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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화 〉22장 - S급은 사드세요 제발(4) (121/182)



〈 121화 〉22장 - S급은 사드세요 제발(4)

뭐지? 환청이 들리나?
아까 다친 것이 원인인지 어질어질한 감각 속에서 승아가 몬스터들과 싸우는 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아, 승아가 깨어났구나.
다행이다. 승아가 살 수 있었다면 그나마 만족할  있는 결과였다.

"언니, 언니! 피가.... 이럴 땐 어떻게 해야? 치료 마법? 누가, 누가 좀...."
"승아야, 나는 괜찮아. 빨리 도망쳐."
"무슨 소리야. 뭐가 괜찮아? 기다려, 누군가 치료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사실 나라고 해서 왜 욕심이 나지 않겠는가.
나도 계속 살아서 승아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염치없지.'

거기까지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승아가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하늘에게 감사했다.

"새하얀 별빛이...."
"뭐 하는 거야! 상처가 벌어지잖아!"
"이 아이에게 비추니. 주여,  아이를 따스한 잠에 빠지게 하소서."

평소에 승아가 잘 때마다 불러줬던 자장가였다.
불안해 보이는 그녀를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해주고 싶었다.

"제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아무도...."

승아가 몬스터를 정리하며 거점을 둘러봤지만, 생존자는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게도나를 치료해 줄 다른 각성자도 만나지 못했다.

"주여, 이 아이를 따스한 잠에 빠지게 하소서."
"언니, 제발...."
"미안해. 승아야.  언니가 못난 탓이야."
"죽으면 안 돼! 언니까지 죽으면 승아는...."

아, 나는 끝까지 이 아이에게 나쁜 추억을 주고 가는구나.
정말이지 못난 사람이다.

"승아야. 내가 못난 언니라서 미안해."

점점 시야가 어두워지고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했다.
고맙다는 말도 해야 하는데, 더는 입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끝까지 이 아이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채로 끝을 맞이했다.

[몰입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허억, 허억...."

찌르는 듯한 두통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방금까지 마치 내가 강유라였던 것 같았다.

"뭔 이런 특성이 다 있어."

마치 꿈이랑 비슷했다.
조금 전까지는 내가강유라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으니까.
특성의 설명 그대로 기억을 체험한 느낌이었다.

"...승아야"

나, 아니 강유라의 시체를 안은 채로 오열하는 승아의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이제 그녀에게 손을 가져가도 그대로 통과할 뿐이었다.
이번 일이 일어난 원인을 모두 파악하게 된 승아는 뭔가 결심한 듯이 이전 거점으로 돌아왔다.
정확히는 유라의 시체를 묻어둔 임시 무덤이었다.

"유라 언니, 난 괴물이  생각이야.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면, 모두를 죽인 괴물들에게 복수할 수 있겠지."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은 승아는 그 이후로 약탈자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죽이고 죽인 끝에서울과 인천에 있던 약탈자의 씨가 말랐다.

"아직 부족해. 조금만  모으면 S급에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러 사람의 기술을 모아서 전투에 활용하고, 심지어 마력을 흡수해서 근본적인 스펙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아직 S급에는 닿지 못했다.

"부족해. 약해빠진 약탈자만 사냥해서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어...."

점점 그녀가 강해질수록 약한 각성자를 잡아서 얻는 효율이 낮아졌다.
최소 B급 이상을 죽여야만 강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수도권에는 높은 등급의 약탈자는 잘 없었다.
최근까지 인류의 승리에 희망을 걸고 힘을 키워나갔던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었다.

"난 이미 괴물이야. 괴물은 괴물만이 아니라 사람도 습격할 수 있어."

그녀는 처음으로 아무런 죄가 없는 곳을 습격해서 사람들을 죽였다.
정확히는 B급 이상의 각성자만 죽이고, 통신 관련 장비만 모두 작살을 냈다.

"욱, 우욱...."

승아도 처음에는 죄가 없는, 오히려 영웅이라고 불릴만한 이들을 죽였다는 것에 굉장히 괴로워했다.
심지어 자신 때문에 몬스터에 대한 대비가 힘들어진 거점의 남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며 울기도 했다.

"미안하지만 승아를 위해 죽어줘."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익숙해졌고, 이제는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 기계적으로 살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인천은 여기서 끝인가?"

그녀가 인천의 각성자들을 모두 정리한 이후에 서울로 향하는 장면에서 조금씩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특성: 기억 속을 거니는 자(S)가 동작 중입니다. 현재 소모한 시간: 1147]

'꽤 많이 소모했네.'

