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10장 - 히든 루트를 찾는 1가지 방법(5)
나는 급하게 게임 옵션을 바꿔서 시야를 확보했다.
아니 이게 대체 갑자기 무슨 일이야.
['익명'님이 2,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얀바별보
"야! 아니 이거 뭐야. 설화님, 이게 지금 뭐죠?"
갑자기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진행되는 스토리에 당황하고 있는데, 설화님이 쿡쿡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제가 뭘 했다고 그래요. 스토리가 이런 건데."
- ㅋㅋㅋㅋㅋㅋㅋ
- 엿듣기 못했으면 맞아야지
- 아ㅋㅋㅋㅋㅋ
- 이때만을 기다렸다
- 찐텐으로 당황했네ㅋㅋ
그러니까 내가 엿듣지 못했을 때부터 이런 상황이 예정되기 시작했다고?
와, 이걸 나만 모르고 있었네.
"아니, 이 사람들이? 내 반지 돌려줘!"
"이제 이 반지는 제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내가 그 던전을 어떻게 깼는데!"
- ㄹㅇㅋㅋ
- ㄹㅇㅋㅋㅋ
- 소유권 바뀌었자너
- 흥미진진ㅋㅋㅋㅋ
- 통수의 맛ㅋㅋ
시청자 중 다수는 양쪽 영상을 같이 보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 당황하기보다는 나를 놀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 정신 차리고 스토리를 생각해봐야겠는데.
"이걸 뒤통수를 맞네...."
일단 확실한 것은 아인이 릴리스에게 뒤통수를 맞았고, 던전 보상으로 받았던 반지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그건 알겠는데 릴리스가 왜 배신했을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해보고 있는데, 방금까지 진행되던 스토리가 끝났는지 릴리스가 아인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어, 이제 따로 진행된다. 별바."
"아, 설화님 어디 가요. 반지 내놓고 가!"
물론 내가 그렇게 말한다고 컷씬으로 알아서 움직이는 릴리스가 멈추는 일은없었다.
그냥 가는 것을 보니 릴리스가 아인을 암살해버리는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아, 진짜 두고 봐요."
아인의 시야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릴리스가 완전히 멀어진 이후였다.
일단 릴리스가 미안하다는 소리를 했던 걸 보면, 온전히 자기가 생각해서 저지른 일은 아니겠네.
'그리고 엿듣는 상황에 전화를 끊는 것 같은 말을 했지. 즉, 누군가랑 대화를 나눴어.'
즉, 그 대화를 나눈 사람에 의해 이 배신이 의도되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생각해보면, 릴리스는 귀족 캐릭터였던 것 같은데.
음, 귀족 맞나?
"님들아, 릴리스 귀족 맞죠? 제가 착각하는 것 아니죠?"
- ㅖ
- 맞음
- 귀족인가?
- ㅔㅔㅔ
- ㅇㅇ
- 맞와용
확실한 언급이 없어서 몰랐는데, 역시 그렇구나.
그럼 가문이 지금 상황을 알게 되면서, 나를 뒤통수 치게 되는 스토리인가?
"확실히 혼자서 하얀색 마력을 쓸 수 있으니까, 이제 나는 필요가 없겠지."
하얀색 마력을 다룰 수 있는 두 명의 사람보다는, 한 명을 줄여서 유일한 사람이 되는 것이 가치가 올라간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가문에서 이런 행동을 시킨 거겠지.
"합리적으로 보면 맞는 판단이긴 하네. 원래는 아예 죽이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겠지만.... 릴리스는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던 거고."
그래서 아인은 살아남아서 여기 버려진 상태가 된 것이다.
그렇게 대충 상황을 이해한 이후에야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꽤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했네. 여기로 와서 다행이야.」
「...누구?」
갑자기 던전 한 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당황한 아인이 되물었다.
이 목소리는 우리가 쓰러트렸던 1위 아닌가?
- ㄴㅇㄱ
- 여기서 니가 왜 나와!
- 공주님이었네ㅋㅋ
- 여기서 나오네ㄷ
- 설마 1위 랭킹전 이겨서 나오는 건가?
- ㄷㄷㄷㄷ
나는 채팅창을 보다가, 랭킹전 이야기를 보고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아무런 이유 없이 저 캐릭터가 등장할 리가 없지.
그리고 다음으로 나온 대사는 그 예측의 가능성을꽤 높여줬다.
「랭킹전에서 그렇게 때려눕혀 놓고, 누구냐니. 너도 참.」
「아, 그 공주 선배님이구나. 예, 반갑수다.」
「이름으로 불러.」
「모르는데요?」
생각해보면 그렇네.
