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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화 〉20장 - 게임 안에 사람들이 있잖아(4) (109/182)



〈 109화 〉20장 - 게임 안에 사람들이 있잖아(4)

"이쪽이죠?"

녹스의 본사 앞에 도착해서 둘러보는데, 뭔가 느낌이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심플월드의 기술력을 생각하면 엄청  회사일  알았는데 뭔가 작네.

'괜히 큐브 자회사라는 소문이 도는게 아니네.'

사용하는 기술력에 비해서 회사의 규모가 너무 작았다.
심지어 이번에 출시하는 리트라이만 생각해도 이게 본사라고 하긴 무리였다.

- 오
- 와 전광판ㅋㅋㅋㅋ
- ㄹㅇ준비 많이 하셨네
- 하얀별! 하얀별!
- 이게 총대지
- 심플월드 살려네 심플월드 살려네
- 고생하셨어요

"제가 무슨 고생을 해요.  여려분이 하셨지."

트럭에 달린 전광판에 적힌 문구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우리가 인터넷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녹스는 묵묵부답이었으니까.

'그나마 이번에 시위를  하면서 바뀐 거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해줘서 고마웠다.
심지어 성명문은 대다수의 유저들이 동의를 해준 덕에 뉴스까지 탔고.

"그래도 간담회를 준비 해준거에 의의를 둡시다."

- 가불기긴 했어
- ㄹㅇㅋㅋ
- 솔직히 간담회를 유저가 여는게 말이 안되지
- 이건 녹스가 맞게 판단했음
- 근데 솔직히 내용이 중요하지
진짜 오늘까지 개소리만 하면 손절이다
- 제발 섭종 만큼은 안했으면 좋겠는데

이대로면 서비스 종료가 되어버리고, 그 다음에 이야기가 되어봐야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유저 간담회를 개최하고 녹스에게 초대장을 보내버렸다.
이랬는데 오지 않으면 녹스가 개새끼 되는 거지.

'이것도  먹히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녹스 측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겠다는 공지가 나오면서 내가 짠 간담회는 취소가 되었다.
지금은 녹스 측에서 주최한 간담회에 가는 길이었고.

"굳이 어디 안 빌리고 본사에서 준비한 건 의외네요."

본사에 있는 제일  세미나실을 사용했다.
방송 허락도 되어 있기 때문에 나도 휴대폰으로 방송을 켜둔 상황이었다.

"이번 간담회 진행을 맡은 류진화입니다. 혹시 하얀별씨 계신가요?"
"여기 있습니다."
"하얀별씨가 원래 간담회 주최를 하셨었으니, 가장 먼저 발언해 주시면되겠습니다."
"제가 대표로 성명문에 있던 주요 논점부터 짚고 시작하겠습니다."

후우, 일단 좀 진정하고  말만 하자.

"저희심플월드 유저 일동은, 현재 녹스사의 심플월드 서비스 종료 사유에 대한 자세한 내막과 서비스 종료에 따른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종료에 따른 처리 과정이라 하심은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서비스 종료 이후 현재 심플월드에 사는 원주민들의 처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알겠습니다. 사실 대부분 회사 내부 기밀과 관계된 부분이라, 내부 회의가 길어지느라 자리를 마련하는 것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에 대해 유저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 필요없고 해명이나 하자
- 해명해명해명해명해
- 그래서 왜 섭종을 하는데
- ㄹㅇ 그냥 냅두면 되잖아
- ㅠㅠㅠㅠ
- 제발 섭종하지 마라

"사과하시는 건 좋은데요. 그래서 오늘은 확실한 답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제 권한 내에서는 최대한 답을 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딘가 애매한 대답이었다.
그가 말할 수 없는 권한에 해당하면 답을 피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일단 심플월드의 서비스 종료는 리트라이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심플월드의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리트라이의 서버를 동시에 운영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기술적 문제인가요? 아니면 자금적 문제인가요?"
"음, 두 개  조금 다르네요. 물론 관계된 이야기긴 합니다만, 정확히 말한다면 운영적인 문제입니다."
"운영이요?"

