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12장 - 시청자 참여 방송(2)
"오케이 들어갔다."
실이라는 소재만 포기하지 않으면, 어지간한 마법은 다 구현할 수 있었다.
역시 영전의 스킬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네.
- ????
- 와 진짜 미치겠다
- 왜 시작부터 고였어
- 아니 무슨 실로 저런 걸 만들어?
- 무슨 오버라이트 수준이
- 이걸??
- 오버라이트를 무슨 마력 쓰듯;
- 이게되네;
- 체험모드ㅁㅊ
- 등 감각ㅗㅜㅑ
- 1일차(고인물)
'이게 오버라이트구나.'
원래 한 번 성공하고 나면, 그만큼 자신감이 붙는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자기 암시의 원동력이 되어서 다음 마법에 영향을 주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역시, 언니는 재밌네요."
"뭐?"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생긋 웃더니, 내가 쿨타임 때문에 화력이 낮아진 틈을 타서 공격했다.
어떻게든 공격을 피하려고 해도, 연달아 이어지는 공격에 하나둘 쯤은 내가 맞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대치를 유지하면 확실히 져.'
내 실이 강화된 상태라면, 내 실에서 비롯된 마법이 더 강력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물량이나 완성도에서나 내가 압살당할 뿐이다.
쿨타임은 궁극기 덕분에 줄어든 지금도 무려 10초였다.
지속시간이 10초이므로, 시간 중 절반은 실의 강화가 없는 상태로 싸워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 그런데도 밀리네
- 난이도 실환가
- 상대는 궁극기잖아
- 실력은 안밀리는데ㅋㅋ
- 서포터라 어쩔 수 없음
- 이러니까 대전 모드가 인기가 없지
- ㄹㅇㅋㅋ 똥겜
"체력 떨어지는 게 위험한데."
물론 내가 감아둔 실 때문에 그녀가 회복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실로 회복할 수 있는 체력은 들어오는 공격보다 미미해서 오히려 내 쪽이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당장 치료에 전념할 수는 없어.'
치료에전념해서 치유 암시를 강화하면 오버라이트를 통한 회복의 수준 자체를 올리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그걸 위해 정신을 추가로 소모하면 다른쪽 암시가 약해져서 오히려 위험하다.
'내가 공격 중일 때는공격에 전념해야 하고, 아닐 때는 회피에 사용하기에도 실이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그렇다고 답답한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아니었다.
역시 이대로 계속하면 지겠는데?
"처음엔 몰랐어요, 언니가 그렇게까지 내 죽음에 고통받고 있는지. 그래도 그런 언니를 보고, 언니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믿고 맡긴다니, 뭘 말하는 거야?"
"뭘까요?"
마치 일부러 에둘러서 말하는 느낌이다.
다른 시선을 신경 쓰는 듯한....
설마 그녀는 내가 방송 중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뭐, 어차피 지면 다 소용없는 거지만. 이기면 알려드릴게요."
- 무슨 말임?
- 모름ㅋㅋ
- 쟤가 심플월드 때 만나 걔라고?
- 분위기 너무 다른데ㅋㅋㅋ
- 그때는 그냥 평범한 애였음
- 죽긴 했지만ㅜㅜㅜ
- 얀별님도 무슨 소린지 모름ㅋㅋ
- 걍 방해하려고 아무말 하는거 아님?
- 그냥 트라우마니까 신경ㄴㄴ
피한 줄 알았던 불덩이가 방향을 바꾸더니 다시 내 쪽으로 날아왔다.
급하게 실을 뭉쳐서 막긴 했지만, 강화된 상태가 아니라서 대부분의 데미지는 그대로 들어왔다.
"커흑...!"
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HP를 보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제대로 한 번만 더 맞으면 그대로 죽겠는데?
내가 몸을 추스르는 사이 그녀는 이미 다음 공격들의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정면에서 날아올 공격들을 대비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뒤쪽에서기척이 느껴졌다.
"체크메이트."
실제로는 내 뒤쪽에 미리 공격을 준비했었다는 소리다.
그 공격을 제대로 방비하지 못한 나는 실의 조종권을 잃고,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망할"
시야 한쪽에서 깜빡이는 HP가 줄어들더니, 이제는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즉, 나는 패배했다는 소리다.
"내가 조금만 더 강했다면.... 바꿀 수 있었을까."
그런 말을 내뱉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끝을 인정하는구나.
예전의 나랑 전혀 다르지 않잖아.
"하...."
발악이라도.
정말 불가능해 보이는 헛짓거리라도.
