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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화 〉15장 - 텅 빈 일기장(3) (81/182)



〈 81화 〉15장 - 텅 빈 일기장(3)

[루나가 모든  지시한 진범이지?]
[루나도 너처럼가짜인 공범이지?]

"이걸  나한테 물어봐!"

일단 두 선택지 모두 그럴듯하긴 하다.

"근데 루나가 가짜일 확률은 좀 낮을 것 같은데."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루나는 그런 내용을 모두 아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 반해 소희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지.
그렇다면 위쪽 선택지는 제외해야겠네.

"음, 그럼 루나가 진범이 되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루나는 뭘 노리고 이런 일들을 벌인 걸까.
분명히 이유가 있을 텐데.

"아, 해보고 생각하자."

「루나가 모든  지시한 진범이지?」
「그럴 리가 없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어라, 이렇게 되면...."

소희는 블러핑인 것을 눈치채진 못한 것 같지만, 통화 내용에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굉장히 당당하게 나왔다.
하지만 오히려 블러핑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부분이 의심스러웠다.

'내가 진짜로 통화 내용을 들었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그럼 내가 루나를 의심할만한 내용의 통화를 들었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결국 통화 내용을 듣지 못한 나에게는 새로운 정보가 되는 것이다.

「하, 그래라. 매니저 언니,  어떻게 할 거예요?」
「이제 데려가서 따로 심문 해야지.」
「그럼 그동안 루나는 제가 떠볼게요.」

"이게 루나가 범인이네?"

- 와...
- 아니 이게 아이돌이냐고
아이돌(범죄자 집단)
- 아모카고는 무슨 양파야?
- 까도까도 범죄자가 나오는 그룹ㅋㅋㅋㅋ
- 아니야 루나가 그럴리가 없어

다만 소희는 주요한 증거들이 있었지만, 아직 루나는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
있는 게 심증뿐이라서  할 수가 없네.

「응, 나도 루나에 대해서 알아볼게.」
「네. 다녀오세요.」

"근데 소희랑 루나가 무슨 관계길래 저렇게 소희가 커버를 쳐주지?"

생각해보니까 소희의 휴대폰 비밀번호도 루나 생일이었네.
설마 소희가 루나를 좋아해서 그러는 건가?

"여러분 이건  추측인데요."

소희, 그러니까 서봄은 원래부터 루나를 좋아하던 팬이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루나의 범죄를 돕게 된 거지.

"애초에 무슨 위협이나 물질적 문제로 돕는 것이 아니라, 그냥 루나가 좋아서 도와주는 걸 수도 있잖아."

이건그냥 휴대폰 비밀번호가 루나의 생일이었던 것에서 추론한 것이지만, 굉장히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뭐 잡혀들어가도 루나가 책임져준다고 했을 수도 있겠네.

- 오....
- 충신이네
하필 좋아하는게 루나라 망했네
- 저도 교주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 ㄷㄷㄷ
- 그럴수도 있겠네

"저는 저런 짓 안 해요."

일단 내가 예상한 소희의 행동 원리는 이러했다.
그럼이제 루나가 왜 이런 일을 벌였냐는 건데....

'일단 예상할 수 있는 건 소희가 모든 범죄의 시작이라는 건데.'

나보다 먼저 소희가 가짜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은 상태지.

'근데 왜 소희를 굳이 대체하려고 한 거지?'

소희를 그냥 죽이면 되잖아.
굳이  이렇게까지 귀찮은 짓을....

"아, 아모카고?"

혹시 소희를 죽이고 싶었지만, 아모카고가 해체되는 것은 싫었다면?
아이돌인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소희도 제거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 오?
그건 그럴듯 하네
그래서 대체를 했구나
- ㅇㅎ
- 그럴수도 있겠네
그러네

내가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고민하는 사이, 루나가 숙소로 돌아왔다.

「아, 루나야 왔어?」
「웅, 소희 언니는?」
「모르겠어. 내가 왔을 때는 없던데?」
「정작 마시자고 했던 사람이 없네.」
「금방 오겠지.」
「에휴, 휴대폰도 잃어버려서 전화도 못 하고.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야.」
「우리끼리 시작할까?」
「음, 그러는 게 좋겠네요.」

"오늘 술 마시기로 했었지?"

원래라면 소희도 함께해야 하지만, 소희는 지금 경찰서에 있으니까.
내가 휴대폰을 훔친 덕에 연락이  되는 것이 다행이었다.

"술은 모르겠고 쿠키나 먹어야지."

쿠키를 만든 사람이 나쁜 사람이긴 하지만, 쿠키가 무슨 죄겠어.
맛있게 먹어줘야지.

