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10장 - 히든 루트를 찾는 1가지 방법(1)
"설화님 일단 진정하세요. 설화님의 마지컬이 쓰레기인건 설화님 잘못이 아니니까요."
따지고 보면 내가 랜덤으로 캐릭터를 정하자고 한 것이 문제였다.
내가 릴리스를 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였는데....
"생각을 좀 해봐야겠네요. 뭔가 방법이 없으려나."
고민하던 중에 떠오른 것은, 하얀색 마력의 특성이었다.
하얀색 마력은 노란색 계열이라서 방어나 치료 등에 성능이 올라간다고 했었지.
그럼 만약 치료가 붙은 마법을 사용하면 보정을 받아서 좀 나아지려나?
"설화님. 그럼 그냥 물 말고 치유를 해주는 물을 상상해보세요."
"...그, 그냥 물도 어려운데 치유해주는 물이요?"
설화님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가 말한 방법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히려 물이 만들어지는 양은 줄어들었다.
이거, 물의 양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치유력이 올라가는 쪽으로 발동했네.
"음, 설화님. 거기서 물의 치유량은 고정이라는 생각을 추가해주세요."
점점 조건이 늘어가고 있었다.
이러면 마법의 난이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질 텐데....
아니나 다를까, 처음 그냥 물을 생성할 때와 비슷한 양이 나오는 기적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치유력이 붙었다는 것을 고려하면,나오는 결과물 자체는 확실히 좋아지긴 했지만....
"끙...."
- ㅋㅋㅋㅋㅋㅋㅋ
- 뭔가뭔가가 일어나고 있음
- 아니ㅋㅋㅋㅋ
- 성능이 내려갔는데ㅋㅋ
- 효율 상태가?
- 저것도 재능이다
- 못하는 재능ㄷㄷ
저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나도 마법을 처음 사용할 때는 복잡한 마법에서 효율이 많이 떨어졌으니까.
하여튼 이 방법은 실패네.
"다른 방법은 없으려나."
"마법 너무 어려워...."
거꾸로 생각하면, 마법을 잘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그런 마법적인 현상을 무의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법의 사용이 편해지려면 내가 원하는 현상이 가능하다고 믿어버려야 한다.
"물을 만들어내는 행위.... 사람이 물을 만든다...."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이거 근데 방송에서 하면 정지당하는 건 아니겠지?
아, 몰라. 이 정도는 괜찮겠지.
"설화님 어...."
아무리 설화님이랑 매운맛 방송을 하고 있지만, 말하려고 보니 영 그렇네.
특히 연기 중이 아닌 상태면 더 힘들다.
"아, 답답하게 하지 말고 그냥 말해요."
"어, 오늘은 처음 보는 월화모드다."
"아니, 그거에 신경을 쓰지 말고 말씀을 하시라고요. 답답해 죽겠네."
음, 일단 해보는 편이 낫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은 떠오르는 것이 없으니까.
"일단은 여기에 앉아보세요."
나는 설화님을 그릇에 앉게 한 뒤에 다시 손을 잡았다.
그릇 모양의 특성상 설화님이 묘한 자세가 되었다.
'딱 좋네.'
"그리고 이제 마법을 사용할 겁니다. 아예 최면처럼 유도를 하고 갈게요."
"...최면이요?"
가능성이 가장 큰 방법이 이거니까, 최면까지 해서 확률을 올리겠다는 판단이었다.
- 이게 맞지
- 원래 최면이 답이지
- 이렇게 하면 되긴 할듯
- ㅋㅋㅋㅋㅋㅋㅋ
- 이걸 유도 해주네
- 천마가 로리를 최면으로
- ㅗㅜㅑㅗㅜㅑ
"일단 그 자세 그대로 눈을 감으시고. 생각을 비우세요."
"네."
"이제부턴 대답하지 마시고, 제 말에만 집중해주세요."
"아, 후원 또 보냈네. 우리 달송이들 먹어버리기 전에 얌전히 있어."
설화님이 후원을 막은 이후에야 상황이 진전될 수 있었다.
후, 이거 진짜 해도 괜찮겠지?
"눈을 감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세요. 연기도 잊어버리고, 멍 때린다는 느낌으로.“
"네."
"이제 제 말에 맞춰서 숨을 쉴 거에요. 마시고, 이제 뱉고...."
기억을 토대로 급조한 최면이지만, 자기 암시가 중요한 최면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이렇게만 해도 충분히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제대로 대본을 짜고, 전문가가 녹음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하지만 지금은 뭘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이걸로 만족해야겠지.
