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2화 〉8장 - 매운맛 스트리머의 은밀한 비밀(1) (42/182)



〈 42화 〉8장 - 매운맛 스트리머의 은밀한 비밀(1)

"다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  정지 풀리셨네
!방제
- 하얀별의 야매 타로 w설화월화
- 공지보고 기다렸어요
- 별하
얀하

본래라면 오후 2시에 켜야 하는 방송이지만, 오늘은 조금 일찍 켰다.
정지된 이후로 처음 켜는 방송이기에 합방 시작 전에 시청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와 이거 이쁘다. 이 방은 시청자가 선물로 준거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큐브 내에서 대화 모드를 할 때는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
큐브에서 제공하는 기본 방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아무래도 이런 유료로 판매되는 것들이 괜찮은 것이 많았다.

- 몸은  괜찮으신가?
- ㄹㅇ방송보다가 개놀람
- 방 귀여워ㅋㅋㅋ
- 채널 사라져서 기겁했는데
- 아 정지였구나

생각해보니까  계정이 정지되었던 동안은 채널이 닫혀있었겠네.
이번 정지 때문에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았구나.

"몸은 이제 괜찮습니다. 이번 일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라스트 발렌타인 DLC 하실 건가요?
- 괜찮아요 이해함
- 오늘 타로 방송이라 게임은 없을 듯?
게스트 누구임?
- 과몰입 할만 했음

"저 DLC는 이미 했어요. 근데 DLC는 방송 불가라서 방송에선 어려울 것 같네요. 내용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오늘 타로 게스트는 설화월화님과 겨울님입니다."

- 겨울?
- 설마 월화 여동생?
- 설화님 방 매니저
ㅋㅋㅋㅋㅋㅋㅋ
- 아 그분ㅋㅋ
DLC는 방송 못하는구나
- 무슨 내용이었어요?

음, 이거 스포해도 괜찮으려나?
최대한 스포일러가 없도록 간단하게만 설명해야겠다.

"자세한 건 스포가 될 수 있으니까.... 프롤로그와 엔딩들에서 이해가 되지 않던 점들을 설명해주는 내용이에요. 보면서 감탄한 부분이 많았어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후원 하나가 날아왔다.

['대가리가 깨진 달송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후욱후욱, 정말 좋은 내용이죠. 그렇지 소연짱?

그리고 그 후원 메시지를 본 다른 시청자들의 반응이 격렬했다.

- 우욱씹
- 소연이는 어쩔 수 없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소연짱ㅋㅋㅋㅋ
- 대가리가 깨졌다는 점에서 주혁이랑 비슷하네
대가리ㅋㅋㅋ순간 뭔 말인가 했네

"소연이는 어쩔 수 없지. 대가리? 주혁이? 야, 너무한다 진짜."

DLC에서 주혁이가 소연이에게 죽는 장면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걸로 드립을 칠 생각을 했다니, 정말 대단한 시청자였다.

['매운맛'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스위치 클립)

「얀별아.」
「응, 소연아.」
「사랑해.」
「그래, 나도.」

클립의 내용은 저번 방송에서 내가 소연이와 침대에서 뒹굴다가 키스를 하는 내용이었다.
이걸 이렇게 제삼자의 시야로 보니까 엄청 위험한데?

"너무 야했는데? 사실 나 이거 때문에 정지당한 것 아닐까?"

물론 정지 사유에 자해성 행위라고 되어있었지만, 저 클립을 보면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 ㅗㅜㅑㅗㅜㅑ
- 다시 봐도 엄청나네
- 체험 모드가 장난 아니었지
- 퍄퍄
- ㄹㅇ자느라 바로  본게 아쉽다
- 갓겜이었네ㄷㄷ

"매운맛님 천  감사합니다."

슬슬 2시가 다 되어가네.
이제 영상 후원은 닫아놔야겠다.

['그는 신이야'님이 2,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스위치 클립)

"앗, 이 클립까지만 볼게요. 이제 시간이 아슬아슬하네요."

그나저나 저거 수증기님 클립이네?
썸네일을 보니까 얼마 전에 진행했다는 첫 ASMR 라디오였다.

'정신이 없어서 보러 간다는 걸 잊고 있었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다시보기로 전부 봐야겠다.

「음, 이렇게 하는 것 맞겠죠?」

영상에서 나오는 것은 ASMR에서는 왕도 중 하나인 귀파기였다.
마이크를 긁어서 귀파는 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녹음하는 것인데....

"...힛!?"

소리를 듣는 순간 소름이 돋는 감각이  뒤에서부터 밀려왔다.
사람은 소리를 통한 감각만으로도 기분 좋게 돋아나는 소름을 느낄 수 있는데, 이를 팅글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팅글이 원래 ASMR에서 목표하는 소리라고 볼 수 있다.

