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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화 〉11장 - 로스트 메모리즈(3) (60/182)



〈 60화 〉11장 - 로스트 메모리즈(3)

"...수증기님?"

나와 수증기님은 방금 일어난 참사에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튜토리얼을 했던 경험상, 저런 파괴력이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니었는데?

"귓속말이요?"

시청자가 확인하라고 해서, 스위치의 귓속말을 확인해봤더니 수증기님 캐릭터의 스킬 정보가 도착해 있었다.
이름은 아까 채팅창에서 본대로 '검신'이었다.

[피가 흐르는 검: 검을 다루는 것이 자신의 몸처럼 자연스러워진다.]
[검의 묘리: 검에 관련된 마법의 결과를 특정 수준에 고정하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력을가진다.]
[동기화: 이 캐릭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억 체크에 동의하여야 한다. 플레이어가 '검신'이라는 키워드에 관한 트라우마가 깊을수록 다른 스킬들의 영향력이 올라간다.]

"...이런 개인만 쓰기 적합한 캐릭터도 있어?"

나의 경우에는 트라우마가 성능에 영향을 주는 스킬은 없어서, 누가 사용하든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트라우마 자체가 캐릭터의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 오랜만에 보네
- 동기화 진짜 오랜만이다
스위치에서는최초아님?
동기화를 가진 상태로 넘어온 사람은 있지
- 그건 예외지ㅋㅋ
- 동기화는 진짜 잘 걸리면 바로 다이아는 직행이라
- 으 수저뽑기 게임

"역시 흔한 일은 아니구나."

다만 최초로 일어난 일은 아닌 모양이다.
스킬 상태가 저 모양이니, 아직 캐릭터 운전에 미숙한 수증기님이 사고를 친 것이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다.

"수증기님 너무 놀라지는 마세요. 별로 이상할 건 없는  같아요."

지금 수증기님이 로메 한정으로 화력이 드럽게 쌔진 것 말고는 별문제가 없다.
이러면 오히려 대회를 생각하면 이득인데?
아마 대회를 주최하는 측도 노린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 대회가 자기 자신의 캐릭터만 사용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는 것이나, 플레이한  없는 플레이어의 코스트를 0으로 설정한 것을 보면 이런 변수를 재미로 생각했겠지.

"일단 나가죠. 너무 여기서 머뭇거리면 안  것 같은...."

그런 예감이 든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끼리릭거리는 바퀴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기둥 뒤로 수증기님을 끌어당겼다.

"쉿"

대단한 AI를 사용한 적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간단한 AI도, 시야에 보이거나 소리 정도는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싱글 게임에서의 경험이 여기서 유용할 줄이야...'

소리가 났던 쪽을 슬쩍 확인하자, 사람보다 약간 큰 로봇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로봇이라면 SF계열의 세계관인가?
아까 감옥도 현대로 보이는 느낌이긴 했지.

- 다 몰려왔네
- 저런게 있었음?
- 너무 시끄럽게 하면 나옴
원래 열쇠만 챙겨서 나가면 되는 거잖아
- ㅋㅋㅋㅋㅋㅋㅋㅋ
- 너무 시끄럽긴 했지

'적이  많기는 하네.'

슬슬 수증기님의 마력도 회복된 상태일 것이다.
그냥 수증기님의 화력으로 밀고 남은 건 내가 처리할까?
잠시 고민을 해 봤지만, 딱히 다른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하긴, 원래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이상한 길로 가는 법이지.
간단하게 생각하자.

"수증기님. 그냥 다 부숴버리죠. 방금 했던 것처럼."
"네? 제가요?"

그럼 누가 하는데요.
제가 나는 서포터라서, 그렇게 화력이 높지 않다.
그나마 궁극기 게이지라도 100%면 화력이 나오지만, 아직 거기까지 차라면 무리고.

'궁게이지는오히려 수증기님 쪽이  많네.'

아마 방금 맵을 때려 부순 상호작용으로 생긴 것 같았다.
필요하면 아무거나 막 부수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겠네.

"해, 해볼게요."

수증기님이 뛰어나가서 아까 상황을 그대로 재현했다.
마력을 모두 소모할 때까지 날뛰던 수증기님이 자리에 주저앉았고, 그걸 보자마자 나는 남아있는 녀석들을 실로 묶기 시작했다.

- ㅗㅜㅑ
- 원래 1단계가 쉽긴 한데
- 그래도 이렇게 타격감 있게 부수니까 멋있네
 방송은 시야 엉망이라고 혼나던데
- 아직 컨트롤이 어설픔
- ㄹㅇㅋㅋ

"생각해 보니까. 흡!"

