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20장 - 게임 안에 사람들이 있잖아(2)
"여러분 안녕하세요."
- 별하
- 와 시청자 늘어나는 속도ㅋㅋ
- 큐브 막혀서 우르르 오네
- 오늘 라이브 여기서 봐야곘네
- 발표 뭐하려나
- 제발 블러드 엠페러2
- 블엠2는 죽었어
- 아ㅋㅋ 안나온다고
평소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초기 시청자를 보자 좀 신기했다.
이거 큐브 점검 때문에 그렇겠지?
"오늘은 큐브라이브를 같이 보는 거로 미리 공지를 드렸죠?"
오늘은 큐브의 업데이트 사항이나 신작 게임 등을 발표하는 큐브라이브가 방송되는 날이었다.
나를 비롯한 여러 큐브 스트리머들이 방송을 켜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리트라이도 오늘 이야기가 나오겠지.'
다음 주부터 테스트 서버가 열리니까, 시기상 게임을 발표하기에는 지금이 최적의 시기였다.
"와, 근데 뭘 업데이트하길래 점검까지 할까? 벌써 기대되네."
오늘 큐브라이브 시작 전에 큐브의 서버가 점검에 들어갔다.
다들 오늘 발표하는 신기능들 때문이라고 예상하는 중이었다.
- 시자아ㅏㅏㅏㅏㅏㅏㅏㅏㄱ 하겠습니다!
- 두근두근
- ㄹㅇ얼마만의 기능 업뎃이야
- 오조오억년만에 업뎃하네
- 제발 블엠 후속
- 오늘 영전도 껴있는 거 같던데
- 오 오프닝
큐브라이브를 켜자 잠시 인트로가 지나가고 사회자가 설명을 시작했다.
인트로는 그냥 기존에 유행한 큐브 게임들의 영상짜집기였다.
「자, 이번 큐브 라이브 2020.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는 업데이트 사항부터 하나씩 소개하면서 진행을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몇 개의게임사를 소개했다.
그중에는 심플월드의 개발사인 녹스도 있었고, 영전의 개발사인 골든 엠페러도 있었다.
「첫 번째 업데이트는많은 게임사와 동시 출시를 위해 협업을 진행한 기능입니다. 솔직히 모든 서비스 국가에서 이 기능을 허용받는 것에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대체 무슨 기능이길래 동시 출시를 위해서 협업까지 진행했지?
들어만 보면 무슨 신기술 느낌인데?
「신기능인 제한 해제를 공개합니다! 영상과 함께 보시죠!」
"제한 해제? 이름만 들어서는 모르겠는데?"
전혀 감이 오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다들 이해하지 못하는 와중에 설명을 위한 영상이 시작되었다.
「켰다고요? 뭐가 달라진 거죠? 잘 모르겠는데.」
「일단 현실에서처럼 이거 들어보세요.」
「네? 어윽, 뭐야 이거 뭐야? 진짜로 드는 것 같은데? 뭐야!」
짧게 플레이어 하나가 체험을 하고 놀라는 장면, 그리고 그 이후에는 기능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기존에 큐브는 기술적 문제로 통증 제한을 걸었습니다. 과한 통증을 느끼면 실제 몸에 비슷한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번에는 그 부분을 문제없이 해결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심지어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적용할 수 있었죠.」
"뭐야, 통증 제한 해제 기능이라고?"
큐브 게임은 기본적으로 일정 이상의 통증을 억제했다.
통증이 실제 몸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인데, 이번 업데이트의 제한 해제가 그걸 무력화하는 기능이란 소리였다.
- ㅁㅊ
- ㄷㄷㄷㄷㄷㄷ
- 이게 되네
- 와 이걸 통과시켰네
- 저게 중요한 건가?
- 통증 해제하면 더 현실적이겠네
- ㅁㅊ게임까지 아프면서 해야함?
- 이게 뭐야
- ????
처음에는 대체 왜 그런 기능을 추가하는 걸까 생각했지만, 불현듯 아까 영상에서 체험자가 덤벨을 들며 신기해하는 모습이 생각났다.
"이거 설마 현실감 늘리려고?"
저걸 적용한 큐브게임은 고통을 느끼는 것으로 기존보다 더 강한 현실감을 느끼게 된다는 소리였다.
「이제까지 통증 제한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자주 나왔습니다.」
「특히 통증 제한 때문에 큐브의 몰입감을 해친다는 이야기가 많았으며, 통증이없다는 이유로 AR 게임들과 다르게 큐브를 이용하는 스포츠는 장난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죠.」
"이거 근데 진짜 괜찮나? 잘못하면 진짜로 죽을 수 있어서 기술적 한계라는 말이 많았잖아요."
