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5화 〉6장 - 라스트 발렌타인(7) (35/182)



〈 35화 〉6장 - 라스트 발렌타인(7)

「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소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서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어폰을 착용하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굉장히 귀여웠다.

"아소연이 귀여워. 생각해 보면 이것도 중증인데."

차량의 앞을 보자, 주혁이가 운전을 하고 있었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날짜는 바로 다음 날인 2월 6일이었다.
지금 어디 가는 거지?

- 여행 가는 건가?
- 와 여행!
- 근데 게임상 날짜로 아직 겨울 아닌가
- 흠 겨울이면 바다에 수영복 불가능이네
- 아ㅠㅠ
수영복 아쉽다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이런 부분에서는 참 친절하지 않은 게임이다.

[한쪽 이어폰을 빼고, 사랑을 속삭인다.]
[한쪽 이어폰을 빼고, 함께 노래를 듣는다.]

"잠깐만 선택지 왜 이래?"

당연히 내용이 내용인지라, 채팅창이 갱신되는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
 이럴 때만 시끄럽지. 스수들이란 참....

- 닥전
- 아 ㅋㅋㅋㅋㅋ
- 둘다 감성은 오지는데
- 전자 하면 소연이 당황할 
- 그러네 저번에도 엄청 놀라던데
- 닥전 가즈아

['시련발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음성 녹음)

「소연아, 사랑해.」

직접 녹음한 것으로 보이는 목소리였다.
장난기 없이 진지함 빡 주고 괜찮은 목소리로 녹음했네.

"나날이 올라가는 스수들의평균.... 저도 질 수 없으니 전자 가겠습니다."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연이의 이어폰을 살짝 빼고, 그대로 귀에 입을 가져가서 아주 작게 속삭였다.

「소연아, 사랑해.」
「흐잇!?」

 순간 소연이는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나를 경계했다.
심지어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있었다.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그녀를 그대로 껴안았다.

- ㅗㅜㅑ
- 와 근데 오지네
- 소연아나죽어
- 구아악
- 아 오그라들어ㅋㅋ
- 반응ㅋㅋㅋㅋㅋ
- 귀여워ㅋㅋㅋㅋ

「운전하는 것도 서러운데 뒤에서 애정행각은 좀 자제해라?」
「그, 그런거 아니야!」
「소연이가 저렇게 부끄러워하다니, 요즘 얀별이 너도 참 대단해졌다. 저런 건 항상 네가 당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좀 성장했지.」

평소엔 장난꾸러기면서, 오히려 내가 다가가면 이렇게 작은 강아지 같다니까.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금씩 몰려오는 피로에 몸을 맡겼다.

"어 뭐야.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거야?"

차에서 고를 수 있는 게 선택지가 하나뿐이었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끝나버렸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어두워졌던 시야가 밝아지더니,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다시 컷씬이네."

예약했던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했다.
각자 숙소로 들어가려는데, 주혁이가 방황하고 있는 소연이를 나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딸 좀 잘 챙기세요.」
「누가 내 딸이야.」
「엄마?」

잘 모르겠다.
예전엔 장난인 걸 알기는 해도 짜증이 나는장난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소연이만 즐겁다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갈아입고 우리 예약한 곳으로 와라. 종이 줬으니까 그거 보고 와.」
「응!」

가끔 느끼는 거지만, 소연이는 천진난만한 어린애 같다.
물론 전체적으로 어벙한 구석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너희가 312호였나? 내가 207호니까 먼저 내릴게. 이따 보자.」
「오케이」

주혁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숙소를 찾아가 짐을 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소연이 가방에 왠지 쓸모없는 것들이 많아 보이는데?
아니야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온천, 온천~」
「온천이 그렇게 좋아?」

하긴 온천 약속이 잡혔을 때부터 항상 신나있었지.
저번 여름에는 일이 생겨서 바다에도  갔었고, 놀러 가는 걸 기대하는 게 당연한 건가?

 온천
- 온천...온천씬
- 가능
- ㄱㄴ
- 갓겜이네
- ㄹㅇ갓겜이네ㅋㅋㅋ
- 퍄퍄

「옷 갈아입어야지~」

소연이는  앞에서 그대로 옷을 벗으려고 했다.
아니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
물론 여자끼리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습당하는 건....

"잠깐만 소연아  정지당해!"

- ㅋㅋㅋㅋㅋㅋㅋㅋ
다급함ㅋㅋㅋ
ㅗㅜㅑ
- 절대 화면 유지해
- 안에 속옷 입고 있겠지
- 근데 결국 속옷도 벗지 않을까
- 탕에 들어가야 하니까
- 얀별님 즐거웠어요
 벌써 정지당하는 분위기야
- 아ㅋㅋㅋㅋㅋㅋ

다행히 옷을 벗어 던진 소연이의 안에는 수영복이 있었다.
하늘색의 비키니에 불가사리 장식이 치렁치렁 달려있었다.
이건 엄청나네....

