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16장 - 심플월드(1)
"1레벨 남았나?"
여기는 심플월드 탑의 49층, 레벨은 방금 레벨업을 해서 99에 도달한 상태였다.
100레벨이 최대니까 레벨링은 거의 다 끝난 셈이었다.
오늘 2레벨을 올렸으니까, 아마 내일쯤에는 만렙을 찍을 수 있을 터였다.
"슬슬 머리가 복잡해지네."
[미션: 성불(3)
조건: 심플월드 탑 최종층 최초 클리어
보상: 리트라이 입장 티켓(1/3), ???]
100레벨에 도달하면 이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탑 공략파에 합류해야 했으니까.
그래서 장비 구입을 하려고 최근에는 최대한 돈을 아끼면서 모아왔는데....
'뭐, 그래봐야 20일 정도인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돈을 모아봐야 많은 수준을 달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삑!
돈이 모자랄까 봐 걱정하는 와중에 갑자기 알림 소리가 들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방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걸어둔 알림이었다.
슬슬 방송 켜야지.
[생방송 ON]
"다들 안녕하세요!"
알림을 설정해 둔 덕에 지각은 면했다.
"윽...."
방송을 켜자마자 시간의 법칙 특성이 꺼지면서 무력함이 확 올라왔다.
이거 역체감 느껴지는 건 여전하네.
- 별하
- 오셨넴
- ㅎㅇㅎㅇ
- 안녕하세요
- 얀하
- 어 심플월드시네
- 별하
빠르게 채팅창이 올라갔다.
나는 방송 설정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어 시작부터 구독 연장해 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알음알음'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교주님 이번에 난리가 났던데 보셨나요
"뭐요?"
- ㄹㅇㅋㅋ
- 게임마다 혼돈임
- 몇몇 게임은 패치로 마법 조졌음
- 지금 영전 못하겠더라
- 못익히면 기존 티어에서 나가리임
- 오늘 강등당했다....
- 프로게이머 중에 멘탈 나간 사람도 좀 있고
- ㄷㄷ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최근에는 심플월드 사냥에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마신과 마왕1'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큐브온 영상)
"마신과 마왕1님 감사합니다. 와, 만원이네."
영상의 출처는 포카님 큐브온이었다.
방금 이야기가 나왔던 게 이건가?
「저는 처음에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근데 뭐 눈앞에 증거가 있는데 믿어야지. 어떻게 하겠어.」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괴물 같잖아요.」
「시리엘님은 괴물 맞을걸요?」
"오, 둘이 합방했어요? 무슨 내용이래."
- ㄴㄴ녹화
- 녹화영상이에요
- ㄹㅇ 그저게부터 저거때매 난리났는데
- 어제 휴방하셔서 몰랐구나
- 큐브온 안보심?
- 저거 벌써 조회수 천만찍었던데
천만이라고?
저게 대체 뭐길래 천만을 찍었어?
"저 심플월드 레벨링 중이었어요. 이제 99렙이에요."
- 오
- 마참네
- 곧 만렙이네
- 드디어 심플월드 볼 수 있겠네
- 기대하고 있습니다
- ㄷㄷㄷㄷㄷ
- 와 진짜 빡겜하셨네
우리가 대화하는 사이에, 영상이 슬슬 본론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일단 대체 이게 뭐길래 썸네일로 그렇게 어그로를 끌었을까, 다들 생각하실 것 같아요.」
「그렇겠네요. 솔직히 저도 많은 분이 보시길 원해서 포카님한테 말씀드린 거거든요.」
「이번에 저희가 발표하는 내용은 새로운 마법 사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마법 사용법?"
기존의 마법은 분명 자기가 있다고 믿으면 마력이 반응해주는 방식이었지.
그런데 다른 사용법이 생긴다고?
「일단 마력의 특징에 대한 부분에는 예전에 제가 올렸던, 미시 세계의 마력과 양자역학의 관계라는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구요. 거기 나오는 마력의 이중성 특정을 생각하면 하나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네?」
「어, 이게 아닌가요?」
「그렇게 말하면 누가 이해를 해요.」
「으음....」
"으악!"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양자역학ㅋㅋㅋㅋㅋ
- ㄹㅇ마왕님 없으면 큰일날뻔
- 마법은 과학이다ㄷㄷㄷ
- 다시들어도 뭔말인지 모르겠네
- 마력의 이중성이 뭔데ㅋㅋㅋ
「간단히 말하면 마력은 사람의 믿음에 따라 마법으로 변해서 구현된다는 이야기에요. 다들 아는 상식이죠?」
「네, 그런 이야기에요. 일반적인 미시 세계에서는 관측에 따라 확률로 결정되는 걸, 마력은 물질이나 에너지로 바뀔 때 믿음에 맞춰서 특정 결과로 확정이 되죠.」
「여러분 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시겠죠? 제가 시리엘님 설명 듣다가 머리가 터져서 뒤질 뻔했어요.」
"그래 보이네요."