이렇게 실로 적들을 묶어서 휘두를 수도 있었다.
 많은 큐브 게임들을 해봤지만, 로메는 스킬의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편인 게임이었다.
묶어둔 적들은 내가 실을 강화한 상태로 힘껏 당겨서 조각내버렸다.
그 와중에 내가 놓친 것들은 마력을 회복한 수증기님이 간단하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쉽네. 하긴 rpg라고 하기는 했지만,  게임은 성장하는 게임은 아니니까."

로메는 스토리모드에서도 처음부터 캐릭터의 전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러니까 스토리모드의 초반에는 성능이 여포일 수밖에 없겠지.
그나저나 이거 스토리가 있긴 있는 거야? 이렇게 걸어서 나가면 끝이라고?

"잠깐만요 수증기님. 뭐 떨어져 있어요."

잔해에 깔려 있던 종이에는 어떤 대회에 관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진행은 자유롭게 하지만, 이런 정보로 게임 스토리를 짐작하는 방식인가?
솔직히 어떤 게임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음."

내가 건넨 메모를 본 수증기님이 메모에 적힌 내용을 소리 내어 읽었다.

"2017년 제 3회 엠브리오 대회. 다른 내용은 찢어져서 안보이네요."

- 오랜만에 본다
- 아 저 대회ㅋㅋ
- 스포ㄴㄴ
- 솔직히 별 것도 없지만
- 저거 대회ㅋㅋㅋ

다들 채팅에서 대회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니, 아마도 시나리오랑 관련 있는 정보인  같았다.
설마 나중에 우리가 저 대회를 나가나?

[메인 시나리오 2: 습격에서 살아남으시오.]

"아, 깜짝이야."

감옥 밖으로 나오자마자 시나리오가 변경되었다.
시나리오별 클리어 보상이 없는 걸 봐선 스토리 모드를 전부 클리어할 때만 보상이 있는 것 같았다.

"근데 무슨 습격?"

그때 시야에 그림자가 지는 것을 느끼고, 수증기님을 붙잡고 빠른 속도로 자리를 피했다.
쿵!
우리가 피한 직후에 우리가 있던 자리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와, 깜짝이야."
"어우 놀라라."

소리가들린 쪽을 살펴보니, 건물만큼이나 커다란 괴물이 있었다.
디자인은 꽤 정석적인 대형 괴수에 가까웠다.
다만 이게 실제 크기로 보니까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까지 했던 게임들에는 이렇게까지 큰 적은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려나?

기간트가 또ㅋㅋ
- 아직도 저거 이름이 기간트인 이유를 모름
아무리 봐도 고릴라임
- ㄹㅇㅋㅋ
- 진짜 삼류 괴수 디자인인데
- 기간트ㄹㅇㅋㅋ

"저거 이름이 기간트라고? 에반데."

좀 그럴듯한 괴수식 이름일  알았는데.
저기에다가 기간트라는 이름은 뭔가 미묘했다.
크기만 보면 확실히 기간트긴 한데....

"어라, 감옥을 빠져나왔는데 바로 도시네. 그런데 괴물까지 있어."

확실히 의외의 맵 설계이긴 했다.
원래 감옥을 저런 위치에 만들어 두나? 일반적인 감옥이라기엔 묘한 느낌이 드는데.

"로봇이 몬스터라서 SF계열인  알았는데. 갑자기 대형괴수가 나오고."

대체  혼종 스토리는 뭘까.
하긴 현대 배경은 맞는  같으니까, 어반 판타지에 가까운 세계관이려나?
아무리 그래도  흐름 깨는 기간트의 디자인은 어쩔 거야.

"수증기님 일단 달려요. 아무리 아픈 공격도 맞지 않으면 그만이에요."

워낙 덩치가 커서, 밟히기만 해도 꽤 심각한 데미지를 입을 것 같았다.
심지어 시나리오의 클리어 조건도 잡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거잖아.

"말은 쉽죠!"

하긴 그렇긴 하다.
지금 나는 스킬을 이용해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지만, 수증기님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이동에 관련된 스킬이 없으니까.

"일단 다리라도 묶어봐야지."

계속 실을 이동기로 쓰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적을 묶어서 아군의 공격을 유리하게 도와주는 서포터다.
그래서 계속 시도해 봤지만, 힘 때문에 오히려 내가 끌려다닐 정도였다.
원래는 건물 같은데 묶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기간트의 크기나 힘으로 봐서 그것도 마찬가지로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이러면 차라리 자체를 묶어버리는 쪽이 맞겠는데?'

