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15장 - 텅 빈 일기장(1)
"같은 사람이 어떻게 둘이야."
내가 꿈에서 나온 내용을 정신적 문제라고 치부한 것은 그런 이유였다.
애초에 똑같이 생긴 사람이 둘일 수가 없잖아.
- ㄹㅇㅋㅋ
- 대체 뭐지?
- 이게 뭐꼬
-쌍둥인가?
- 도플갱어 살인사건ㄷㄷ
- 나는 나를 죽였다
- 진짜 먼 개소리지
"쌍둥이? 도플갱어?"
똑같이 생긴 시체가 발견되었다면, 쌍둥이일 가능성이 제일 크긴 하네.
그런데 그걸 형사가 모를까?
[그, 그럼 그게 진짜로?]
[저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계속 모르는 척을 하느냐. 아니면 어느 정도는 인정하느냐."
여기서 무슨 선택지를 골라야 할까.
일단 후자가 더 안전해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전자의 선택지가 의문을 해소하기엔 좋겠네.'
여기까지 궁금하게 해놓고 대충 넘어갈까 봐 무서워서 후자를 못 고르겠어.
"궁금해 미치겠으니까 그냥 앞에 거로 할게요."
「그, 그럼 그게 진짜로?」
「뭔가 아시는 것이 있다면 설명해주세요.」
「제가 환각이라도 봤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진짜였다니....」
매니저는 내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하기 시작했다.
「제가 그 곳에 갔던건, 누군가의 협박 때문이었어요.」
「협박이요?」
「네, 숙소 몰카 비슷한 것을 찍어서 보냈더라구요. 신고하면 뿌리겠다고 협박까지 했구요.」
그래서 찾아간 폐공장에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목소리까지.
「그때는 환각을 보는 줄 알았어요. 어떻게저랑 똑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겠어요.」
「그렇군요. 그래서 왜 죽였나요?」
「주, 죽일 생각은 없었어요! 그 가짜가 먼저 저를 죽이려 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계속 저항했지만, 상대는 저항을 하더라도 계속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
결국 자기 자신이 살기 위해 역으로 상대를 죽일 수 밖에 없었고.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죽이려고 했다는 거네?"
그건 좀 무섭다.
이거 바뀌었다는 장르가 괴담이야?
「흠.... 역시. 예상했던 것 그대로네요.」
「예상했다구요? 이걸요?」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나에게 채워진 수갑을 풀었다.
이타이밍에 풀어준다고?
「방금 혐의는 인정하신 겁니다? 녹음도 했구요.」
「...네」
「다만, 지금 바로 체포할 생각은 없어요.」
"음? 체포를 하지 않는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아까 체포했다며, 그것도 구라였어?
[아까는 체포했다면서요?]
[대체 왜요?]
"오, 바로 내가 궁금한 선택지가 나오네."
「아까는 체포했다면서요?」
「정식으로는 아직이에요. 그러기엔 이르거든요.」
「이르다는건....」
「아직 진범을 찾지 못했잖아요. 어떻게 보면 얀별씨도 피해자구요.」
"이 새끼 입만 털고.... 사실 영장도 없는데 일단 구속한거 아니야?"
- ㄹㅇㅋㅋ
- 그런듯
- 이런 이상한 사건이 벌써 영장이 나왔다고?
- ㅋㅋㅋㅋㅋㅋㅋ
- 그거였네
- 그 와중에 말 개잘함
「진범이라뇨?」
「얀별씨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다는 거죠.」
「저를요?」
「얀별씨와 똑같이 생겼다는 그 가짜를 보낸 사람이 있을 것 같거든요.」
"아. 배후가 있구나?"
내가 자백을 했지만, 지금은 나를 잡아넣는 것보다 진범을 잡는 것이 우선이라는 거군.
이 이야기를 해주는 건 설마....
「얀별씨가 저를 도와주세요. 그 범인을 찾아야 하거든요.」
「제가요?」
「뭔가 아시는 것 없어요?」
「글쎄요....」
「그럼 오늘은 누구를 만나려고 하신 거죠?」
"어? 그러게?"
숙소도 아닌 건물에서 불타서 죽을뻔했잖아.
그럼 그 건물에 볼일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까 말했던 그 녀석이요. 이번에는 호텔에서 만나자고 해서....」
「방화범은 결국 놓쳤어요. 왠지 그 진범이 얀별씨를 죽이려는 것 같네요.」
「설마, 제 근처에 있으면 그 진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네.」
"오, 인성 터졌는데."
「좀 너무하시네.」
「그런 직업이잖아요? 그리고 결국 그 배후를 찾아야 하얀별씨도 안전해지고요.」
「그건 그러네요.」
「이거 확인해 보시겠어요?」
그녀는 서류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하라 리미? 이건 또 누구야.
