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11장 - 로스트 메모리즈(4)
그러니까 지금이게 무슨 상황이지?
의외로 수증기님에게 저 웨딩드레스가 어울리긴 했지만, 현재 일어난 상황을 사고가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다.
- ??
- ?????
- ㅋㅋㅋㅋㅋㅋㅋ
- 궁극기ㅋㅋㅋㅋ
- 와 개이뻐ㅋㅋ
- 여신인데ㅋㅋㅋㅋ
- 여신(덜렁)
- 수증기는 어쩔 수 없지
- 아니ㅋㅋㅋㅋ
그 와중에수증기님 머리 위에 떠오른 이름의 색이 빨갛게 물들었다.
많이 화가 나시는 모양이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정신을 차리고 수증기님에게 실을 묶었다.
일단은 방금까지 꼬였던 전투 패턴부터 풀어야 한다.
그런데 수증기님이 실을 끊어버리더니 이쪽으로 날아왔다.
"뭐, 뭐야."
어떻게 날고 있는 거야.
수증기님은 검에 관련된 마법 말고는 저런 효율을 낼 수 없을 텐데?
그러다가 아까 채팅창에서 스치듯봤던 말을 떠올렸다.
'궁극기?'
생각해보면 아까 귓속말로 온 캐릭터 '검신'의 정보에는 궁극기에 관련된 내용이 없었지.
설마 저렇게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바뀌는 게 궁극기인가?
"절, 절대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마, 망할...."
어쩌면수증기님이 이 게임을 하지 말자고 했던 이유는, 검신이라는 캐릭터보다는 저 궁극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중에 날아오른 수증기님은 부끄러워하면서도 마법을 쏟아내며 기간트를 압박했다.
"아,찾았다."
그리고 나는 로메의 사이트를 검색해 캐릭터 검신의 궁극기를 확인했다.
물론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직접 물어보면 반응이 심상치 않을 것 같아서 직접 찾아본 것이었다.
'그 와중에 기간트는 수증기님에게 어그로가 끌려서 나는 보지도 않네. 어?'
[여신화(궁극기): 검이 새하얀 드레스로 변화한다. 외모가 여성의 모습으로 변한다. 모든 마법의 결과를 특정 수준에 고정하고, 대량의 1회용 마력을 획득한다. 마력을 모두 소모하면 궁극기가 종료된다.]
"...푸읍"
내가 웃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수증기님은 공격을 하다 말고 내 옆으로 날아와서 태클을 걸었다.
"웃지 마세요!"
- ㅋㅋㅋㅋㅋ수증여신
- 아 이건 어쩔 수 없네
- 여신 타이틀 빼앗겼네
- 맞음 얀별님은 이제 교주님이지
- ㄹㅇ얀별님이 졌다
- 여신ㅅㅂㅋㅋㅋㅋㅋㅋ
- 우욱씹
공주에 여왕에 이제는 여신까지.
남자가 가지기는 꽤 어려운 타이틀을많이도 가져가시네.
존경하는 수증기님, 힘든 길을 걸으시는군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하긴, 내가 말할 건 아닌가.'
나도 원래 성별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오히려 나 자신이 남성이라고 주장하지 못하는 내가 더 나쁜 상황이려나?
'뭐, 그건 별로 중요하진 않지만.'
나는 솔직히 방송이 잘되고 있는 지금의 삶이 더 행복하니까.
나에게는 방송이 최우선 사항이었다.
"와, 그 와중에 화력 오지네."
궁극기를 사용하는 수증기님의 전투 방식이 포카님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궁극기를 켜기 전에는 검신이지만, 켜고 나면 마왕이라는 건가?
'장난 아니네.'
수증기님은 대체 얼마나 사기캐를 뽑아낸거야?
"너무 마력 낭비하시는 거 아닌가요?"
"이거 전부 소모 하지 않으면 안 꺼지잖아요. 지금 상태 유지하기 너무 싫어. 아 진짜 너무 싫어, 싫다고!"
음, 시청자들은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궁극기를 켠 상태, 그러니까 여신모드에서의 외모는 검신모드랑 다르게 수증기님의 원래 모습을 많이 닮아 있었다.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네.'
수증기님은 여러 부분에서 신묘하신 분임이 틀림없다.
물론 이런 속내를 말하면 수증기님이 엄청나게 화내겠지만.