아마 적당한 부분에서 끊어내지 못한 것이 문제였던 모양이다.
이거 매번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패가망신 당하겠는데?
그나마 최근에 후원받은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 얀별님 괜찮음?
-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ㄹㅇ억지로 죽이지 않아도 될텐데
- 힘들면 다른 사람이 죽이지 않을까?
- ㅠㅠㅠ
- 근데 진짜 너무 사람 같으니까 힘들긴 할듯
- 교주님?

그리고 시야가 되돌아오자 눈에 들어온 것은 체념한 표정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승아의 모습이었다.
지금이라면  표정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이미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러니까 괴물인 자신이 사람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웃기고 있네. 이 멍청이가.'

사람 바보 만드는 꼴도 적당히 해야지.
강유라가 승아가 살아남길 바랐던 건 이렇게 되길 원했던 것이 아니었는데.
나는 조용히 무기를 이루던 마력을 되돌렸다.
그리고 조용히 쓰러져 있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새하얀 별빛이  아이에게 비추니."

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승아의 눈이 믿을  없는 것을  사람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아, 아...?"
"주여,  아이를 따스한 잠에 빠지게 하소서."
"유라, 언니?"

나는 승아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의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시 자장가를 입에 담았다.

"주여,  아이를 따스한 잠에 빠지게 하소서."

승아는  울음을 터트리더니 나에게 안겨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연약한 주제에 자신이 강한 척하면서 복수를 하기 위해 범죄의 길을 걸어왔던 것이었다.

"승아야. 이건 그런 식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야. 너도 알고 있잖아. 착실히 단계를 밟으면 그런 능력에 기대지 않아도 S급이 될 수 있어."
"나는, 나는...."

- ?
- 머야 왜 울어
- 노래 머임
- ?????
- 뭐가 어떻게  건데
- 누가 설명좀;
- 진짜 뭐가 어떻게  거야?
- 어캐했누
- 갑자기 먼 상황임???

"이제부터는 착실하게 강해지자. 그럼 되잖아. 이미 저지른 죄는 돌이킬 수 없겠지만, 그 죗값을 치르는 의미로 더 많은 사람을 구하자."

그 뒤에 내가 다시 불러준 자장가에 맞춰서 승아가 잠들었고, 일단은 그녀를 학교 안으로 옮겨서 눕혔다.
아까 다슬이에게 치료를 받았는지 반대편에 누워있는 세랑씨의 팔이 멀쩡했다.
세랑씨 쪽도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네

"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저거 저러다 깨어나면 다시 난리 치는 건 아니죠?"
"그건 모르겠네요."

시청자들도 예성고의 사람들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궁금해했지만, 나는 이걸 어떻게 설명할지 자신이 없었다.

"마법 비슷한 거예요. 교감? 하여튼 그런  있어요."

- 그게 뭔데 씹덕아
- 그런 마법이 어딨어
- 전에 비슷한 게 있긴 했는데
- ???먼소리지
- ㄹㅇ먼소리지
- 아ㅋㅋ암튼 그런게 있다고
- ㄹㅇㅋㅋ

그럼 내가  초능력이나 마찬가지인 특성을 어떻게 설명하냐고.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마법이라고 우기는 수밖에는 없었다.

['시련발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때  시아 구할때 쓴 거랑 비슷한 건감?

나는 그게 그럴듯한 생각이라고 생각해서 일단 채팅방에 긍정의 답을 남겼다.
확실히 그렇게 우기면 그럴듯하네.
그때랑 좀 비슷해 보이긴 하겠다.

"저아이도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나 봐요. 그런데 S급 게이트 공략 실패 사건으로 서울에 몬스터가 몰려든 적이 있었죠?"
"아, 네."
"그때 혼자 살아남고, S급 게이트에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눈이 멀어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닌 모양이에요."

용서받을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녀가 더는 누군가를 죽일 생각이 없다면 죽여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승아 정도면  높은 수준의 전력이야. 써먹을 가치가 있어.'

복잡하게 말했지만, 그냥 내가 승아를 죽이고 싶지 않다는 소리였다.

'내가 그러고 싶은 걸 어떻게 하겠어.'

게임 플레이는  방송의 일부고, 나는 원래부터 내가 하고 싶은 방송을 하는 파였다.
이게 내가 선택한 방향성이었다.

- 오....
- 그래서 안죽이는거죠?
- 왜안죽임?왜안죽임?왜안죽임?
- 뭔가 하긴 했나보네
-  사이에 대체  한거지
그래서 아까 뭐 한거에요
 답답해ㅋㅋ

"아, 그래. 솔직하게 말할게요."
"네?"