「하라 리미, 일본 출신이긴 하지만 지금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입니다.」
「아니 그래서 이 사람이 왜 나오는 거냐고요.」
「실종된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사람을 추적하던 끝에 얀별씨가 나왔죠.」
「제가 나왔다고요?」
「최근 엄청나게 완성률이 좋은 성형 기술이 나왔거든요. 그래서 체격 위주로 닮은 사람을 찾아서 얼굴만 갈아엎은 거죠.」
「얼굴을 갈아엎어요?」
「얀별씨가 만났다는 그 가짜가 바로 리미인 겁니다.」
[그럼 목소리는요?]
[미치겠네.]
그래, 그럼 목소리는 어떻게 된 건데?
「그럼 목소리요?」
「원래 좀 닮은 목소리긴 한데, 그것도 수술했더군요. 불법으로 진행해서 이력을 찾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와, 그럼 그냥 인위적으로 만든 도플갱어네?"
- 그게 말이 됨?
- ㅋㅋㅋㅋㅋㅋㅋㅋ
- 큐브도 있는데 저런게안되나?
- 의학이랑 큐브랑 같냐고ㅋㅋㅋ
- 과몰입ㄴ
- ㄹㅇ게임이면 그럴수도 있지
- 그런거 따지면 끝이 없음
하긴 저게 실제로 가능한지가 중요한 건 아니지.
이 게임에서는 가능하다는 소리니까.
"잠시만 그럼 주인공을 죽이려 한 이유가 자리를 뺏으려고?"
본래라면 가짜 주인공한테 죽고, 그 자리를 빼앗겨야 했다.
하지만 그게 실패로 돌아간 거지.
"범인들은 나를 죽이고 싶은 거구나?"
죽이고 대체하는 것에 실패한 이상, 아쉽지만 그냥 죽이기라도 할 생각이었겠지.
어라?
"뭐야, 그럼 소희가 엄청 수상한데?"
아까 내가 죽을 것 같은 상황에 엄청 평온하게 행동했잖아.
설마 소희가 날 죽이려고 한 건가?
「그럼 이 리미라는 사람이 제가 죽인 사람이라는 거죠?」
「네, 저는 이번에 발견된 시체가 리미라고 예상하는 중입니다. 시체의 변형이 너무 심해서 예상만 하고 있지만요.」
「네? 하지만 아까는 저랑 똑같이 생긴 시체라고....」
「그냥 떠본 건데요? 정황상 그런 것 같더라고요.」
"아니 시발."
- 엌ㅋㅋㅋㅋ
- 떠본건데요ㅋㅋㅋ
- ㄴㅇㄱ
- 음머
- 아무 증거도 없는데 자백을 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게 형사냐?
「아니....」
「아마도 이 사건의 배후가, 얀별씨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처리한 모양이에요.」
「그럼 어떻게 저를 의심한 거예요?」
「아까 성형 이력을 찾았다고 했죠? 그 결과물 사진이 이거에요.」
「와, 진짜 나네?」
"이야, 기술 좋네."
하얀별이 복사가 된다고.
어떻게 성형으로 사람을 이렇게 똑같이 만드냐.
「시체의 골격을 검사해 보니, 둘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았죠.」
「그래서 저를 의심했군요.」
「결국 리미를 죽인 것이 얀별씨던, 아니면 얀별씨를 죽인 리미가 그 자리를 차지했던....」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살인의 범인이라는 거죠?」
「맞아요.」
"오, 그래서 상황을 보려고 아모카고의 매니저로 들어왔구나?"
「그래서, 제가 뭘 도우면 되는데요?」
「주변, 아니 꼭 주변이 아니더라도 의심스러운 것이 있나 찾아봐 주세요.」
「네?」
「범인은 얀별씨를 노리고 있고, 당연히 감시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 뭔가 흘리는 것이 있겠죠,」
「죽을 각오를 하고 정보를 구하라는 소리죠?」
「...위험한 상황은 제가 최대한 막아드릴게요.」
"그러니까 나를 이용해서 이런 상황을 일으킨 범인을 찾아야 한다는 거지?"
당연히 범인은나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럼 그 시도마다 뭔가 증거를 남기게 되겠지.
그걸 찾자는 소리였다.
['나바보아니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그래서 이게 정확히 무슨 상황이에요?
"오케이, 정리해봅시다."
일단 리미라는 사람이 성형을 통해 가짜 얀별이 되었다.
그리고 진짜 얀별을 불러내 죽여서 그 자리를 대신하려고 했다.
하지만 반대로 진짜 얀별이 가짜 얀별을 죽여버린 거지.
"그 사건 때문에 형사가 매니저로 잠입 수사를 시작했고."
그런데 거기에는 그 일을 시킨 진범이 있다.
그 진범은 처음에는 성공적으로 대체를한 줄 알고 나를 내버려 뒀다.
