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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13장 - 대부분은 실력입니다(4) (72/182)



〈 72화 〉13장 - 대부분은 실력입니다(4)

"아, 망할"

나는 나를 향해 날아오는 칼날을 걷어내며 중얼거렸다.
그래, 왠지 일이 잘 풀린다 싶었지.

- 이걸 막네
- 진짜ㅋㅋㅋ
- 싸움 수준 ㄹㅇ 실화냐
- 팝콘이 웅장해진다
- ㅋㅋㅋㅋㅋㅋㅋ
- ? 이걸ㅋㅋㅋ
- ㄴㅇㄱ

우리가 벽을 허물고 최종 포탑으로 빠른 진행을 한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이 최종 포탑 근처에 적이 4명이나 있었다는 거지.

"왜 여기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팀장이 여기 지키라 했거든요."

아, 자세한 설명 정말 감사합니다.
또  팀장의 전략이었다. 이걸 어떻게 알고 막은 거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네.
아니면 이쪽 벽이 부서질  있다는  상대도 알고 있었나?

'하긴, 저번 맵에서도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지. 가능성은 있네.'

그리고 지금과 비슷한 상황은 충분히 예상했었다.
그야, 우연히 여기 적팀이 많이 남아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즉, 아예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 "준비 끝, 간다!"

루냐님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하늘에서 빛이 반짝거리더니 그대로  몸으로 떨어졌다.
이건 루냐님의 오버라이트 궁극기로, 다른 사람에게 궁극기 게이지를 보내주는 기술이다.

- 간닷!
ㅗㅜㅑ
- 가버렷
붕어빵단 본진으로
- 왜 여기서 그러는데ㅋㅋㅋ
- ㅈㅅㅎㅎ 저도 모르게
- 아ㅋㅋ 본능이었음

루냐님의 활약에 난잡해지는 채팅방을 애써 무시하며, 차오른 궁극기 게이지에 시선을 돌렸다.

'손실량이 있어서 가득 찬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걸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기존처럼 궁극기 게이지가 가득 차야만 정상적인 전투가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최대한 히든카드로 숨기고 있었지만, 이런 중요한 타이밍에서까지 그럴 수는 없지.

"뭐야, 궁극기?"

내가 금색실로 만든 대검을 내려치자, 당황한 평범님이 나에게서 멀어졌다.
아마 궁극기 게이지를 낭비하게 할 생각이겠지만....

"하지만 어림도 없지."

금색실을 다시 원래 상태로 분해해서 흡수했다.
아까보다는 줄어든 양이지만, 그래도 대부분을 원래대로 돌려낼 수 있었다.

- 오
- 뭐야ㄷㄷㄷ
- 궁극기를 수납하네
- 프로들 경기에서나 보는건데ㅋㅋ
- 이걸 익혔네
- ㄹㅇ 게임 시작한지 한달도 안됫는디
- 이게 재능의 차이인가?
- ㅁㅊ

궁극기 에너지를 바로 소모해 버리지 않는 형태의 기술이라면, 이렇게 다시 수납하는 것도 가능했다.
루냐님이 궁극기 게이지를 전해주는 것도 비슷한 원리라고 했지만, 그거까지는 나도 배우지 못했다.

'바로 내 앞의 궁극기 게이지를 관리하는 거랑 원격으로 전달해주는 건 난이도가 완전히 달랐지.'

루냐님은 영전을 할 때는 마력을 아껴 쓰는 건 기본  기본이었다면서, 다들 가능할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연습하다가, 그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라는 것만 깨달았다.

"그런 걸 숨겨두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적팀은 이쪽에 4명, 그리고 저쪽 입구 쪽에 1명이 있었다.
다만 저쪽의 1명은 포카님과 동급이라고 했던 팀장 시리엘이었지.

['루냐'가 사망했습니다.]

"칫, 시간이 없는데."

조금 전에 콘소메님이 죽었으니, 우리 팀은 포카님과 나를 제외하면 전멸한 셈이다.
당연히 적 팀장도 이쪽으로 오고 있을 거고, 적 팀장이 도착하면 지금의 균형이 깨져서 무조건 진다.
물론 진다고 해도 다시 준비해서 공격해오면 되는 타이밍이긴 하다.
하지만 그러면 포탑의 강화가 강해져서 난이도만 올라갈 뿐이다.
지금이 기회지.

'이쪽은 최고 전력이 있고, 저쪽은 없으니까.'

- 포카 뭔데
- 작정하고 버티기로 하니까 3명을 붙잡네
- 와ㅋㅋㅋ
- 볼때마다 놀랍네
- ㄹㅇㅋㅋ
- 이것이 마왕이란 것이다

당장 포카님이 3명을 커버하고 있는데, 여기서 내가 평범님만 쓰러트리면 바로 승리각을 잡을 수 있다.