미시 세계는 또 뭐고, 관측이니 확률이니.
온통 알 수 없는 이야기투성이였다.
「암튼 마법은 믿음에 따라서 마력이 변화한 결과물이죠. 대신 이렇게 결과물이 된 마법은 아무것도 없던 마력과 다르게 일반적인 물리법칙을 따라요.」
「맞아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마력을 손으로 때려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죠? 하지만 마법으로 방어막을만들었다면, 손으로 때리면 서로 부딪히잖아요.」
"음, 그러니까 마법으로 만들면 실체를 가진다는 소리지?"
거기까지는 이해했다.
그런데 거기서 영상이 끊어졌다.
['마신과 마왕2'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큐브온 영상)
"아, 감사합니다. 영상 최대치 때문에 잘라서 보냈네."
「그럼 마법도 무언가의조합이겠죠? 다들 물이 H2O인건 알고 있잖아요?」
「물 분자가 산소 원자랑 수소 원자가 합쳐져서만들어졌죠? 이게 마법으로 물을 만들 때도 산소 원자랑 수소 원자를 만들어서, 그거로 물 분자를 만드는 과정을거친다는 거죠.」
「네, 그 정도는 다들 이해할 것 같아요.」
"그런 거였어?"
- ㅔㅔㅔ
- 예전에 다 실험해서 나왔던 것들임
- 와 저걸 다 연산하고 있었네
- 큐브는 ㄹㅇ외계인이 만든건가?
- 미친 것 같음
- 마법 만든 놈은 진짜 천재다
「지금 저희가 설명하는 프로젝트는 거기서부터 고안된 겁니다.」
「저 단계를 처음부터 직접 하나씩 시행하는 거죠.」
"왜? 그럼 더 힘든 것 아닌가?"
그냥 마법으로 사용하면 되는 건데.
굳이 그런 방법을 쓸 필요가 있나?
「그럼 이제 대체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하냐.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죠.」
"아, 들켰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예상 그대로
- 마왕님 실력ㅋㅋ
- 나도 저렇게 생각했는데
- ㄹㅇ그땐 몰랐지
「여기에는 두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적절한 루트만 찾아내면 무조건 최고효율의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거.」
「예를 들어 제가 사용하는 마법을 분석해서, 그 루트를 그대로 재현하면 저와 같은 효율로 누구든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답니다.」
"아, 미친."
즉, 누구나 포카님 수준의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는 말이었다.
물론 이론상이겠지만.
「두 번째는 항상 똑같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거예요」
"똑같은 성능?"
「기존 마법은 믿는 그대로 이루어지는 건데, 아무래도 사람이라는 게 항상 똑같은 생각만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매번 발동하는 마법이 조금씩 달라지죠.」
「하지만 이 방식은 매번 같은 방법으로 진행이 되니까, 항상 똑같이 발동합니다.」
"아, 그럼 확실히 계산적으로 싸울 수 있겠네."
마법 때문에 생기는 오차가 발생하지 않게 되니까.
저것도 꽤 중요한 장점이었다.
「이건 근데 이미 다들 아는 학계의 정설이었어요. 실제로 마법을 쓰는 도구는 대부분 이런 방법으로 만들었죠.」
하지만 도구에만 사용했지, 이제까지 사람이 실전으로 사용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한다.
- ㄹㅇㅋㅋ
- 그럼 뭐하냐고 그게 불가능한데
- 누가 입자를 하나하나 계산함
- 머리 터져 뒤질듯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마신! 마신! 마신!
- 시리엘은 진짜 전설이다
"설마...."
「시리엘님은 그걸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정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저는 이걸 일종의 언어로 정리해서, 필요한 수식들을 함수로 등록해놨습니다. 그걸 이제 조합해서 새로운 함수를 만들고, 최종적으로 발동하는 식이죠.」
「그렇게 말하면아무도 못 알아먹는다고요!」
"오우쉣."
잘은 모르겠지만, 암튼 그 불가능했던 걸 시리엘님이 해냈다는 거잖아.
미쳤네.
['마신과 마왕3'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큐브온 영상)
「암튼 이렇게 마법을 믿음이 아니라 논리적인 과정에 따라서 추론하는 걸, 저는 정립 마법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네, 여러분. 그 정립 마법이 저희가 이번에 소개하는 새로운 마법입니다.」
「정립 마법이 정리된 웹페이지가 영상 정보에 링크가 되어있습니다. 사용법에 대한 자세한 영상도 새로 찍을 예정이고요.」
"오, 신기하네."
이따가 영상 끝나면 들어가서 해봐야지.
