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0화 〉15장 - 텅 빈 일기장(2) (80/182)



〈 80화 〉15장 - 텅 빈 일기장(2)

"와, 잠깐만. 그러네."

소희가 가짜라고 생각하면 이제까지 쌓여있던 의문들이 모두 풀린다.


- 그런거였네
- ?
0ㅇ0
- 소희가 가짜?
- 이게 가짜네
- ㄷㄷㄷㄷ

우선, 소희가 과거의 기억이 없다는 것이 설명된다.
자기 자신이아닌데  기억을 어떻게 가지고 있겠어.

"나를 죽이려고 했던 것도 이해가 가."

소희가 진범이든 아니든, 나를 죽이는 것에 협력해야 했다.
가짜라면 진범의 편일 테니까.

「어, 음....」
「일단 소희는 확실한 것 같고. 따로 배후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지켜보자.」
「그럴게요.」

"그러니까, 진짜 소희는 죽은 건가?"

아니지, 시체가 발견된 것은 아니니까 실종이구나.
하여튼 소희는 이번 사건의 진범이거나 공범이라는 소리네.

"근데 벌써 진범이 나올 것 같지는 않은데."

지금 진범이 밝혀지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다.
나름 이 게임도 추리 태그가 붙어있는데, 이렇게 설명만 하면서 끝나면 좀 그렇지.

「몸은  괜찮아?」
「응? 아, 응.」

도시락을 먹던 소희가 말을 걸어오자, 주인공이 떨떠름하게 답을 했다.
솔직히 방금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니 당연한반응이다.

「아우, 어제까지 너무 스케쥴에 치여 살았네. 너도 밥 먹을 거야?」

[조금 이따가 먹을 거야.]
[어, 지금 먹으려고.]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려면 먹는다고 해야겠죠?"

「어, 지금 먹으려고.」
「으, 식단 관리 너무 힘드네. 맛없어.」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소모량 많은 날에는 제대로 먹고 있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냉장고에 있던 도시락을 꺼내면서 식탁에 앉았다.
음, 역시 딱 생각한 그대로의 맛이네.

"나는 기름진 음식이 좋아."

- ㄹㅇㅋㅋ
- 저걸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 그치만 먹어야 하는걸?
차라리 굶고 수액으로 살지
닭가슴살 맛있는데
- 굶어보면 맛있게 느껴질걸?

"맞아. 안 먹는 것보다는 나아."

 정도로 맛없는 음식은 아니다.
샐러드에 드레싱도 뿌려져 있으니까.

「으, 치킨 먹고 싶다.」
「나도. 아, 나는 루나가 만든 쿠키가 좋아.」
「하긴 너는 디저트를 좋아하는 편이었지.」

"저건 원래 캐릭터의 취향을 조사한 걸까, 아니면 최근 취향을 보고 한 말일까."

이제는 모든 게 의심스러웠다.
그 예쁜 외모와 귀여운 성격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홀려온 거야?

「다 먹었어?」
「응, 오늘은 일정도 비었겠다 푹 쉬려고.」
「그래.」
「저기....」

소희는 내가 평소랑 다르게 텐션이 낮은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찬장을 가리키면서 뭔가를 말해줬다.

「사실 내가 먹으려고 꿍쳐둔 라면이 있거든? 도시락으로 모자라면 먹어.」
「뭐야, 살찌워서 견제하려는 거야?」
「그럴 리가 있어? 그냥 기운이 없어 보이길래.」

"날 죽이려던 새끼가  말이냐?"

- 세탁오지게 시도하네
 사실 들킨거 아는거 아님?
- 최후의 만찬 주려는거지
- 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
- 최후의 만찬이 라면이냐고

그건 조금 설득력 있네.
그냥 죽이긴 미안하니까 라면까지는 먹이고 죽이는 거지.

"어, 휴대폰 놓고갔는데?"

식탁에 있는 소희의 휴대폰을 확인해 봤지만, 비밀번호가 걸려있었다.
하긴 그렇게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니지.

"라발렌에서는 이걸 지문으로 해결했지."

하지만 여기서는 꼭 그렇게 해결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지문인식과 비밀번호 입력창 모두가 존재하니까.

[챙겨둔다.]
[내버려 둔다.]

"으아, 선택지 참 그렇네."

언제  이런 기회가 생길 수 있을지 모르긴 한다.
하지만 챙겨뒀다가 그 사실을 들키면?

"음? 근데 그게 문제가 되나?"

물론 소희의 경계심은 커지겠지만, 이미 나는 소희가 죽여야 하는 대상이다.
휴대폰 좀 훔친다고 그 사실이 바뀌진 않을 같은데.

"오케이, 챙기겠습니다."

소희의 휴대폰을 챙기고, 전원을 꺼서 벨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했다.
여기까지가 오늘 일정인가?

"이제는 일기장 연출 지겹다."

별건 아니지만, 너무 자주 보니까 물려.
스킵이 불가능해서 그런가?