"제가 박수를 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더 머릿속이 깨끗해집니다."
천천히 반복해서 손뼉을 친다.
그리고 충분해졌다고 생각했을 때, 내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계속 유도를 진행한다.
'뭐, 처음부터 이걸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내 말을 따라가면, 훨씬 마법에 집중하기 좋을 것이다.
"당신에게 몽글몽글 올라오는 마력이 느껴집니다. 그 감각에 집중할수록 마음이 더 편해집니다."
- 괜찮은데
- ㅇㅇ
- 성공하나?
- 가즈아
- ㄱㄱㄱ
"그리고 그 마력은 당신의 몸을 따라아래로 흘러...."
모든 사람은 물을 배출한 경험이 있다.
그걸 토대로 마력을 유도하면 좀 쉽게 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이번 계획의 기본 골자였다.
'...괜찮겠지?'
모르겠다.
계속 내이성이 말리고 있긴 한데, 이 정도는 괜찮겠지 뭐.
"오줌이 되어 쏟아져 내립니다."
"네?"
- ?
- ????
- 네?
- ㅖ?
- 뭐라고요?
- 네???
설화님은 당연히, 심지어 시청자들도 당황해서 갈고리를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설화님이 이미 암시를 따라 진지하게 마력을 움직이고 있었던 탓인지,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는 꽤 강한 물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히, 히익? 아, 아니야. 흡,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 당황한 설화님이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 이걸 진짜로 저질렀네.
'...그래도 이번엔 억울하진 않다.'
선동과 날조가 아니라 펙트로 내가 울린 것이 맞아서 그런가?
"크흠...."
- 진짜로 최면으로ㄷㄷ
- ㅗㅜㅑ
- 미친ㅋㅋㅋㅋㅋ
- 아니 십ㅋㅋㅋㅋ
- 성공한게 더 웃기네ㅋㅋ
- 왜 진짜임
- ㅗㅜㅑㅗㅜㅑ
- 교주님 또 마공 창시하시네
"아니 무슨 이게 마공이에요. 설화님 정신 차려요. 위치만 이상하지 그냥 물 만드는 마법이에요."
물론 물의 색이 좀 노랗긴 했지만, 그건 그냥 마법에 대한 암시 때문에 그런 것이다.
정말로 오줌을 싸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마법이니까.
아무튼 문제가 없어.
"흡, 너무해...."
"너무한 게 맞으니까 뭐라 말을 못 하겠네요...."
내가 해야 할 말을 찾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아, 열렸다. 설화님 진짜 진정해보세요. 설화님이 해냈어요."
"...해, 해냈어?"
조금 진정한 설화님이 마법을 멈췄다.
음, 어떻게든 이건 깼는데 다음이 괜찮을지 모르겠네.
"아, 미친. 솔직히 진정이 안 되는데."
"설화님 괜찮아요?"
"지금 제가 괜찮아 보여요?"
아니요.
그렇다고 정말로 그렇게 말할 수는 없어서 어색하게 웃었다.
"후, 설화 상태로도 동요하는 건 오랜만인데.... 눈송이들 다 조용히 해라. 겨울아 뇌절하는 애들 다 죽여줘."
저쪽 방은 진은검이 학살 중이겠는데.
어라?
['설화월화'의 방송 채팅 권한이 블락되었습니다.(600초)]
"겨울님 저는 왜 밴하시죠?"
- ㅋㅋㅋㅋㅋㅋㅋ
- 원흉밴ㅋㅋㅋ
- 이건 맞지
- 컷
- 오늘 너무 매운데
- ㄹㅇ저걸 요강으로 쓰다니
- 깨진게 더 웃김
- ㄹㅇㅋㅋ
- 요강ㅋㅋㅋㅋㅋㅋ
"하얀별님, 영구밴 당하기 싫으시면 조용히 하세요. 이런거면 미리 설명을 하셨어야지...."
"죄송해요. 그런데 설명하면 집중이 안 되실 것 같아서요."
아무도 믿지 않는 것 같긴 했지만, 나는 정말 그런 이유로 설명을 생략했다.
믿어줘.
"후, 열린 방이나 확인해 봐야지."
방 안에는 붉은색 레이져 비슷한 것이 나오고 있었다.
음, 손을 잡아서 마력 스펙트럼을 보면 뭔가 다르려나?
"설화님 손 좀요. 아, 이거구나."
마력 스펙트럼을 확인하자, 붉은색 원 같은 것이 벽에 보였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이어진 선이 방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저게 다른 문으로 이어져 있었으니까, 저 붉은 원이 문을 여는 장치 같은데.'
