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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화 〉11장 - 로스트 메모리즈(5) (62/182)



〈 62화 〉11장 - 로스트 메모리즈(5)

같이 다니던 녀석이 범인인 패턴.
어떻게 보면 정석적으로 자주 쓰이는 스토리다.
하긴, 선배 쪽은 이름도 안 나오는데 모노만 이름이 나온 것이 이상하긴 했다.

'그래도 그래놓고 공기인 캐릭터가 워낙 많다 보니 방심했네.'

하긴, 스토리상 회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같으니까.
그럼 어차피 알아도 당할 수밖에 없는 이벤트였을 것이다.

- ㅋㅋㅋㅋㅋㅋ
- 여기까진 그럭저럭 재밌었지
 수상하긴 하잖아ㅋㅋ
- 모노좌
- 기간트 보단 괜찮았는데
- 모노전 재밌지
- 여기까지는 스토리도 갓겜인 줄 알았음
- 아 ㅋㅋ

"이거 보스전이야?"

납치되어서 어떤 식으로 전개되나 했더니, 다음 보스 전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납치하면 싸울 수 없도록 조치를 해두지 않나?
바로 전투로 이어지는 것이 가능해?

"끙."

그런 의문을 품고 있는 사이, 암전되었던 시야가 돌아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는 몸이 묶여 있는 채로 앉아있었다.
다행히 나랑 수증기님이 같이 있네.

'묶은  쇠사슬이네, 꽤 튼튼한 것 같고.'

실을 강화해서 베어도 잘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쇠사슬을 묶어둔 자물쇠도 마찬가지였다.

"수증기님. 쇠사슬 처리 가능해요?"
"검을 빼앗긴  같아요. 궁극기도  없으면 발동이 안 되는데."
"마법으로 안 열리나요?"
"아까부터 해보는데 반응이 없어요."

즉, 지금 상태로는 전투에 돌입하기는 어렵다는 소리다.
그래도  안에 모노는 없어서, 자유롭게 주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뭔가 방법이 있을 텐데. 로메의 스토리모드는 캐릭터 상관없이 클리어할  있게 설계했을 테니까."

물론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너무 쓰레기 게임이 아닐까 싶다.
인디게임이 아닌 이상은 그런 부분은 다 해결해 놨겠지.
이게 나온 지 하루 이틀 된 게임도 아니고.

"묶이니까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네. 아, 일어나는 것까지는 가능하다."

아마 이렇게 일어나서 열쇠를 찾고 낑낑대면서 쇠사슬을 풀면 되는 방식 같은데?
확실히 이러면 능력과 상관없이진행할  있겠지.

'굳이 그렇게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나는 실을 이용해 방 안을 빠르게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미 실의 사용에 익숙해져서, 꽤 빠르게 주변을 뒤져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책상에 있는 서랍에 열쇠가 있는 것을 찾아내서, 그걸로 자물쇠를 풀어냈다.

"저도요!"

빨리 자신을 풀어달라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수증기님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결박 플레이 오우야."
"아니, 풀어달라고요!"

- 결박플레이ㅇㅈㄹㅋㅋ
- 이게 멀티의 묘미지
- ㅋㅋㅋㅋㅋㅋㅋㅋ
- 농-락
- 수증기님좀 그만 괴롭혀ㅋㅋ
- 교주님 요즘 너무 악질이심ㅋㅋ
- ㅗㅜㅑ

그치만 수증기님이 저렇게 찰진 반응을 보이는데 장난을 포기할 수가 없잖아.
개인적으로 수증기님을 좋아하지만, 그래서  장난을 치고 싶어진다.
수증기님이 이 말을 들었다면 개소리하지 말고 쇠사슬이나 풀라고 했겠지만.

"풀어드릴게요. 움직이지 마세요."

손이 자유로워지고 나서야 우리는 방문을 열었다.
처음부터 문이 그냥 열려있긴 했지만, 몸이 묶인 채로 그냥 나갔으면 전투에 너무 큰 페널티였겠지.

"오, 검 여기 있다."

방문 앞에 수증기님의 검이 놓여 있었다.
솔직히 캐릭터랑 한 몸 취급인 전용 무기가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르겠네.
이런  보면 참 이상한 게임이야.

「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벌써 깨어났군.」

컷씬이 시작되며 모노가 걸어왔다.
저기서 저렇게 오니까 좀 보스 같은 느낌이 나네.
아까랑 다르게 몸에 이상한 기계가 덕지덕지 붙어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메인 시나리오 4: 후계자 모노 처치.]

"또 간결한 내용이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모노의 공격을 피했다.
파지직!
뭐야, 방금 전기 비슷한 것이 지나간 것 같은데?

