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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화 〉17장 - 우리가 몰랐던 75층의 비밀(5) (93/182)



〈 93화 〉17장 - 우리가 몰랐던 75층의 비밀(5)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시아는 모든 종족을 이용해서 만든 키메라의 일종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녀를 만들 때 필요했던 사람도 최소 5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현재 그녀의 몸을 이루는 재료가 되었다는 것은, 내 상상을 넘어선 상황이었다.

"시아야."
"아델, 아델.... 괜찮아? 아델!"

시아가 계속 한 소년을 흔들며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그를 불러도 그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때 구한 아이들은 지금 대부분 이런 상태였는데, 아마 시아와는 다르게 '완성'되지 못한 탓이겠지.

"시아야. 이 아이 이름이 아델이야? 친구?"
"응. 기억해.  친구."
"다른 친구들도 기억나?"
"아델, 카네사."

그리고 이시달, 시엘. 담담하게 네 명의 이름을 말한 시아는 두통이 있는지 머리를 부여잡았다.

방금 후원에서 알려준 이름 다섯 중에 넷이었다.

"그렇게 넷?"
"응, 굉장히 소중한 이름...."

깨어나지 못하는 아델을 바라보다가 시아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는 것을 보니 나도 가슴이 아려왔다.

아ㅁㅊ
- ㅠㅠㅠㅠ
- ㅜㅜㅜ
- 하나가 된 친구
- 이건 알면 멘탈 작살인데
- 맞다 이거였지
- 에바야 진짜

그리고 시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대는사이에 후원 메시지가 날아왔다.

['잊어서는 안되는 이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안네야

"안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그 후원 텍스트를 따라 읽었다.

"아?"

 순간이었다.
나를 뒤돌아본 시아의 표정에 경악이 담겨있었다.

- 조졌다
- 후원 보낸새끼 누구냐
빨리 착한 앵무새 켜라
- 여기서 죽으면 개죽음이야
ㅈㅈ
이걸 여기서

시청자들이 당황했는지 채팅방이 난리가 났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나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74층(시뮬레이션) 미션 완료
시아의 각성.(1/1)]

방금 내가 중얼거린 한마디가 초대형 지뢰였으니까.

"아, 아아.... 아아악!"
"시아야, 진정해!"

새하얗게 질린 시아에게서 마력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와서 그녀의 주위를 어두컴컴하게 만들었다.
마력은 자신이 믿는 것을 그대로 이루어준다.
그리고 그건 자기 자신을 지독하게 부정하는 저주조차도 전부 현실로 만들어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아야 제발!"

분노, 슬픔, 자기혐오.
내가 전투에서 마법을 강화하듯, 부정적인 감정 또한 마법이 되어 흘러넘칠 수 있다.
시아에게서 비롯된 마법이 나를 삼킬 것처럼 휘몰아쳤다.
그 압도적인 광경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름이 들렸다.

"하얀별님 떨어져요!"

포카님의 마법이 나와 시아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나를 끌어서 빼낸 설화님이 괜찮냐고 재차 물었다.

"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시아가...."
"이야, 이건 그때랑 비슷하네. 사고 치는  레나냐 하얀별님이냐의 차이만 나지.... 그 와중에 하얀별님이  빠른 게 레기드다."

내가 사고를  덕에 우리는 휴식 시간을 가지지도 못하고 다음 층을 클리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시아가 폭주하는 이유는 자신의 몸에 대한 진실을 그녀가 알아서다.
 없이도 자연스레 도달하긴 하겠지만, 나 때문에 앞당겨진 것이니  실책이었다.
나는 그녀가 안네라는 이름 하나에 이렇게 강한 반응을 보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 했다.

[75층(시뮬레이션) 미션
시아를 저지.(0/1)]

'지금 상황이 나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방금 본 시아의 표정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자기 자신을 싫어하다 못해 저주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자신을 원망할 정도로 괴롭다는 소리였으니까.

"하얀별님은 마력 회복하시고, 루냐는 알지?"
"새삼스럽게."
"나도 엄호할게."