"직관적으로 보면 이 벽에서 나오는 레이저를 반대편 벽의 이 자리에 넣어야 할 것 같은데요."
"후우, 뭔가 보여요?"
"붉은 마력으로 원이 있어요. 대충 이쯤이네요. 여기 레이저를 넣으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이제 반대편 벽에 있는 레이저를 움직여야 했다.
어떻게 해야 저것이 움직일지 고민하는데, 설화님이 직접 가서 손으로 장치를 만지작거렸다.
"이거 움직일 것 같이 생겼는데."
설화님이 그렇게 말하면서 힘을 줬지만 레이저가움직이지 않았다.
확실히, 홈이 있어서 저 라인을 따라서는 움직일 것 같이 생기긴 했네.
"이게 왜 안 움직이지?"
"마법을 써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까 그 장치도 마법을 요구했던 걸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무슨 마법을 써야 하는 건지 힌트도 없네.
"마법? 어, 밀렸다."
그리고 금방 설화님이 아주 약간이지만 레이저를 이동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방금 마력이 움직이긴 했는데, 왜 성공한 것인지 모르겠네.
"방금 무슨 생각 하면서 움직이셨어요?"
"별생각 없었는데요. 홈이 있는 쪽으로는 움직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즉 설화님은 레이저가 당연히 그런 식으로 움직일 것으로 생각해서, 현실과 다른 부분을 마법이 보정 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맞아요. 저거 라인을 따라서 움직여요. 마력을 좀 넣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지금 설화님의 생각을 정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처럼 아예 확신하고 있는 상태가 가장 마법을 발현하기 좋은 상황이니까.
"조금 더 아래. 네, 거기서 왼쪽으로."
"이쯤이요? 조금 더?"
"네, 거기면 들어갈 것 같아요."
['시련발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소난다....
그리고 이상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는 후원이 있었다.
대체 방금 어디에서 그드립각이 나온 거야?
- 대사ㅗㅜㅑ
- 넣을게
- ㅋㅋㅋㅋㅋㅋㅋ
- 아니ㅁㅊㅋㅋㅋㅋ
- 소난다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알아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사이에, 레이저가 내가 생각했던 위치에 닿았다.
"오, 반짝인다."
그리고 레이저가 정확한 위치에 닿자, 그 부분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러면 이 퍼즐은 해결했네.
"어라, 이게 닫혀버렸네."
물을 채워서 문을 열었던 덕에, 처음 들어갔던 방의 문이 닫혀버렸다.
문제는 방금 우리가 레이저 퍼즐로 열렸을 문이 그 방 안에 있다는 거겠지.
이건 그럼 맨 처음 푼 퍼즐을 반대로 하면 클리어가 되려나?
"자, 잠깐만요. 하얀별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뭐가요?"
"봄이 오줌에 손을 왜 담가요."
"아니,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지저분해 보이잖아요."
심지어 색도 살짝 노란색이라서 기분이 이상해진다.
솔직히 설화님한테 뿌려버리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지만, 아까 내가 한 짓이 있어서 그냥 참기로 했다.
"아, 마법 발동 안 되는 거 화나네."
나도 하늘색 마력은 있는데, 마법을 만들려고 하면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마력 자체를 금지하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이런 방법으로 막는 건 처음이네.
"갑자기 생각난 건데, 이럴 거면 왜 초반에 마법을 써보라고 한 거야?"
- ㅋㅋㅋㅋㅋㅋ
- 다들 쉿
- 그 마법엔 슬픈 전설이
- ㄹㅇㅋㅋ
- ㅋㅋㄹㅇㅋㅋ
- ㄹㅇ루다가
나는 채팅방을 억지로 무시하면서, 그릇에 있는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도구가 딱히 없으니까 그냥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설화님이 마법을 사용하면 되겠지만, 거기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지.
"어, 열렸다."
방금까지 우리가 있던 방의 문이 닫히고, 처음 들어갔던 방의 문이 열렸다.
이제 저쪽으로 들어가서 다음 퍼즐을 진행하면 되는 거겠지.
"방 안에 있던 다른 문도 열렸네요. 이제 가죠."
그렇게 말하면서 설화님의 손을 잡으려는데, 설화님이 내 손을 피했다.
"뭐야, 왜 그러세요."
"으윽, 오줌 만진 손."
"오줌 아니라니까요. 그냥 마법으로 만든 물이에요 물."
"그, 제가 아까부터 계속 말할 기회를 놓쳤는데."
"네."
"사실 마법 쓸 때 정말로 오줌도 싼 것 같아요."
"네?"
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