- 아ㅜㅜ
- 여신님 돌려줘
- ㅋㅋㅋㅋㅋㅋ
- 여신님은 어디가고 무서운 검신이 왔어
- 돌려줘ㅜㅜ
- 미치겠네ㅋㅋㅋㅋㅋㅋ
- )*(
- 수증은 어쩔 수 없지
- 언니 나죽어
금방 마력을 다 소모하고 원래대로 돌아온 수증기님에, 시청자들이 아쉬워하는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이걸 진짜로 빠르게 끝내시네. 아쉽다."
이유는 조금 달랐지만, 나도 굉장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서 날아다녀서 엄청 편했는데.'
아무래도 검신모드면 내가 수증기님을 직접 회수해야 해서 귀찮았다.
방금까지는 알아서 날아다니셔서 엄청 편했는데....
"후, 하얀별님. 죽고 싶으세요?"
씩씩거리는 수증기님을 보며 아니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또 놀렸다가는 저 검의 날이 나를 향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그냥 죽어버렸네요."
방금 수증기님이 쏟아낸 마법들의 순간적인 화력이 워낙 강했던 탓이다.
옆에서 볼 때는 포카님이 와서 마법을 쏟아낸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이미 아까의 증기폭탄 작전으로 꽤 많은 데미지를 입히긴 했지만, 그래도 가장 데미지를 많이 입힌 것은 궁극기를 켠 수증기님일 것 같았다.
"어, 누가 온다."
「기간트를 처리하러 왔는데, 이미 상황이 종료되었다니. 솔직히 예상 밖이네요.」
「그건 선배가 너무 늦장을 부려서 그런 것 아니고요? 악.」
「모노, 조용히 해. 하여튼, 거기 있는 두 분. 신분증을 보여주시겠어요?」
[그런 것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꺼져라.]
선택지가 나타났다.
음, 여기에 스토리가 있긴 했구나.
처음에 뜬금없이 미션만 줘서 제대로 된 스토리는 없는 건가 했다.
"어?"
그때 갑자기 아래의 선택지에 1이라는 숫자가 생겨났다.
이거 설마 수증기님이 선택해서 저렇게 나온 거야?
"왜요. 뭐요. 왜요."
"음, 그런 거 좋아하시는 건가요?"
"뭐가요. 제가 뭘 좋아하는데욥."
오늘따라 한 대 때리고 싶은 말투를 하시네.
그나저나 이런 장난은 꽤친해진 다음에나 하셨던 걸로 기억하니까, 이 세계에서도 나에게 마음을 여셨다는 뜻이려나.
'그건 좀 기분이 괜찮네.'
"야, 이 클립 후원한 놈 나와."
갑자기 후원자 부검에 들어간 수증기님을 내버려두고, 나는 나대로 선택지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굳이 양쪽 다 같은 선택지를 골라야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럼 두 반응을 다 보려면 나눠서 선택해야 하나?
"일단 그렇게 해봐야겠다."
「그런 것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놓고 다니시는 모양이네요. 그쪽은?」
「꺼져라.」
「기간트 하나 처리하셨다고, 너무 기고만장하신 것 아닌가요? 그런 식으로 나오시면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할 수 있습니다.」
「흥, 그럴 수 있으면 그래 보던가.」
「너무 그러지 말고 진정하세요. 저희가 모종의 이유로 신분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사라진 상황이죠.」
「범죄자라도 되는 모양이군요. 그걸 굳이 저한테 말씀하시는 이유가 무엇이죠?」
그러게, 딱 봐도 경찰로 보이는 사람한테 그런 걸 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나저나 스토리에서 캐릭터의 성격은 방금 선택지로 결정이 나는 모양이었다.
「범죄자는 아닙니다. 혹시 이식자, 정확히는 샘플 이식자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설마, 당신들이 이식자 중 하나라는 겁니까? 」
"이식자가 뭔데 이 씹덕들아."
흔한 말하는 자기들만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대충 예상해보면, 어감상의 느낌으로는 인체실험의 대상자 비슷한 것 같은데.
하여튼 영 좋은 취급은 아닌 것 같았다.
「그 자식이 잡힌 지도 꽤 되었는데, 아직도 남은 이식자가 있었구나. 따라오시죠. 신분 증명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굳이 그래야 하나.」
「잠자코 있어요. 좀.」
내 캐릭터가 수증기님 캐릭터를 타박했다.
둘이 다른 선택지를 고르면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구나.
이러면 서로 같은 걸 고르면 다른 상호작용이 나올지도 모르겠네.
- 이런식으로 나오네
- 혼자 할때랑 다르구나
- 멀티 코옵으로 할친구? 있을리가 없잖아
- 이게...아싸?
- 아싸들 다 조용히해
- ㅠㅠㅠ
"앗 아앗...."
