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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화 〉19장 - 당신은 사망했습니다(3) (102/182)



〈 102화 〉19장 - 당신은 사망했습니다(3)

"오랜만이에요. 언니."

그녀의 말에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었다.
첫번째로 그녀 본인이내가 아는 아리아가 맞다는 것.
두번째로 로메에서 만났던 아리아가 그녀 본인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그 모든 일을 그녀 자신이 기억하고 있다는것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보이네요. 이야기가 길어질 테니 들여보내 줄래요?"

텐트 안으로들어온 아리아가 캔커피를 건넸다.
따뜻한 감각이 손에 전해져오자 긴장이 조금 풀리는  같았다.

"음, 어디부터 말해야 할까요.... 워낙 말할 것이 많아서 어렵네요."
"너는 대체 누구야? 대체 어떻게...."

다른 게임에서 나타날 수 있었고, 죽어도 죽지 않은 상태로 살아있을 수 있는 것이었을까.
그녀에 대해 궁금한 것은 정말 많았지만, 그래서 더 말문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 거기부터 시작이네요."

그렇게 말하고는 씁쓸하다는  미소를 지은 그녀가 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저는 심플월드의 최종보스로 설계된 AI에요. 원래 부여받은 역할의 이름이 아리아긴 한데, 따로 정해진 이름은 없네요."

그 설명에도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자, 그녀는 무안한 듯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유저 강주현의 데이터를 학습해서 만들어진 최종보스용 AI죠. 기억하세요? 영전에서 만났던 이상한 캐릭터."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워낙 이상한 사건이었고, 솔직히 게임 회사의 대응도 영 미적지근했었다.

"그것도 저예요.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해서 진행했던 일이었죠."
"그것도 아리아였다고? 그리고 아버지?"

분명 그녀가 설명하고 있는데도 머릿속은  복잡해져 갔다.
아리아가 주현씨의 데이터로 만든 AI고, 영전에서 만났던 AI주현이 사실은 아리아라고?

"음, 너무 혼란스럽게 했네요. 미안해요. 이리저리 상관이 많아서,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빼먹기가 어렵네요."
"그래서  아버지라는 사람은 대체 누구야?"
"심플월드의 개발자, 정도로 이해하면 돼요. 저도 아버지에 관한 건 자세히는 몰라요.아버지가 저에게 알려준 내용만 아니까요."
"개발자?"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심플월드의 개발자일까? 나에게 미션이 왔던 것은 전부 우연이었고?

"그리고 심플월드의 후속작인 리트라이의 개발자이기도 하죠. 알고 계세요?"
"...뭐?"

리트라이, 시스템에 주어진 미션들의 최종 보상이 리트라이라는 게임의 입장권이었다.
그리고 그 미션은 지금 생각해보면 매번 아리아와 관련이 있었다.
즉, 나에게 미션을 보낸 사람은 아리아가 말하는 아버지라는 사람 본인일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아버지가 언니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어떤 대단한 사람이길래 아버지가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걸까 하고."

거기까지 말한 아리아가 손을 뻗더니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 앞에 내가 알고 있는 어린 아리아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심장이 멈출 뻔했다.

"처음언니를 만났을  기억나요? 그때 언니가 함정에 걸린 걸 알고 구경하러 내려갔어요. 본체는 넘어가지 못하니까 마법으로 임시 몸을 만들었고."

애초에 아리아는 나를 만나기 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때 사용한 몸은 가짜.
충격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그와중에서도 궁금해진 부분이 있어서 그것을 묻기로 했다.

"저번에 로메에서 만났을 때 언니랑 했던 약속도 지켰다고 말했잖아. 그건 무슨 뜻이었어?"
"아, 그거요."

그녀는 잠시 허공을 만지작거렸고, 그와 동시에 나에게 스위치 채팅이 도착했다.

[AIR: 이런 뜻이죠.]
"어? 잠시만...."

순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뇌정지가 왔다.
그러니까 우리방 시청자인 AIR님이 사실은 아리아였다고?

"언니가 그랬잖아요.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 달라고. 그럼 친해질  있다고."
"아니, 어...."

분명 타로를  때 그런 답을 해주긴 했었다.
그게 그렇게  거였다고?