- 신음ㅗㅜㅑ
- 악 뭐야
- ?
- 뭐임ㅋㅋ
- ???
- 갑자기 왜 그래요
- 이니 방금 뭐지

즉, 수증기님이 낸 소리는 ASMR에서는 굉장히 완성도가 높은 소리라는 의미가 된다.

'이거 너무 자극적인데.'

물론 내 몸이 민감한 편이긴 하지만, 유나님의 ASMR을 들을 때는 이렇게 심하지 않았다.
나는 연속해서 밀려 들어오는 감각에 사고회로가 멈출 것만 같았다.

"흐깃, 아니 잠깐만요. 이거 스킵해도 되요? 아흑...."

- ㅗㅜㅑㅗㅜㅑ
- 이러다 진짜 정지당하겠다ㅋㅋ
- 아니 저 잠시만 너무 무서운데
다들 왜 그럼
- ????
- 아니 팅글 미쳤나
- 너무 야한데

이걸 초심자가 녹음한 거라고? 그게 말이나 되는 건가?
장기간 ASMR을 해온 ASMR 전문 스트리머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 좋은 소리긴 해. 오히려 과할 정도로.'

아연씨의 몸은 이런 감각에 아주 연약해서 견디기가 어려웠다.

"흐읍, 아니 수증기님 대체 뭘 만든거얏.... 스킵해야 하는데, 자꾸 소리가 방해해!"

나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채로 계속해서 수증기님이 낸 소리에 공격당하고 있었다.

「어라, 이렇게 하는 게 아닌가요?」

이제 슬슬 괜찮아졌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반대쪽 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아니 진짜 클립 절묘하게 잘라놨네.

"하읏.... 살려주세요. 햐!? 안댓...."

나는 클립이 끝나자마자 다시보기를 지우고 방송을 껐다가 켰다.
자세히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신고당하면 자칫 정지당할 수도 있는 수위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우.... 여러분 리하. 진짜 깜짝 놀랐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클립 하나로 방송이 위험했다
신개념 ASMR 무기ㅋㅋㅋ
- 진짜 방심했다가 팅글 때문에 놀랐네
- 팅글이 뭐지
- 또 정지 당하는 줄
- 아 좋은 구경 했다
- ㄹㅇㅋㅋ

ASMR에 대해서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방금 상황 때문에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특히 팅글은 아예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어쩔  없겠지.

"팅글은 ASMR에서 느끼는 감각 같은 거예요. 자세한  새싹 위키 찾아보시고요."

하긴 진짜로 ASMR을 찾아서 듣는 사람이 아니라면 ASMR은 그냥 편안한 소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본래 ASMR이라는 건 깊게 들어가면 이렇게 자극이 강한 장르다.

"근데 수증기님 재능 미쳤는데? 어떻게 저게 처음 하는 방송에서 내는 소리야?"

아직도 소름의 여운이 남아있었다.
지금 내가 큐브 내부가 아니었으면 몸에 티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수증기님 ASMR 클립은 금지야. 오면 바로 스킵한다."

나는 최대한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중에 저 방송을 보려면 스피커로 틀어서 봐야겠는데?

"아, 2시 되었네. 합방 진행해야지."

나는 타로용 프로그램을 켜고 설화님과 겨울님을 초대했다.
이제는 좀 정신 차리자. 방송 진행해야지.

"안녕하세요. 하얀별님."
"...안녕하세요."
"설화님 안녕하세요. 겨울님도 안녕하세요."

설화님이야 평소대로의 느낌이었지만, 겨울님은 왠지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를 저렇게 바라보지?

"자, 하얀별의 야매 타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의 게스트는 국민 매운맛 스트리머 설화월화님과그녀의 여동생 겨울님입니다."

겨울님 설화님이랑 닮았다
- 뭔가 비슷하네 키도 그렇고
근데 캠이 아니라 모르지
- 아 그러네
- 큐브는 수정이 되는 모델링이니까
- 저렇게 둘이 붙어 있으니까 뭔가 신기함

"카드는 간단하게만 소개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간단하게 어떤 카드가 있는지 정도만 설명했다.
어차피 뽑은 카드에 대한 해설이 중요한 거지, 당장 이 카드들이중요한 건 아니니까.

"일단 하나씩 진행을 해보죠. 설화님, 오늘 첫 질문은 어떤 것으로 하시겠어요?"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설화님이 당당하게 외쳤다.

"저랑 겨울이의 연애운이요."
"그거 보면 죽여버릴 거야."