우리가 뭘 하던, 게임은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하긴 이건 오래된 게임이니까 평범한 컷씬 형태겠구나.
'라스트 발렌타인이 내 뇌를....'
라스트 발렌타인이나 너와 맞잡은 손이 워낙 미친 퀄리티라서 그런지, 오히려 이런 구식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았다.
['모노'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선배 나는? 야, 무시하냐?
"모노? 아, 아까 그 후배. 그러고 보니까 분량 공기네."
저럴 거면 혼자 오지 왜 둘이서 돌아다니는 거야.
사실 스토리를 보다 보면, 꼭 저런 불쌍한 캐릭터가 있는 법이긴 하다.
가끔 그런 캐릭터가 분량이 떡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그렇게 끝나는 경우가 많지.'
장면이 넘어가더니, 경찰서로 보이는 곳에 가서 신분증을 받았다.
그런데 그때 내부가 시끌벅적해지더니 다시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죠?」
「실은 샘플 이식 프로젝트의 후계자가 있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방금 꼬리를 잡은 것 같아서 출발하려고요.」
「혹시 저희도 도울 수 있을까요?」
「원래는 안 되는데, 뭐 인력도 부족하고 사건과 무관한 분들도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조금만 손을 보태주세요.」
"역시 도와주는 전개로 가는구나."
그나저나 샘플 이식 프로젝트란 물건이 메인스토리에서 꽤 중요한 요소인가?
계속 언급되는 것 보면 중요한 주제 같은데.
「선배, 저는 어디로 가면 되나요?」
「모노 너는 이 두 분이랑 같이 움직여. 정보 얻은 곳은 내가 보냈으니까.」
「네, 선배.」
컷씬이 끝나자 다음 메인 시나리오의 미션이 생겨났다.
이번에도 꽤 간결하게 적혀 있네.
[메인 시나리오 3: 후계자를 찾아낸다.]
곧 우리는 모노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왜 이런 이동 모션에 공을 들인 걸까?
그냥 빠르게 스킵해서 전개해도 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저번에 수증기님 클립 때문에 있었던 경험이 떠올라 이야기를 꺼냈다.
"맞다 수증기님. ASMR 방송하시는 거 들어봤어요."
"어, 어땠어요? 유나님은 엄청 좋다고 하셨는데, 예의상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너무 자극적이고 외설적이라 클립 듣고 놀라서 다시보기를 지울 정도였어요."
- 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깜짝 놀랐지 뭐야
- ㄹㅇㅋㅋ
- 잊혀지질 않는다
- 너무 야했음
"네?"
수증기님은 대체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냐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음, 클립까지 다 지워서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네.
['리트'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스위치 클립)
클립 이름을 확인했더니, 역시나 수증기님의 ASMR방송을 잘라놓은 내용이었다.
"응, 바로 스킵. 수증기님은 자신이 얼마나 음란한지 모르시는군요."
"아니 대체 무슨 소리예요. 그냥 귀파는 소리 녹음했는데."
"흑흑 그렇게 말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귀를 농락했던 거죠?"
"그게 대체 뭔소리야!"
그렇게 수증기님을 놀리면서, 우리는 계속 스토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계속 뭘 때려잡긴 하는데 후계자로 보이는 적은 나오질 않았다.
"아니 뮈시기 후계자 놈은 어디 처박혀 있는 거야?"
"음, 그러게요."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시청자들은 서로 '스포ㄴㄴ' 같은 소리만 하고있는 걸 보니, 뭔가 있긴 한 모양인데....
"아니 대체 뭐기에그래. 그냥 말을 해 이것들아."
- <삭제된 채팅입니다.>
- 싫은데
- ㄹㅇ말해주면 노잼임
- 칼삭 무엇
- 티아 일 잘한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네~ 알려드렸습니다~
또 티아가 나만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았다.
뭐야 왜 나만 안 보여줘.
지금 대체 무슨 상황인데?
"티아야? 뭐하는 짓이야."
그러자 티아가 '^ㅁ^b'이라는 괴상한 이모티콘을 날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거 봇 아니라니까.
"저게 어떻게 봇이냐고...."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컷씬이 시작되더니 뒤쪽에서 날아온 습격으로 우리들의 캐릭터들이 쓰러졌다.
"갑자기 뭐야?"
그리고 우리의 뒤에 있었던 건 아까부터 같이 다니던 모노였다.
설마 이거 그거야?
"와, 이게 이렇게 된다고?"
"어? 뭐야 이거?"
「이렇게 쉽게 새로운 이식자들을 손에 넣을 줄이야.」
누워 있는 우리를 보며,모노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