이제까지 저 캐릭터 이름이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지.
설명할 때 공주라고만 했었던 것이 전부다.
「무례하다는 자각은 있지? 내 이름은 바이올렛. 기억해 둬.」
"와, 아무리 그래도 마력 색이랑 이름이 똑같냐."
이름은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뭔가 성의 없어 보이잖아.
아, 아니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그녀가 왜 아인에게 접근하는지다.
'공주님이면 권력이 강하니까, 상황을 바꿀 열쇠가 될 수도 있겠네.'
「그래서 바이올렛 선배는 여기 무슨 일로?」
「너희들이 실습한다길래 재미있어 보여서 미행했는데?」
아니 미행했는데 왜 저렇게 당당해?
아, 공주님이었지.
그러면 뭐 그런 일들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 당당ㅋㅋㅋ
- 미행(강제합법)
- 아ㅋㅋ
- 공주님이 하는데 어쩔거야
- ㄹㅇㅋㅋ
- 권력자가 하면 불법이 아니잖어
"원래 인생은 그렇게 부조리하게 되어있는 법이죠."
그리고 힘이 없고, 권력도 없을 때는 저런 캐릭터에 달라붙어야 한다.
일단 가까이 지내면 콩고물이라도 뭐가 떨어질 것 아니야.
「음, 별 상관없겠네요. 전 지금 재미있는 상황을 겪은지라.」
「그걸 본인이 재미있다고 말하는구나. 역시 넌 재미있는 녀석이야.」
「잘 모르겠네요.」
"넌 뒤통수 처맞는 게 재밌구나...."
- ㅋㅋㅋㅋㅋㅋㅋ
- 재미ㅋㅋㅋㅋ
- 난 이 대화를 따라갈 수 없어
- ㄹㅇㅋㅋ
- M이야?
- 재미있는ㅋㅋㅋㅋㅋ
왜 아인의 캐릭터성은 점점 알다가도 모르겠지?
확실한 것은 아무리 봐도 범상치 않은 생각 알고리즘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런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니....
「일단, 나가서 이야기를 계속할까?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네, 뭐....」
바이올렛을 따라서 던전의 밖으로 나갔다.
아인은 귀찮다는 듯이 투덜거리면서도, 바이올렛에게 자세한 설명을 풀어놨다.
그녀는 꽤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아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그 반지를 빼앗겼다? 흠, 마음에 걸리는데.」
「음? 어떤 부분이요.」
입을 열다가 멈춘 바이올렛이,잘 들리지 않는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내용을 정리했다.
그리고 곧 정리가 끝났는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반지 말이야. 다른 쪽 색의 손 없이도 하얀색 마력을 발휘하게 해준다고 했지?」
「그렇죠?」
「그럼 두 색 모두를, 아인도 릴리스가 아닌 사람이 착용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와, 그건 생각도 못 했다."
반지가 꼭 보조하는 역할이라고는 생각했는데,이게 사실 뒤통수 치는 설정이라면?
두 개를 모두 장착하는 것으로 아무나 하얀 마력을 쓸 수 있다면?
"이거 진짜 맞는 것 같은데? 하얀 마력을 쓰는 빌런이 나오는 거지."
- 그럴듯하긴 한대
- 흠ㅋㅋ
- 설마 라이즈가?
- 라이즈ㅋㅋㅋㅋ
- 그게 누군데 씹덕들아!
- 아ㅋㅋ
"맞아 그게 누군데요. 왜 여러분만 아는 이야기 해요!"
['정월곰'님이 2,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릴리스 오빠
"세상에 릴리스가 오빠가 있었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정체에 놀라고 있는 사이, 컷씬이 계속 진행되며 대화가 이어졌다.
「오, 그건 좀 재밌을 것 같은데.」
「심지어 릴리스의 가문이 최근에 안 좋은 소문이 많이 돌아서.... 이건 한 번 알아볼 필요가 있겠네.」
아, 역시 이렇게 되면 바이올렛의 도움을 받아서 릴리스의 집안에 쳐들어가는 형태가 되나?
공주님이 빽이면 확실히 든든하긴 할 것이다.
다만 바이올렛이 느끼기에도 심각한사안인지,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뭐, 내가 흥미가 생기기도 했지만.... 일단 왕족으로써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닌 것 같네.」
「흐음....」
「내가들어가는 건 도와줄 테니, 상황을 좀 파악해줄 수 있겠어?」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하죠.]
[제가 굳이 가야 할까요?]
"이걸 굳이 선택지로 물어볼 필요가 있어?"
