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21장 - 예성 고등학교(6)
몬스터가 침식의 검은 기운을 무시하고 달려오는 모습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원래 일정 이상으로 강한 몬스터들은 저 침식 안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나?
"진짜 운도 더럽게 없지."
아까보다 몸집에 더 거대해진 것 같은 몬스터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할 것 같은데?
['음악란기'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천상천하 유아불운ㄷㄷ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아 불운의 왕이다
- 게임만 하면 사고가 나네
- 엌ㅋㅋㅋ
- 이거 어캄
- ㄹㅇ 조졌네
- 미션 살아남기로 바꿔야 할듯ㅋㅋ
- 아ㅋㅋ킹전자산 바로 투자하러 간다
그 와중에 아까 등록된 침식 정화하기 미션의 상금이 추가되고 있었다.
어차피 될 가능성이 작으니까, 반쯤 놀리려는 의도가 짙어 보였다.
"이건 싸울 수밖에 없겠다."
몬스터가 검은 안개의 밖으로 빠져나오자마자 이동하는 속도가 더 빨라졌고, 이제는 내가 마력을 써서 달리는 것과 비슷할 지경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되든 말든 싸울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심플월드면 날아서 도망칠 수 있는데, 아 진짜...."
최근 심플월드에 익숙해져 있었던 터라, 가지고 있던 능력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마법으로 날아서 갈 정도로 마력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방송이 켜져 있으니까 특성으로 해결하는 것도 무리고.'
정말 급하면 방송을 끄면 되겠지만, 그런 식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 아니었다.
'일단은 해보자.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쫄면 의미가 없지.'
마법이라는 시스템 특성상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면 이길 수 있는 상대에게도 진다.
일단 자신감을 가져야지 이길 수 있다.
"오케이. 일단은 검은 안개 쪽으로 갈게요."
아까 상황을 보면 몬스터는 검은 안개 안에서는 움직임이 느려지니까, 거기서 싸우는 것이 유리할 거라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정답이었다.
"역시 생각대로 좀 느리네."
몬스터의 움직임이 내가 대응할만한 속도가 되자, 타격을 입히기에 적절해 보이는 공격을 생각해보면서 몬스터의 공격을 피해 나갔다.
'여기서 지금 마력으로 사용할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공격은....'
그리고 머리를 굴리던 차에 떠오른 것이 있어서 자리를 잡고 검을 만들었다.
"천마신공 제 2식...."
아주 심플한 기본 마법이지만, 그만큼 오래 사용하며 익숙해진 마법이다.
익숙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더 강하게 만들 여력이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흐읍!"
그저 강력한 베기가 아니라, 그것이 무엇이든지 가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생각할 수 있는 베기.
오러의 극한.
"베기!"
그게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이라고 판단했다.
아니, 확신했다.
- ㅁㅊ
- 이게 되네
- ??
- 아아 이건 베기라는 것이다
- 만능 베기ㄷㄷㄷ
- ㅁㅊㄷㅁㅊㅇ
- 이걸실
- 아 이거 그렇게 하는거 맞는데ㄷㄷ
그리고 다행히도 효과가 있었다.
다만 그대로 몬스터를 갈라버린 것이 아니라 꽤 괜찮은 충격을 입힌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칫."
그리고 연속으로 같은 공격을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검이 몬스터에 부딪히자 손은 물론이고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 느낌이었으니까.
본래라면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테니 어렵지 않게 연속으로 검을 휘둘렀겠지만, 지금은 실제로 현실에서 몸을 부딪친 것처럼 전신이 후들거려서 재정비를 하기에도벅찼다.
"아니, 너무 현실적이잖아. 미친 게임아."
이건 진짜 도를 넘었는데.
내가 공격한 것인데도 이런 느낌이면 내가 맞으면 어느 정도일지 무서워질 정도였다.
"아오, 마력 소모까지 생각하면 앞으로 몇 번 못하겠는데."
통증을 억지로 참아가면서 몸을일으켰다.
입을 쩍 벌리고 달려오는 몬스터를 피하며 검을 부딪쳤다.
- ㄷㄷㄷㄷㄷ
- 역시 유사고인물
- 많이 아픈가 본데?
- 제한 해제가 좀 아프다곤 하던데
- 저거 견디면서 할 생각하니까 소름돋는데
- 정식 출시때는 오프 넣어주려나?
