은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이었다.
어, 이걸 찾는 거였나?

"일단 부수자."

- 일단 부숴 그리고 되돌려
- 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렇게 공략하는거 맞아?
원래 이런 게임 맞겠지?
- 나는 잘 모르겠어....
담담하게 미친소리를 하시네ㅋㅋ

몰라, 이거 열쇠를 언제 찾고 있어.
그냥 부숴서 내용만 읽어보면 되잖아? 아까 분명히 공구함에서 망치를 본 것 같은데?
나는 망치를 꺼내다가 일기장의 걸쇠를 몇 번 내려쳤다.
그러자 금방 걸쇠가 부서져서 일기장이 펼쳐졌다.

"참 쉽네. 이게 게임이지."

그리고 원래부터 이렇게 확인하는 게임일 수도 있잖아.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 괜히 있는 거겠어?

"일단 일기나 읽죠. 2020년 1월 3일, 얀별이가 맨날 까먹을 거라면 메모나 일기를 써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일기장을 사긴 했는데,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자그마한 낙서가 그려져 있었다.
 와중에도 소연이가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생각하면 중증 과몰입인데.

"1월 12일, 뭐야 여긴 찢어져 있네?"

음, 뭔가 지우고 싶었던 내용인가?
다 읽고 나면 쓰레기통도 한 번 확인해 봐야겠다.

"1월 18일 나랑 얀별이랑 주혁이 셋이서 미리 약속했던 스키장에 갔다. 꽤 재미있었다. 지쳐서 잠들어 있는 얀별이에게 낙서도 했다. 나중에 혼났다. 내용이 변태적이라고추가로 혼났다."

- 무슨 내용이었길래
- ㅗㅜㅑㅗㅜㅑ
- 소연이 변태야?
변태 히로인 최고야
- 미친놈들아ㅋㅋ
- 변태 낙서ㅗㅜㅑ

"아 정말  변태들인가.... 1월 27일 아빠가 가지고 있던 연구실을 알게 되었다. 명의가  명의로 된 건물이라 확인해 본 것이었는데, 내 지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세한  내일 얀별이와 같이 가서알아보기로 했다. 어, 여기 같이 갔었구나?"

하긴 주인공도  연구실을 알게 된 계기가 있을 테니까.
그게 1월 28일인가?

"1월 28일. 돌아왔다. 혹시 몰라서 1월 12일의 메모는 나중에 찢어 버리기로 했다. 돌아왔다고? 설마 소연이도 미래에서온 건가?"

-와ㅋㅋㅋㅋ
- 상상도 못했는데
그런  안내던데
미쳐ㅋㅋㅋㅋ
- 진짜 그런건가?
- 돌아왔다는게 다른 의미일 수도 있는데
- 문맥상 시간여행이 맞는듯

"2월 1일, 얀별이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 혹시 얀별이가 미래에서 돌아온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된다. 이것 봐, 다 예상 당하고 있었네."

너무 티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반대로 내가 추궁해야  수도 있겠네.

"2월 2일, 베리베리 스트로베리에 갔다. 얀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여줬더니 얀별이가 엄청나게 부끄러워하면서 받아줬다. 엄청 귀여웠다. 사진 찍어둘걸."

이거 혹시 2월 2일부터는 행동에 따라 일기장에 변화가 생기나?
나중에도 확인할 기회가 있으면 일기장 뜯어봐야지.

"2월 4일, 이상한 꿈을 꿨다. 내가 얀별이를 묶어놓고 강.... 크흠. 하는 꿈이었다. 뭐지, 요즘 욕구 불만인가?"

ㅗㅜㅑ
ㄱㄱ이라니 너무 야해
- 교주님을 묶어놓고ㅗㅜㅑ
- 교주님 그런 취향이셨나요
 야해
- 부끄러워
욕구불만ㄷㄷㄷ

왜 일기에 그런 내용을 대놓고 적어놔!
그나저나  게임 괜찮은 것 맞나?  정도면 수위가 위험한 발언 같은데.

['꼬리헌터'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음성 녹음)

「저자의 머릿속에 마귀가 가득하군. 저자를 내다 버려라.」

- ㅋㅋㅋㅋㅋㅋㅋ
저걸 준비하고 있었네
노렸네 이건ㅋㅋ
개웃기네ㅋㅋㅋㅋㅋ

일기는 거기까지였다.
하긴, 오늘이 2월 5일이니까 오늘 일기는 아직 없겠지.
일기를 찢어 버린 부분이 있을까 싶어서 쓰레기통을 다 살펴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혹시 아까 그 문도 부술 수 있나?"

그건 좀 심했나.
솔직히 부숴보고 싶긴 한데, 맵을 넘어가는 거라서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르겠네.
시간 되돌리는 걸 감안하고 해볼까?

['사고방식 자체가 다릅니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스위치 클립)

"이거 뭔데요? 일단 지금  쉬는 타임이니까 봅시다."

「으아악! 부서져 부서지라고!  이건 이거로 안 열리는 건데!」

영상에서는 내가 방금 말한 잠긴 문을 온갖 가구로 때려 부수는 모습이 보였다.
다만 문고리가  부서지고, 문이 반쯤 깨져나가도 문이 열리지는 않았다.