"칫."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것이, 평범님이 궁극기를 쓰면서 다시 반격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방금까지 쓰지 않은 걸 보니, 방금 모인 모양인데.

'아니면, 아직 게이지가  것이 아닌데 나처럼 무리하게 사용하는  수도 있어.'

"뭔가 방법이 있을 텐데."
"뭐라고요?"
"아뇨. 아무것도."

물론 준비해둔 것들은 몇 가지 있지만, 대부분 극단적인 상황이 전제되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 쓸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는 거겠지.

'아니 잠시만.'

내가 이제까지 너무 제한적으로 생각했다.
 쓰러트리는 것이 평범님일 필요는 없잖아?

'좋아. 조심스럽게.'

궁극기를 사용해 금색 실로 대검을 만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것으로 평범님에게 대응했다.
곧 우리가 서로 거리를 두는 과정에서 대검 형태의 실을 풀어낸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걸 아까처럼 궁극기 게이지로 바꾸지 않는 것이다.
그대로 포카님과 싸우고 있는 다른 적들에게 바늘로 만들어 쏟아부었다.

"뭐?"

그걸 뒤늦게 알아차린 평범님이 궁극기 게이지가 사라진 나를 노려왔지만, 균형이 무너진 사이  명을 쓰러트린 포카님이 이쪽으로 와서 공격을 막았다.

"하얀별님!"
"오케이!"

그리고 나는 바로 달려서 최종 포탑에 다가가서 상호작용을 동작시켰다.
이제 완료까지 버티기만 하면 이긴다.

"...이제 3초."

그리고 마지막 3초를 속으로 카운팅하고 있는데, 이쪽으로 누군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걸 깨달은 순간, 방금 나타난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포카버터칩'이 사망했습니다.]

"저거 설마."

- ㅁㅊ
- 개무서워
- 와 날아오는거 봐라
ㄷㄷㄷㄷㄷ
- 포카 순삭당함
- ㅗㅜㅑ

"제발."

이제 남은 건 2초. 1초....

"칫."

누군가의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내 눈앞까지 다가온 공격이 멈췄다.
정확히는 게임 전체가 멈췄다는 게 옳은 표현이겠지.

[경기에서 승리했습니다.]

"어우...."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진짜 한 끗 차이로 작전에 성공했네.
마지막엔 그대로 죽는 줄 알았다.

- 아 후원 마렵다
- ㄹㅇ 후원열어죠
- 와 이걸
- ㄹㅇ죽는줄
체험모드열어줘요
- ㅜㅜ

"아, 미안해요. 후원은 결승전 끝나고 열게요. 체험모드는 대회 규정이라서...."

시청자들에게 대회 때문에 바꾸어 놓은 설정에 관해 설명하고, 잠시 눈을 감은 채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 살짝 두통 오네."
"포카님 괜찮아요?"
"네, 잠시  테니 괜찮겠죠. 집중을 많이 했더니...."

워낙 집중해 있었던 터라, 수증기님을 제외한 전원이 바닥에 뻗어 있었다.

"다음 맵은 뭐려나."
"음, 다들 힘드신데 치유할 겸 ASMR이라도 해드릴까요?"
"아뇨...."

수증기님, 그거 방송 켜놓고 들으면 전 방송 정지당해요.
그나저나 이제는 꽤 자신감이 붙으신 모양이다.
예전이라면 저런 말은 부끄럽다고  하셨을 텐데.

"아, 다음  나온다."

달콤한 휴식 시간은 원래 찰나처럼 느껴진다.
슬슬  결승전을 마무리할 때가 되긴 했구나.

[진행되는 시나리오: 소원을 건 결투장]

"와 이게 나오네."

유일하게 메인스토리에서 뽑아진 맵이다.
심지어 다른 맵보다 확률도 낮은 편이라서, 이걸 결승전에서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순서를 정해주세요.]

소원을 건 결투장.
양 팀이 한 명씩 들어가서, 사망한 자리에 해당 팀의 다음 멤버가 들어간다.
그렇게 모든 멤버가 사망하면  팀이 패배한다.

'1대1 대전형 맵은 이것뿐이었지.'

그리고 특징이라면 궁극기 게이지를 양쪽 모두 최대치를 가지고 있는 상태로 시작하게 되어있다.
다만 그 이후에는 상대를 죽인 쪽은 그 상태 그대로, 새 상대는 궁극기 게이지와 체력이 MAX인 상태로 싸우게 된다.

"일단 저 피곤해서 뒤로 좀 미뤄주세요."

그래서 포카님을 최대한 뒤로 설정했다.
혹시 포카님이 애매한 체력 차이로 패배할 때를 대비해서 내가 마지막으로 지정되었다.

"수증기님 화이팅!"

