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14장 - 저, 아이돌이 됩니다(4)
"매니저 선생님. 제발 이 게임이 뭘 의도하는지 좀 알려주세요."
- 그런다고 알려주겠냐고
- 매니저:??
- 어이 형씨 NPC 그만 괴롭히고 밥이나 먹어
- ㅋㅋㅋㅋㅋㅋㅋㅋ
- 근데 좀 이상하긴 해
- ㄹㅇ애들이 말하는게 부자연스러운게 많아
- ㅇㅇ 서로 말이 안통하는 느낌
이게 그냥 시나리오를 발로써서 이런 건지, 아니면 연기에 문제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만약 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까지 다 의도한 거면 레전드인데.
"응응응, 기분이 이상해."
- 수증기한테 옮았네
- 그놈의 응응응ㅋㅋㅋㅋ
- 그런거 배우지말라고
- 아니ㅋㅋㅋㅋ
- 응응응....
- 안비슷해서 더웃기네
['보고 배우세요'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큐브온 영상)
「응응응....」
"이걸 리믹스로 보내버리네."
세기의 레전드, 수증기님의 응응응 리믹스.
지금 당장 큐브온에서 만나보세요.
"하아, 암튼 소희가 숨기는 게 있는 건 확실하거든?"
이건 라발렌으로 단련된 내 촉으로 확신할 수 있는 하얀별피셜 정보였다.
소연이도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도 뭔가 그런 것이 있었다.
"여기도 막 시한부 이런 건 아니겠지? 개발진 여러분 제발 그런 짓을 그만둬 주세요."
저는 해피엔딩이 좋단 말이에요.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게임 스토리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쇼핑 갈사람?」
「쇼핑? 인터넷으로 시키면 되잖아.」
「옷 사려고. 루나야 갈래?」
「아뇨, 저는 일이 있어서요.」
「얀별이 너는?」
[나도 갈래.]
[혼자 다녀와. 우리 둘이면 괜히 걸릴 것 같으니까.]
"이건 가는 게 맞겠지?"
왠지 이런 이벤트를 빼먹으면 좋게는 안 끝나던데.
아무래도 개발자들은 열심히 개발한 부분을 보여주려는 경우가 많아서, 대놓고 이벤트가 발생할 때는 보는 쪽이 엔딩 달성에 도움이 된다.
그건 그렇고, 아이돌이 백화점 돌아다녀도 괜찮나?
「나도 갈래.」
「간단하게 얼굴은 가려라? 귀찮아지니까.」
「그 정도는 나도 알거든?」
「아는 녀석이 저번에 그렇게 사고를 쳤어?」
「에이, 그건 어쩌다 보니 그런 거지.」
방금 소희가 이쪽을 바라보는 눈빛이 싸늘하게 느껴졌는데.
이게 그렇게 화가 날 일인가?
「이거 어때?」
「괜찮네.」
「힝, 소희가 너무 쌀쌀맞아.」
「그럼 괜찮은 걸 괜찮다고 하지. 달리 할 말이 있어?」
「쌀쌀맞은 걸 쌀쌀맞다고 하지. 달리 할 말이 있어?」
"오, 이건 내가 소희라도 한 대 쳤다."
- ㄹㅇㅋㅋ
- 약올리기 만랩
- 얀별님 인성 미쳤네
- 아ㅋㅋ
- 화났어요?
- 이게 화가나?
- 복수, 성공적
이 정도면 그냥 성격 때문에소희가 나를 싫어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기존 주인공의 성격이 너무 악질이잖아.
나도 악질이긴 한데....
「오, 이거 이쁘다. 소희야 이거 입어보자.」
「별로 내 취향은 아닌데....」
「엥? 그랬나? 저번에 그 옷 때문에 이런 거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어? 아니, 그때 그건 그거라 좋았던 거고. 이건 조금 달라.」
「그렇구나. 하긴 원래 그렇게 큰 틀로 나뉘는 게 아니니까.」
말하는 톤 자체는 내가 되게 다정다감하게 말하고, 소희가 싸늘하게 말하고 있는데....
왠지 소희가 훨씬 피곤해 보였다.
"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아마 너맞손에서의 마이페이스 주인공인 아인이 이랬던 것 같았다.
그렇게 보면 여기 주인공이 조금 더 순한 맛이네.
아인은 레전드였어.
「이건 진짜 괜찮은데? 어울린다.」
「어, 응. 난 이거로 할게.」
「나 이거 입어보고 올게?」
「그래.」
"이 게임 서비스씬 맛집이네."
라발렌도 그렇고, 이런 수위가 어떻게 문제없이 출시되는 걸까.
심지어 19금 타이틀도아니었는데.
「괜찮네.」
「그, 그래? 좀 노출이 심한 것 같기도 한데.」
「평소에 무대 의상은 노출 안심하고?」
「그거랑은 다르지.」
「그런가?」
확실히 옷이 노출이 심한 편이긴 한데, 콘서트 때 입었던 무대 의상에는 더 심한 것도 많았으니까.
