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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화 〉19장 - 당신은 사망했습니다(6) (105/182)



〈 105화 〉19장 - 당신은 사망했습니다(6)

검은색이던 날개가 금색으로 바뀌면서 펼쳐졌다.
이거 아예 다른 무기가 된 셈이라 외형도 변하는 거구나?

- ????
이건 또 뭐야
- 저건 언제 활성화했음?
- 성능 말이 되냐?
- 아니ㅅㅂ
- ㅈㄹㄴ
- 두번째 신화급?
- 거기서 그게 왜 나와
- 날개 간지ㄷㄷ

성흔을 활성화할  방송을 끈 상태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성흔의 능력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덕에 아까보다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는 것이 눈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  힐량이 확 늘어났어요! 그냥 다들 체력 유지 신경 쓰지 말고 딜에만 집중해주세요! 루냐님은 탱킹 빼고  버프!"

지금 내 무기가 신화급으로 변경되면서, 아군 모두를 기존 힐량으로 버틸 수 있는 정도의 힐량이 나오는 스펙이 되었다.
이러면 내가 실의 관리만 잘하면 모두가 탱커에 가까운 수준으로 버틸 수 있으니까 전투 양상을 제대로 뒤집을  있다.

"그쪽 실에 공격 온다!"
"봤어!"

물론 몬스터도 상황을 알아차리자 내 힐을 연결하는 실을 끊어버리려고 했지만, 이미 전체적인 상황이 우리 쪽으로 유리해진 상태라서 그걸 방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와, 미쳤네."
"말이 돼?'

아까와 지금의 차이는  무기 하나지만, 느껴지는 체감은 그 이상이었다.
양쪽의 스펙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가 우위를 가졌다.
장비 하나가 이래도 되냐 싶을 정도의 능력을 보여주니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정도였다.

'하긴 저번에 얻은 포카의 무기도 비슷한 성능이었지.'

그냥 신화  자체가 이런 수준으로 설계된 것 같았다.
뭔가 최종병기 느낌으로 만든 장비들 같은데?

"오케이, 컷."

워낙 압도적으로 밀고나간 덕에, 생각보다 금방 몬스터를 섬멸할 수 있었다.

"와, 이게 되네."

뭔가 꼼수를 써서 클리어한 느낌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1회용 아이템도 내 스펙의 일부니까.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고 내부를 조사해서 성검을 사용하는 장소를 찾아냈다.
처음 예상했던 대로 방금 우리가 잡은 몬스터들이 보스가 맞았다.

"자, 별이 언니."

나는 리엘에게 성검을 받아서 앞으로 나서서 틈으로 성검을 밀어 넣었다.
성검이 틈에 부드럽게 맞아들어가는 느낌이 꽤 기묘했다.
이거 좀 신기하네.

[99층 미션 완료
게이트 하나 봉인(1/1)]

성검에서 빛이 흘러나오며 모든 게이트의 공략이 끝났다.
다수는  상황에 안도하고 기뻐하는 중이었다.

'결국, 별다른 단서는 없었나.'

다음 이야기를 알고있는 나와 아리아만큼은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었다.
심경이 복잡해 보이는 아리아가 눈에 들어와서, 뭔가 말하려는 순간 아리아가 마력을 휘두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벌써?"

날아서 아리아의 공격을 간단하게 피했지만, 아리아는 내가 표적이 아니었다는 듯이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아리아씨? 뭐야, 무슨 일이야!"

그리고 아리아는 내가 봉인에 사용했던 성검을 줍더니 그대로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아리아!"

깜짝 놀라서 치료하려는 순간 루냐님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최종 보스의 등장 연출로 설정된 행위일 터였다.
나는 일단 진정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100층미션
악마 계약자 아리아 격퇴(0/1)]

그리고 그것이 정답이라는 듯, 100층의 클리어미션이 등장했다.
검게 변해있는 성검을  아리아가 우리와 대치했다.

- ㄴㅇㄱ
- 뭐야 아리아가 보스네
- ㄷㄷㄷ
- 최종보스가 아리아야?
- ㅗㅜㅑ
- 등장 심상치 않네

"어우, 마법이 장난 아니게 튼튼한데?"

아리아와 검을 부딪친 리엘이 짧게 평했다.
그냥 서로 검을 부딪친 정도였는데도 리엘의 체력은 심각하게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나마 내 힐량이 압도적인 상황이라서 버틸 만해.'

문제는 우리가 버티는 것이 곧 승리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우리의 마력은 유한했고, 아리아의 마력 상태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심지어 성흔의 스킬이 언제까지 지속하는지도 몰랐다.

"최대한 단기전으로 가지 않으면 힘들겠는데."