[6월 11일]

"뭐야, 어두운데?"

시간을 확인하니까 오후 8시가량이었다.
왜 이런 시간부터 시작되지?

"일단 나가봅시다."

「아, 언니.」
「루나구나. 스케쥴은 끝났어?」
「네. 소희 언니는 좀 늦는다고 하던데요?」
「그래? 그럼 오늘은 힘들겠네. 날을미뤄야겠다.」
「그럴 것 같아요. 그나저나 소희 언니 휴대폰  봤어요?」

[나한테 있어.]
[소희 휴대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에이, 여기서 꺼낼 생각이었으면 챙기지도 않았지."

「소희 휴대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침부터 휴대폰 어딨는지 모르겠다고 시끄럽더라고요. 진짜 칠칠맞지못하다니까.」
「소희답지 않네.」
「그러게요. 평소에 확실하게 챙기는 성격이었는데.」

"그건 소희가 가짜기 때문이고욘?"

하여튼 지금 소희가 숙소에 없다는 거지?
그럼  대화만 끝나면 바로 소희 방 뒤져봐야겠다.
저번에도 확인해 봤지만, 휴대폰 비밀번호를 노린 것은 아니라서 놓친 것이 많을 테니까.

「끄응, 저는 좀 잘게요.」
「그래.  쉬어.」

"오케이."

루나가 방에 들어가자마자 소희의 방으로 향했다.
일단 이 방에서 특이했던 건 저번에 본 사진이었는데.

"혹시나 했는데 아무것도 없네."

사진에 숫자가 적혀있을 것 같았는데, 그건 아니었나 보다.
그럼 대체 어디에 비밀번호 힌트가 있을까.

"보자, 게임 설정상 소희의 생일이...."

포스터 굿즈에 있는  보면 11월 3일이다.
와, 근데 소희 본명이 민소희였네.

'...나만 아는 드립이라 방송에 던지지도못하겠다.'

내가 아는 그 작품은  세상에는 없으니까.
비슷한 작품은 있겠지만, 아무래도 내용과 캐릭터 이름은 다를 터였다.

"1103은 아니네. 기대했는데."

소희의 생일도 아니라면, 대체 뭘 비밀번호로 해놓은 거지?

"다해볼까?"

아모카고의 멤버 3명의 생일을 다 넣어보는 거지.
의미는 별로 없을 것 같지만.

"0323, 주인공의 생일도 아니네."

그럼 남은 건 루나의 생일인 0201이 된다.
근데 애초에 자기 생일도 아니고 루나의 생일을 비밀번호로 해놓았을 리가....

"있네?"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휴대폰의 잠금이 풀렸다.

- ???
- 이게 맞네
- 어캐 풀었음?
- 엥?
ㅔ?
머임?

대체 이게 왜 루나의 생일이지.
영문을 모르겠네.

"루나의 생일이에요. 이게 왜 열리지?"

뭐, 풀었으면 거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폰에 들어있는 정보였다.

"와, 진짜 별거 없네."

이렇게 열심히 풀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아무것도 없냐.
특히 메모장 같은 곳은 너무 깨끗했다.
왜 이렇게 철저한 거야.

"엉?"

그나마 특이한 점을 두 가지 발견하긴 했다.

"채팅 기록이 없고...."

최근 채팅 기록이 일괄 삭제되어 있었다.
내 휴대폰에 있는 채팅 기록과 비교하면, 6월 6일을 기점으로 채팅이 날아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월 6일이면 오븐 구이 다음날이지?"

나를 태워죽이려고 했던 것과 관련된 내용이 있어서 지운 것 같았다.
이 내용은 못 살리겠지? 아쉽네.

"다음은...."

지워지지 않은 것 중 특이한 사항이라면, 루나랑 통화한 이력이많다는 거다.
거의 하루에 2번 이상은 통화를 했네.
심하면 하루에 10번까지 통화한 적도 있고.

"녹음된 파일은 없으니까 대화 내용은 모르고."

그냥 루나랑 사이가 좋아서 통화를 자주  건가?
아니면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흠, 어렵네."

하여튼 이것만 가지고는 추가적인 증거로 쓰기 어려웠다.

[6월 12일]

결국 날짜는 넘어가게 되었고, 별다른 소득 없이 이야기가 흘러갔다.

「다녀올게요.」
「그래 루나야  다녀와.」

루나가 스케쥴을 위해 숙소를 나섰다.
본래라면 매니저도 루나를 따라나서야 했지만, 그다음 스케쥴이 있는 내가 더  곳이라서 숙소에 남았다.

'라는 설정이지.'

사실 나는 오늘 잡혀있는 스케쥴이 없다.
매니저가 숙소에 함께 남기 위한 거짓말일 뿐이었다.

「언니.」
「어, 지금.」

아직 소희가 잠이 들어있는 틈을 이용해서, 손쉽게 소희에게 수갑을 채웠다.
뭔가 치트키인 느낌이지만....

'그런 걸 따질 상황은 아니지.'

