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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화 〉19장 - 당신은 사망했습니다(1) (100/182)



〈 100화 〉19장 - 당신은 사망했습니다(1)

던전의 클리어 메시지를 보면서 기지개를 켰다.
몸풀이용으로 들어온 곳이라 그런지 어렵지 않게 클리어한 느낌이었다.

"대충 감은 잡힌 것 같아?"
"응, 그냥 수치만 오른 거라서 큰 활용도 차이는 없네."

오늘은 96층 공략이 예정된 날이었고, 이제까지 새로 구한 장비들을 끼고 연습하고 있었다.

"준신화 장비가 늘어나니까 힐량 늘어나는 부분이  느껴지네. 준신화도 이 정도인데 신화는 대체...."
"말도 안 되는 수준인 거 보여줬잖아. 그래봐야 신화 장비는 하나뿐이지만."

우리가 공략했던 90층의 마지막에 장비를 하나씩 보상으로 받았는데, 그때 포카가 골랐던 장비가 신화 등급의 장비였다.

"아마 그게 최초였지?"
"아마도? 뭐, 이미 가지고 있는데 조용히 꿀빨던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
"으, 아직도 유일한 신화 장비 소유자인  좀 오바지. 솔직히 95층에서 하나 더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림도 없더라."

- ㄹㅇㅋㅋ
-  힘들게 깼는데 보상은 더 줄었음
- 항상 탑공략 보상은 구리긴 했어
- 90층은 개퍼줬는데
- 오늘 100층 도전함?
- 90층이 특이한거임
방제에 써있는데 왜 묻는거임?
- 가즈아

신화 장비로 보이는 것이 95층에 있기는 했지만, 그걸 얻는 것은 실패했다고 했다.
거기서 거의 신물처럼 떠받들어지는 물건이라서 가져오기 어려웠다고 했었지.
하긴 90층에서 얻은 신화 장비도 가지고 있던 이들이 제대로 된 가치를 몰랐던 덕에 우리에게 지급된느낌이 있었다.

"난 솔직히 이번에 무조건 클리어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해."

포카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번 공략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지난 공략에서도  명이 죽었고, 이번 공략은 거기서 크게 스펙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올라간 난이도에 대처하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었다.

"최대한 다음 공략의 초석이라도 쌓는다고 생각하자. 죽으면 까짓것 다시 키우면 되는 거지."

이번이 탑의 마지막 공략인 만큼 다른 곳보다 난이도가 확연하게 어려울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만큼 최대한 저스펙으로도 공략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얻어두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갑시다. 루냐야 인트로."
"큐하 큐하. 오늘은 심플월드 대망의 96층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사실상 최종 클리어 도전이죠."
"이번 공략은 포카버터칩, 루냐, 설화월화, 시리엘, 하얀별로  5명의 스트리머 파티로 도전합니다."

- 이걸 보게될 줄이야
- ㄹㅇ워낙 침체기였으니까
- 95층까지 다이렉트로 뚫릴 줄은 몰랐지ㅋㅋ
- 저번엔 좀 아슬아슬하긴 했지
- 제발 클리어하자
- 에피소드 좀 끝내자
큐하큐하
- 큐하~

인 게임에서도 응원해주는 유저나 시청자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는 긴장을 놓지 않은 상태로 천천히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출발하겠습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주변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건 건물이 무너진 것 같은 모습인데?

[96층 미션
???(0/1)]

"시작부터 뭔데?"

이제는 미션이 뭔지도 알려주지 않는 건가?
아니 이러면  어떻게 진행하라는 거야?

- ??
- 미친ㅋㅋㅋㅋ
- 와 ㄹㅇ 뭐냐
- 개발자들 인성봐
- 이건 좀ㅋㅋ
큐브온 썸네일각이네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솔직히  심한데

"여기 상상 이상으로 골때리네."
"우선 정보부터 모아보자."

일단 주변에는 무너진 건물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 건물들의 잔해를 확인하고는 이곳이 현대라는 결론을 내렸다.