뭐라도 해보면서, 누군가에게 그걸 보여주면서.
그렇게 포기하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벌써 끝이라고 인정해?
"...그래 인정하면 안 되잖아."
나에게 남은 것이 하나있었다.
사용 가능하다는 표시가 들어오지 않는, 하지만 수치 자체는 최대치로 올라가 있는 궁극기 게이지.
'사용 가능하다는 표시는 중요한 게 아니야.'
큐브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믿음이다.
내가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아리아의 기도]
"그래, 나는 이대로 못 끝내."
- 뭐임?
- ?
- 뭔가...뭔가 일어나고 있음
- 뭐야죽은 거 아니야?
- 컷씬 전환 안되잖아. 살아있음.
- ㄷㄷㄷㄷㄷㄷ
- 이걸 사네?
- 궁극기 이펙트?
- ???????
내 궁극기는 죽은 캐릭터를 살려낸다.
하지만 그건 그저 스킬 창에 나와 있는 가이드라인일 뿐이다.
내가 꼭 그 만들어진 답을 따라갈 필요는 전혀 없다.
"흡!"
내 등에서 황금색 실이 뿜어져 나온다.
그와 동시에 궁극기 게이지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캐릭터를 부활시킬 정도로 강력한 성능이 붙은 실."
그렇다면 그걸 순간적인 화력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래, 그건 '아주 당연한 거'잖아?
의심을 버려.
궁극기를 공격력으로 돌리면, 분명 이길 수 있어.
'내가 이긴다는 건, 의심할 부분이 없는 확정된 사안이야.'
"역시. 언니는 재밌다니까."
"닥, 쳐...!"
황금빛의 실을 긁어모아 만든 커다란 대검으로, 그녀를 내리찍었다.
그녀는 대량의 마력을 끌어내더니 그 공격에 응전했다.
파지직!
두 공격이 충돌하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튀었다.
- 와 진짜ㄹㄱㄷ
- 기분 이상하네
- ㅗㅜㅑ
- 오늘 방송 미쳤다
- 이걸 놓치면 후회하지
- 교주님 나죽어
- 아아, 이게 천마다
- 믿습니다 교주님!
나는 이제까지 큐브게임의 마법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가능하다고 믿고 생각하는 것으로는 기초 단계밖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포카님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걸 넘어서, 일반적인 믿음을 넘어서, 내가 가진 상식 자체를 고쳐 써야 한다.
"내가, 이겨!"
내 한계를 잊고, 나는 원래부터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기 자신의 상식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어야 한다.
'그게, 마법을 제대로 수련하는 방법.'
그녀의 마법과 부딪힌 내 검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니, 이게 전부가 아니다.
나는 이미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을 만큼' 강하다.
그러니까, 여기서 내가 이기는 거야.
"축하해요. 언니가 이겼어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여신화가 해제되기 시작했다.
"언니랑 했던 약속도 지켰고, 아버지가 시킨 일도 마쳤고. 깔끔하네요."
"뭐?"
"아니에요. 나중에 또 봐요."
그녀는 목소리가 수증기님으로 바뀐 뒤에야 자그마하게 몇 마디를 이어갔고, 그 직후에 휘두른 내 검이 부딪혔다.
콰앙!
엄청난 소리가 들리더니, 눈앞에서 큰 충격파가 발생했다.
그 순간 궁극기 게이지가 0이 되더니, 내가 쥐고 있던 황금색 실이 스르륵 사라졌다.
"읏...."
충격파에 날아가는 몸을 실을 사용해서 억지로 붙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미션: 성불(2)을 완수했습니다. 보상은 다음 정산에 지급됩니다.]
"...이겼네."
마법을 위해 암시했던 생각들을 흩어버리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솔직히 말해서 이겼다는 실감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했던 말.’
약속이니, 아버지니.
이상한 소리투성이였지만, 마지막에 다시 보자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이게 끝이 아니란 소린가?'
혹시 다음 미션에도 아리아가 나와서 싸우게 되는 건가?
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시련발아'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와 시발
"어, 뭐야. 시련발아님 10만원 감사합니다."
['얀별리고'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관람료 내고 갑니다
['안내안네'님이 8,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잔액이 이거밖에 없네 충전해옴ㄱㄷ
갑자기 후원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만큼 방금 했던 전투가 재밌었다는 뜻이겠지.
그렇다고 해도, 미션비도 아니고 그냥 관람료라면서 후원을 넣어주는 시청자들이 정말 고마웠다.