「대부분의 마법은 정립 마법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마법을 보고 그걸 따라 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대부분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것도 있다는 거네요?」
「네, 그게 바로 오러입니다. 이건 제가 처음 도입한 개념일 거예요.」
"오러?"
이름만 들어보면 검에 씌워서 싸울 것 같은 이름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그다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마법으로 싸우면, 항상 무기를 엄청난 성능으로 강화하곤 하죠. 마법이 아니면 대응이 안 되는 수준까지 강해지잖아요?」
「네, 나무로도 강철을 썰어버리니까요.」
「사실 물리 법칙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일이에요. 나무는 강철보다 튼튼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죠.」
「그렇게 사용자가 물리법칙을 뛰어넘는 것을 간절히 바라면 마력이 마력 그 자체로 무기에 달라붙어요.」
"마력 그 자체?"
그러니까 마력이 마법이 되기도 전의 상태로 달라붙는다는 말인가?
「그런데 생각해보면 마력은 그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물질이거든요? 이게 믿음으로 인해 일종의 물리력을 행사하는 상태가 됩니다. 그럼 어떻게될까요?」
「작은 거요? 음....」
「칼에서 날이 얇으면 어떻게 되죠?」
「아,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워지는군요?」
「맞아요. 마력은 깨지지도 않으니까, 가장 단단하기까지 하죠.」
"그래서 마법으로 싸우면 마법이 아니면 대응이 안 되던 거구나?"
오러가 무기에 씌워지는 순간, 그건 오러가 아니면 대응할 수 없는 최고의 무기가 된다는 뜻이다.
엄청 심오하네.
「그래서 그 마력이 믿음에 따라 응축력이 강해질 뿐, 이미 세상에서 가장 날카롭고 강하다는 거죠.」
「응축력이 좋은 쪽이 상대의 응축력을 무너트려서 이기는 거군요?」
「네, 오러는 그런 식으로 싸움에 사용이 되어온 거죠.」
「그럼 오러는 애초에 마법이 아니라 마력 그 자체라서 정립 마법으로 구현을 못 한다?」
「맞아요.」
"진짜 머리 아프기 시작했어."
너무 새로운 정보가 많았다.
아직 절반도 이해도 못 한 것 같은데.
「그럼 이제 마법은 일반 마법, 정립 마법, 오러.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뉘는 거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분류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렇군요. 오늘은 여러분에게 시리엘님이 만든 정립 마법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큼, 다들 시청 감사드리고 팔로우와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서저게 뭐가 문제라고요?"
- 생각보다 정립 마법이 쉬움ㅋㅋ
- 개나소나 포카가 되었는데
- 쿠파가 0티어인 세계선
- ㄹㅇ지랄났음
- 저거 하나로 기존 게임 밸런스가 다 작살나서
아, 그렇겠네.
기존 게임들은 마법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 마력을 조금 주는 식으로 마법의 성능을 내려왔다.
그래서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마지컬이 은근 실력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었지.
'그런데 이제 다들 연습만 하면 마지컬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마법을 쓸 수 있는 모든 게임에 대격변이 일어난 셈이었다.
"링크가 이거구나."
영상에 남아있던 링크를 누르자,내용이 정리된 웹페이지가 나왔다.
"루냐도 할 수 있는 정립 마법?"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루냐 취급ㅋㅋㅋㅋㅋ
- 루냐 바보 아니다
- 저거 보고 빵터졌는데
- ㄹㅇㅋㅋ
- 근데 진짜 루냐도 이해하긴 하더라
- ㄹㅇ잘만듬
아니 루냐님 취급 실화냐고.
나는 웹페이지에 나와 있는 예시 몇 개를 실제로 따라 해 봤다.
"오, 확실히 되네요."
쉬운 마법 다수를 규칙에 맞춰서 하나씩 발동하는 느낌이었다.
진짜 잘 만들었는데?
'모든 마법에는 쓰지 않더라도....'
정확도가 중요할 때나 시간을 더 쓰더라도 마력을 아껴야 할 때는 충분히 괜찮을 것 같았다.
설명으로 들을 때는 어려웠는데, 실전은 되게 쉽네.
- ㄹㅇ난 이해가 안 됨 저걸 왜 풀었지
- 진짜 저거 풀면 가장 손해보는게 포카랑 리엘 아닌가?
- 괜히 기존 마지컬 높던 사람들한테 테러만 당하는 중
- 마왕계의 프로메테우스
- 마왕님ㅠㅠ
- 근데 진짜 저거 덕분에 요즘 큐브 할맛남
- 이제 나도 마법 쓸 수 있어ㅠㅠ
- 난 랭킹전 난리나서 싫던데
확실히 그렇겠네.
기존에 마지컬이 좋던 사람들은 괜히 포카님이랑 시리엘님을 원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 포카님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저 포카님이랑 통화해야 해요."
포카님과 상의할 일이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