하지만 내 행동을 보고 진짜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겠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를 그냥이라도 죽이려고 일들을 벌였겠네.
"이렇게 정리해보니까 소희가 더 수상하잖아."
소희는 내가 과거 이야기를 언급할 때마다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게 내가 가짜 얀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
- ㄹㅇ 이건 소희가 범인인데?
- 와 소희가 죽이려고 한거야?
- ㅁㅊㅋㅋㅋㅋ
- 소희였네
- 이상하다고 한 이유가 있었네
- ㄹㅇ대체가 안되서 이상하다고 한거구나
- 오....
"소희야,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나는 혹시 소희가 죽을병은 아닐까 걱정해줬는데.
내 마음 돌려줘.
「아,그러고 보니까. 아까 불에서 구해준 건....」
「그건 제가 맞아요. 제가 방심한 탓에.... 늦어서 죄송해요.」
「아뇨. 덕분에 살았는데 제가 감사하죠.」
"아, 맞다. 결국 구해준 건 매니저지."
입만 턴다고 해서 죄송합니다.
매니저 언니가 최고예요.
「아, 그리고 말은 전처럼 편하게 해주세요. 매니저 언니.」
「...그래도 될까?」
「오히려 존댓말 하시면 다른 사람들 보기에 어색하잖아요.」
「그건 그렇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오늘 일기장 연출은 평소보다 기네.
하긴, 적을 내용이 좀 많으니까.
[6월 9일]
「아, 얀별 언니. 몸은 좀 괜찮아요?」
「응, 이제 다 나았거든. 오랜만에 숙소 오니까 마음이 편하네.」
숙소로 돌아오자 루나가 나를 맞이해줬다.
소희는 지금 숙소에 없나?
「병문안 가려고 했는데, 스케쥴이 걸려서 못 갔어요.」
「괜찮아. 매니저 언니한테 들었어.」
[근데 소희는?]
[이만 들어가서 쉴게.]
"이게 바로 질문이 나오네."
「근데 소희는?」
「아직 스케쥴이요. 오늘 늦는다고 하던데?」
「아하.」
이야기를 마치자, 루나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 문을 닫았다.
이러면 기회네.
"후, 진짜 걱정이다."
이제 숙소를 뒤져서 소희의 이상한 점을 찾아야 하는데, 나는 워낙 그런 걸 찾는 눈이 없으니까.
라발렌 시즌2를 찍을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일단 내 방은 아무것도 없고."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혹시나 해서 찾아본 건데, 역시 아무것도 없네.
"거실도 조금 바뀌긴 했지만, 특별한 점은 없음."
남은 것은 지금 가장 수상한소희의 방이었다.
여기서는 뭔가 나오겠지?
"음, 별것 없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은근 귀여운 물건들이 많네.
뭔가 이런 걸 보면 소희가 참 귀여운 캐릭터란 말이지.
"나는 왜 나를 죽이려는 캐릭터가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 ㄹㅇㅋㅋ
- 이쁘잖아
- 외모는 개연성이지
- 누나나죽어
- 진짜로 죽잖아ㅋㅋㅋ
- 소희는 ㅇㅈ이지
이제 확인하지 않은 곳이라면 침대 밑 정도였다.
"어?"
침대 밑으로 팔을 밀어 넣고 쓸어보는데, 뭔가가 손에 걸렸다.
이건 사진인가?
"뭐야, 아모카고의 사진이 아니네?"
가족사진으로 보이는 사진인데, 전혀 일면식이없는 사람들이었다.
소희한테 왜 이런 것이 있지?
"오, 상호작용이 있네."
혹시나 해서 휴대폰으로 이 사진을 찍었더니, 매니저에게 전송하는 선택지가 나타났다.
이게 정답이었구나?
"일단 사진은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조용히 소희의 방을 나가서 내 방으로 돌아왔다.
이 정도면 완전범죄인데?
"오케이, 일기장 연출이다."
이러면 일단 안심이다.
일기장 연출이 나온다는 건, 무사히 오늘의 스토리를 마무리했다는 거니까.
[6월 10일]
우웅.
진동 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매니저한테 전화가 왔네."
침대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자, 자연스럽게 컷씬에 돌입했다.
「여보세요?」
「어, 얀별아. 잘 잤어?」
「그럼요.」
전화 통화를 하면서 방 밖으로 나가자, 거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는 소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 그 사진을 조사한 덕에 상황을 많이 파악했어?」
「그래요?」
「응, 서봄이라는 사람이더라. 나머지는 그 가족이고.」
「그런데요?」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설명은 꽤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현재 실종상태인데, 조사해보니까 소희의 얼굴로 성형을 했더라.」
「네?」
그러니까, 그 말은....
「지금 우리가 아는 소희가 서봄일 가능성이 커.」
저기 앉아있는 소희가 가짜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