"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엌ㅋㅋㅋ
- ㅈ댔네
범인이 주는걸 받아먹네
- ㄹㅇ먹을거에 미쳐가지고
- 얀돼별지

아니, 나도 그런 건 예상하긴 했어.
그래서일부러 그런 걸 타기 좋은 술은 마시지도 않았고.

'근데 이걸 쿠키에 탔네.'

쿠키에 죄가 있었다.
루나야 이건 선 넘었잖아.

"아, 쿠키에 장난질 하는  너무하잖아."

점점 시야가 흐려지더니, 감각이 페이드아웃했다.
설마 이대로 엔딩인  아니겠지?

"아, 다행이다."

다행히 그대로 죽여버리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상황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흐응, 역시 언니가 가지고 있었구나.」
「으윽....」

루나의 손에는 소희의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아마도  방에 있던 걸 찾아온 모양이었다.

「왠지 이상하다 싶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 언니가 저한테 말도 없이 사라질 리가 없는데.」
「루나 너....」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니까 왜 자꾸 방해하고 그래요?」

"와, 미친...."

조금씩 웃음을 흘리면서, 묶여있는 나를 툭툭 건드리는 루나의 모습이 굉장히 무섭게 느껴졌다.
연기랑 연출 진짜 잘했네.

「소희 언니 어딨어요?」
「.......」
「뭐, 뻔하겠지만. 아쉽게 되었네요. 얼마 안 남았는데.」
「얼마 안 남았다니?」
「그야 원래대로 돌리는 날이죠. 슬슬 끝이 보여서 얀별 언니도 살려둘까 했는데....」

그렇게 말한 그녀는 묶여있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이렇게 나오시면 그건 무리겠네요?」

-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 개무섭네
- 원래대로 돌린다는게 뭔말이지
- 무서워
어우
ㅗㅜㅑ
- ㅇ0ㅇ
- 포상ㄷㄷ

"뭔 포상이야. 나 무서워 죽겠어."

지금 돋고 있는 소름이 팅글 때문인지 무서움 때문인지도 잘 분간되지 않았다.
진짜 개무섭네.

[진짜 소희는 어떻게 했어?]
[사, 살려주세요. 다 말할게요. 도울게요.]

"이건  어렵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래 선택지를 고르고 뒤통수를 치는 것이었다.
협력하는 척하면서 정보를 빼내는 거지.

'위쪽은 결국 정면으로 싸우겠다는 소리가 되잖아?'

하지만 후자의 선택지를 골랐을 때, 쉽게 배신한다는 이유로 죽이는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든 리스크는 존재한다는 거지.

"아, 머리 아파."

초반부 리듬게임은 그냥 열심히 연습하면 그만이었는데, 추리로 넘어온 다음에는 머리가 아파지는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하나하나가 생각할 것이 너무 많네.

- 흠
- 협력하는척 하는게 맞을  같은데
- ㄹㅇ거짓말 섞으면대지
- 머가 답일까
- 암거나 꼴리는거ㄱㄱ
- ㄹㅇ이걸 어떻게 예상해

"그냥 처음 생각난 걸로 고를게요."

괜히 처음 생각에서 바꾼 선택지로 틀리면 굉장히 기분이 더러우니까.

「사, 살려주세요.  말할게요. 도울게요.」
「오, 말해봐요.」
「소희는 지금 경찰에 잡혀갔어요. 전부 자신의 탓이라고 인정했고요.」
「흐음....」
「그리고 경찰은 루나를 의심하고 있어요.」
「나를 의심하고 있구나.」

잠시 고민하던 루나는 목소리 톤을 올리면서 웃었다.

「언니, 왜 그렇게 쫄아요.」
「그, 그게....」
「제가 언니를 죽일 리가 없잖아요. 그쵸?」
「.......」
「대답.」
「넵!」

- 학창시절 ptsd오네
- 목소리 까는거ㅋㅋㅋ
- ㅗㅜㅑ
- 언냐 나죽어
- ㅁㅊㅋㅋㅋㅋ
방장님 그만 쫄아요

"쫄긴 했는데, 대사는 컷씬이잖아요!"

누가 보면 내가 쫄아서 저렇게 반응한 줄 알겠네.
나는 억울하다.

「언니가 생각이 바뀌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전에는 어떻게든 이상한 걸 밝히려고 해서 얼마나 고생이었는지.」

"뭐?"

[그때는 이런 건지 몰랐지....]
[그게 무슨 말이야?]

잠시만,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비슷한 사건이 이전에도 있었다는 것 같은데?

'설마, 소희가 이상한 걸 주인공이 알아차린 것이 처음이 아닌가?'

그걸 어떻게든 퍼져나가지 않도록 틀어막고, 그사이에 죽이려고 했던 거라면?
그럼 굳이 소희를 주인공보다 먼저 교체한 이유가 확실해진다.