아리아의 스펙도 장난이 아니었지만, 가장 큰 벽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녀의 피지컬과 마지컬이었다.
우리가 틈을 찾아서 제대로 먹였다 싶었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거나 막아내는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경이로울 정도였다.

'전투에서는 주현씨를 그대로 가져놓았다고 보면 되겠네.'

그리고 그 실력은 우리의 인원수 우위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사실상 다 같이 공격을 쏟아내고 있는데, 제대로 타격이 들어간 적이 없었다.

"설화님!"

심지어 그녀가 제대로 준비한 공격이라면 우리는 단 일격에 즉사할 가능성도 있었다.
피하거나 제대로 대응하면 되겠지만, 매번 그렇게 반응한다는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이번에는  타겟이 설화님이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루냐님이 대신 맞아서 버텨줘야겠지만 거리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건 나라도 막아야 해.'

판단을 내리자마자 날아가서 공격을 몸으로 막아냈다.
순간적으로 죽을 거라고 의심될 정도로 타격이 컸다.

"어우...."

회복 속도 덕에 어떻게든 살아남긴 했지만, 아리아와 사실상 단둘이 붙은 지금 상황은 위험하게 짝이 없었다.

"...좋아해요"
"뭐?"

상황과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 들려왔다.
흐릿한 소리였지만, 분명 아리아가 흐느끼며 한 말이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였을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워낙 생각도 못 한 말을 들었던 덕에 하나의 타개책이 떠오르긴 했다.

['강천의 마녀 (신화)'의 선택 능력이 '사랑하는 마음 (마법)'으로 변경됩니다.]

-????
- 뭐야 뭐하는 거야
- 저걸 왜 바꿈
- 아니 ㅁㅊ
- 뭔데
엥?

일단 저지른 후에마음을 정돈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신을 희생하며 괴로워하는 아리아를.
당연하게 자신을 내던지는 그녀를.
분명히.
사랑한다.

'그녀를 구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이 관련된 마법의 효과가 대폭 증가한다.]

그러니까 내가 그녀를 향해 사용하는 마법은 능력이 강해지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한 일'이다.

"너를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네가 원하는 대로 공략에 성공해 줄게."

 등 뒤의 날개가 사라지고, 황금색  한 자루가 손에 들어왔다.
아마 선택 능력에 따라 디자인이 바뀌는 장비였겠지.

"아리아!"

아리아와 검을 부딪치자 오러와 오러의 반발력으로 인해 시야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을 가로막는 것이 내가 아리아를 쓰러트리는 것에 방해가된다면, 그것을 처리하는 것 또한 아리아와 관계가 있는 마법이다.
 말은 내가 그렇게 믿고 마음을 다짐할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마음 스킬로는 무엇이든 성능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흐아압!"

상대가 아리아라면 포카를 넘어설  있는 수준의 스펙에 도달할 수 있다.
이거라면 분명히 방금의 균형을 깨트릴 있겠지.

"소용없어."

나는 이 공격이라면 충분히 잘 막을 수 있다.
그야, 공격한 대상이 내가 사랑하는 아리아니까.
내가 스킬의 효과를 믿는 것으로 마법의 순도 또한 올라가는 선순환.
그 끝에는 거의 1대1로도 아리아에게 밀리지 않는 내가 있었다.

- 레전드네 진짜
- ㄹㅇ쌌다
- 바지 100개만 갈아입고옴
- 이걸 쓸 생각을 했네
- 이 정도면 거의 포카급인데
- 사랑하는 마음을 이렇게 쓰네
사랑하는 마음 0티어행ㅋㅋㅋ
- ㄴㅇㄱ

아리아와 내가 1대1 구도를 가지고, 다른 멤버들이 나를 지원하는 형태로 아리아를 밀어붙였다.
상황의 특성상 우리가 압도하는 그림 자체는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나는 아리아를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당연하게도, 내가 그녀를 죽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마법은 확실히 내 생각을그대로 비추긴 하네.'

시스템이 인식하는 수준을 찾아서 오버라이트나 마법을 발생시키는 것은 이제 익숙하다.
하지만 내가 정말 하기 싫은 것 자체를 마법으로 일으키는 것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야겠지.'

더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구하고 싶다는 마음도 진짜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고 싶다는 마음도 진짜였으니까.

"아...."

그런 염원이 담긴 공격이, 이번에는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
내 검이 그녀의 몸을 관통하고 그녀의 손에서는 검게 물든 성검이 떨어졌다.
하지만 나에게 찔린 상태에서도 아리아는 바로 절명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 생각에 망설임이 섞여 있어서 그렇겠지.

"...언니는 끝까지 치사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나는 뭐라고 답하지 못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만 있었다.