뭐, 이걸 아래로 선택해서 다른 엔딩을 보는 것도 방향성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아까부터 아인의 성격에 최대한 맞는 선택지를 고르려고 해왔으니...
'아인스러운 대답은 아무래도 전자지.'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하죠.」
내가 선택지를 고르자, 아인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저 대사를 내뱉었다.
그 대사를 들은 시청자들은 '그놈의 재미'라고 하면서 웃기 시작했다.
확실히 좀 또라이 같긴 하네.
「오케이. 그럼 따라와. 대충 준비해줄 테니까.」
"어우, 슬슬 엔딩에 다 온 것 같은데."
스토리상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까 본 채팅방의 이야기로는 이 게임이 엔딩별로 플레이 타임이 천차만별이라고 했으니까, 플레이 타임보다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생각하는 편이 맞겠지.
- ???
- 와ㅋㅋ
- 자업자득ㅋㅋㅋ
- ?
- 아니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우리 쪽 상황이 거의 마무리 된 시점에서, 채팅창이 불타기 시작했다.
이건 설화님의 시점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뭐야. 무슨 일 있어요?"
물론 내가 물어봐도 아무도 답해주지 않았다.
사실 답해준다고 해도 티아가 바로바로 지웠겠지만....
나도 저쪽이 무슨 상황인지 구경하고 싶다고!
"아, 궁금해."
내가 궁금하거나 말거나 스토리는 계속 진행되기 시작했다.
여긴 또 어디야?
「내가 알아본 결과, 이 건물에 릴리스가 들어간 이후로 나온 적이 없다고 해. 아마 여기 반지가 있을 가능성이 커.」
「흐음, 릴리스도 있다는 말이겠네요.가볼게요.」
「...뭔가 궁금한 부분이라도 더 있어?」
「딱히요.」
아인은 쿨하게 말한 이후에 건물로 들어섰다.
그냥 그대로 직진해서 앞으로 달려가는 아인의 스타일엔 아직도 적응되질 않네.
"미치겠네. 아니, 좀 물어봐!"
- ㅋㅋㅋㅋㅋㅋㅋㅋ
- 주인공의 자체 하드모드
- 자체(강제)
- 엌ㅋㅋㅋㅋㅋ
- 아무것도 모름ㅋㅋ
- 상남자특zzzz
상남자고 뭐고, 나는 게임을 깨야 하는 입장인데....
솔직히 아까부터 아인의 성격 때문에 더 꼬이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일단, 건물을 좀 뒤져보죠."
반지를 빼앗긴 덕에 하얀 마력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하늘색 마력은 사용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잠입해서 뒤져보는 건 문제 없을 것 같은데.
"이거 그거 맞죠? 안 들키는 미니게임? 뭐 그런거?"
- 모름
- 처음보는데
- 이런게 있었나?
- 이 루트는 첨봄
- 히든이라 모르겠어요
-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 ㄹㅇㅋㅋ
맞다, 이거 히든루트의 일종이었지.
시청자들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걸 잊고 있었다.
"하여튼, 이 건물을 다 뒤져서 반지를 찾으면 되는 건가?"
이 게임은 현실적인 스타일을 중요시하는지, 퀘스트나 조건 같은 것이 나오질 않아서 일단 부딪혀야 했다.
가장 먼져 시야에 들어온 것은 주기적으로 순찰을 하는 NPC들이었다.
저 순찰을 피해 가면서 건물을 수색해야 할 것 같네.
"일단 방 하나씩 확인해 가면서 진행할게요."
퍼즐은 아니지만, 이러면 약간 일반적인 방탈출 계열 게임이랑 비슷하지 않나?
수색이니까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네.
'아, 그래. 이거 잠입 액션 게임 같은 느낌이네.'
최대한 들키지 않으면서, 잠기지 않은 방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방들을 뒤져보던 차에, 열쇠 꾸러미가 벽에 걸려있는 곳을 발견했다.
"오, 열쇠다. 이거면 거의 다 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거로 아까 잠겨서 열지 못했던 문들을 열 수 있겠네.
"하여튼 득템. 다음 찾으러 가죠."
일단 뭔가를 착실하게 얻고 나니까 잘 진행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내 반지는 어디에 놔뒀을까.
이렇게 다 뒤졌는데 보일 생각을 하지 않네.
"...응?"
- ㅗㅜㅑ
- ㅋㅋㅋㅋ
- 드디어 발견~
- 스포 마려워 죽을 뻔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는 열쇠로 잠겨있는 방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어, 음. 잘 못 들어온 것 같네요. 수고하세요."
"아니, 구해주라고!"
방 안에 있었던 건, 완전히 결박된 채로 널브러져 있는 릴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