"아니, 푸흐흐.... 저건 안 되는구나. 감사합니다. 나도 한 번 해볼까 고민했는데, 안 해봐도 되겠다."

- ㄲㅂ
- 아 누가 보냈음ㅡㅡ
- 얀별님이 저러는 걸 봐야 했는데
- 아ㅋㅋ
 저게 안되네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아침으로 되돌렸고, 이제 소연이를 깨울까? 아 근데 지금 아침이잖아. 아침밥을 준비해두는 것이 나으려나?"

- 이젠 데이터 쪼가리한테 밥을 해주려고ㄷㄷ
- 과몰입ON
소연이는 어쩔 수 없지
- 솔직히 소연이는 차려줘야지
- 여기 다들 미쳤네ㅋㅋ
사랑에미쳐버리는 나날이~

원래 좀 과몰입하는 편이  재미있잖아.
물론 그걸 떠나서 게임 자체가 너무 과몰입을 유도하고 있기도 하고.

"이건 솔직히 과몰입게임이죠. 이 정도로 유도하면 당해 줘야지."

자유도가 높아서 그런지 실제로 요리를 할  있었다.
이래 놓고 음식을 해놓으니까 소연이가 먹지 못하는 시스템이면 좀 슬플 것 같은데.

'그것대로 재미있겠지.'

이건 게임 플레이지만, 그 이전에 방송이라는 것을 잊으면  된다.
내 괴로움의 일부는 시청자들의 즐거움이니까.

"솔직히 맨날 라면만 끓여 먹다 보니까, 그냥 토스트 정도 말고는   아는 것이 없네요."

프렌치토스트에 냉장고에 있던 베이컨을 구운 것이 전부인 단출한 아침 식사를 완성했다.
이제 소연이 깨워야겠다.

「조금만 더 잘래....」
「안 돼. 아침 먹어야지 빨리 일어나.」
「너무 졸려.... 이게 다 어제 밤늦게까지 얀별이가 날 괴롭히니까....」

누가 들으면 오해할 법한 대사를 하면서, 소연이는 다시 잠에 빠지려고 했다.
어제는 그냥 밤늦게까지 같이 게임을 했을 뿐이잖아.

?
- ????
- ㅗㅜㅑ
- 했네 했어
야한별님 해명하세요
- 소연이 섹시함 무엇

「헛소리 그만하고 일어나.  안 준다?」
「흐엥, 너무해.」
「내일일찍 나가야 하잖아. 그럼 오늘은 일찍 자야지. 그래야 일찍 일어날 것 아니야?」
「알았어. 알았어.」

반쯤 잠에 빠진 채로 위태롭게 걸어온 소연이가 식탁에 앉았다.
여전히 졸려 보이네.

"오, 밥해주는 게 스토리에 영향이 있네. 갓겜 수준...."

반신반의하면서 해본 건데, 정말로 효과가 있을 줄이야.
천천히 빵을 썰어서 입에 가져가는 소연이를 보자 기분이 꽤 좋아졌다.
미리 꺼내 놓았던 우유를 소연이의 컵에 따라주고, 나도 조금씩 식사를 시작했다.

- 그림 같은 이 풍경
- 이번 게임은 진짜 역대급이네
- 근데 이건 연인보다는 가족같다
- 동거를 꽤 오래해서 그런 듯
- 꼭 사랑이 연인이어야 사랑이 아니니까
- 분위기 너무 좋다

나는 졸면서도 음식을 집어 먹는 소연이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뭐야, 왜 찍어.」
「귀여워서.」
「지금 자다 일어나서 엄청 엉망일 텐데?」
「아니야 천사 같아. 너는 오히려 말끔해지면 때리고 싶어지는 쪽이지.」

워낙 애가 얼빵하니, 오히려 최대한 얼빵함이 강조될 때가 제일 귀엽단 말이지.
나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는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뭔가 엄청나게 힐링 된다. 나도 저런 동거녀 구하고 싶다."

- 나도
- ㅜㅜ
- 있을 수 없는 환상
저런 여자가 어딨어
- ㄹㅇ 환상 속 존재지
ㄹㅇㅋㅋ

하긴 그렇지. 저런 천사 같은 여자 친구가 현실에 있을 리가 없잖아.
이건 게임이니까 있는 거고.

"잘 먹네. 아, 기분 좋다."

이러면 별것 아니어도 준비해준 보람이 있지.
진짜 게임 잘 만들었네. 온통 과몰입할 부분투성이잖아?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즐거웠던 식사가 끝나자. 다시 시간이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아, 소연이한테 문에 관련한 걸  물어봤네.

'나중에 물어봐야지. 휴대폰에 메모해 놓아야겠다.'

시간의 변화가 끝나자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뭐야 여기는?"

[에피소드5: 우정의 약속]

소연이의 것이라고 예상되는 작게 흥얼거리는 노랫소리.
그리고 조금씩 흔들리는 느낌과 애매모호한 부유감.

"자동차?"

내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자, 바깥의 풍경이 빨리 감기 하듯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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