"언니는 저에게 가지면 안 되는 걸 자꾸 줘요. 희망, 욕망....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가져서는  되는 거였어요."
"그래, 미안해."
"그리고 그걸 잠시나마 가지면서 행복했어요. 상상만으로도 즐거웠어요. 그래서 언니가 좋았어요. 처음에는 흥미로운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저에게 고마운 사람이에요."
"원망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둘 다."

나는 죽어가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심장이 뜯어질 것 같았다.
오버라이팅을 위해 몰입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이미 지인으로서 친하게 느껴지는 그녀가 죽는다는  자체가 너무 마음이 아팠다.

[100층 미션 완료
악마 계약자 아리아 격퇴(1/1)]

[미션: 성불(3)을 완료했습니다. 보상은 다음 정산에 지급됩니다.]

솔직히 이대로는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결말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도박을 해보고 싶었다.
완벽한 해피엔딩은 동화에서나 나오는 결말이라지만, 현실이라고 해서 동화처럼 되지 못하란 법은 없잖아.

"여러분, 저 부탁 하나만 할  있을까요? 아무것도 묻지 말고 도와주실 수 있나요?"

아리아는 말했다.
자신은 죽어야 한다고, 자신은 열쇠고 그것이 작동하는 트리거가 죽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아리아는 죽었다.
그래서 심플월드도 클리어 판정을 했고, 미션 또한 마찬가지였다.

'죽었다는 건 확실해.'

그렇다면 모든 것이 끝난 지금, 그녀가 살아난다면 어떨까?
사실 심플월드에서도 부활이 가능한 거라면?

'가능성이 0%인  아니야. 조건만 맞춰지면 마법으로는 모든 것이 가능해.'

그리고 그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는 모두가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방송 송출을 꺼주세요. 녹화도 마찬가지고요. 저도 방송은 여기서 종료할게요. 시청자 여러분들에게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도박은 지금 내 마지컬 상태로는 절대로 넘볼 수 없는 수준이기에, 방송 중이 아닐 때만 발동하는 능력인 시간의 법칙을 활성화해야 했다.

'시간의 법칙이 발동되면 가능성이 있어.'

[시간의 법칙(S)
'방송'과 관련된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을 때만 적용되는 특성입니다.
보유한 시간이 늘어날수록, 전투에 관련된 재능이 좋아집니다.]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도움을 요청하자, 모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들의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모든 방송이 종료되고 시간의 법칙이 활성화된 것이 느껴졌다.

'할 수 있어. 부활을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잖아.'

물론 로메와 심플월드는 다르지만, 그래도 다른 게임에서라도 부활을 경험한 것은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부분이었다.

"분명 이런 느낌이 맞는데."

그리고 제대로 구현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마력을  쏟아 넣어도 마력이 부족하다는 느낌만 들었다.
지금 사용하는 무기의 효과로도 이 정도라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뭔가, 마력 대신 쓸 수 있는 것이....'

분명하게 강력한 설정을 가진 것이 있다면, 오버라이트를 통해 마력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 것을 찾는다면 마력으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것이 뭐가 있냐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나에게는 짐작이 가는 대상이 있었다.

"...캐릭터"

게임의 경험치나 능력 등을 모두 총괄하는 이 몸체라면, 이 게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에너지 덩어리였다.

"별이 언니?'

내 몸 일부가 마력으로 변해서 사라지는 것을 본 리엘이 경악했다.
나는 안심하라고 눈짓을  뒤에 작업을 이어갔다.

"으...."

확실히 예상했던 것만큼 느낌이 이상했다.
일정 이상의 고통은 차단되니까 고통은 없지만, 몸이 결손되는 감각은 그대로 느껴지니까.
그래도 아까까지와는 다르게 제대로 마법의 발동을 위한 마력이 정상적으로 모이는 것을 느끼면서 안도했다.

'조금 양이 아슬아슬하긴 하지만,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마법의 발동에 필요한 마력이 모이자마자 마법을 발동시켰다.
이제는 몸 대부분이 사라져서 상반신 정도만 남아있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마법을 완성하기에는 충분했다.

"제발!"

파앗!
미친 듯이 휘몰아치던 마력이 일순간 소멸하더니, 죽어서 쓰러져 있던 아리아에게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빛이 사라진 순간, 그 자리에는 당황한 표정의 아리아가 분명하게 살아서 존재하고 있었다.

"어, 언니? 어라?"

도박은 성공이었고, 아리아는 분명히 내 눈앞에 존재했다.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다행이다."

그리고 내가 거기까지 말한 순간, 시야가 암전되더니 메시지가 하나 출력되었다.

[당신은 사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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