포카님, 루냐님, 설화님이 자연스럽게 포지션을 잡고 시아에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화력을 적당히 조절해서 시아가 크게 다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느껴졌다.

"이게 여기까지 날아오네."

시리엘님은  앞으로 날아오는 마력을 베어내고는작게 웃었다.
내가 발목만 잡고 있네.

"죄송해요."
"뭐가요?"
"사고 쳤지, 마력이 없어서 도움도 안 되지."
"알긴 아시네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렇긴하지
노빠꾸ㅋㅋ
그건맞지
- ㄹㅇㅋㅋ
- 깍두기자너ㅋㅋㅋ

이런 상황인데도 시리엘님의 장난스러운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물론 그 기분은 금방 다시 가라앉았지만.

"나 때문에, 카네사가!"
"아, 시아야 우리 말로 좀 하자!"

그 와중에 포카님의 표정이 굉장히 일그러져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을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니 더 심란할 것이다.

"시엘이랑 이시달도.... 나만 없었더라면."
"말 좀 들어!"

포카님의 마법이 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무리 포카님이 위력을 조절해도 조금씩은 시아의 몸에 상처가 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죄송해요. 제가 마력만 충분했어도."
"괜찮아요. 아직은 안정권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부터는 경험자들도 다음을 몰라.'

저번에는 시아가 죽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시아를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방법은 우리가 새로 찾아야만 한다.

'성공해야 해.'

포카님은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게 어떤 미래인지 보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거기에 조금이라도 손을 보태고 싶었다.
물론 내가 이런 고민을 한다고 해서 뭔가 해결책이 바로 튀어나오진 않았다.
시아는 계속 자신을 저주하고 있었고, 포카님은 그런 그녀를 막으면서 지쳐가고 있었다.

"안네!"

내 외침에 방금까지 포카님을 향하던 시아의 공격이 내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날아왔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에 빠르게 날아올라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

"위험한데."

혹시나 해서 파티 상태를 확인했는데 다들 마력이 심각하게 부족해지고 있었다.

'그나마 나는 많이 회복되긴 했네.'

뭐, 아까부터 작정하고 마력 회복에만 매달렸으니까 당연하지.

"하얀별님! 조금만 더요! 제가 붙잡으면 어떻게든   같은데.... 붙잡아서 마법으로 대화해 볼게요."

마법으로 대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내가 계속 시아에게서 어그로를 끌어달라는 소리였다.

"라져."

시리엘님과 함께 계속 시아에게서 어그로를 끌려고 노력했다.
어떻게든 포카님이 그녀에게 접근해서 붙잡는 것이 목표였다.
그 와중에 다른 사람이 막을 수도, 내가 피하기도 애매한 위치로 정확하게 공격이 날아왔다.

"이건, 병. 마음의 병이야."

중얼거리면서 자기 암시를 날카롭게 했다.
시아가 내보내는 이 공격이 병의 일종이라면 치료로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크흡!"

급조해서 생각한 방어법이지만, 그럭저럭 생각대로 되었는지 직격타를 면했다.

- 오 이게 되네
- 최선의 방어는 힐로 막는 것이다
- ????
- ㅁㅊㅋㅋ
- 어캐했누
- 언제부터 힐링기가 방어기가 된거야
- ㄴㅇㄱ

당장 위급했던 것은 막아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크게 변화되진 않았다.

"시발, 망겜!"

포카님이 소리치면서 시아에게 뛰어들었지만, 시아는 근처에서 어그로를 끌던 나를 무시하고 포카님 쪽으로 공격을 돌렸다.

'이래선 끝이 없어.'

포카님이 시아를 잡을 때까지는 얼마나 더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라면 지금 시아를 잡을 수 있다.

'포카님이 말한 마법을 사용하는 대화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능한 것은 모두 해보는 수밖에 없다.

"시아야!"

그리고 내가 시아를 붙잡는 순간, 찐득거리는 액체처럼 마력이 쏟아져 나오더니 나와 시아를 삼켰다.