"그리고 언니한테 충분히 의지도 하고 있어요."
"의지?"
"제가 말했던 거 기억하세요? 언니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말."
"응."

로메 스토리모드에서 만났을 때 지나가듯 했던 말이었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리트라이요. 언니라면 구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리트라이를 구한다라...."

리트라이가 뭔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말하니까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대체리트라이가 무엇이길래 저렇게 말하는 거지?

"일단 저의 대부분은 리트라이를 플레이하던 강주현의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어요. 당연히 리트라이를 구하지 못한 강주현의 한이 남아있죠."
"리트라이를 구하지 못했다고?"

주현씨는 분명 나와 만났을  자신이 실패했다는 소리를 했었다.
그게 리트라이를 공략하는 거였나?

"네, 그러니까 언니가 심플월드를 클리어해서 리트라이의 입장권을 얻어 주세요. 그리고 리트라이를 구해주세요."
"그게 대체 뭐길래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야?"
"현실 대신 먼저 멸망해주는 세계."
"뭐?"
"제대로 된 정보는 저도 없어요. 다만 리트라이를 구하지 못하면 현실이 멸망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어요. 강주현의 데이터에 있던 내용이니까 확실하겠죠."

현실 대신? 게임  세상을 구하지 못하면 현실이 멸망한다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던 도중에 주현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방파제, 주현씨는 분명리트라이가 방파제라고 했었다.

"어라?"

현실 대신 멸망해주는 세계.
현실에 멸망이 닥치기 전에 대신 멸망을 맞이하며 현실을 보호하는 방파제.
정확하게 맞아들어가는 퍼즐에 머리가 아파졌다.

"정말로 게임이 그런 역할을   있다고?"
"아버지는 그게 가능한 사람인가 봐요. 그리고 그 아버지가 리트라이를 구할 두 번째 영웅으로 언니를 선택했고요."

내가 두 번째, 그럼 첫번째가 누구였는지는 쉽게 알아차릴  있었다.

"첫번째는 주현씨가...."
"네, 맞아요. 그리고 실패했죠. 그런 강주현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AI 하나가 만들어졌고요."
"그게 너라고?"

믿을  없는 이야기투성이였지만, 그것을 반박하기에는 너무 맞아들어가는 것이 많았다.

"이제까지 다른 게임에서 네가 나타났던 건, 전부 내 수준을 테스트하기 위해서였어?"
"언니가 리트라이를 도전할 수 있는 그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하는 관문 같은 거였죠.  아버지는 당연히 성공할 거라는 듯이 말했지만요."

대체 그 개발자는 나를 어떻게 알고 나를 선택했을까.
그리고 어떻게 시스템을 통해 미션을 줄  있는 것일까.

'혹시 나를 이 세계로 이동시킨 사람인가?'

그것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이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였다.

"이 정도면 대충 설명이 되었을 거로 생각해요."
"결국, 네가 부탁하고 싶은 건...."
"네, 심플월드를 클리어해 주세요. 제가 원하는 건 그게 전부에요."
"네가 최종보스라며!"
"맞아요. 마지막 층에서는 저를 죽이셔야 하겠죠."

자신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진지하게 하는 모습이, 메구미가 하던 부탁과 오버랩되는 느낌이었다.
자신은 최종보스이니 죽어야만 하는 존재다. 지금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메구미와 비슷한 역할을 맡은 셈이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네?"
"내가 너를 죽이지 않겠다면."
"누군가는 저를 죽이고 이 게임의 엔딩을 보겠죠."
"그건 너무 가혹한 결론이잖아. 아무도 죽이지 않을 수도 있어."

아리아를 희생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 그것이 심플월드였다.
이미 정해진 배드엔딩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역시 언니는 상냥하네요. 그래도 그건 무리예요."
"왜,  게임은 자꾸 그런 결말을...."

화가 났다.
이런 식으로 게임을 구성한 게임 개발자에게 분노가 생길 정도였다.
아리아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그 개발자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게임을 만들어 것일까.

"이 게임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결말이 정해져 있는 게임이에요. 간단히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왜 넌 도망치지 않는 거야? 정해진 스토리대로 행동할 필요 없잖아. 다 알고 있으면 도망치기라도 해서...."
"강주현이라는 인간은 착해빠진 인간이라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자기 자신은 간단하게 희생할 수 있어요. 제가 가진 데이터 내에선 그렇죠."