"애초에 주인공은 교체할 생각이 없었구나."

그런데 소희가 바뀐 걸 주인공한테 들켰고, 그런 주인공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주인공도 바꾸려고 했던 거다.
그럼 이건 앞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맞겠네.

'괜히 모르는 척을 하면 신뢰만 잃겠지.'

「그때는 이런 건지 몰랐지....」
「뭐, 어디가 아픈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까. 언니만  도와주면 일이 그나마 괜찮게 흘러갈 같아요.」
「어?」
「아모카고는 셋이서 하나잖아? 하나가 빠지는 건 나도 좀 싫거든.」

"뭔 개소리야. 지금 소희가 없어서 둘...."

잠깐만, 지금 진짜 소희는 어디에 있지?

「진짜 얼마  남았거든. 조금만 있으면 소희 언니가 돌아올 수 있을 테고, 그럼 다시 우리 셋이서 다시 아모카고로 활동할 수 있겠지?」
「소희가, 살아있어?」
「당연하죠. 왜 멀쩡한 소희 언니를 죽이고 그래요.」

"그게 왜 당연한데!"

- ㄹㅇㅋㅋ
주인공은 죽이려고 했잖아ㅋㅋ
소희는 살려놨구나
- 아니ㅋㅋㅋㅋㅋ
- 그럼 소희를 구출해야 하나?

"아니 그럼 소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어디 가둬놓은 건가?
아니면 사실 소희도 공범인가?

'그건 아니겠지.'

소희가 공범이라면, 그냥 상황을 설명해서 주인공을 설득하면 되는 부분이었다.
그런 상황이면 사정이 있어서 소희의 자리를 잠시 대체하는 것이 끝이니까.

"결국 납치란 건데."

그럼 어떻게 다시 활동한다는 소리지?
풀어준다는 뜻인가?

「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요.」
「...시간?」
「그러니까, 언니가 할 일은 그때까지 조용히 있는 것뿐이에요.」

솔직히 루나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나마 확실한 것은 루나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

"잘은 모르겠는데,  시간이 다 지나면 끝이겠지?"

시간제한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안에 루나를 잡을 증거를 찾아야 하는데....

「굳이 배신은 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그, 그렇지.」
「언니가 말만 하지 않으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에요.」
「응.」

"살았다!"

이걸 이 정도로 넘어가 주네.
좀 쉽게 넘어간 느낌인데?

「그나저나 시체는 잘 처리했나 보네요. 언니가 걸리지 않은 걸 보니까.」
「시체?」

"아, 설마 내가 안 들켰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긴 내가 경찰이랑 함께 움직였으니까, 아직 살인을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

「이거요.」
「그건....」

공사장에서 내가 가짜의 목을 조르고 있는 사진이었다.
매니저가 가지고 있던 것처럼 공사장 입구가 아니라서 CCTV같은 걸로 찍은 것도 아닐 터였다.
이건 또 어떻게 가지고 있는 거야?

「이건 어떻게?」
「원래는 리미한테 써먹을 생각이었는데, 이게 이렇게 되네요. 아시죠? 배신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

"완전히 착각하고 있네."

ㄹㅇㅋㅋ
- 아직 안들킨 줄 알았구나
- 아무튼 공범이니까 협력하라는 거군
- 이걸 이렇게 사네
살았네
- ㄷㄷㄷㄷㄷㄷ

루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만 이득을 본 상황이었다.
이제 기간 내에 증거만 찾으면 되겠네.

[6월 14일]

아모카고는 가짜 소희가 체포되면서 일시적으로 활동이 중지되었다.
경찰은 루나의 행적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지만, 그다지 수확은 없는 것 같았다.

"나갔다."

루나가 밖을 나가는  보면, 어딘가를 가는 것은 확실했다.
높은 확률로 진짜 소희가 갇혀있는 곳이겠지.

"와, 근데 어떻게 하길래 아직 경찰이 위치를 못 찾았지?"

이러면 내가 해결을 해야 하는  같은데....
혹시나 해서 숙소를 다 뒤져봐도 이렇다고 힌트도 없고, 진짜 답답한 상황이었다.

ㄹㅇ힌트가 없네
- 이러다가 시간끝나겠다
- 흠
- 아마 진짜 소희를 찾아야 할 것 같은데
- 너무 어려운데
- 감도 안온다

"아니면 내 시야병이 문제인가?"

사실 숙소에 힌트가 있는데 내가 못 찾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에휴, 항상 이런 게임만 하면 찾는 걸로 스트레스받네.

"에잇."

괜히 짜증이 나서 루나 침대 위에 놓여 있던 인형을 때렸다.

"어라?"

방금 뭔가 딱딱한 거랑 부딪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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