「어라, 다들 왜 여기에....」

철컹.
음, 수갑에 묶여있는 아이돌이라니.
이렇게 보니까 좀 그렇네.

ㅗㅜㅑ
ㄷㄷ구속플레이
- 이렇게 보니까  그렇네
- 이게 민중의 지팡이...?
- 범죄의 현장인데?
- 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반박을 해야 하는데, 할 수가 없네."

반박하기에는 너무 그럴듯한 장면이잖아.
아무리 봐도 우리가 나쁜 놈들 같은데?

「서울 경찰청 형사 2과 소속 민아라 경장입니다.」
「네?」
「서봄씨, 당신을 민소희씨 실종 사건의 용의자  민소희씨 사칭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있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자신을 변호할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체포구속적부심사도 청구할 권리가 있죠.」
「저 때랑은 많이 다른 것 같은데요?」
「그때는 애초에 정식 체포가 아니었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정식 체포도 아닌데 구속을 했냐고.
심지어 체포했다고 블러핑까지 쳤잖아.
그거 월권 아니야?

「제가 참 고생해서 영장까지 따왔거든요. 서봄씨,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
「음, 묵비권은 인정이지.」

오, 저건 좀  오르겠네.
발언 진짜 악질이다.

「전부 제가 한 것 맞습니다.」
「뭐?」
「얀별이를 죽이려고  것도, 리미한테 얀별이를 죽이라고 한 것도.... 전부 제가 한 일입니다.」

"개소리하네."

그럴 리가 없었다.
애초에 소희가 진짜 범인이면, 교통사고로 나를 노릴 때 자기까지 죽게 하는 방법을 쓰지 않았겠지.
누군가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으면 모를까.

「하, 저기요 서봄씨.」
「전부 제가 했습니다.」
「사람을 바보로 아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뒤에서 너한테  시킨  있잖아!」
「그런 사람 없다니까요.」
「하, 나. 왠지 이럴 것 같더라.」

매니저가 어떤 반응을 하던, 소희는 깔끔하게 자백을 해버렸다.
이러면 높은 확률로 소희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되겠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끝이 아닌데.'

대체 소희는 왜 이렇게까지 범인을 감싸는 거지?
뭐 인질이라도 잡혀있나?

「서봄씨 가족은 전부 보호하고 있어요. 보복 두려워하지 말고 말씀하시면 안됩니까?」
「두려워할 것이 뭐가 있겠어요. 제가 말한 것은 전부 사실입니다.」

"이래서 뭔가 확실한증거가 필요했는데."

그치만 다 뒤져봐도 그럴듯한 것이 나오질 않았단 말이야.
이렇게 끝나는 건 에반데.

「아, 매니저 언니.」
「어?」
「사실 증거가 있긴 해요.」

"증거? 무슨 증거."

내가 그렇게 물어보는 사이, 게임 내 독백이 튀어나왔다.

[물론 증거는 없다. 하지만 소희를 노리고 블러핑 정도는 던져 봐야지.]

"아, 블러핑이라고?"

하긴 당장 경찰부터가 블러핑해서 나한테 자백 얻어냈잖아.
사기를 쳐서 얻은 자백이라 법적 효력은 없겠지만, 지금은 그런 정보라도 필요한 때였다.

「증거가 있다고?」
「네.」

[휴대폰의 통화기록]
[휴대폰의 채팅기록]

"선택지 난이도 미쳤네."

확실히 휴대폰에 있던 증거들이긴 하다.
저걸 어떻게 써서 압박한다는 건지, 그게 전혀 예상이 가지 않을 뿐이지.

"통화기록이냐, 채팅기록이냐...."

루나와 통화했던 기록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던 통화기록.
나를 죽이려 한 날짜에 내용을 지워버린 채팅기록.

"후자는 사실 떠볼만한 소재가 전혀 없어."

지웠다는 것 말고는 아는 사실이 없으니까.
그나마 떠본다면 사실 지운 내용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건데....

'내용을 모르니까 너무 리스크가 큰 선택지야.'

그렇다면 그나마 정보가 있긴 한 통화기록이 낫겠지.

「소희야. 네 휴대폰을 보니까 루나랑 통화한 기록이 참 많더라?」
「그게 왜? 그냥 옆방까지 가기 귀찮아서 전화를 자주 했을 뿐이야.」

"오, 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뭔가 있나?"

「그래. 나도 그렇게 믿을 뻔했지. 하지만 네 휴대폰에 도청을 해놨거든.」
「하얀별씨 그거 불법이에요.」
「어쩌라고요.」

"킹쩌라구요."

애초에 구라핑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물론 지금 소희 반응을 보면 의미가 있는 블러핑 같지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쪼라구~
- ㅇㅉㄹㄱㅇ
-근데 그럼 도청했다는게 루나랑 소희 대화야?
- ? 그럼 루나도 한패임?
- ???

그러게?
그렇게 되면 루나도 이 일에 가담이 되어 있다는 소리잖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