문제는  상태로 압박하려면 그 순간만큼은 괴수보다 강한 힘이 필요하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옆에서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 수증기님이 눈에 들어왔다.
수증기님을 어떻게 활용할 방법이 없나?

"아, 진짜 도움이 안 되네."

수증기님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검을 사용한 딜링에 최적화된 캐릭터다.
다만 검을 사용하지 않으면 보정을 받을 수 없으므로,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화력은 강하지만, 아직 수증기님은 그걸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한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논란 수증기 쓸모없어
- 그건 맞지....
- 펙트밴인데
- 아ㅋㅋ
수증기 울겠다
체험모드 어지럽다
시야 너무 휙휙 바뀜

도망가던 수증기님이 이제  되겠다 싶었는지, 그대로 검을 휘둘러서 기간트에 공격을 가했다.
의외로 데미지가 있는 듯 괴수가 상처를 입고 물러났다.
물론, 곧바로 수증기님이 쓰러졌다.

"수증기님!"

나는 마력고갈로 힘들어하는 수증기님을 실로 묶어서 당겼다.
공격하려던 목표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기간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쪽으로 달려왔다.

"괜찮겠다. 생각보다 행동이 느리네."

 캐릭터는 화력은 약해도 기동성은 확실했다.
그리고 익숙해지고 나서는 수증기님을 함께 이동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1초 동안 실을 강화해서 이동의 시작을 하면, 유지는 강화가 없어도 버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쿨타임까지만 버티면서 이동하면, 충분히 다시 이동할  있다.
그나저나 이렇게 생존하는  어렵지 않은데, 버티기만 하면 역시 재미가 없다.
 클리어하는 미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 생각났다."

조금 전에 수증기님의 공격이 꽤  먹혔던  고려하면, 결국 수증기님은 공격은 먹히지만 기동성과 안정성이 문제다.
그걸 내가 해결한다면 잡는 것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수증기님, 전술핵.... 아니 수증기 폭탄을 사용해볼 생각인데 어때요."
"그 괴상한 닉네임이 무슨 의미인지부터 알려주세요."

- 수증기 폭탄ㅋㅋㅋ
- 아니ㅋㅋㅋㅋ
- 증기기관이 아니라 증기폭탄이었네
- 전술핵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화력은 폭탄 급이긴 
- ㅋㅋㅋㅋ미치겠네

일단 내 기동력을 통해 기간트의 공격은 회피한다.
그러다가 수증기님의 마력이 차오를 때마다, 내가 수증기님을 집어던져서 공격한다는 심플한 계획이었다.
내 설명을 듣던 수증기님이 자신은 미사일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대부분의 수증기님 방의 시청자들이 미사일이 맞다고 옹호해줬는지 금방 조용해졌다.
음, 수증기님 미안해요.

"간다 수증기폭탄!"
"그런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지 마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충분히 효과는 있었다.
수증기 폭탄, 아니 수증기님은 내가 보기에 기간트의 급소로 보이는 곳에 던져주는 족족 강력한 데미지를 입혔다.
다시 회수하는 것이 좀 귀찮기는 했지만, 갈수록 상처가 깊어지는 기간트의 모습을 보면 뿌듯함에 귀찮음이 사라졌다.

"...하얀별님. 계속 이렇게폭탄처럼 날아다니니까 기분이 이상해요."
"전 슈팅게임 하는 것 같아서 재밌는데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게 먹히는게 더 웃기네
- 저거 잡기 힘들지 않나
 지금은   있음
- 아니 뉴비 때 해야지ㅋㅋ
- 미숙할 때는 어렵긴 함
- 멀티모드 아니면  약하지 않나?
- ㅇㅇ 그건 좀 할만함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은 난이도가 어렵게 설정된 멀티모드였고, 이런 방법을 쓰지 않으면 우리는 쓰러트릴 가능성이 없었다.
애초에 쓰러트릴 필요가 없긴 했지만, 일단 보스가 있으면 잡아보는 시도라도 해봐야지.

"어, 좀 위험한데."

그러던 중에 배달 사고가 났다.
수증기님으로 공격을 가한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수증기님을 회수할 시간이 부족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내가 한발 늦었다.

"아, 망했다."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수증기님의 쪽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기간트가 비틀거리며 밀려났다.

"뭐야 저거?"

새하얗게 나풀거리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새빨간 얼굴로 소리를 지르는 수증기님이 보인  같은데.

'...기분 탓인가?'

물론 기분 탓일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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