방송 때문에 내가  소리로 이야기하자 다슬이가 화들짝 놀랐다.
내가 너무 텐션을 올렸나?

"그냥 제가 살리고 싶었어요. 솔직히 죽이지 않을 수 있다면 그거보다 좋은 게 어딨겠어요."

- ㄹㅇㅋㅋ
- 그게 이 방송의 초심이긴 하지
- 천마! 천마!
- ㄹㅇ불살이 이 방송 초심맞지
-
- 처신잘하라고ㅋㅋ
- 교주님이 그렇다면 그런것
- 방장님 하고 싶은 거 다해!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다.
 와중에도 누가 끝까지 뇌절을 했는지 티아에게 채팅을 차단당했다.
뭔가 불쌍해 보여서 차단은 내가 풀어줬다.

"후, 이제 좀 쉴 수 있겠네."

가능하면 큐브를 나가볼까 했는데, 잘 생각해 보니까 승아에 대한 건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그것도 힘들겠네.

'아직 접속 최대치는 여유가  있으니까 참아야지.'

큐브 밖으로 나가지는 않더라도 슬슬 휴식을 취하긴 해야 할 것 같았다.
솔직히 지금 너무 피곤했다.

"그럼 저는 이만 제 방에서 쉴게요."

아마 오늘 연속으로 어려운 전투를 반복하고 심지어 특성으로 체감상 긴 시간을 체험한 탓인 것 같았다.
로그아웃은 못 하더라도 좀 앉고 싶다.

"네, 언니 들어가서 쉬세요."

방에 들어가자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길게 심호흡을 했다.
이제 좀 살겠네.

- 오늘은 여기서 끝인가요?
- ㅇㅂㅇ
- ㅠㅠㅠㅠ
- 여기서 끝인가요?
-  방금 왔는데
- ㅋㅋㅋㅋㅋㅋ
- 설하

"설화님 뭘 방금 왔는데에요. 그러게.... 피곤하기는 한데 여러분이랑 놀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네요."

워낙 오늘 정신이 없었던 터라 오로지 방송 타임으로 힐링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럼 오늘은 대화 모드 좀 하다가 꺼야겠다.

"대화 모드 조금만 하죠. 대신 리트라이 관련된 내용은 금지. 너무 지쳤어요. 쉴래...."

- ㅇㄱㅇ

영상 후원해도 되려나
-  맞다 후원 해야지
- 지금이다
타이밍이다 타이밍

['설화월화'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얀별님놀아주세요얀별님놀아주세요얀별님놀아주세요얀별님놀아주세요얀별님놀아주세요얀별님놀아주세요

"뭐야 악질이네. 티아야 제압해."

- ?
- ㅋㅋㅋㅋㅋㅋㅋ
- 악질 설화 쳐내
- 그 와중에 티아가 밴 안하는게  웃김ㅋㅋㅋ
- 이게 인공지능??
-  이럴때마다 티아가 무서워
나중에 독립해서 스트리머 한다고 해도 믿을듯
- ㄹㅇㅋㅋ만 치라구

근데 놀아달라고 해도 나는 리트라이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힘들다.
솔직히 재미를 떠나서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봐 나가질 못하겠어.

'플레이어 배려라고는 쥐뿔도 없는 게임 같으니라고.'

['냥냥하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큐브온 영상)

"후원 감사합니다. 어 뭐야 단팥이다."

수증님이 키우는 고양이인 단팥이었다.
냥냥하다는게 고양이 영상 보냈다는 뜻이었구나.

- ㄱㅇㅇ
ㅁㅊㄷㅁㅊㅇ
- 귀여워
- 단팥이 ㄹㅇ  귀여워
- 먹으려고 난리치는거봐ㅋㅋ
- 나만고양이없어

「어이구 먹고 싶어? 알았어, 알았어.」

먹이고 있는 건 츄르 같은데, 여기서도 이름이 같은 건지는 모르겠다.
츄르는 상품명이었던 걸로 기억해서 이 세상에서는 내가 아는 이름과 다를 수도 있었다.

"그 와중에 수증님까지 귀엽네. 영상 파괴력 미쳤다."

영상 후원도 잠시 보고, 시청자들과 요즘 일들에 대해서 수다를 떨다가 천천히 방송을 종료했다.

"어우, 재미는 있었는데 겁나 피곤하다."

[방송으로 14시간이 추가됩니다.]
[팔로워 보상으로311시간(3118명)이 추가됩니다.]

"이제 자야겠네."

솔직히 지금 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에는 내가 너무 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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