'아....'

그 순간부터 작게 시아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자신을 저주하고....

'울고 있구나.'

슬퍼하는 목소리.
후회하고 아파하는 목소리.

"아니야."

절대로 시아의 잘못이 아니다.
굳이 잘못을 따지면 이런 실험을 실행시킨 네즈의 잘못이다.

"내 잘못이야. 내가  아이들을 고르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저주하듯 소리치는 목소리였다.
그것에 아니라고 답하려는순간 메아리치듯 안네라는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아악! 내가, 내가 모두를...."

그제야 모든 것을  것 같았다.
안네는 시아의 원래 이름이었다.
자신을  아이들이 부르던 이름이 안네였기에, 그 이름을 듣자 아이들에 대한 기억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겠지.

"시아야."

그녀를 부르고 나서도 말문이 막혔다.
내가 그녀를 설득할 수 있을까?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녀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건 무리야.'

그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 남이었던 내가, 그녀의 마음을 온전히 치료해 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도박일지도 모르지만."

그녀를 바꿀  있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그 아이들일 테니까.

"내가 생각나는 건 이것밖에 없어. 미안해 시아야."

내 염원을 떠올리며 마력을 쏟아냈다. 쏟아지다 못해 내 마력이 거의 동날 때쯤에.
기적이 일어났다.

"이 녀석  울고 있네."
"어?"

그리고 아까 어렴풋하게 시아를 부르던 목소리 하나가 명확해지더니 시아를 불러세웠다.

"거짓말.... 아델?"
"거짓말? 얌마, 나 아직 안 죽었다? 물론 반쯤 뒈진  사실이지만."
"아델, 아델...."
"시아야. 내가 말했지.  그렇게 울면 다른 애들이 슬퍼할 거라고."
"하지만, 내가 너희들을 고르지 않았다면...."
"시발 네가 골랐어도 어차피 다 뒤질 새끼들이었어요. 이 멍청아."

- 어캐했누
- 이걸 살려내내
힐러가 이렇게 극한포지션입니다
- 이런게 가능한 거였어?
- 아델 멋있는데
- ??????
- 대체 어캐한거임

아델의 목소리를 듣자 시아의 마력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가 진짜 아델인 것은 아니지만, 아까 시아의 마력에서 읽히던 시아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었으니 그가 가짜라는 걸 알아차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집중하자 집중.'

자칫 실수하면 마법이 풀릴 수도 있었으니까.
이게 시아가 정신을 차리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내가 말했지. 내 간지나는 날개 달고 그렇게 질질짜지 말라고. 뭐 시엘 귀는 너랑 어울리긴 한다만."
"내가 다른 애들을 골랐다면, 너희들은 안 죽었어!"
"어쩌라고. 아니 이 새끼 자의식 과잉이라니까? 아무나  몸에 다 때려 박으면 성공했겠냐? 그 미친 새끼도 말했잖아 존나 운이 좋았다고. 오히려 네 덕에 다른 희생양이 안 나온 거지."
"......."
"그래, 설사 네 말이 맞는다 치자. 그래서 뭐? 우리가 네 몸 재료로  일부를 따여서 널 원망하고 파멸하길 바랄 것 같아? 어떤 새끼가 친구한테 그런 생각을 하냐? 또 우리만 진심이었지. 우린 친구도 아니었지?"
"그게, 아니라...."
"그럼 좀 행복하게 살아 새끼야. 아 진짜 후회된다. 시아라는 이름도괜히 지어줬다니까? 그거 기억은 나?"
"시엘이랑 아델 합쳐서 시아...."
"오 기억하네? 네가 자꾸 먼저 간 애들 때문에 원래 이름 불릴 때마다 발작하니까 지어줬던 이름인데.... 솔직히 이렇게 심해질 줄 알았으면 그러지 말고 미리 끝장을 봤어야 했구나 싶다."
"미안해."
"아오. 답답해. 마음 같아선 다른 애들도 다 불러와서 한 소리씩 하라고 하고 싶네."