'혹시 전기 계통의 공격을 사용하나?'

하지만 생각 외로 공격마다 계통이 달랐다.
불에 얼음에 물리력까지.

'이거 평범한 능력이 아닌  같은데?'

굉장히 공격의 방향성이 뒤죽박죽인 보스였다.
 정도로 공격 속성의 자유도가 높은  보면 마법 계열의 보스일 수도 있겠네.
물론 마법을 사용할 정도의 AI는 아닌  같지만, 마법과 유사한 결과를 내는 컨셉의 보스를 제작하는 것은 가능하니까.

"수증기님!"

하지만 단순하게 마법이라기엔,  개별적인 성능이 굉장히 높았다.
지금 수증기님이 오히려 밀리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조금씩 치유도 하고 있어.'

그나마 내가 실을 묶어둬서 그건 차단할 수 있었다.
힐을 차단하지 못했으면 공략이 꽤 어려워졌겠네.

"무슨 안 쓰는 기술이 없네."

대충 흔한 원소계열 기술부터, 회복이나 버프는 물론이고 디버프까지 다 튀어나왔다.
이게 한 보스가 가진 패턴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심해졌네ㅋㅋ
- 이건 매년 볼때마다 다르구나
ㅋㅋㅋㅋㅋㅋㅋ
- ㄹㅇ처음 당하면 당황스럽다고
- 갑자기 너무 강함ㅇㅇ
- 스토리 수문장이지ㅋㅋ

그리고 솔직히 그것만 있었더라면, 머릿수가 더 많은 우리가 더 유리하긴 했다.
문제는 아까부터 맵에서 튀어나와 공격하는 기계들이었다.

"이것까지 보스 패턴으로 만들어진 것이 말이 되냐고!"

그러던 중, 결국 수증기님이 궁극기를 사용하는 상황까지 왔다.
그제야 모노가 대사를 말하더니패턴이 일부 바뀌었다.

「꽤 잘 버티는군. 평범한 이식자 같지는 않다 싶었는데....」

"뭐, 뭐야."

패턴이 바뀌자마자 갑자기 모노의 등에서 실이 날아왔다.
나의 것과 미묘하게 색은 다르지만, 서로 부딪히자마자  능력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스킬이랑 똑같아.'

마법이 아니라 여러 스킬을  수 있는 거였구나.
아까 시청자들이 말한 매년 바뀐다는 말도 이거랑 관련이 있을 것이다.
로메에 유입되는 플레이어가 생길수록 서버에 등록된 스킬 목록이 달라질 테니까.

'그렇다보니까 어느 정도는 랜덤성도 가지고 있겠네.'

사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쿨타임의 제약을 여러 스킬을 사용하는 것으로 회피하는 것이 더 문제였다.
심지어 이제는 수증기님의 검과 비슷한 것을 꺼내기까지 했다.

"...마법을 쓰지 못하니까 그냥 시스템으로 보정을 해버리네."

안 그래도 마력이 남아있지 않았던 수증기님이, 모노의 공격으로 인한 충격에 날아가서 벽에 부딪혔다.
이건 좀 위험한데?

"괜찮아요?"
"HP가 좀 많이 깎인 것 말고는요."

내가 서포터긴 하지만 회복 기술을 사용할 방법이 없다.
그냥 실을 감아서 지혈해주는 정도가 끝이지.

'적이 아니면 실을 사용해도 회복 불가 상태가 되지는 않네.'

스킬의 설명에는 닿은 대상이 회복 불가라고 했는데, 어째서 아군에겐 능력이 통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긴 원래 게임의 텍스트와 실제 적용은 테스트해 보지 않으면 확신하기 어렵지.

"일단 제가 궁극기 게이지가 차서 어느 정도의 화력은 나와요. 어떻게든 버티고 있을 테니까, 마법으로 회복하고 합류하세요."
"네, 그럴게요."

「엠브리오가 만들어낸 이 힘이면, 어렵지 않게 세상을 바꿀  있겠지. 절대 재능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

긴 대사가 나오길래 패턴이 변화하는 것인가 했는데, 다행히도 그것은 아니었다.
그냥 스토리의 전개를 위해 나오는 대사인가 보네.

'엠브리오라.'

아까 대회 전단지 비슷한 것에서 본 적 있는 키워드였다.
역시 그 대회도 뭔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 좆브리오....
- 그놈의 엠브리오ㅋㅋ
- 그게 뭔데ㅋㅋㅋ
- 모름
- ㄹㅇ다 봤는데 뭔지 아직도 모르겠어
- 아니ㅋㅋㅋㅋㅋㅋ
- 너무 스토리가 쓰레기였지.
- 궁극기 떴냐?