「안에 수영복은 언제 또 입어 놓은 거야.」
「미리 입어봤다가 벗기 귀찮아서 그대로.... 히히」
「갈아입을 속옷은 챙겨 왔지?」
「엥? 아...! 그렇네. 갈아입을 속옷을 챙겨야 하는구나.」

설마 했는데 그런 실수를 했다니.
애초에 제대로 소연이 짐을 점검하지 않았던 내가 멍청했다.
그나마 내가 여분으로 챙겨둔 것이 하나 있긴 해서  문제는 없겠지만.

「너답다. 혹시나 해서 내가 하나 가져왔으니까, 그건 적시면 큰일 난다.」
「젖어버리면 어쩔 수 없이 속옷 없이 가야지 뭐.」
「큰일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한다니까.」

나는 소연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수영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고 있는 소연이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런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지마. 나한테 소연이는 소중하니까.」
「흐익! 어, 으응....」

"흐긱! 잠깐만, 이 게임 너무 자극적이야!"

양쪽이 방어면적이 적은 수영복을 입고 있다 보니, 방금처럼 안으면 살이 그대로 닿는 면적이 늘어난다.
심지어 왠지 나는 큐브 내에서도 민감한 체질이 그대로인 모양이라, 이런 체험은 나에게 너무 자극적이었다.

ㅗㅜㅑ
- 가능
- 양쪽 다 새빨갛게 변했네
- 어느 쪽도 귀엽다....
아ㅋㅋㅋㅋ
- 방장님 정신차리세요
벌써 혼란 왔는데ㅋㅋㅋ

"허윽, 아니 이 게임 너무 위험하잖아. 수영복을 입은 채로 서로 껴안는다고?"

아니 주인공 캐릭터도 좀 이상하잖아.
물론 이렇게 다가가면 소연이가 하는 반응이 귀엽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점점 도를 넘는데?

"이 게임이 왜 주인공이 여자인 줄 알았어...."

주인공이 남자인데 이러면 이미 이거 19세 붙었을 거야.
아, 애초에 남자면 동거 설정부터 좀 위험하지?
하여튼 게임이 너무 매웠다.

[그냥 나간다.]
[내 수영복 커버를 소연이에게 입힌다.]

"이건 그냥 후자 할게요? 지금 상태로는 소연이를 보기만 해도 없는 것이 서는 느낌이라 진행을 못 할 것 같아요."

- 에반데
교주님 지금 무슨 짓을
그런 사이한 무공을 쓰다니 역시 교주님입니다
- 사이한 무공ㅇㅈㄹㅋㅋㅋㅋ
- 사이한ㅋㅋㅋㅋㅋㅋ

"뭔 사이한 무공이야. 무공은."

「이거 입어. 추울 것 같으니까.」
「얀별이는?」
「나는 괜찮아. 수건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급하면 수건 입을게.」

소연이에게 내 커버를 입히고, 짐을 어느 정도 챙겨서 함께 밖으로 나왔다.
보자, 우리가 쓰기로 했던 온천 룸이  호더라....

「어 여기 맞아. 들어와. 물 좋더라.」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무슨 클럽 물 이야기 같네.」
「푸하하, 내가 그런데 안 가는 건 네가 제일 잘 알면서.」
「외모만큼은 그런 데에서 살아갈 법한 인싸잖아.」

농담 삼아 그렇게 말하지만,  녀석 성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워낙 정이 많아서 한  친해진 사이랑은 나쁜 관계가 되는 걸 극도로 싫어하니까.
그래서 사람과친해질 때 굉장히 조심했었지.

「야호!」
「아무리 우리만 있다지만,  얌전히 들어가도 괜찮잖아.」
「물 따뜻하다. 얀별이도 빨리 들어와!」
「알겠어.」

컷씬이 끝나자, 나도 조심스럽게 온천에 몸을 담갔다.
생각해 보면 큐브에도 이런 온천을 체험할 수 있구나.
물론 이런다고 현실의 피로가 풀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래서 ASMR 채널이 예전 세상보다 비활성화되어 있었구나.'

ASMR만큼이나 큐브를 활용한 휴식도 크게 인기를 끌었을 테니까.
당연하게도 비슷한 용도의 다른 물건이 있으면 한쪽의 파이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아, 좋다."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소연이와 주혁이는 그 와중에 물장난을 치면서 놀고 있었다.
워낙 선택지를 여러 가지 고려하는 게임이니까, 여기서도 상호작용이 되려나?
궁금증이 생겨서 소연이가 있는 쪽으로 물을 뿌리자, 소연이기 이쪽을 바라보면서 다시 컷씬이 켜졌다.

「얀별이도 같이 하고 싶은 모양인데?」
「소연아, 그건 알겠는데 왜 이쪽으로 다가오는 거야?」

소연이는 주혁이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주혁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했다.
뭐야, 이거 느낌이 별로 안 좋은데.

「뭐, 뭐야! 소연이  으븝! 부르르릅!?」

소연이와 주혁이는 나한테 달려들더니 그대로 나를 물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곧 소연이의 발에 걸려서 넘어진 나는 그대로 물에 빠졌다.