아델과 시아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마력이 안정되고 주변이 밝아졌다.
이대로만 진행되면 해결할 수 있겠다 싶었다.

"네 몸이 실험의 성공체라는 걸 알았을 때, 나도 다른 애들도 기뻐했던 거 기억 안 나냐?"
"......."
"우리는 다 죽겠지만, 안네 너는 살 수 있다고. 너는 우리의 희망이었어. 우린 애초에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거든."
"그랬었지."
"우리가 하고 싶은 건, 너라도 그 지옥을 빠져나가서 행복해지는 거였어. 그러니까 나왔으면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응."

저주에 가깝던 마력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안심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풀린 모양이었다.

"고마워."
"그래.  지내라."

조심스럽게 마법을 종료했다.
안도하려는 순간 시아가 내 쪽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말했다.

"언니 고마워요."
"어?"
"방금 저걸 보여준 게 언니죠?"
"티, 났어?"

음, 이게 걸리네.
그렇다고 해서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처음엔 몰랐어요. 하지만 이제 능력을 다룰 줄 아니까 보이네요."
"하하, 미안."
"아니에요. 언니들에겐 신세만 지네요. 고마워요."

시아가 손을 들어서 휘두르자 주위가 밝아지더니 이쪽을 경계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75층(시뮬레이션) 미션 완료
시아를 저지.(1/1)]

"걱정했는데, 이걸 하얀별님이?"
"오케이. 고생하셨습니다."

상황 종료에 긴장이 풀려서 한 명씩 주저앉는 모습을 보다가, 아델을 비롯한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아가 눈에 들어왔다.

"시아야?"

그리고 시아의 손등에 빛이 맺히더니 그대로 그 아이들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나리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합니다.
새로운 종족: 시아족]

"이건  뭐야?"
"새로운 종족? 이런 게 있어?"

- 신종족ㄷㄷㄷ
- o0o
- 여기 이런게 있었구나
- ㄴㅇㄱ
- 실화냐고ㅋㅋ
- ㅇOㅇ

빛이 사그라들자, 마찬가지로 손등에 문양이 새겨진 아이들이 하나둘씩 눈을 뜨기시작했다.

[현재 시뮬레이션으로 진행 중이므로 다음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건 그냥 시뮬레이션이니까 이 엔딩 이후에 진행할 수 있는 추가 시나리오는 막힌다는 소리였다.

"미안해. 내가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무슨 소리야? 지금도 겨우 깼는데. 그때 우리가 이런 식으로 클리어하는 건 어림도 없었지."

포카님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 순간을 보고 싶어 했지만, 여기는 이제 도달할 수 없는 미래였으니까.

"얀별 언니."
"어? 응."

나는 이제 시아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시아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고마워요. 그리고 포카 언니. 미안해요."
"네가 뭘 미안해...."
"레나 언니, 맞죠? 기억이 온전하진 않지만...."
"너...."

- ?????
- 레나를 기억해?
- 진짜 뭐지
- 버그인가
ㄹㅇ버그 때문에 기억  안지워진거 아님?
- 포카 멘탈 괜찮으려나
- ㄷㄷㄷㄷㄷ

시아가 레나라는 분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까 아이들에 대한 기억을 찾으면서 같이 찾았던 건가?

"조금이지만 기억이 나요. 이제는 시간이 없으니까, 설명도 못 하겠네."
"시간?"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곧 던전 밖으로 이동합니다.]

'시아가, 이걸 알고 있어?'

"얀별 언니. 전 언니를 믿어요. 언니라면 분명 저 같은 애들을 또 보면 구해주려고 하겠죠."
"......."

시아의 손등에서 다시 빛이 반짝이더니  쪽으로 빛이 날아오더니 손등에 닿았다.

['시아의 성흔(비활성화)'을 획득합니다.]

"그런 언니에게 선물. 이제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만, 거기에 저와 친구들의 마음이 담겨있어요. 그거라도 데려가 주세요."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답하려는 순간, 시야가 급격하게 변화했다.

"아...."

우리는 던전의 입구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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