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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4화 〉21장 - 예성 고등학교(3) (114/182)



〈 114화 〉21장 - 예성 고등학교(3)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움직이더니 입을 쩌억 벌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아까까지는 그냥 나무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 몬스터였구나.

으악ㅋㅋ
공포게임이엇네
- 장르가 바뀌누
하나도안무서움ㅋㅋ오늘엄마랑같이잔다
- 징그럽다
귀엽지 않음?
- 잠복중이었네
- 취향ㄷㄷㄷ

"트렌트.... 조금 위험하겠네요."
"강한 놈들이에요?"
"방금까지 상대한 놈들은 C급이고, 이놈들은 B급이에요. 이렇게 무리로 몰려서 잠복하는 경우는 잘 없는데...."

거의 포위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수의 트렌트들이 주위를 틀어막고 있었다.
위쪽은 뚫려 있으니까 날아오르면 벗어날 수 있으려나?

"칫!"

하지만 트렌트가 줄기를 휘두르며 공격하는  보자마자 그건 그것대로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하나씩 처리하는 것이 정공법이 가장 나아 보였다.

"위험해요!"

그 와중에 트렌트와 싸우던 다슬씨에게 줄기를 뻗는 다른 트렌트를 보고 마력으로 실을 만들어서 그녀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로메 덕에 이런 싸움에 익숙해서 다행이었다.

"고마워요."

아무래도 그녀 혼자 처리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았다.
아까 처리하던 몬스터들과는 다르게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처리가 가능한 수준이니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싸워볼게요."
"네? 무리에요. 예비 각성자가 어떻게 B급을...."

애초에 스킬이면 몰라도 마법은 그렇게 간단히 스펙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같은 마력양으로도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 이제까지 숱하게 봐왔으니까.
정 뭣하면 마법에 오러라도 씌워야지.

"해보고 안되면 그때 생각해 보죠."

어차피 내가 다슬씨를 구하면서부터 이미 어그로가 나에게도 튀어있었다.
이러면 몸을 굳이 사릴 필요가 없지.
마력으로 만들어진 검을 들고 트렌트에게 뛰어들었다.
솔직히 B급이라는 용어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무의식적인 자신감들은 마법에서는 엄청난 어드벤테이지가 되기 마련이다.

"어?"

- 먹힌다!
- 크 주모
- 다슬이 벙쪘네
- 아무튼 뉴비임ㅋㅋ
- 경력있는 뉴비가 또
- 양학모드 하얀별ㄷㄷ

그녀가 자신과 함께 트렌트를 몰아붙이는  모습을 확인했는지 깜짝 놀랐다.
그런 반응을 하면서도 빠르게 2명에 맞게 대응 방법을 바꾸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케이."

전투 인력 1명과 2명에는  차이가 있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트렌트들을 제압하고 잠시 바닥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진짜 놀라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무슨 예비 각성자가 B급이야?"
"아하하...."

B급 몬스터를 그 정도로 밀어붙일 수 있다면, 이미 충분히 B급이라면서 그녀는 흥분한 채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도 이런 수준인데 만약 각성하면 A급이 되는 것이 아니냐며 놀라고 있었다.

"저도 될 거라곤 생각 못 했어요. 어차피 어그로 끌린 김에 시도나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쓰러져있던 트렌트들의 잔해에서 침식석으로 보이는 돌덩이를 발견했다.
색이 검게 물들어 있기는 하지만 모양 자체는 보석처럼 세련된 느낌이었다.

"이걸 원래 자리에 되돌린다는 거죠? 원래 자리는 어떻게 알아요?"
"통계적으로는 중앙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일단 트렌트가 침식석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트렌트가 접근할 만한 장소겠네요."

트렌트는 기본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힘든 지형에서는 오래 버티기 힘들기에 흙이 있는 지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마력의 흐름이 이상할 정도로 뒤틀린 곳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는데, 그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력의 흐름이 뒤틀렸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인위적이다? 그냥 딱 느낌이 오지 않아요? 분위기가 좀 찝찝하고...."

모르겠다. 찝찝한 것은 아까 검은 안개에 둘러싸였을 정도인데.
혹시 그런 느낌인가?

"아까 그 검은 안개 같은 침식이랑비슷한 느낌이에요?"
"네, 그런 느낌인데 살짝 약한 정도?"

그러면 대강은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미 경험해본 감각이니까.