- 으 징그러
- 녹스한테 바랄걸 바래라ㅋㅋ
확실히 제대로 타격은 가는지 몬스터의 몸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몬스터는 비명을 지르면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다만 몬스터에 조금이라도 더 타격을 주기 위해서 최대한 강하게 내려치는 중이었고, 그에 따라 들어오는 반발력 때문에 내 몸도 그리 남아나는 상황은 아니었다.
"악!"
피하기는 했는데 완벽하지는 않았다.
등 근처가 몬스터의 발톱에 스치면서 정신이 아찔해졌다.
기존에 큐브 게임을 할 때는 따끔한 느낌만 있었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다칠 때처럼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아찔함이 함께했다.
"으, 겁나 쓰리네."
그리고 뒤늦게 저릿하고 따가운 감각이 몰려왔다.
그냥 스쳐서 다친 것인데도 이 정도면 제대로 맞으면 정신 놓겠는데?
- 피ㄷㄷㄷ
- 괜찮음?
- 상처 리얼한거 보소
- 개아프겠다
- 으
- 심플월드 때는 그냥 힐하면서 씹었는데
- 여긴 진짜로 다치는 느낌이네
조금씩 몬스터에게 타격을 주고는 있었지만, 마력의 소모와 내 체력의 소모를 생각하면 이대로 가면 내가 먼저 쓰러질 것 같았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침식의 검은 안개를 이겨내고 나올 정도면, 원래보다 훨씬 강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얘가 이리 강해졌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일단 가장 가능성이 큰 건 침식석이었다.
높은 확률로 저 몬스터가 침식석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침식석이 강해진 원인일 수 있겠지.
'어? 잠시만.'
침식석을 얻어서 침식 안개의 영향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면, 꽤 그럴듯한 추리 같은데?
어차피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럴듯한 가능성이 있다면 거기에 걸어보는 것이 맞는 판단이겠지.
"침식석이 소화가 되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야."
아무리 부조리하더라도, 침식을 해결하는방법인 침식석이 그런 식으로 사라지는 전개는 매우 이상했다.
그럼 역시 몸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소리가 되겠네.
"꼬인 마력이 있을 테니까.... 저긴가?"
최대한 몬스터에게서 도망치면서 타이밍을 쟀다.
잘하면 한 번에 침식석이 박혀있는 위치를 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찌를 때는 그저 날카로움만 생각해서 찔러 들어갔지만, 침식석으로 보이는 것에 닿자마자 마력을 실 형태로 바꿔서 침식석을 묶어냈다.
"흡!"
- 오 뭐야
- ???
- 저거 침식석임?
- 어캐찾았누
- 하얀별! 하얀별!
- 교주님이 이걸 또
- ㄹㅇㅋㅋ 이런거 보려고 이 방송 보지
- 천마! 천마!
- 님들 천마가 머임?
마력으로 침식석을 묶자마자 힘껏 당겼다.
그와 동시에 몬스터가 괴성을 지르며 나를 내려치려고 했다.
급하게 마력으로 막아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공격이 정통으로 들어온 덕에 꽤 멀리까지 튕겨 나갔다.
시야가 몇 바퀴 돌아간 이후에야 정지했다.
"커흑"
몸이 성한 곳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온몸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심지어 다리에서는 뼈가 부러진 것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될 정도의 고통이 밀려오고 있었다.
"아 씨...."
뭔가 말을 하려고 해도 제대로 튀어나오질 않았다.
다만 이런 와중에서도 내심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내가 이렇게 날아오면서까지 침식석을 붙잡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방금 몬스터가 공격한 덕에 그 반동으로 침식석이 제대로 빠졌다.
만약 내가 예상한 것이 맞았다면 몸을 추스를 시간 정도는 얻을 수 있을 터였다.
- ㅁㅊ
- 오 뭐야 고통스러워 하는데?
- 이걸 이기네
- 와ㅅㅂ 지렸네
- 괜찮아요?
- 존나 아프겠네
- 저걸 어캐 뽑았냐고
역시 정답이었는지 몬스터가 검은 안개에 둘러싸여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곧 그 원인이 나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내 쪽으로 미친 듯이 뛰어왔지만, 금방 비틀거리며 쓰러지고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 미친. 개.... 미친 게임...."
성공했다는 기쁨에 앞서서 온몸에서 느껴지는 탈력감과 어지러움, 통증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떤 미친놈이 게임에 통증 넣자고 했냐...."
어지간하면 욕을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욕이란 쌍욕은 다 퍼부어야 할 것 같은 감각이었다.
교통사고라도 당해서 누우면 이런 느낌이려나?