- ㅇㅇ
- 진짜로 점검해야하는 건이네
- 소프트웨어로 되는건 무리같은데
- 또 외계인 고문했냐고
- 기억 읽기도 그렇고 미쳐가는데
- 큐브가 또
- 확실히 무거운거 들거나 다칠때 현실감 확 떨어지긴 해
- ㄹㅇ대형 업데이트는 맞네
「방금 통증 제한이 해제된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대 통증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통증은 실제 몸에 영향이 가지 않는 선을 지켜서 주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미약한 감각과는 다르게 충분히 고통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아예 최대치는 안되는구나?"
하긴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서 통증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 목표고, 따라서 현실적으로 느끼지 않는 통증 수준은 구현할 필요가 없겠지.
그리고 이 통증들은 게임 개발시에 최대치나 통증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게 설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게임 특성상 현실과 동일 비율을 적용하면 안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업데이트로 패닉 수치라는 것이 추가됩니다.」
「제한 해제 모드는 기존보다 훨씬 현실적이기 때문에 신체의 결손을 비롯한 위험한 경험에서 사용자의 뇌가 현실과 착각하여 패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따라서 패닉 수치를 추가하여 수치가 일정 이상이 되면 플레이어에게 알려주고, 제한 수치를 넘어가면 게임 캐릭터가 사망 처리되어 강제로 로그아웃됩니다.」
- 이제 쇼크사도 생기네
- 와 이제 고통도 느끼는 공포겜 나오냐
- 아까 협력 회사에 골든 에이지 있던데
- ㄷㄷㄷㄷㄷㄷ
- 아ㅋㅋ 이제 영전도 고통생김?
- 싸우는 게임들에 적용하면 난리나겠네
- 개무서운데ㅅㅂㅋㅋㅋㅋ
"맞네. 진짜로 이거 영전에 적용하면 난리가 나겠는데?"
아까 큐브를 이용하는 스포츠는 장난이라는 오명을 썼다는 표현이 기억이 났다.
그게 영전과 같은E스포츠 게임을 말하는 거였나?
「제한 해제 기능은 기억 읽기 기술과 같은위험 기술로 분류되므로, 약관 등에 언급되어 제대로 동의를 받아야만 동작시킬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풀다이브 상태에서만 동작하며, 이 기능이 포함된 게임이나 프로그램의 업데이트는 모두 엄격한 큐브 정책을 통과해야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 뒤로도 기술적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사실 여기부터는 나를 포함해 시청자들까지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아, 들어도 모르는 거 그만 이야기하고 다음 넘어갔으면 좋겠다."
- ㄹㅇㅋㅋ
- 아 대단한 기술인거 알겠다고
- 문과들 다 죽는다
- 왜 이과는 알아먹는다고 생각하는데ㅋㅋ
- 이건 게임기 행사인가 기술 컨퍼런스인가
- 으아악 꺼져 제발
다행히 우리가 지쳐서 쓰러지기 전에 다음으로 넘어갔다.
물론 아직도 제한 해제 기능에 관한이야기였지만, 기술을 적용한 게임들의 소개는 우리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 괜찮았다.
「영원한 전쟁으로 유명한 골든 에이지사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영원한 전쟁의 총괄 디렉터 정승환입니다. 이번에 큐브와 함께 업데이트를 준비하는 것은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가끔 인터넷 돌아다니면 영전 업데이트 욕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사람이었다.
간단하게 소개가 진행된 이후에설명을 시작했다.
「골든 에이지에서는 이번 신기능을 신작 게임에 채용했는지,아니면 기존 게임에 적용했는지가 궁금한데요. 어떻습니까?」
「신기능인 제한 해제는 기존 주력 게임인 영원한 전쟁의 추가모드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아, 추가모드. 기존 모드랑은 개별적으로 새로 만든다는 느낌이네요. 맞습니까?」
「맞습니다. 기존의 모드들은 그대로 유지하고, 한 번이라도 경쟁전에서 마스터 티어를 달성한 경험이 있는 유저들에게 플레이 자격이 주어지는 리얼리티 모드가 추가될 예정입니다.」
- ????
- 마스터 이상?
- 이거 대놓고 대회 노리는 것 같은데
- 걍 프로들 저격이잖아;
- 이제 프로들은 다 고통 느끼면서 해야하네
- 에반데ㅋㅋㅋㅋ
- 와ㅅㅂㅋㅋㅋ
"이거 가벼운 일이 아닌데."
어차피 난 마스터가 아니라서 플레이할 수 없는 모드기는 했다.
다만 저게 정말로 프로쪽을 생각해서 만든 모드라면 관련 업계가 시끄러워질 만한 떡밥이었다.
「물론 통증의 수치는 적당량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원한 전쟁은 현실보다 매우 과격한 게임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통증을 줄일 수 있다면 최대한 줄이면서 현실감을 유지할 수 있는 값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발표 때문에 시끄러워지겠지만, 발표 자체는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안녕하십니까. 녹스의 신작 개발팀 소속인 류진화라고 합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기다리고 있던 발표가 나왔다.