10초 동안 모노를 포박해서휘두르고, 쿨타임 10초 동안은 도망치는 등의 방식으로 천천히 공략하기 시작했다.
금방 몸을 추스르고 합류한 수증기님의 화력까지 더해지니, 금방  번째 페이즈도 종료되었다.

「이 정도면 칭찬하고 싶군,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더 놀아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엄청난 화력이 수증기님을 덮쳤다.
내가 어떻게든 실로 수증기님을 끌어내긴 했지만, 이미 수증기님은 만신창이로 얻어맞은 상태였다.

"궁극기?"

방금까지 수증기님에게 들어온 공격이 궁극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페이즈는 궁극기가 사용 가능해지는 패턴인 것 같은데.

"흐으...."
"아, 치료 불가 상태...."

이걸 이쪽에서 당하다니. 심지어 출혈 때문에 계속 수증기님의 체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죽어도 상관이 없는 게임이지만,오늘 이야기가 나온 탓인지 아리아가 죽었던 상황과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진정하자.'

정말로 아무도 죽지 않는 게임이다.
수증기님이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라 그냥게임을 한 번 실패할 뿐이다.

'어?'

그리고 수증기님이 죽자마자, 궁극기 아이콘에 빛이 점등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제야 잊고 있었던 것을 하나 깨달았다.

'내 궁극기가 부활이었지?'

지금까지는 사실상 궁극기가 있다는 것조차 잊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뭐, 방금까지는 쓸만한 상황이 없었으니까.

[아리아의 기도(궁극기): 현재 사망한 아군을 되살린다. 시전자 본인이 사망할 경우, 살아난 아군도 함께 사망한다.]

내 등에서 황금색 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더니, 시체가 된 수증기님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와, 졸라 이뻐."

- ㅗㅜㅑ
- 간지 무엇
반짝반짝 거리네
이펙트 잘 만들어졌네
- 아리아 갓캐릭ㅇㅈ
- 퍄퍄

황금색 실에 묶여 있던 수증기님의 캐릭터가 반짝이더니 모습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습을 본 나는 멍해진 채 가만히  있었다.

"...아리아?"

내 캐릭터는 이름은 아리아지만, 외모 자체는 오히려 아연씨에 가깝다.
하지만 방금 궁극기로 살려내는 순간, 수증기님이 미묘하게 바뀐 디자인은 내가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아리아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런 부분에서 이상한 효과가 있는 이유가 뭐야.'

나는 입술을 깨물며, 수증기님 쪽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궁극기를 사용해 모습을 한 차례 더 바꾼 수증기님이 나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나를 낚아채자마자 하늘로 날았다.

"으왓? 수, 수증기님?"
"뭘 그렇게  놓고 있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금 내가 서 있었던 곳이 폐허가 될 정도로 부서져 있었다.
나한테 공격이 날아오고 있었구나....

'수증기님의 외모가 바뀐 덕에 정신을 차렸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수증기님한테 감사의 말을 건넸다.

"고마워요."
"일단 저거나 처리해요."

여신 상태의 수증기님이 모노가 사용하는 궁극기들의 화력을 담담히 막아내는 동안, 내가 달려들어서 계속 모노에게 빈틈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꽤 어려웠네요."

어렵사리 모노를 쓰러트리자, 메인 시나리오 메시지가 나오더니 주변을 조사해 보라고 했다.
이제 여기 좀 나가면 안 되나?

'무슨 게임이 이렇게 시키는 것이 많아?'

우리는 그 뒤로 꽤 삽질한 끝에, 모노가 지내던 방으로 보이는 곳에서 특별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뭔가 들어있는 상자로 보이는데?

"찾으라는  이건가?"

나는 방금 찾은 이상한 디자인의 상자를 열었다.



 ☆ ☆ ☆ ☆ 



내 눈앞에 보이는 메인 시나리오 메시지를 계속 노려보았다.
그런다고 내용이 변화하지는 않았지만.

[메인 시나리오 10: 대회를 우승하라.]

"어쩌다 이런 상황이  건지 모르겠네."

확실히 로메의 스토리모드는 시청자들의 예고처럼 갈수록 더럽게 재미없었다.
이번 방송에서 단번에 클리어할 정도로 짧은 분량이 아니었으면 중도에 포기했겠지.

「제 3회 엠브리오 대회의 결승전이 지금 막을 올립니다!」

특히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재미는 없었던 주제에 마지막까지 통수는 확실하게 치네.

[익명으로 미션이 도착했습니다.]
[미션: 성불(2)
조건: 이번 전투에서 승리하기
보상: 리트라이 입장 티켓(1/3), ???]

"하아, 이건  뭔데?"

나는 수증기님의 캐릭터가 나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며 한숨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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