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13장 - 대부분은 실력입니다(3) (71/182)



〈 71화 〉13장 - 대부분은 실력입니다(3)
"제가 워낙 마왕님한테 얻어맞아봐서, 이제 이런 기습은 잘 막을  있습니다."

확실히 기존의 에이트리아와는 다르다.
어떤 방법으로 변화시킨 것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에이트리아는 상대팀의 맵과 합쳐져서 서로 만날 수 있게 되어있는 변종 같았다.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견제하다 보니, 조금씩 상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기억이 있는 얼굴이었다.

"그쪽은.... 구원씨였던가요?"
"제가 본명은 좀 싫어해서, 평범이라고 불러주세요. 하얀별님이시죠?"

정구원, '평범한스트리머'라는 닉네임으로 활동중인 스위치 스트리머다.
저쪽 팀원  방송경력이 가장 긴 편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흡, 영상으로 봤어도 체감하는  다르네요. 역시 이 팀이 강하긴 해."
"저희야말로, 처음 보는 맵 전개 방식에 깜짝 놀랐거든요?"
"그거야,  고용주 파워죠. 저희는 아무것도 몰라요."
"고용주요?"

대화가 띄엄띄엄 이어지며, 그사이에 서로 공격을 주고받았다.
확실히 평범님이 피지컬이 좋네.
연습이 모자랐다면 쉽게 밀렸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팀장한테 돈 받고 출전한 거거든요. 연습이 좀 빡빡하긴 했어도 페이도 좋았고, 꽤 재밌었네요. 특히 지금요!"

반투명한 칼날이 이리저리 휘날리며 공격해온다.
처음에는 그냥 튕겨내기에도 여력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그럭저럭 적응해서 실로 공격을 찔러 넣기도 했다.
문제는  화력 문제로 의미가 없었다는 거겠지.
상대의 공격을 버티는 것은 문제가  것이 없었지만, 내가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이야, 재밌네. 준결승까지는 재미가 없긴 했거든요."

- 아ㅋㅋ
소시지 크루 오열
- ㅋㅋㅋㅋㅋㅋㅋㅋ
- 결승팀이 이상한거지
- ?????
- ㄹㅇ이게 랭크 제한둔 대회 맞냐?
정규 대회보다 빡센제한대회ㅋㅋ
- 한국 스트리머들 수준 실화냐?
- WTF

저쪽 팀 준결승 상대가 소시지 크루였던가, 자동문이라고 엄청나게 놀림당했다던데....
뭐, 그건 상대가 나빴다는 느낌이지.

"하나하나 찾아와서 섭외 당했거든요. 해보지도 않은 게임의 대회라니,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는데. 어우, 방금은 조금 위험했다."
"일단 대회 중이라서요?"
"하긴, 아무튼 제시된 금액이 생각보다 강해서 하기로 했죠. 요즘 자금 사정도 어려웠던 것도 이유고."

-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다
- ㅋㅋㅋㅋㅋㅋㅋ
 자본은 어쩔 수 없지
- 냉혹한 자본주의의 세계
- 엌ㅋㅋㅋㅋ
대체 저렇게 싸우면서 어캐 대화를 하는거임?
- ㄹㅇㅋㅋ

과연, 저  자체를 팀장이 하나씩 섭외해서 구성했다는 소리였다.
심지어 아까 맵에 대한 이야기를 한 보면, 전략에 대한 부분도 그녀가 담당한 것 같았다.
역시 뭔가 있는 사람 같은데.

"팀 이름인 에덴의 여명이랬죠? 무슨 의미죠? 아까 팀장은 싸늘해서 말도 못 붙이겠길래."
"팀장만 알겠죠. 하여튼, 까칠하긴 해도 나쁜 인간은 아닌 것 같던데요."

대화 중에 계속해서 공격을 찔러봤지만,  좋은 결과는 내지 못했다.
남은 HP가 낮은 상태라서 과감하게 지르기도 어렵고....

'역시 이제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들을 써야겠지.'

그런다고 이길 거란 확신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최소한 기회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어?"

그래서 기술을 준비하려는 순간, 메시지 하나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이상은 방금  계획을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수증기'가 사망했습니다.]

수증기님을 처리한 적이 이쪽으로 올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더라도 빨리 결착을 보지 못하면 다른 쪽의 균형이 깨져서 게임이 터질 거다.

'써먹은  다시 쓰는 느낌이긴 하지만!'

이게 사실상 내가 가진 최고화력 기술이니까.
캐릭터 특성상 궁극기를 쓰면 조루가 되는 것이 문제긴 해도, 지금은 그런  고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오, 이 오버라이팅 궁극기는 준결승 영상에서 봤죠."
"못 보셨으면 했는데요."
"팀장이 5번 정돈 돌려보게 해서요."