심플월드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녹스, 아마도 리트라이의 발표겠지.
「오늘은 녹스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신작의 발표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 신작이 지금 발표되는 이유가 혹시 있습니까?」
「이번에 큐브에 업데이트되는 제한 해제 기능을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발표하는차례가 지금이 된 것 같네요.」
「혹시 게임에 대해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
「이번 신작은 전작인 심플월드와 마찬가지로오픈월드와 단일서버의 스타일을 유지합니다.」
「오, 그렇군요. 심플월드의 맵 크기도 엄청나다고 유명한데요. 이번 신작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이번에는 심플월드보다 더 거대한 맵을 자랑합니다. 모든 맵의 크기를 합친다면 지구보다 크지 않을까 싶네요.」
「맵이 실제 지구보다 넓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그 정도의 구현이 가능한 거였습니까?」
"와, 겁나 넓네."
- ???
- 와 ㅅㅂㅋㅋㅋㅋ
- 미친건가?
- 이미 게임 수준을 넘었는데
- ㄹㅇ 심플월드도 개넓어서 구경 다 못했는데ㅋㅋ
- 다 여행하면 늙어 죽겠네
- 지구보다 크대ㅋㅋㅋㅋ
「네, 어렵긴 해도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사실 플레이어분들도 아시겠지만, 심플월드의 맵도 모두 합치면 거의 중국에 육박하는 크기였습니다. 이번 신작은 내수용이 아니라 전 세계 서비스를 고려하는 만큼 그 정도의 크기로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놀랍군요. 심플월드는 NPC가 거의 인간 같다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번 후속작도 마찬가지인가요?」
「맞습니다.심플월드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NPC가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게임이 심플월드처럼 판타지 베이스가 아니라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NPC와유저를 구별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길게 이어지는 설명은 요약하면 심플월드의 상위호환이라는 소리였다.
그냥 PV나 보여주고 끝날 줄 알았는데 구구절절 설명하는구나.
「그렇다면 심플월드의 대형화 버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혹시 더 추가된 시스템이 있습니까?」
「추가보다는 변경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네요. 심플월드는 기존의 RPG의 형식을 빌려왔다면, 이번 신작은 리얼리티를 중시하여 만들었습니다.」
「리얼리티요?」
「레벨을 삭제하고, 자연스럽게 능력이나 마력을 수련하여 늘려가는 형태로 변경하였습니다. 물론 장비등을 통한 스펙업은 여전히 가능해서 시작부터 최고레벨인 심플월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시작부터 만렙? 레벨을 삭제한 건 의외네."
- 뭐지 이해가 안가네
- ???
- 재능 좆망겜은 여전하네
- 이래야 심플월드 후속작이지ㅋㅋ
- 그럼 이제 돈은 어디서 버냐
-ㄹㅇㅋㅋ
- 과금 정책은 어쩌려고
심플월드는 레벨링을 사망 때 잃는 것으로 해서 로그라이크 느낌을 따왔는데, 그러면 여기서는 잃는 게 확 줄어드는 것 같은데?
「아, 그러고 보니 이번 게임은 캐릭터를 구매한다죠?」
「맞습니다. 사망하면캐릭터가 삭제되는 것은 심플월드와 같고, 무료로 생성이 가능했던 심플월드와는 다르게 이제는 사망할 때마다 캐릭터 생성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대신 다른 과금은 전혀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번 BM은 좀 모르겠다."
- 뭐지 이게ㅋㅋ
- 이건 대체 장르가 뭘까
- 패키지 게임?
- 죽으면 패키지가 삭제되는 패키지 게임ㅋㅋ
- 심플월드에서 소비템 팔던걸 일괄로 한 느낌이네
- 진입장벽 너무 높지 않나?
- 가격에 따라 잘 생각해봐야 할듯
애초에 리트라이 자체가 의문투성이인 게임이었다.
사실 현실 대신 멸망하는 기능을 한다는 이야기부터가 좀 황당했지.
'애초에 구성 자체가 되게 현실적인 걸 노리네?'
마치 다른 세계를 하나 더 만들어 놓겠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과금도 계정 판매 이외에는 요구할 방도가 없어서 이런 방식을 취한다고 생각하면 그럴듯했다.
「녹스의 신작인 리트라이입니다.」
그의 말과 동시에 재생된 PV는 어딘가 심플월드 96층을 연상하게 했다.
무너져가는 도시와 괴물들, 그리고 그에 맞서서 싸우는 사람들.
'저거 주현씨네.'
멀어서 잘 보이지는않지만, 검을 쓰는 스타일이 아리아와 굉장히 비슷했다.
아마도 주현씨가 리트라이를 플레이하던 시절에 찍은 영상 같았다.
「다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있는데요.」
"안타까운 소식?"
짧게 운을 띄운 그가 한숨을 내쉬더니, 결국은 관련된 정보를 내뱉었다.
「현재 심플월드의 서비스 종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