선두는 수증기님.
그다음으로는 콘소메님과 루냐님이 차례대로 나가게 되었다.
이렇게 해야 상대 팀장의 체력이나 궁극기 게이지가 빠진 상태로 포카님과 붙을 가능성이 커지니까.

'수증기님 느낌이좋은데?'

의외로 1대1에서 선전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궁극기가있어서 그런  같긴 한데....

"궁극기가 단발이 아니라서 그렇구나."

아까 난전에선 힘을 못 쓰시더니, 의외로 1대1에선  해내신다.
하긴, 그건 여기서 신경  부분이 아니지.

- 오
- 느낌 좋네
- 수증기활약ㄷㄷ
- 화력 이렇게 보니까 좋네
- ㄹㅇ1대1로 보니까 사실상 마왕이네
- 작은 마왕ㄷㄷ
근데  궁극기가 ㄹㅇ마왕같긴해

"오, 2승. 심지어 마지막은 딸피네요. 고생하셨어요."
"저, 저 지금 막 가슴이 떨리는데."
"진정하세요. 엄청나게 잘하셨어요."

다음 차례인 콘소메님이 궁극기를 써서 딸피인 적은 쓰러트렸지만, 금방 다음 상대에게 밀려서 쓰러졌다.
하긴, 기본적으로 콘소메님은 서포터니까.

'이런 맵에선 불리하지.  정도면 선방했어.'

그래도 워낙 수증기님이 잘해주신 만큼, 아직 우리 팀이유리한 상태였다.
4번째로 나온 상대는 평범님.
그럼 팀장은 마지막 순서인가?

"와, 루냐님."

아직   없었던 오버라이팅 궁극기를 제대로 사용한 덕에, 근소한 차이로 루냐님이 이겼다.
이러면 사실상 팀장이랑 포카님 싸움이 되겠네.

'...딱 예상대로의 전개네.'

물론 팀장이 마지막 순서인 것과 우리 팀이 포카님이나  없이도 선방할 것이라는 건 예상외였다.

['루냐'가 사망했습니다.]

"아, 이걸 한 대도  치네."

루냐님이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내가 보기엔 충분히 잘 해내신  같은데.

"다음은 포카님 차례네요."
"슬슬 머리도 맑고, 끝내버리고 올게요."

그렇게 사실상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적 팀장 시리엘과 마왕 포카의 1대1이 시작되었다.

'...어?'

그리고 적 팀장의 궁극기가 변수 창출용이기 때문에, 오버라이팅을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그대로 궁극기를 사용해 버렸다.

"저거, 궁극기가 분명...."

이제까지 대회를 진행하는 동안 오버라이팅을 통해 궁극기 게이지는 사용했지만, 캐릭터의 기본 궁극기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걸 지금 갑자기 사용한다고?

"...지정한 상대 캐릭터의 능력으로 자기 능력을 변경하는 거였지."

해당 캐릭터를 구매해서 테스트해 봤던 경험상, 기존 능력도 유지되지 않고 아예 캐릭터 자체가 바뀌는 느낌이었다.
장점은 유지 시간이 무제한이고, 다시 궁극기 게이지를 채우면 상대 캐릭터의 궁극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하지만 당장 전투에 들어가야 하는데 궁극기 게이지를 한  잃는 건 꽤 치명적이다.

"힉?"

내가 잡생각을 하는 동안, 둘의 마법이 충돌하면서 여파가 내가 앉아있던 관중석까지 날아왔다.
궁극기도 아닌데 이런 수준이라고?

"재밌네."

포카님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상대는 답 없이 무표정하게 마법으로 답을 했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히 표현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미친...."

둘의 경악스러운 전투 광경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장면에 나도 경악하고 있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아냐고?그야 지금 채팅창에 감탄사를 대신하는 욕설들이 빠르게 밀려 올라가고 있었으니까.

- ㅁㅊ
- 와ㅅㅂ
- ???
- ㄷㄷㄷㄷㄷㄷ
- 내가 뭘 보고 있는거지
ㅅㅂㅋㅋㅋㅋㅋ
- 미쳤다 진짜

"아니, 어?"

내가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애초에 지금은 나도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을 할 수 없다.
그나마확실한 건, 저게 포카님의 전력이 맞다는 점이었다.

'아직 궁극기를 쓰진 않으시긴 했는데.'

그때 방금까지 전투에 집중하느라 말이 사라졌던 포카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와, 신기하네. 이렇게 정갈하게 마력 다루는 건 처음 본다. 대체 뭐야?"
"딱 생각만큼 대단하시네요. 마왕."

심지어 계속 입을 다물고 있던 적팀 팀장 시리엘도 한 마디를 꺼냈다.
목소리는 싸늘했지만, 오히려 포카님은 크게 웃으면서 답했다.

"이제까지는 마법이 아니라서 화력이 안 나왔구나? 똑같은 조건에서는내가  밀릴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그 답은 꽤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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