「너희들 진짜 죽을래?」

셋이서 꽁냥거리는 모습을 나는 편안함 감각으로 즐기고 있었다.
물론 물에 빠질 때는 내가 정말로 빠진 느낌이라 당황했지만, 그래도 딱히 고통까지 느껴지지는 않았으니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들 지쳤는지 벽에 몸을 기댄 상태로 휴식 모드에 들어갔다.

"아 진짜  이렇게 들뜨지? 아싸라 이런 감정 처음이야."

- 아아 이게 인싸?
- 아싸는 당신의 지인이나 친구 혹은 당신 자신일 수 있습니다
- ㅠㅠ
- 근데 진짜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긴 함
- 온천 진짜 너무 좋다
 게임 너무 잘알임ㅋㅋ

슬슬 게임을 진행해야겠다 싶어서, 소연이에게 다가가 머리 쪽을 쓰다듬었다.
역시 맨살을 만지는 건 나에게는 자극이 너무 강해.

[소연아, 내년에도 또 오자.]
[소연아, 슬슬 나갈까?]

"아, 여기서 강하게 나오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소연이를 떠보기 위해 전자를 확인하는 것이 맞다.
뭐, 반응만 보고 시간을 되돌려도 되니까 큰 문제는 없겠지.

「소연아, 내년에도 또 오자.」
「어? 어, 응.」

역시 소연이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마치 내년에 여기 오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말을 걸어서 나가자고 하는 대신에 시간을 되돌렸다.
역시 그녀가 불안감을 가질 만한 이야기는 본인이 모르는 편이 좋겠지.

「소연아, 슬슬 나갈까?」
「그러자. 슬슬 어지럽네.」

온천에서의 상황이 일단락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시간이 가속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까 짐을 풀었던 숙소였다.

"어 뭐야, 소연이는 없나?"

숙소에 있는 것은 나 혼자였다. 주변을 둘러봐도 딱히 특별해 보이는 것은 없었다.
아, 맞다. 휴대폰으로 연락할 수 있구나.

[이소연: 잠시만 주혁이랑 이야기 좀 하고 올게]

?
- 남녀가 같은방에ㄷㄷ
- 이거 너무 위험하자너ㄹㅇ
- NTR엔딩 각이다
- 미친놈들아ㅋㅋㅋㅋ
아무리 친해도 같은방은 흠

"이 변태들아,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소연이는그런 애가 아닙니다."

혹시나 해서 소연이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신호만 가고 받질 않았다.
그럼 주혁이한테 전화해 볼까.

"주혁이한테도 전화 걸어진다. 해볼게요."

잠시 신호가 가더니,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주혁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어, 얀별아 말해.」
「소연이 거기 갔어? 전화를 받길래.」
「옆에 있어. 바꿔줄까?」
「아니야 빨리 돌아오라고 말만 해줘.」

전화 통화를 마치자, 다시 시간이 흐르더니 창밖이 어두워졌다.
벌써 밤이 된 건가? 이거 진행이 너무 정신이 없네.

"어, 소연이?"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창가에 누군가가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창가에 앉아있는 건 소연이었다.
그 모습이 그림 같아서 건들고 싶지는 않았지만, 역시 진행은 해야겠지.
내가 다가가서 옆자리에 앉았더니 자연스럽게 컷씬으로 전환되었다.
이건 선택지고 뭐고 없구나?

「뭐야, 얀별이 너 자는 것 아니었어?」
「그건 내가 할 소리야. 오늘 그렇게 신나게 놀았는데 안 피곤해?」
「피곤한 건 잘 모르겠어. 즐겁기도 했고.」

소연이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 같았다.
혹시 얘 울고 있었나? 역시 무슨 일이 있는데 말을  하는 거겠지.

「너 무슨  있지?」
「아무 일도 없거든? 난 괜찮아. 그리고 솔직히 요즘 이상한 건 얀별이잖아?」
「내가 이상해 봐야, 너만 하겠냐?」

소연이의 의미심장한 말에, 어느 정도는 찔리는 부분이 있었다.
내가 평소처럼 행동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니까.

「난 그냥 느낀 것뿐이야. 평소에 넌 그렇게 나에게 다가와주는데, 나는 그러지 않았으니까. 계속 그러면 후회할 것 같았어.」
「흐응. 역시 얀별이는 너무 생각이 많아.」
「너는 너무 생각이 없고?」
「그러게.」

역시 최근 들어서 소연이가 많이 능글맞아졌다.
예전에는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잘 없었는데.
어떻게 보면 좋은 현상이겠지.

「고마워 얀별아.」
「뭐가.」
「이것저것 전부.」

소연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슬슬 자려는 모양이었다.

「얀별아, 너 초콜릿 만드는 거   알지.」
「대충은?」
「발렌타인 전날에, 만드는  좀 도와줘.」
「...응 그럴게. 주혁이 주려고?」
「흐음.... 아마도? 일단은 우정 초코지.」

나도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침대로 향하려는데, 침대에 걸터앉은 소연이가 웃지도 울지도 않는 조금 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피소드7: 초콜릿 만들기]

컷씬이 끝나고, 분위기 때문에 이상해진 감정을 추스르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에피소드6이 아니라?"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게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바로 다음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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