"암튼 방금 같은 상황이 침식에서는 자주 있다고 해요. 원래 게이트의 형태에서 멀어지고 일반적이지 않은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어서 예상 밖의 상황이 자주 일어나죠."

그런 이유로 평소에 익숙한 느낌대로 처리가 가능한 게이트와 다르게 침식이 동급 게이트 대비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S급 게이트는 아직 침식이 일어난 적이 없어서 다행이지, 그것들도 침식이 나오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플 거예요."
"왜요? 그럼 S급 각성자가 처리하면 되잖아요."

내 질문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린 그녀가 웃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역시 얀별씨는 아무것도 모르시네요. 정말 어디에 은거하고 계셨나.... 이제 S급 각성자는 없어요. 전 세계에 단 한  있었던 S급 각성자는 지난 S급 게이트 공략에서 사망했고요."
"혹시  각성자 이름이...."

거기까지 묻다가 아차 싶었다.
지금은 방송 중이었고, 주현씨는 리트라이에서 자신이 나름 중요한 위치에 갔다고 말했다.
그럼  각성자가 주현씨일 가능성이 컸다.

"최초의 S급 각성자 강주현, 들어보셨어요?"

그리고 그 예감은 여지없이 들어맞았고, 다슬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그나마 저 정도 설명이면 그냥 이름만 같은 사람이라고 넘어갈 만한 수준이니까 금방 진정되긴 하겠지.

- ?
- ????
- 이름만 같겠지ㅋㅋ
- 누구요?
ㅇ?
- 엥?
- 내가 잘못들었나
- ???????

나도 일단은 아무것도 모르는척 아무렇지 않게 흘렸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래도 어차피 리트라이를 하는 이상 언젠가는 밝혀질 문제이기는 했다.

'근데 S급 각성자가 주현씨 뿐이라는 건  놀랍네.'

 세계에 딱 1명만 S급이라는 것은 좀 신기했다.
하여튼 사실상 인류의 희망이었던 주현씨가 사망하면서 S급 게이트는 처리할 가능성이 사라진 셈이구나.
이러니까 주현씨가 자책을 심하게 하지.

"요즘 B급 게이트가 시도 때도 없이 주변에 나타나서 처리하느라 애를 좀 먹었어요. 그래서 여긴 B급 침식인데도 방치되고 있었죠. 그나마 본거지랑 거리가  있거든요."
"어, 지금은 좀 나아졌나 보네요? 그래서 여기 정화하러 온 거 아니에요?"
"나은 상황이긴 한데, 전례가 없던 일이라서 좀 불안하죠."
"전례가 없던 일이요?"
"S급을 제외한 모든 게이트가 사라졌어요. 최근에 있었던 일이고, 상황 파악이 되자마자 이거라도 빨리 처리할 생각으로 왔어요."

갑자기 인류를 위협하던 게이트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원인은 불명.
그나저나 지금 갑자기 그런 일이 있었다면 서버 오픈이랑 딱 맞아서 떨어지네?
혹시 난이도 조절을 위해서 게이트를 지워버린 건가?

"여기가 중심 같은데요?"

그녀는 잠시 눈을 감더니 확신하면서 손짓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거무튀튀한 안개가 살짝 보였지만, 중앙은 태풍의 핵처럼 깨끗해 보였다.

"여기구나. 저 중앙에 침식석을 올려두면 끝이라는 거죠?"
"네. 이미 침식 밖으로 나간 몬스터는 처리해야겠지만, 더 개체 수가 늘어나는 건 막을 수 있겠죠."

침식석을 자리에 되돌리자, 검은색 안개가 점점 옅어지더니 찬란한 빛을 뿌리면서 주변의 광경이 변화했다.

"어?"

아까 침식에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건물이었다.
그리고 우리 앞에는 반투명하게 반짝거리는 수정 비슷한 것이 놓여 있었다.

"이게 B급 마력 심장이에요. 이게  가치가 커요. A급 마력 심장은 식량이나 다른 걸 준다고 해도 구하기 힘드니까, 보편적으로 가치가 높은 건 얘가 제일이죠."
"듣다 보니 뭔가 마력석이나 마력 심장이 화폐 같은 느낌이네요."
"실제로 그렇게 자주 사용해요. 정부가 무너진 이후로는 기존 화폐가 무의미하니까요."

다른 것보다 생존이 우선시되는 지금 상황에서는 식량이나 마력석이 가장 가치가 높은 물건이 되는 거구나.