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마력을 사용해서 통증을 억제하고 응급처치를 했다.
이걸 다 치료하기보다는 우선 침식을 정화하고 복귀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았다.
"오케이. 진짜 A급이었네."
[소모품: A급 마력 심장
마력이 담겨있는 돌. 안에 있는 마력을 소모할 경우, 주변에 있는 마력을 흡수하여 충전된다. 다만 충전될 때마다 조금씩 충전 효율이 감소한다.]
이건 A급 침식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는 의미가 된다.
힘들기는 했는데 이렇게 성공해서 결과가 나오니까 기분이 좋네.
[미션 성공: 침식 정화에 성공하기]
- 1,300,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미션 성공 메시지가 뜨더니, 미션에 후원했던 후원자들의 이름이 별자리처럼 반짝이며 나타났다.
"음악란기님 10만원 감사합니다. 시련발아님 20만원 감사합니다."
미션 성공 연출에 등장하는 시청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읽으면서 감사를 표했다.
이거 성공하면 이런 식으로 연출이 나오는구나.
스위치가 이번 업데이트는 신경을 좀 썼네.
"...님 10만원 감사합니다. 미션비 걸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아, 이게 130만원을 찍네. 정말 감사합니다. 미션 최소 금액은 나중에 수정해 둘게요. 재밌는 시스템 같아요."
- 킹전자산인 줄 알았는데 이걸 성공해버림
- 130만원ㄷㄷㄷ
- 방금 ㄹㅇ 오졌다
- ㄹㅇ 편집 어캐 될지 기대되네
- 지금 게임 A급이 최대라고 하지 않았나?
- ㅋㅋ 각성도 안했는데 A급
- ㄹㅇ 레전드네
- 이거 이렇게 하는 게임 아닌 것 같은데
- ㄹㅇ얀별님처럼 해야하는 거면 이겜 안할듯ㅋㅋㅋ
['니세미네'님이 100시간을 후원합니다.]
- 출장와서도 잘 보고있어!
'아, 이쪽도 오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성좌도 출장이라는 걸 가나 보네.
하긴 이제까지 온 후원 메시지를 보면 사람 사는 거랑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긴 했다.
['작은솜뭉치'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축하드립니다. 와 진짜 지렸다.
"아, 작은솜뭉치님 5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축하를 받아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몸 상태 때문인지 계속 어지러운 감각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러다 쓰러지기 전에 빨리 학교로 돌아가야겠네.
"어, 얀별 언니. 다녀왔.... 언니? 뭐야, 괜찮아요?"
내가 비틀거리면서 학교로 진입하자, 몸의 상처를 눈치챘는지 깜짝 놀란 다슬이가 나를 부축했다.
이제 좀 마음 편하게 있어도 되겠다.
"어우, 어지러.... 다녀왔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설명하려면 좀 복잡한데."
일단은 알겠다고 말한 다슬이가 나를 업고 달려가더니, 기숙사 침대에 눕히고 치료를 시작했다.
"어, 너 치료 마법 쓸 수 있었어?"
"...마법 아니고 능력이에요. 애초에 제 능력은 치료 능력이니까요."
"뭐?"
얘 검 쓰는 딜러 아니었어?
애초에 각성자 등급도 전투력으로 나눈다며, 그럼 힐러인데 B급이었다고?
"제몸을 치료하면서 강제로 신체 스펙을 무시하고 싸우는 것이 제 싸움 방법이에요. 당시에 연구를 많이 했었죠."
"...대단하네."
자신이 가진 것이 회복 능력임에도, 당장 전투 인력이 필요했기에 어떻게든 써먹을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고 했다.
-오....
- 이런거 보면 능력도 활용하기 나름이네
- ㄹㅇ심플월드도 그랬지
- 최고의 힐러는 적을 다 때려죽이는 것
- ㄹㅇㅋㅋ
- 그런게 가능하네
- 몬가 슬프네
다슬이의 능력 덕분에 금방 몸이 나아졌다.
다슬이는 내가 어지럽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는지 찬장에서 초코바도 꺼내줬다.
"아, 달다.... 고마워, 좀 살겠네."
"뭐 때문에 이렇게다쳤어요? 침식은요?"
"성공적으로 정화했어. 여기 마력 심장."
"고생하셨어요. 너무 무리한 건 아니죠? 어? 뭐야 이거?"
아, 저거 A급이었지.
마력 심장의 정보를 확인했는지 경악하는 다슬이의 반응에, 뭔가 부끄러워져서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