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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화 〉22장 - S급은 사드세요 제발(3) (120/182)



〈 120화 〉22장 - S급은 사드세요 제발(3)
"나는...."

[당신은 역할 '강유라'를 부여받았습니다.]

"유라, 강유라라고 해."

무슨 생각을 하고 내뱉었는지는 모르겠다.
시스템이 알려줬으니 이 이름이 맞겠지 하고 질러본 느낌이었다.

"언니는 승아를 공격하지 않을 거야?"
"...그야 당연하지"
"하지만 방금 그 사람들은 승아가 가진 것들을 빼앗으려고 했어."
"그 사람들은 욕심쟁이인가 봐."

아직 아무것도 때 묻지 않은 승아의 모습에 목이 멨다.
내가 말없이 계속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죽일 생각이 없었는데. 그 사람들이.... 승아는 괴물이 아닌데...."
"그래. 승아는 괴물이 아니야.  사람들이 나쁜 거야."

뭔가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적절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손에 타로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타로에 일을 떠넘기는 거려나?'

나는 무서웠다.
상처받아있는 그녀에게 무언가 조언을 하는 것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내 조언이 오히려 그녀에게 추가로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 계속 고민이 되었다.

"승아는 괴물이 아니야. 괴물은 사람을 죽이면서 슬퍼하지 않거든."
"...응"

왜 이렇게 사람 하나의 목숨에 벌벌 떨던 아이가 그런 살인마가 되었을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단 자리를 피하자. 괴물들이  냄새를 맡으면 쫓아올지도 몰라."
"...응"

혹시나 해서 마력을 끌어올려 봤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건 강유라라는 사람의 몸이 마력이 없어서 그런가?

'미각성자라는 소리네.'

지금 사용하는 몸의 주인인 강유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승아가 나를 불렀다.

"유라 언니."
"응?"
"언니는 제가 무섭지 않아요?"
"네가 왜 무서워."
"하지만 승아는 이상한 힘이 있어요. 괴물도 죽였는걸?"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건 나쁜 힘이 아니야."
"나쁜 힘이 아니야?"
"응. 괴물들에게서 사람들을 지켜주는 힘이지."

리트라이에서의 각성 능력이나 마력은 그런 의미였다.
사람들을 지키고 자기 자신을 지키는 힘.
최소한 내가 이해한 것으로는 그러했다.
그렇기에 예성고등학교의 모두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비각성자들을 지켜왔겠지.

"승아는 그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없는 사람들을 지켜줘야 해."
"응? 우웅...."
"일단 언니부터 지켜주면 되겠네? 언니도 힘이 없으니까."
"응!"

죽음이 가득한 거리를 살아가면서도, 승아는 금방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게 왠지 내 영향인 것 같아서 조금 기뻤다.

"이게 게이트구나."
"게이트?"
"괴물들이 나오는 곳을 침식, 침식되기 전을 게이트라고 해."
"그럼 나쁜거야?"
"응, 괴물들이 사는 곳이야."

결국, 이 수많은 게이트가 문제였다.
그나마 침식이 적은 곳으로 거처를 선정했지만, 그래도 게이트만큼은 아주 많았다.

'지금은 괜찮지만, 결국해결을 미뤘을 뿐이네.'

하지만 게이트를 해결하자니 비각성자인 상태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제한적이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승아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마음에 걸렸다.

"언니, 역시 승아가 게이트를 해결하는 게 맞지 않을까? 언니도 내 힘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잖아."
"......."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에 익숙해진 승아는 자기 자신이 게이트 공략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나는 차마 말릴  없었기에 그녀를 응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C급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고생했어. 우리 승아 엄청나게 강해졌네."
"헤헤...."

승아는 F급부터 천천히 공략을 시작했고, 이제는 C급 게이트까지는 어렵지 않게 해결했다.
자연스럽게 게이트가 줄어들기 시작한 이 근처는 안전지대가 되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면 여기 D마트를 기점으로 잡죠. 게이트를 발견하면 등급이랑  표기해서 보고해주시고요."