"와, 다들 정말 고마워요. 진짜 마지막엔 졌다고 생각했는데, 궁극기가 딱 생각나더라고."
이번 영상도 적당히 편집하면, 큐브온 조회수는 꽤 나올 것 같았다.
저번에 영전에서 검신AI랑 싸운 것도 엄청났는데.
'허참....'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방송 생각을 하고 있구나.
정말 중증이었다.
"하여튼 감사합니다. 오늘도 이상한 일이 일어났네요. 시청자는 언제 이렇게 늘었어? 누가 좌표 열었어요?"
이상한 애들은 족족 티아가 밴을 먹였는지 채팅창 자체는 깨끗한데, 시청자수는 엄청나게 늘어나 있었다.
「영광의 우승의 주인공은 하얀별! 지금부터....」
나는 흥미를 잃은 상태로 컷씬의 이야기를 보고 있었다.
결국 이런 식으로 끝나나 보네.
「제 소원은....」
[메인스토리 클리어 완료.]
[보상으로 대량의 경험치와 캐릭터 교환권x1을 지급합니다.]
메인스토리는 내 캐릭터가 우승의 대가로 소원을 빌려는 순간에서 끝났다.
결말까지 이상하다.
괜히 시청자들이 욕을 쏟아냈던 것이 아니구먼.
"하얀별님?"
"아, 수증기님. 고생하셨어요."
대기실로 돌아왔는지 수증기님이 시야에 들어왔다.
방금 전투에 너무 사고를 사용한 탓인지, 살짝 머리가 어지러웠다.
좀 피곤하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아요."
"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얀별님은 이기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수증기님은 졌어요?"
"2페이즈에서 갑자기 검신 캐릭터를 불러오더니, 2대1이라 어려워지더라고요."
과연, 그런 느낌으로 2페이즈가 나왔구나.
AI의 수준 때문에 나보다는 어렵지 않았겠지만, 확실히 쉽게 싸울 수 있는 난이도는 아니었겠네.
"일단 여기까지 하죠. 저 슬슬 방송 끄고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저도요. 스트리머들이 로스트 메모리즈의 메인스토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알았어요."
애초에 나는 메인스토리가 있는지도 몰랐었다.
솔직히 5대5로 미션을 통해 경쟁하는 게임이라고만 알고 있었을 정도니까.
솔직히 스토리도 재미없었지만, 트라우마를 파고든다는 게임의 특성상 방송에서 진행하기에는 여러모로 문제가 되었겠지.
"오늘 감사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다음에 만나서 같이 대회 연습해요."
"맞다, 대회가 있었지.... 다음에 봐요."
"빠빠이."
나는 로스트 메모리즈를 끄고, 평소에 대화 모드에서 사용하는 방을 켰다.
슬슬 방종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번에는 편집할 것도 많은 방송이었으니까.
-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 교주님 좀 쉬세요
- 근데 힘들만 했지
- !업타임
- 6시간 27분
- 시간도 시간인데 너무 격렬했음
- 격렬ㅗㅜㅑ
"전 이제 들어가 볼게요. 팔로우 리스트 좀 볼까? 콘소메님 로메하고 계시네. 여기 보내 드릴게요. 다들 안녕!"
방송을 끝내고, 큐브 밖으로 나왔다.
나는 질척한 수액 위에서 멍하니 누워 있었다.
아,머리가 띵하네.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정산을 시작합니다.]
[방송으로 6시간이 추가됩니다.]
[팔로워 보상으로 198시간(1981명)이 추가됩니다.]
"팔로우 수가 엄청나네."
이게 하루에 찍히기는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확실히 오늘 방송이 화제가 되었긴 했던 모양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미션의 정산이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미션의 보상이 들어왔다.
[미션: 성불(2)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성: 시간의 법칙(S)을 획득합니다.]
[리트라이 입장 티켓(1/3)을 획득합니다.]
"이번에도 특성을 주는구나."
[시간의 법칙(S)
'방송'과 관련된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을 때만 적용되는 특성입니다.
보유한 시간이 늘어날수록, 전투에 관련된 재능이 좋아집니다.]
"이게 뭐람."
방송을 꺼야만 적용되는 특성이라고?
어지간하면 쓸 일이 없어 보이긴 했지만, 보유 시간이 늘어날수록 강해진다는 것은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뭐, 방송 끄고 게임을 즐기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그럴 때는 굉장히 유용할지도 모르겠다.
"뭐야. 메시지가 하나 더 있네?"
구석에 있어서 지금에야 발견했다.
또 나올 내용이 있었나?
[익명으로 미션이 도착했습니다.]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