"SF는 아닌  같고,  우리 시대랑 비슷한 현대 느낌이네."
"초능력 계열 세계관인가? 정보가 하나도 없으니까 머리 아프네.“

심플월드의 탑에서 나오는 세계관이 워낙 다양했던 탓에, 여러 가능성을 점치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기초 세계관 정도는 알고 있어야 상황에 대응하기 편해지니까.
하지만 무너진 건물을 깡그리 뒤져봐도 이렇다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세계관이 현대라는 것만 확실해졌네. 치킨 광고지 보니까 치킨 마렵다."
"치킨은 킹정이지. 뿌린클 먹고 싶다."
"갑자기 배고파지네."

워낙 나오는 것이 없다 보니 다들 조금씩 잡담이 섞이고 있었다.
 와중에 전단지의 치킨이 굉장히 맛있어 보이기는 했다.

"특이사항이 너무 없네. 그러면 여기는 예상치 못한 무언가에 이렇게 변했다는 건데...."

그 예상치 못한 것이 무엇이냐가 중요할 것 같았다.
우리가 그걸 뭔지 알아내라고 미션에 물음표를 쳐둔 건가?

"아, 씨."

일단 너무 나오는 것이 없자, 다 같이 조금씩 이동해 보기로 했다.
도시가 이렇게 된 원인을 모르는 이상 여기서만 이러고 있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잠깐만."

설화님의 말에 다들 발걸음을 멈추고 경계했다.
그리고 설화님이 주시하고 있는 쪽에서 무언가가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저게 뭐야?

- 대놓고 수상하네
- 안개인가?
- 좀 기분나쁘네
- 게이트?
- ㄹㅇ 그런느낌인데
지옥문 느낌ㅋㅋ
- 안에서 뭐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정말 말 그대로 대놓고 수상한 무언가가 있었다.
검은 덩어리가 꾸물거리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물리적 실체가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저거 같지?"
"그런 것 같네요."

우리가 다가갔지만, 그렇다고 반응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입구 같은데, 이거 우리가 여기에 들어가야 하는 건가?

"던전 입구 같은 느낌인데."
"들어가자."

혹시나 위험할까 봐 마법으로 주변을 보호하면서 천천히 진입했다.
물론 별로 의미가 있는 행동은 아니었는지,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진입했다.

"몬스터가 있긴 하네."

정말 던전과 비슷한 것이었는지 안에는 몬스터가 가득했다.
아니, 몬스터였던 것이 가득했다.

"근데 왜 다 죽어있지?"

가끔 살아있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면서 안쪽으로 이동하자 동굴 하나가 나왔다.
와 진짜 대놓고 들어가 봐야 것처럼 생겼네.
너무 그런 티가 나서 역으로 함정인 것은 아닐까 고민되는 수준이었다.

"여기 맞나보네."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상한 빛 같은 것이 우리를 투과하더니 안에 있던 전등 비슷한 것들이 빛을 밝혔다.
내부에는 검 한 자루가 빛나고 있었고, 그 옆에 편지로 보이는 메모지가 남겨져 있었다.
일단 편지부터 읽어봐야 하나?

"읽어볼게. 당신들이 이 글을 읽을 때쯤에는 이미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유서야?"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포카가 천천히 다음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검성이라고 불리는 S급 헌터 이천화다. 나는 이미 세상의 멸망을 한  겪었고, 그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왔다."
"또 회귀네."

리엘이 지겹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번에도 또 이런 설정이 나오는 것은 너무하긴 했다.

"다만 그 후유증으로 오래 버틸 수는 없어서 이 성검과 편지를 다른 이에게 맡기려고 한다."
"우리가 유지를 이어야 하는 거구나?"

게임 인트로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회귀라는 소재를 사용하긴 했지만 실제로 회귀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네.

"회귀보다는 이 예언서나 다름없는 편지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이네."
"오호."
"계속 읽어볼게. 게이트 발생이 점점 잦아지는 가운데, 인류는 S급 게이트로 인해 많은 고생을 하게 되었다. 기존의 토벌 방법으로는 S급 게이트는 닫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들어온 이거 이름이 게이트구나?"

이 세계관에서는 던전을 게이트라고부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S급 게이트가 닫기 어려운 게이트인가 보네?

"추후에 S급 게이트는 그 게이트를 공략하고 마지막에 성검을 사용해야 봉인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처음에는 성검이야 나를 포함한 S급 헌터 5명이 가지고 있었으니 문제 될 것이 없을 줄 알았다."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는 건, 문제가있었다는 소리기도 하다.
그리고 그 뒤에 적힌 내용은 예상대로 그 문제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멸망의 직전에서야 성검 중에 가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가짜가 봉인에 사용되면 S급 게이트는 봉인되지 않고 폭주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가  부분이었다."
"가짜가 있다고?"
"이건 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이네."