그나저나 옷이 되게 예쁘다.
"사실 이 게임도 기억 읽는 거 아니지?"
검은색의 시스루 기반의 옷이라 굉장히 내 취향에 맞는 옷이었다.
물론 그냥 우연이겠지만.
애초에 기억을 읽는 게임이면 일기장 연출부터 내 필체였겠지.
「아, 여기 오랜만이네.」
「분수...?」
「응, 기억 안 나?」
어, 잠시만.
슬슬 뭔지 알 것도 같은데?
'내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마다, 항상 패턴이 비슷해.'
내가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그에 따라 소희가 당황하며 묘한 반응을 한다.
이건 아무래도....
「음, 오래돼서 그런가?」
"소희한테 기억이 없어."
나는 거의 확신해서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까지 대화에서 던져주는 키워드는 기억이 맞는 것 같았다.
- 아?
- 오....
- 그런거 같은데?
- ??
- 먼소리임
- 기억?
- 아 맞네
[얼마 전 일이잖아. 요즘 소희 너 이상해.]
[그럴지도.]
"심지어 선택지가 이렇게 나오면 대놓고 알아차리라는 거지."
라발렌의 키워드가 시간여행이었다면, 텅빈일은 기억이 키워드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저게 소희의 캐릭터 컨셉이던가.
'소희의 컨셉일 확률이 더 높나?'
주인공의 경우에는 프롤로그에서 뭔가 던져준 게 있으니까, 캐릭터별로 이런 문제가 하나씩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관련된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겠지.
"여기서 소희를 지적해야겠네."
그래야 소희랑 관련된 에피소드에 돌입되게 될 테니까.
나는 그렇게 판단하고 나서야 선택지를 골랐다.
「얼마 전 일이잖아. 요즘 소희 너 이상해.」
「.......」
소희는 말없이 나를 노려보더니,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이상한 건 너잖아. 리, 아니 하얀별!」
「에? 나 이상해?」
「계속 그렇게 모르는 척! 연기도 적당히 해! 이제는 내 쪽에서 헷갈려 미치겠다고!」
"이건 또 뭐래? 갑자기 급발진 하는데?"
확실히 주인공도 좀 이상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파트에서는 명백하게 소희의 반응이 더 이상했다.
혹시 자신의 기억이랑 다른 부분이 답답해서 그런가?
[연기라니....]
[연기라니....]
"근데 이게 시발 선택지라고 주는 거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우쉣ㅋㅋㅋㅋㅋㅋ
- 진짜 미친놈들이었네
- 엌ㅋㅋㅋㅋㅋ
- 이게 선택지지
- 에라베
- 이걸 어캐 고르냐고ㅋㅋㅋ
아무래 봐도 뒤의 내용이 서로 다른 선택지 같은데, 그걸 이런 식으로 던져주는 건 그냥 엿먹어보라 이건가?
'물론 직접 하나씩 눌러보고 불러오기를 하면 되지만....'
그건 재미없잖아.
그냥 하나 고르고 쭉 엔딩까지 가야지.
"위로 갈게요."
조금 전 선택지가 위쪽이었으니까, 그대로 위를 고른 것이었다.
개발진이 양심이 있다면 이 정도는 루트 통일을 해놨겠지?
「연기라니.... 진짜 이상하네. 혹시 저번에 다른 사람 같다고 했던 걸 아직도 신경 쓰는 건 아니지? 그건 진짜 미안하다니까.」
「.......」
"내가 쓰레기였네."
기억을 잃은 소희한테 다른 사람 같다고 해서 소희가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매번 내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미안해. 그러니까 돌아가다가 케이크 쏠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가볍게 한 말이었으니까.」
「하아, 그래. 다음부터는 조심해줘.」
소희는 최대한 진정을 하려는 듯 심호흡을 하더니, 한숨을 쉬면서 내 머리를 툭툭 두들겼다.
"뭔가 소희한테 병이 있는 것 아닐까?"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랑 관계가 있는 병이 있고, 그거랑 관련된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거지.
이런 식이면 지금 내가 들어선 것이 소희 루트일 수도 있겠다.
'스토리 게임에서는 캐릭터별로 루트가 다른 경우가 많으니까.'
정말 그런 거면, 반대로 소희에 관한 이야기를 피했으면 루나 루트로 넘어갔겠네.
- ㄹㅇ 좀 의심스럽네
- 치매ㄷㄷ
- 저 나이에 치매라니 안타깝네요
- ㅠㅠㅠㅠ
- 소희 좋았는데
- 소희 죽지마ㅠㅠ
- 얀별님이 죽였어
"아직 죽지도 않았어."
이젠 자기들끼리 캐릭터를 죽여버리네.
하여튼 이 게임도 해피엔딩은 무지하게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내가 고르는 게임마다 이 모양 이 꼴이래?
"일기장에도 적힌다. 소희가 이상하게 반응했다는 것까지 적히네?"
루트가 갈라지는 것까지 일기장에 다 반영이 되다 보니, 주기적으로 스토리가 정리되는 느낌이라 편안했다.