코크같은 건가
- 사실상 화폐네
- 코어크리스탈ㅋㅋㅋㅋ
- -레-
- 레창냄새ㄷㄷㄷ
레반데

어느새 레이드 스타일의 이야기로 넘어가 있는 채팅창을 구경하고 있는데, 다슬씨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침식은 문제없이 처리했고, 그래서 어떻게 하실래요?"
"네?"

그녀는 당연한 걸 묻는 중이라는 듯이 계속 이야기했다.

"얀별씨가 저보다 약한 것도 아니니까 굳이 저를 따라가지 않으셔도 되니까요.  마력 심장이라면 양보해 드릴게요. 저는 아까 의료 캡슐에서 떼어낸 걸로 충분해요."

아, 그러고 보니 아까는 살고 싶으면 따라오라는 느낌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구나.
방금까지 별생각 없이 따라가고 있었다.

[시나리오 퀘스트: 선택
당신은 B급 침식을 정화하면서 충분한 능력을 보였습니다.
이제 당신은 예성 고등학교 소속인 정다슬을 따라가 거기에 소속되거나, 다른 소속을 찾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당신이 직접 무리를 이끌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 이야기를 스스로 결정하십시오.]

'내가 선택을 해라....'

힐끔 채팅창을 확인하자 다들 자신이 보고 싶은 전개를 말하고 있었다.

무조건 고등학교지
여고생ㄱㄷㄱ
- 어고생 헌터 정다슬 정다슬!
- 걍 혼자 다니시지
- 이건 근데 같이 가는게 나을듯?
- 아직 정보가 너무 부족한데
다슬이  보고싶어요

심지어  비율은 압도적으로 다슬씨를 따라가는 쪽이 많았다.
그리고 나도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만약 나중에 다른 소속을 찾더라도 지금은 다슬씨를 따라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방금까지 같이 있었으면서 무슨 소리예요. 같이 가요."

그녀는 복잡해 보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와 근데 많이 무너져서 그렇지 여기 엄청 번화한 곳이었네.

"아까 편의점에도 물건이 남아있을 정도던데, 여기 사람이 많이 없었나 봐요?"
"계속 침식이 버티고 있었으니까요. 서울치고는 외각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죠."

저는 여기가 서울이라는  방금 처음 알았는데요.
그런데 서울에 예성로라는 지명이 있었나?

'뭐, 게임이니까 가상의 지명이 있을 수도 있지. 아니면 그냥 내가 모르는  수도 있고.'

[시나리오 퀘스트 보상으로 D급 마력석이 지급됩니다.]

그리고 이동하던 도중에 저번 시나리오 퀘스트의 보상도 도착했다.
하지만 방금 B급 마력 심장을 얻어서 그런지 별로 감흥이 생기는 보상은 아니었다.

"여기죠?"

계속 이동하자 근처에 몬스터가 보이지 않게 되고, 다른 곳에 비해 굉장히 멀쩡해 보이는 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예성 고등학교'

다슬씨를 앞세워서 천천히 정문을 통과했다.
중간중간 다슬씨가 멈춰서는  보면 방범 시스템 비슷한 것이 있기는 한 모양인데?

"일단 소민쌤한테 보고부터 해야겠네."
"쌤? 선생님이요?"

하긴 학교면 학생 말고 선생님도 있겠지.
다만 지내는 곳이 학교일 뿐이니까 그 밖의 생존자들도 있을 것이다.

"어, 들어와."

교무실이라고 적힌 문을 다슬씨가 두드리자 문 안쪽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간 다슬씨가 몸을 굳히더니 경례를 하며 외쳤다.

"필생! 2학년 3반 정다슬. 임무 마치고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저게 뭐 하는 짓이래?

"필생, 그래서 옆에 있는 분은 누구셔?"

그녀는 다슬씨의 당황스러운 행동에 익숙하다는 대응하더니, 나에 관해서 물어왔다.
저분이 아까 다슬씨가 말한 선생님인가?

"하얀별씨에요. 침식 정화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소속이 없는 것 같아서 데려왔어요."
"신원은 확실해?"
"일단 약탈자는 아닌 것 같아요. 애초에 저랑 처음 만났을 때는 각성자도 아니었고요."
"처음 만났을 때? 그럼 만난 다음에 각성했다는 말이야?"

다슬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아, 저렇게 바라보면 그냥 시스템이 준 거라서 양심에 찔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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