기껏해야 성검이 부족하거나, 따로 사용 방법이 있다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가짜가 섞여 있는 거였구나.

"내 친우이자, S급 헌터인 헬만과 내가 가진 성검은 진짜인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다른 성검 3개 중에는2개가 가짜인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이 정보에 관해서는 헌터 협회에 알려두었다."

설명을 가만히 듣던 설화님이 뭐라고 중얼거리자 다들 그쪽으로 시선이 끌렸다.
그 중얼거림이 꽤 괜찮은 비유였기 때문이다.

"이거 마피아 게임 아니야? 헬만이라는 사람이확정 시민인거고."

그리고 가짜 성검을 가진 두 마피아를 추려내야 한다는 소리였다.
물론 그것뿐만 아니라 성검을 사용하기 이전에 게이트를 공략하는 것도 중요한 클리어 포인트였다.

"게이트 공략을 하면서, 어떤 성검이 가짜인지도 찾아야 하네."
"룰이  있는 것 같은데? S급 게이트는 3개 이상을 봉인에 실패하면 S급보다 위험한 게이트가 열려 인류가 막을  없는 수준이 된다."
"2번까진 틀려도 된다는 소리지?"
"S급 게이트는 5개 정도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첫 번째와 세 번째 게이트는 2개의 성검이 필요하지만, 그 외에는 3개의 성검이 필요했었다."

이렇게 되면 2번의 틀릴 기회를 이용해서 누가 가짜 성검을 가졌는지 반드시 알아내야만 했다.
그래야 3개의 성검을 요구하는 게이트를 봉인할수 있으니까.

어렵네
갑자기 추리겜이 되버림
- ㄹㅇㅋㅋ
그럼 여기 주요 NPC가 4명 이상 나오겠네
- 미션이 나오지 않아도 진행되는거 뭔데
- 그치 성검이 5개니까

편지를 모두 읽고,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96층 미션 완료
???(1/1)]

"이거 편지 확인하는 것이 미션이었네. 솔직히 물음표 아니었어도 편지 확인하기로 해놨을 놈들이라 참는다."
"어차피 도움 안 될 거긴 했어."

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탑에는 클리어하기 전에는 뭔지 알아볼 수 없는 미션이 너무 많았다.

[97층 미션
게이트 하나 봉인(0/1)]

"느낌이 왔다. 이거 층당 하나씩 게이트봉인하는 미션...."

설화님의 말이 끝내기도 전에 시야가 역변했다.
자주 당하는  같지만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심플월드식 시간스킵이었다.

"아니 쫌, 말은 끝내게 해주지."

우리가 도착한 곳은 10명 정도가 앉을  있는 공간이었다.
아마 공략 작전 회의실 같은 곳이겠지.
그럼, 여기서 공략에 참여할 다른 NPC들이랑 합류하겠네?
그리고 게이트 공략 작전도 같이 짤 거고.

'심플월드는 공략에 NPC랑 엮이는 부분이 너무 많단 말이야.'

그게 마음에 걸린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NPC들이하나둘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커플 비슷한 느낌의 남녀 한 쌍과 외국인으로 보이는 남성 하나.
거기까지는 별 감흥이 없었다.
문제는 그들 이후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여성이었다.
나는 그녀를 보는 순간 머리가 세게  대 맞은 것만 같았다.

- ??
- 머임?
- 걍 닮은거겠지
- ㄹㅇ 딱봐도 사이즈가 다른데
- 너무 닮았는데
- 자라면 딱 저런 느낌 아님?
- 아리아 아님?
- 아리아가 누구임

아리아가 성장하면 이런 느낌이겠네 하고 생각할 법한 외모의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엄청 나이가 많은 느낌도 아니라서, 내가 아는 아리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이번에 그때 심플월드 플레이 영상도 편집해서 올렸더니 시청자들도 대부분 알아보는구나.'

나와 채팅방 모두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와중에 그녀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부족하지만 성녀라고 불리고 있는 S급 헌터 아리아라고 합니다."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자신의 정체에 대해 쐐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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