두  서버를 돌리기에는 운영이 어렵다는 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기술적인 부분과도 관계가 있고, 심플월드와 리트라이가 유기적인 연결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플월드의 서비스 종료가 없이는, 리트라이의 서버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네."
"솔직히 아직 의문이 많이 들긴 합니다만, 너무  문제만 다루기에는 다음 주제가 더 중요해서 넘어가겠습니다."
"...다음은 심플월드의 원주민, 그러니까 NPC들의 차후 처리에 관한 문제인가요?"
"맞습니다. 어떻게 진행이  예정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일단 여러분이 걱정하고 계시는 데이터 삭제 등의 처리는 진행되지 않을 예정입니다. 저희도 심플월드에는 굉장히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그럼 서비스 종료 후에 어떻게 쓰이게 되나요? 계속 서버에 방치만 된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추후에 서비스를 재가동할 것이라는 의미인가요?"
"일단 서비스를 재가동할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그럼...."
"다만 리트라이와 스토리가 연계되어서 데이터가 이관되도록 진행을 할 생각입니다."

- ?
- 뭔소리임?
- 그러니까 리트라이에서 심플월드 캐릭터를   있다고?
- 오?
- 구라아니지?
- 제발요
- ????

내가 듣기로도 그런 의미라는생각이 들었다.
그게 가능한 건가?

"그렇게 진행할 수 있는가요?"
"다만 바로 심플월드의 NPC들과 유저분들이 접촉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세계관 자체는 이어져서 통합될 같습니다."

뭔가 말을 돌리는 듯한 느낌이다.
리트라이에 심플월드가 통합되는 것은 맞지만, 그 이상은 던져주지 못하겠다는  선을 긋는 느낌.

"혹시 그럼 맵의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만, 높은 확률로 심플월드 지역을 리트라이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 ????
- 리트라이에 심플월드가 나온다고?
- 오??
아르카 다시  수 있음?
- 아 그럼 인정이지ㅋㅋ
- 제발제발제발
- 그럼 아이템도 남나?
ㄹㅇ?

아예 심플월드가 리트라이에 통합된다는 느낌이구나.
하지만 시스템 자체는 다르니까 기존 데이터는 의미가 없겠지?

"그럼 기존 심플월드의 유저 데이터는 남지않나요?"
"심플월드와 관련된 스토리에 따라 일부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따로 유저 데이터가 남는 것은 아닙니다."

역시 유저 데이터는 남지 않네.
대신 심플월드에 우리가 미쳤던 영향들만큼은 남아있을 거라는 소리다.

"그럼 이제 사실상 심플월드를 리트라이가 대체한다는 소린데, 출시에 관한 일정이 정해져 있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재 외부 테스터도 하얀별님 말고는 정해져 있지 않고요. 생각보다 준비가 덜 되어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추후 테스터는 늘릴 생각이시구요?"
"네, 베타테스트 일정을 잡아보기 위해 기획을 잡고 있습니다. 다만바로 진행된다고 보기는 어렵겠네요."
"대충은 그럼 언제쯤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래도 금년 내에는 정식 출시를 예정하고 있으니 아주 늦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내가 물어보고자 했던 부분들은 모두 끝이 났다.
그 이후에는 다른 유저들도 궁금했던 점과 이제까지 답답했던 점을 쏟아냈다.

"혹시 심플월드의 탑이 끝나서 섭종한 것은 아닙니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서비스 종료의 가장 큰 원인은 리트라이입니다. 그래도 리트라이 프로젝트 진행 전에 심플월드의 탑이 클리어되어 후련한 점은 있긴 합니다."
"관련이 없다는 뜻인가요?"
"확실히  클리어가 안 된 것이 이제까지 리트라이 프로젝트를 늦춰온 것에 영향도 있었겠죠. 하지만 결국 리트라이 프로젝트는 진행이 되었을 것이고, 심플월드의 서비스 종료는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예정되어있는데도 유저들한테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는 소리네요."
"...그 부분은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진짜 제대로 처맞고 있네.
근데 내 생각대로면 아마 탑이 클리어가 안 됐으면 섭종을 하지 않았을 거다.
애초에 심플월드가 안 깨지면 리트라이 프로젝트라는  자체를 시동을 안 하고 계속 미뤄야 할 테니까.

"이제까지 저희가 굉장히 유저분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했던 점, 인정하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리트라이를 운영할 때는 좀 더 나아진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물론아직도 애매한 부분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것까지 완벽하게 채우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고 있었다.

'애초에 리트라이가 평범한 게임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아니까.'