그리고 그 구심점은 당연하게도 우리였다.
나는 어설프게나마 예성 고등학교의 시스템을 따라 운영을 시작했고, 승아는 주변의 게이트를 정리하며 B급 게이트도 해결할 수준이 되었다.
아직도 그녀가 예비 각성 상태라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장이었다.
승아는 빨리 A급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에 최종 각성을 하길 원했지만, 그녀의 각성은 계속해서 미뤄졌다.

"아, 큰일이네.... A급 게이트 하나 있는 거 이러다 침식되는  아니야? 골치 아픈데."
"너무 걱정하지 마. 애초에 침식이 된다고 해도 바로 A급 몬스터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우리가 운영의 안정화에 힘쓰던 도중에 주현씨에 관한 소식이 들려왔다.
최초의 S급 각성자에 대한 소문이었다.

'결과를 알고 있다는 게 오히려 독이네.'

그의 실패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관련 소식에 모두가 기대할 때마다 초를 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그것이 이미 실패가 예정된 희망이라고 해도, 그것조차 없으면 앞을바라보고 힘든 사람들이었다.

[몰입도가 추가로 상승합니다. 시간의 소모량이 소폭 증가합니다.]

"언니, 또 일하다가 잠든 거야?"
"아, 승아야....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워낙 많아야지. 혹시 약탈자일지도 몰라서 꼼꼼히 살피고 있었어."
"좀 쉬면서 해. 이러면 맡긴 내가 더 미안하잖아."
"하하, 맨날 죽을 각오 하고 게이트 들어가는 승아에 비하면 천국이야."

거짓말이었다.
매번 승아를 보낼 때마다 그녀가 잘못될까  무서웠다.
차라리 내가 각성을 해서 강해진다면 좋겠다는생각을 매일 했다.
일도 사실 다른 사람을 시키면 되겠지만, 일에 집중해서 그런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서 더 많이 떠맡았다.

"말도 마세요. 저희가 하겠다는데 끝까지 고집불통이라니까요. 저러다 쓰러지실까 봐 걱정이에요."
"그건 수연씨가 호들갑인 거야. 나 아직 괜찮거든? 그래서 침식은 어땠어?"
"소문이 정말이더라. 덕분에 무사히 공략했어. 기록상으로는 이게 C급이었지?"

이제까지 침식의 공략 방법은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매번 방치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공략 방법에 대한 소문이 돌았는데, 그것이 정말이었던 모양이었다.

"다행이네. 그럼  확장할 수 있겠네?"
"응, 주변 몬스터만 다 정리하면 괜찮을 것 같아."

그리고 침식이 해결된다는 것은 인류가 기존의 생활 반경을 되찾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확실히 이런 느낌이면 금방 게이트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아, 그리고 그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인천에서 강주현이 사람 모아서 S급 게이트 공략에 들어갔다는 소식. 진짜 이러다 게이트 다 정리하고 인류가 이길지도 모르겠네."
"아, 그거...."

나는그녀가 실패할 공략에 너무 많이 기대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어? 어라?

'나는 왜 그 공략이 실패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마치 실패하는 미래를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런 생각을 했다.
뭔가 이상했지만 당장 서울의 일에도 정신없는 와중에 거기까지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이후 우리들의 세력은 근방에서 꽤 안정화된 곳으로 유명해졌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만큼 나쁜 녀석들도 자주 꼬여 들었다.

"잠깐만 정한구 이 사람 저번에 실종되었다고 했지?"
"네. 갑자기 사라져서 이상하다 싶었어요."
"망할. 지금 빨리 문 닫으라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폭음이 울렸다.
정한구라는 사람의 사진을 신규 약탈자 목록에서 찾아낸 직후의 일이었다.

"승아야 미안."

그 약탈자들은 모두 승아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각성자들은 괴물로부터 사람들을 지킨다. 그리고 그 괴물에는 같은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정말 미안. 이런 걸 시키고 싶지는 않은데."
"아니야 언니, 모두를 지키려고 하는 거잖아. 그리고 나 각성했어."

다행히 기뻐할 만한 소식도 함께였다.
오랫동안 시간을 끌던 승아의 고유 능력이 정해졌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얻은 능력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의 능력이었다.