겨울님의 차가운 목소리가 설화님을 쏘아붙였다.
음, 솔직히 선을 넘는 발언이긴 했지.

ㅋㅋㅋㅋㅋㅋ
- 살-벌
- 정색하네ㅋㅋㅋ
- ㄹㅇ설화님이 맨날 잡혀 사는 이유가 있네
- 잡혀산다니ㅗㅜㅑ

"그럼 연애운 말고 그냥 관계를 봐주세요. 아쉽다."

음, 설화님이 시스콘....
아니, 저 정도로 여동생을 이렇게 아끼시는 줄은 몰랐는데.

"미리 카드를 정해볼게요. 첫 번째 카드는 겨울님이 생각하는 설화님입니다. 이건 겨울님이 뽑으시고...."

두 번째 카드는 설화님이 생각하는 겨울님, 세 번째 카드는 종합적인 관계였다.

"그래서 마지막 카드는 돌릴까요?"
"음, 돌리죠. 겨울이 넌 어때. 상관없지?"

겨울님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모든 카드의 선택이 완료되었다.

[별/역방향]
[다과회]
[운명/우연*]

"별 카드가 뒤집혀 있죠? 희망을 의미하는 별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겨울님이 설화님에게 실망한 것들이 많아요."
"음, 맞아요. 특히 언니 매니저를 하면서 많은 걸 느끼고 있지."

기존에 설화님의 방송을 자주 보지 못했다면 그런 생각이 들만하다.
방송 자체가 워낙 맵고 불타오르니까.
애초에시청자들도 그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어서 편승하는 편이고.

"그리고 다과회는 휴식처라는 의미가 있어요. 즉, 설화님은 겨울님을 자신의 삶에서 휴식과 편안함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말에 설화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은 설화님이 동생분을 충분히 좋아한다는 의미로 볼  있는 카드겠지.

- 하긴 자주 이야기 하던데
- 설화가 겨울이 이야기 엄청 하잖아
- 그나마 매니저  이후로는 잘 안했음
- 그야 옆에서 보고 있는데ㅋㅋ
- 그럴만 하지

"마지막으로 이 운명 카드. 원래는 우연 카드였는데  분이 바꾼 것이죠? 처음에는 우연히 만난 것인데, 이걸 운명 같은 관계로 바꿨어요."
"운명이요?"
"본래라면 그냥 흔한 가족이었을 텐데, 그걸 서로 많이 의지하고 아끼는 가족까지 발전했다는 거죠."
"제가요? 어, 음...."

겨울님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약간 이해하기 어려웠나?

"이제는 이 관계가 사라지면,삶에  영향을  사이가 되었다는 소리기도 합니다. 서로가 없는 미래를 상상해 보시면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그리고 내 말이 끝나자마자, 설화님이 겨울님의 손을 슬쩍 잡더니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자 겨울님이 한숨을 쉰 이후에 설화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 ㅁㅇㅁㅇ
- 겨울이 츤데레ㄷㄷ
- ㄱㄴ
- ㅗㅜㅑㅗㅜㅑ
- 뭐야 분위기 갑자기 힐링
 자매 ㅁㅇㅁㅇ

"음, 분위기가 훈훈해지는 건 좋은데요. 너무 과한 애정행각은클립으로 인한 임신공격, 아니 인신공격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엑."

내 말이 끝나자마자 겨울님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아, 내가 설화님이랑 합방할 때의 느낌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나?

임신공격ㅋㅋㅋㅋ
ㅗㅜㅑㅋㅋㅋㅋ
- 갑자기 훅 들어오네
- 깜빡이 좀 키세요
겨울이 표정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상황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급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하, 다음 질문으로 가보죠. 설화님 준비한 질문 있나요?"
"잠시만요. 적어둔 메모장 좀 켤게요. 그동안 겨울이가 물어볼 것 있으면 하죠."
"겨울님은 뭐 궁금하신 것 있어요?"
"궁금한 거라...."

겨울님은 잠시 질문에 대해서 고민을 하더니, 옅게 웃고는 입을 열었다.

"전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될까요?"
"네?"

그리고 나는 그 질문에 순간적으로 사고가 정지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이건 자주 아연씨와의 대화 주제로 나오던 거였으니까.

'...아연씨가 처음 방송에 왔을 때, 나에게 요청했던 타로 질문.'

물론, 저건 흔하게 나올 수 있는 질문이기에 우연일 가능성이 더 컸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넘어갈  있도록 티를 내지 않고 진행하기로 했다.

"오케이, 그럼 하나씩 골라보시겠어요?"

뭔가 생각했던 반응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 겨울님이 카드를 고르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