혹시 스토리가 잘 기억이 안 나면 다시 확인도 할 수 있고.
[6월 2일]
"너무 많이 뛰어넘었는데?"
높은 확률로 저 생략된 파트가 루나가 중점이 되는 루트고, 지금부터 전개될 것이 소희의 루트일 것 같았다.
아니면 말고.
「음, 모자랄 것 같은데.」
「오늘 무슨 날이야? 오늘따라 다들 잘 마시네?」
「언니가 약해진 것아니고요?」
「에이, 나도 아직 멀었거든?」
아모카고의 멤버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3명이 술을 마실 뿐이고, 안주도 과자들 뿐이라서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었다.
"편의점 과자는 좀 그렇잖아."
- 시무룩
- ㅋㅋㅋㅋㅋㅋ
- 갑자기 퀄리티가 평범해지긴 했네
- ㄹㅇ오코노미야끼 어디갔냐고
- 너무 리얼한데
- 바닥 난리났다
- 찐텐 술자리네ㅋㅋㅋㅋ
"내가 술 마신다고 취하는 것도 아니고, 소외감 느껴진다."
물론 내가 움직이는 몸 자체는 이미 좀 취해있긴 하다.
이런 연출은 참 잘해놨는데.
"그나저나 게임이면 아이돌에 대한 환상을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 그없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미 박살난지 오래인데?
- 그걸 이제야?
- 이미 지켜주고 있는 중인데?
- ㄹㅇ어캐 저게 쌩얼?
- 아 이게 지켜주는 거였네ㅋㅋㅋㅋ
"그건몰랐네. 근데 나는 아이돌은 아니지만, 맨날 쌩얼로 다니는데?"
- ㄷㄷ기만
- 선넘네
- 얀별님은 ㅇㅈ이지
- 와 이걸그렇게 한다고?
- 하얀별, 전국의 아이돌들에게 내가 더 생얼 더 이쁘다 선언
- 펙트 밴인데용?
- ㄱㄱㅁㅈ
- 점점 뻔뻔해지는 교주님
이게 원래 내 몸이면 이런 대사를 던지기 거북했겠지만, 솔직히 객관적으로 보면 아연씨 외모가 워낙 특출나잖아.
이 정도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꼬우면 앞으로 주접떨지 마십쇼."
['시련발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헉, 언니 얼굴 좀 봐. 왜 그렇게 존나 이뻐? 나는 깜짝 놀랐지 뭐야~
"으아악!"
- 어떤 여자가 저렇게 말하냐고ㅋㅋㅋ
- 덜렁
- ?스순이 아님?
- 저분 여자 맞는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폰남자ㄷㄷㄷ
-으악!
그렇다고 진짜로 주접을 떨고 있네.
이 악질들.
「슬슬 사러 가야겠네.」
「아, 나도 같이 갈래. 먹고 싶은 안주 있어.」
「그래. 루나는 여기 있을 거지?」
「웅, 알아서 사와.」
"오, 루나가반말했다."
취하면 반말을 하는 설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귀여워.
「어우, 추워.」
「그 정도 날씨는 아니지 않아?」
「몰라. 추워.」
「하아, 말이 안 통하네. 그러면서 왜 굳이 따라 나오는데?」
「그치만,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넌 아이스크림이 안주야?」
「응!」
"소희야 고생이다. 나는 다 이해한단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히로인에 이입하는 게임
- ㄹㅇ 이게 뭐냐고
- 주인공이 진짜 또라이라니까
- 이게 맞나?
- ㅋㅋㅋㅋㅋ
- 미쳐버린 게임
근처 편의점에 들어간 둘은 신나게 안줏거리를 골랐다.
물론 부족했던 맥주랑 소주도 구입을 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충분할걸? 남을지도 몰라.」
「오케이! 그럼 이렇게 계산해 주세요.」
몸이 살짝 휘청거리면서 시야가 어지러워졌다.
큐브라서 멀미를 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네.
"어지러워! 이런 건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잖아."
- 하지만 어림도 없지ㅋㅋ
- 우린 편안한데
- 체험모드 뒤질 것 같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걸 체험모드로 보네
- ㄹㅇㅋㅋ
나는 플레이어라서 그렇게 못 본다고.
카메라 설정을 일인칭으로 바꿔버릴까 고민하는 와중에 선택지가 나타났다.
[소희에게 딱 달라붙어서 걸어간다.]
[그냥 걸어간다.]
"오, 선택지다."
아무리 봐도 붙어서 걸어가는 것이 정답이지.
그것이 '악질'이니까.
「칫.」
선택지를 고르자마자, 옆에 달라붙는 나를 보며 소희가 혀를 찼다.
그래, 여기까지는 평범했다.
"시발 뭐야?"
문제는 거기가 아니라.....
- ㅁㅊ
- ????
- 뭐임?
- 뒤질뻔했는데
- 와 미친
- ㅔ?
- 뭐야 화분?
조금 전까지 내가 있던 위치에, 화분이 떨어졌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