[고유 능력: 죽음의 수확자
자신이 죽인 대상의 마력이나 신체 능력의 일부를 강탈한다. 낮은 확률로 고유 능력을강탈한다.]

인간을 죽여서 강해진다는 무시무시한 능력이었다.
나는 그녀가 각성했다는 사실 자체를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덮었다.

"승아야. 넌 각성하지 못한 거야. 이 능력은 모두에게 비밀이야."
"응."
"그리고 절대로  능력 때문에 사람을 죽이면 안 돼. 너를 죽이려고 다가온 사람이 아니면 죽이면 안 되는 거야."
"알고 있어. 승아는 괴물이 아니니까."
"그래. 승아는 사람이야. 사람은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거야."

승아가 착한 아이라서 다행이었다.
저런 능력이 나쁜 이에게 생겼다면 한바탕 난리가 났을 터였다.
그 이후로 승아는 A급에 도달했고, 자연스레 우리의 공략 대상은 A급 침식까지도 들어갔다.
그리고 그걸 말리지 못한 것이 내 가장 큰 실수였다.

"실패했습니다."

승아와 함께 공략에 나섰던 각성자가 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도망치기는 했지만, 승아가 깨어날 기미가 없다고 했다.

"승아야...."

며칠이 꼬박 지나도 깨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는 승아의 상태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렇게 내가 매일 승아의 침대 앞에서 기도하던 도중에 일이 터졌다.

"이쪽으로 대량의 난민이 접근 중이랍니다!"

'말이 난민이지, 이 숫자에 다수의 B급까지.... 약탈자나 다를 바가 없잖아?'

"저거 대체 뭐야? 다  여기까지 온 거래?"
"S급 게이트 공략에 실패했답니다. 침식화가 되지는 않았는데 일부 몬스터를 뱉어내서 도망쳐 왔다는 모양이에요."
"미치겠네."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난민을 받아줬는데, 추가로 들어온 소식이  절망적인 내용이었다.

"몬스터가몰려왔다는 건  뭔 소리야!"
"그, 앞쪽 난민들은 따돌렸다고 생각했답니다. 근데 후속 난민들을 따라서 올라오고 있다는 모양이에요."
"...닫아"
"네?"
"마력 방어막 켤 수 있지? 닫자."
"하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난민들도 있고...."
"지금 이대로 난민에 몬스터들에 뒤죽박죽되면 우리 다 죽어!"

판단 자체는 정확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매번 문제가 되는 것은 최선의 판단을 넘어서는 현실이었다.

"마력 방어막  무너집니다!"
"전열 가다듬어! 열리자마자 화력 쏟아!"

우리는 결국 남은 난민들을 포기하고 문을 걸어 잠갔다.
하지만 난민들이 포기하고 다른 쪽으로 갔음도 방어막을 눈치채고 남은 몬스터들이 문제였다.

"이게 어떻게 지나가고 남은 잔여물이냐? 장난쳐?"

결국, 우리가 고생해서 일군 이곳은 몬스터들에게 짓밟히기 시작했다.
도망치고 싶어도 근처에 몬스터가 빼곡해서 갇혀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건물 안으로 진입했어요!"
"망할! 빨리 대응해!"

몬스터를 막아내던 각성자들이 하나둘 죽고, 이제는 몬스터들이 마트 안쪽까지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찾았다."

나는 그 와중에도 승아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침대에 눕혀진 상태의 승아를 안아 들고는 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옥상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나?'

사실 이미 틀려먹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승아가 깨어날 시간을 주고 싶었다.
승아는 깨어난다면 승아 혼자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여기서 유일하게 저 몬스터의 파도를 버텨낼 수 있는 아이였다.

"승아야. 제발, 너라도...."

옥상에 도착했지만 몰려드는 몬스터를 막아낼 수가 없었다.
하긴 나는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마력 하나 다루지 못했던 무능력자니까.

'비각성자를 넘어 무능력자치고는, 확실히 오래 살긴 했지.'

몬스터가  복부를 찔렀다.
음, 이런 상황까지 되었는데도 미련을 못 버리겠다.
혹시 지금이라도 승아가 깨어나면....

"언니!"

그리고 그때 기적처럼 계속 누워있던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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