그 망할 팀장 덕에, 확실히  기술에 대한 대응이 빨랐다.
물론 꺼낸 타이밍이 적절했는지 괜찮은 타격은 줬지만, 기술에 대해 몰랐다면 죽이기까지 했을 터였다.
아니지, 그게 아니라 시간만 더 있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망할.'

그래, 시간이  있었으면.
나는  코앞까지 다가온 다른 적의 공격을 보면서, 궁극기의 일부를 방어로 돌렸다.
정말 귀신같은 타이밍이네.

"여이, 혼자만 재미 보고 있길래."
"2대1은 재미없거든?"
"난 빨리 끝내고 보수나 받을 거라서. 알다시피 나는 방송도 접을 예정이니까."
"...그렇긴 하지."

여유 있게 대화를나누는 상대방들을 보면서 남은 궁극기를 쏟아냈지만, 영 가망이 보이지 않았다.

"...졌네."

로메의 특성상, 아니 마법이나 오버라이트라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게임에서 이런 생각이 든 순간 끝이다.
자신이 불가능하리라 생각하면 정말로 이루지 못하니까.
그걸 이론상으로 알고 있으니, 그럼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겠지만....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게 쉬웠다면 누구나 마왕이겠지.

[경기에서 패배했습니다.]

"후, 솔직히 예상 밖이었어요."
"이럴  알았으면 궁극기를 남겨두는 건데...."
"그래서 대체 방금 그건 뭐래요?"

콘소메님이 질문한 것은, 아마도 에이트리아의 맵이 갑자기 변화한 부분 같았다.
확실히 상대팀에서 뭔가를  것 같은데....

"에이트리아에서 상대에게 함정을 주는 장치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특정 순서대로 활성화하는 것이 조건이라고 공지에 올라왔어."
"굳이 그걸 분별해서 눌렀다고요? 아니, 그건 그렇다 쳐도 그 순서는 어떻게 알았대요?"
"맵 내에 조금씩 힌트가있었대. 그걸 대회에서 처음 밝혀질지는 자기들도 몰랐다나?"

그게 구분이 되는 건지도 몰랐지만, 구분할 수 있다고 쳐도 그렇게 해서 볼 이득이 없다.
그냥  누르면 이기는 경기인데? 심지어 순서까지 맞춰가면서 눌렀다고?

"아마 상대 팀의 진행 속도가 느렸던 이유가 이거겠지."
"......."

조금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준결승전 때는 한 경기 패배할 때도 꽤 아슬아슬했지만, 이번엔 우리가 확실하게 졌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는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것들 천지인데."
"하긴 맵이 불리했던 것도 있겠지."

로메는 맵에 워낙 다채로워서, 대회에서는 맵 운도 굉장히 중요한 편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따로 준비를 빡세게 해둔 맵들이 있었다.

[진행되는 시나리오: 데이터를 삭제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경기에서 우리가 신경을 많이 써서 준비한 맵이 걸렸다.
이거라면 꽤 자신이 있지.

[미션: 거점을 공략하십시오.]

"다들 알지?"

심지어 공격팀이다.
이거라면 우리가 생각해둔 계획대로 가면 낙승인데.

"오케이."

'데이터를 삭제합니다'의 공격팀은, 최종 포탑에 있는 적들을 처치하고 데이터를 삭제하면 승리한다.
몰래 진입하기에는 루트가 정해져 있어서 들키기 때문에 어렵고.

'그리고 들어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치 조작에 시간도 필요하지.'

하위권에서는 이런 방법이 불가능하진 않다.
적들이 오는 루트를 완벽하게 파악하거나, 상세한 부분까지 주의하는 것이 어려우니까.

'하지만 상위권에선 잘 없는 일이라고 했지.'

대부분 몰래 최종 포탑으로 이동하는 루트를 전부 커버하거나, 포탑을 통해 알  있게 해둔다.
그럼 상황을 알아차리자마자 바로 달려가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상대팀도 우리가 써먹을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방송까지 끄고 준비한   되는 플랜이니까.'

우리는 자연스럽게 맵에서 궁극기 게이지를 파밍하면서 포탑쪽으로 이동했다.
당연히 멀리서 상대팀이 막으러 오고 있었다.

- 뭔가 있나
- 다들 자신만만하네
보여주나요?
- 진짜 노련하네
- 이게 어캐 뉴비들이야
- ㅋㅋ로메 출시때부터 했는데 저렇게 못함
- ㄹㅇㅋㅋ

"일단 궁극기 게이지부터 채우자. 포탑 태크 올리는 걸 방해도 해야 하고."