그리고 저는 그런 인간을 바탕으로 하는 AI라서, 마찬가지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커피를 전부 마시더니 캔을 찌그러트렸다.

"이런 엔딩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현실이 멸망할 수는 없잖아요?"
"너를 희생해서라도?"
"당연하죠."

 올곧은 마음에, 나는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부탁할게요."
"이건, 이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해요?"
"그래."

아리아는 방긋 웃더니 내 눈가를 닦아주었다.
아마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제가결정한 거예요. 그러니까 부탁드릴게요."
"...그래"

이제는 결말이 무섭다고 도망치지는 않기로 했다.
아직도 애처럼 고집을 부릴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조금이라도 널 구할 가능성을 찾는다면....'

최선을 다해서 구하겠다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 ☆  ☆ ☆ 



"오른쪽으로 갔다!"

"지금!"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보스를 처리하는 건, 어제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바뀐 느낌이었다.
어제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도  생기지 않았고 다들 냉정하게 보스 공략을 해내고 있었다.

"후, 여기까지. 이제 성검으로 봉인만 하면 끝이네요."
"또 단순하게 제비뽑기로 가는 건 아니죠? 심지어 구멍이  개네."

"이번에는 추천수가 많은 사람이 가는 것이 어떨까요?"

리엘이 말한 추천을 통한 선택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그렇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었다.

"저희는 헬만님이 봉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알고 있는 정보가 있던 만큼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에 지음씨가 강현씨를 추천하면서 헬만씨와 강현씨, 그리고우리까지 셋이서 봉인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또 폭주가...."

이게 실패하네
- 이럼 어캐되는거지?
- 강현이 임포스터네
- 강현이지
ㅇㅇ헬만은 확시자너
-  실패하면 끝이네ㄷㄷ
- 이렇게 하는 거구나

이번에도 공략이 실패했다는 것은 강현씨가 가진 성검이 가짜라는 뜻이었다.
헬만씨는 시작부터 진짜 성검이라고 정보를 줬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타당했다.
우리야 당연히 진짜겠지.

'아리아는 자기가 최종보스라고 했으니까 가짜 성검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아.'

그럼 강현씨와 아리아 모두 가짜 성검을 들고 있다는 결론이 난다.
그럼 남은 진짜 성검은 지음씨가 가지고 있는 건가?

'뭐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아리아가 가지고 있는 것이 진짜 성검이지만 최종보스로 등장할 확률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

"일단은 휴식을 취하고 다시 모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연속으로  번이나 닫는 것에 실패해서인지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천천히텐트로 돌아가 흩어지는  보면서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오늘 다시 다음 공략할 거라 텐트에서 대화모드 좀 하다가 다시 나옵시다."

오늘 다음 공략까지 진행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기에, 어제처럼 잠을 자둬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유나'님이 372명을 호스팅 했습니다.]

"어, 유나님 호스팅 감사합니다.오늘 방송 일찍 마치시네요? 방송 수고하셨어요."

- 난하 난하
- 난민 받아라
ㄴㅎㄴㅎ
- 오늘 본업 때문에 일찍 껐어요
- 유하
- 난하~

아, 유나님은 원래 본업이 따로 있고 스트리머는 취미로 하는 거였지.
아마 하시던 일이....

"본업이라, 유나님 본업이 소설가셨던가?"
- 아, 저 본업 공개 안했어요
"아, 죄송해요. 제가 다른 분이랑 헷갈렸나 봅니다."

유나님 본업은 웹소설 작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끔 방송에서 관련 썰들을 풀었던 기억이 있었으니까 맞겠지.
문제는 그게 이전 세계의 기억이었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본업이 뭔지 공개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었구나.

'위험할 뻔했네.'

 생각 없이 말이었지만, 이전 세계와 여기는 다르니까 그때의 정보를 함부로 말하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다음부터는 조심해야겠네.

- 오늘 공략 성공하시길 바래요!!
"넵, 유나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호스팅 정말 감사합니다."

그 후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다음 게이트 공략을 위해 텐트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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