지금은 심플월드의 NPC들이 리트라이로 넘어간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했다.
애초에 처음부터 여기까지 알려줬으면 이렇게 불탔겠냐고.

"그리고 많은 유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렸다는 부분이 죄송하고요. 이에 따라 작지만, 보상을 준비해둘 예정입니다."
"보상이요?"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했는데무슨 보상을 준다는 거야?

"리트라이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 기존 심플월드 유저 분들에게는 1회로 무료 계정 생성을 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습니다. 심려를 끼쳐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 그거였구나."

리트라이가 정식출시될 때의 보상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래도 뭔가 사과를 하고 싶었던 건 사실인가 보네.

심플월드 살려네ㅠㅠㅠ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은거 같은데?
- 결국 섭종은 하는구나
- 이러면 리트라이는 무조건 해야겠네
- ㄹㅇ안에 사람이 있잖아
- 게임 안에 사람들이 있는걸

"저도 개인적으로 최소한의 만족은 했어요."

이런 걸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다만 심플월드의 서버가 결국 닫힌다는 점은 슬픈 일이었다.

'한동안 아리아랑 못 보겠네.'

그럼 최대한 빨리 리트라이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었다.
한동안 리트라이에 집중해야겠구먼.

"진짜 다들 고생하셨어요. 뭔가 다 끝나니까 허무하네요."

- 고생하셨어요
ㄹㅇ그래도 지랄을 하니까 듣긴하는구나
- 진짜 계속 입닫고 있길래 화병날뻔
- 이 간단한걸 이제까지 안했네;
- ㄹㅇㅋㅋ
- 심플월드 닫히는거 진짜 슬프다
ㅠㅠㅠㅠ

"오늘은 여기까지만 방송할게요. 다들 함께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정산을 시작합니다.]
[방송으로 4시간이 추가됩니다.]
[팔로워 보상으로 672시간(6721명)이 추가됩니다.]

방송을 끄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왠지 멍한 기분이 들었다.
아, 트럭 빌렸던 것도 오늘부로 철수 요청해야겠네.

"어? 이건  뭐야."

[획득한 시간이 1만 시간을 돌파하여 성좌 후원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앞으로는 성좌들이 후원을 보낼  있습니다.]

벌써 획득 시간이 1만이나되었다고?
혹시나 해서 큐브온을 확인하니까 팔로우 수가 10만을 넘어있었다.
최근에 심플월드에 신경 쓰느라 팔로우 수도 모르고 있었다.

"와, 이제 실버 큐브네."

그나저나 성좌 후원은  뭐지?
이 몸에 빙의한 초반에 도움말에서 것 같기도 한데.

'성좌라는 사람들이 나한테 시간을 후원하는 건가?'

물론 성좌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직역하면 별자리인 건 알지만.

'평범하게 생각하면 신이나 초월자인가?'

별자리는 그런 느낌으로 알려진 경우가 많으니까.
아마 실제로 후원이 들어오고 나면 어떤 시스템인지 알 있겠지.

"내가 직접 쓰는 시스템도 아니니까, 나중에 생각해야지."

그것보다는 최근에 심플월드에 신경 쓰느라 놓쳤던 정보들부터 확인해야 한다.
분명 큐브온 신기능이 하나 더 있었는데?

"아, 이거다."

장기 접속 모드.
내가 사용하는 큐브 제품인 넥서스 모델 한정으로 추가가  기능이었다.

"이거 새로 수액을 사야 하네."

수액을 새것으로 교체하면, 기존 풀다이브 보다 장기 접속에서 무리가 없어진다고 했다.
심지어 최대 접속 시간이 한 달까지 늘어나네?

"큐브에 한 달이나 들어가 있는 것도 레전드긴 한데."

물론 꼭 한 달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만 넘겨도 기존보다 무리가 덜 가는 방식이라고 되어 있었다.
사실상 넥서스 모델이면 무조건 수액 바꾸라는 거네.

'원래 사뒀던 것들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리트라이의 정보가 공개된 것들을 보면 서버가 열리기 전에 사둬야 할 것 같았다.
리트라이는 심플월드의 탑 공략처럼 로그아웃이 쉽지 않은 게임으로 보이니까.

"오케이, 사자."

이번 시위 비용에 돈을 꽤 많이 쓰긴 했지만, 그래도 최근에 큐브온 정산이 들어온덕에 여유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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