계획상 궁극기 게이지는 있어야 했고, 가장 궁극기 게이지를 모으기 좋은 것이 적과 싸우는 상황이니까.
물론 주변 기물 파괴로도 궁극기 게이지를 모을 수 있지만, 이번 계획은 1초라도 빠른 편이  좋다.

"어우,  팀장 컨이 가장 무섭네. 아깐 1대1로나를 몰아붙이던데."
"포카님을요?"

포카님 정도면 챌린저 중에서도 꽤 상위권에 드는 전투력이다.
생각해보면 아까 1대1 상황에서 포카님을 견딘 것이 그녀 혼자였구나.

"포카님은 궁극기 없지 않았어요?"
"상대도 궁극기 끝까지 없었어. 그래도 상대는 변수형 궁극기라 화력에 차이가 나는 식은 아니니까, 내가 궁극기가 있으면 이겼겠지."

변수형 궁극기,화력이 강해지거나 코스트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변수 창출에 능한 궁극기를 말한다.
예를 들면 수증기님의 궁극기인 여신화가 변수형에 가깝겠지. 물론 수증기님은 사실상 화력도 같이 올라가긴 한다.

"또 뵙네요. 하얀별님!"
"그러, 게요!"

실을 사용해서 날아다니는 칼날에 대응했지만, 궁극기 게이지가 없는 상황이라  강화의 쿨타임이 너무 길다.
물론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므로, 나는 적들에게 최대한 실을 감아서 서포팅에 집중했다.

"힐 차단 진짜 성가시네."
"그렇게 말해주면 고맙죠."

평범님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금방금방 내가 설치해둔 실을 끊어냈다.
물론 그 행위 자체가 지금 같은 난전 상황에서는 우리 팀에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래서 어떻게 써먹나 했는데.'

끊을 수는 있어도, 끊는 것에 행동을 소모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그걸 처음에는 몰랐지.

퍄퍄
- ㅗㅜㅑ
- 진짜 보는  오지네
- 결승전 난전 실화냐?
- 아직 궁극기도 안켜졌는데 이러면
- 가슴이 웅장해진다
ㄷㄷㄷㄷㄷ
- 우승 가즈아

"하얀별님 일단 빼죠."

대사만 들으면 평범하게 잠시 빠졌다가 다시 치자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건 미리 약속해둔 신호였다.
우리가 계획해둔 것의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다.

"오케이!"

일단 난전이 이어지던 포탑에서 발을 뺐다.
천천히 우리 팀 전원이 포탑에서 멀어지고, 적들도 조금씩 멀어져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느낌 좋네. 일단 가죠. 루냐랑 소메는 여기서 견제 잘하고 있고."
"안 들키면 좋겠는데."
"이걸 어떻게 알아."

채팅방에서는 우리가 뭘 하는지 예상도 가지 않는다는 듯, 물음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 ?
머함?
- 왜 저기로 가?
- ????
뭐임?
- 뭔가 계획이 있긴 한가본데
- ㅁㅇㅁㅇ

 맵은 기본적으로 포탑 구역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되어있다.
그리고 입구는 방금 우리가 싸우던 부분이 끝.
다른 쪽은 부서지지 않는 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진입할 수 없다.

'아니, 부서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지.'

연습 중에 이 벽이 파괴 불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굉장히 놀랐다.
대부분 이런 맵에서는, 맵의 변화를 막기 위해 파괴 요구 코스트를 불가능에 가깝게 잡는다.

'하지만, 여기 벽은 불가능한 수준이 아니었어.'

준결승에서 자폭기로 사용했던 수증기님과 포카님의 마법의 화력으로, 벽 일부가 부서지는 것을 목격한 포카님이 생각해낸 전략이었다.
수증기님과 포카님이 사망하면서 벽을 허물면, 내가 포카님을 부활시키면서 내부로 진입한다.
그리고 상황을 알아차려서 몰려오는 상대편을 포카님이 막는 사이에, 나는 데이터를 삭제해서 팀을 승리로 이끈다.

"어우, 이건 몇 번 봐도 장관이네."

- ?
- 이런ㅁㅊ
- ???
- 저게 부서지는거였어?
- 오...
와ㅋㅋㅋㅋㅋ
 계획이 있으셨군요
- 이번 대회 진짜 뭔데ㅋㅋ

수증기님과 포카님의 마법으로 벽이 부서지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나는 궁극기로 포카님을 되살리고는 그녀와 함께 벽 내부로 진입했다.

"우승 가즈아!"

위치 계산이 정확했는지 바로 눈앞에 최종 포탑이 보이는 것을 보며, 우리는 쾌재를 불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