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23장 - 어리석은 광대의 기도(5)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녹스 개발 1팀 소속 류진화입니다."
갑자기 녹스에서 전화를 걸 거라곤 예측하지 못해서 조금 당황했다.
무슨 일이지?
"지금 방송 중인데, 목소리 나가셔도 괜찮나요?"
"네, 알고 전화했습니다. 지금 홈페이지에 올릴 공지사항도 작성 중이고, 광고도 제작 요청 넣었으니까 상관없을 거예요."
"광고요? 설마 출시일 잡혔나요?"
“아니요. 아직 그 단계는 아니고, 클로즈 베타 테스트 일정이 정해질 것 같아서요."
정해질 것 같다는 건, 아직 일정을잡으려고 회의 중이라는 소리인가?
- 클베고 뭐고 해명해
- 스토리 해명해라ㄹㅇ
- 심플월드를 다 죽이는 건 에바지
- ㅠㅠㅠㅠㅠ
- 해
- 명
- 다시 생각해도 화나네
- 해
"죄송한데, 지금 시청자들이 심플월드 문제로 불타고 있어서요. 그거부터 짚고 넘어가 주실 수 있을까요?"
나야 대충 상황을 이해한 상태이지만, 시청자들은 리트라이의 정체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어서 더 화가 났을 터였다.
"아, 일단 심플월드 편입 부분에 설명이 부족했던 점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다만 이미 정해진 스토리라서 스포일러라는 이유로 유출을 할 수 없었습니다."
"지ㄹ.... 후, 아닙니다."
화가 나서 선을 넘을 뻔했네.
그는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 쏟아냈다.
"그래서 클베 일정은 무슨 말이죠?"
"하얀별님의 스킬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성공적으로 심플월드 편입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잖아요?"
"그렇죠."
"따라서 그것에 클베 일정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심플월드가 편입되는 거랑 클로즈 베타 테스트 일정이 무슨 상관이야?
"그게 상관이 있어요?"
"네, 지금 진행하시는 EX급 심플월드 게이트를 클리어하시면, 그것과 동시에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건 또 뭔...."
"저희는 테스트 일정도 진행 스토리에 맞춰서 하나씩 진행할 생각이거든요. 즉, 심플월드 스토리가 모두 진행되면 클로즈 베타 테스트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진행 스토리에 맞춰서? 설마 클베랑 심플월드가 관련이 있다는 소리예요?"
"네, 있습니다. 이번 클로즈 베타 테스트의 대상자가 심플월드에서 한 번이라도 레벨 100에 도달한 적이 있는 플레이어 전원이거든요."
"어?"
- 오?
- ㄹㅇ?
- ?????
- 그럼 기존 유저 전체네
- ㄹㅇ 레벨이 기준이면 전부 다네
- 찍먹만 한 사람 아니면 다인데?
- 엥?
- ㄷㄷㄷㄷㄷ
그런 방향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기존 심플월드 유저들로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심지어 그 시작 조건이 내가 심플월드 게이트를 깨는 거고?
“이게 뭔."
물론 리트라이가 특수성이 있는 게임이라서 일정을 마음대로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테스트도 이런 과정을 요구하는 거야?
- ?
- 네?
- 심플월드가 해방되면 베타 테스트도 열린다고?
- 오우쉣ㅋㅋㅋ
- ㄴㅇㄱ
- 진짜 컨셉에 미친 회사
- ㄹㅇ베타 일정까지 스토리에 연계하려고 하네
- 에반데
- ????
- 녹스는 진짜 이해할 수가 없다
- 아니ㅋㅋ
"그래서 하얀별님이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방향으로 광고를 내보려고 합니다. 광고에 그런 부분을 넣어도 될까 해서 연락을 드렸어요."
"진짜 돌겠네."
그 와중에 든 생각은, 이렇게 되면 탑 공략이 끝나는 순간 아르카님이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시청자들이 게임에 들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광고비도 주시나요?"
"당연하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돈은 받아야지
- 유료 광고 포함
- 바로 앞광고로 전환ㅋㅋㅋ
- 돈미새
- ㄹㅇㅋㅋ돈은 받아야지
- 무료 광고에서 유료 광고로ㅋㅋ
- 사실상 녹스 파트너
"아, 돈미새라니. 광고에 나오는 건데 출연료는 받아야지."
“맞아요. 이건 당연한 겁니다. 소스는 그냥 다시보기 채널 것 가져다 써도 될까요?"
"네, 계약서 써서 보내주시면 방송 끝나고 검토해서 답 보내겠습니다."
이런 부분은 철저히 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도 나와 생각이 다르지않은지 빠르게 진행을 해주셨다.
"하여튼 시청자 여러분들, 그리고 기존 심플월드 유저 여러분들. 다들 하얀별님의 공략 성공을 기원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얀별님이 실패하시면 클베 일정도 밀리거든요."
그는 거기까지 이야기한 후에 전화를 끊었다.
- 부담감1억배
- 하얀별!하얀별!하얀별!
- 일정을 테스터한테 맞기는 회사가 있다?
- ㅋㅋㅋㅋㅋㅋㅋ
- 녹스는 진짜 하루라도 또라이 짓을 안하면 못사나봐
- 진짜 상상도 못했네
- 이게 뭐냐고ㅋㅋㅋ
- 실패하면 또 채팅방 터지겠네
- 진짜 미친놈들
['시련발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아 ㅋㅋ힘내세요
['소연율'님이 100시간을 후원합니다.]
- 가즈아아아!! 하얀별님!
"부담감 미쳤네. 소중한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잘 쓰겠습니다."
정신 나갈 것 같아.
원래도 무조건 깨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그걸 넘어서 실패하면 큰일이 나겠는데?
'그리고 자연스럽게 넘어갔지만, 이러면 EX급 게이트는 클리어하면 사라지는 대신 게이트 밖이랑 연결되는 게 오피셜이 되었네.'
게임 내에서 소문으로 들은 것이라 확정 사항이 아니었지만, 방금 편입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이제 거기까지는 확실하다고 판단해도 문제없을 것 같았다.
['아르카최고당'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어휴 미친
"아, 아르카최고당님도 만원 감사합니다. 아니 진짜 이렇게 되는 건 예상도 못 했는데. 이러면 최대한 빨리빨리 진행해야겠네요?"
물론 그렇다고 조급해져서 상황을 망치는 건 조심해야겠지만.
아, 맞다.
나 아르카님이랑 대화 중이었었지?
"죄송해요. 아르카님. 전화 받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서요."
"괜찮아요. 그런데 무슨 전화에요? 뭔가 묘한 이야기를 하시던데."
아르카님은 지금 상황을 모르니까 방금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웠을 터였다.
심지어 통화 내용은 나랑 시청자들에게만 들렸으니까.
"다시 여기에 유저들이 들어올 수 있는 일정이 들어왔어요."
"네?"
"탑을 깨야 다른 유저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생긴다는 건 아시죠?"
"네, 그래서 탑 공략에 자원한 거고요. 유저들이 들어와야 제가 방송을 복귀할 수 있으니까요."
“탑을 깨면, 그 이후에 유저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생기는 거였지 언제 그게 진행될지는 모르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방금 탑을 클리어하면 바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는 소식을 받은 거예요."
"진짜요?"
"네. 이제 저희는 탑 공략에만 집중하면 될 것 같아요. 탑 공략만 끝내면 정말 깨끗하게 해결이에요."
내 설명을 들은 아르카님의 표정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솔직히 나도 방금 전화를 받은 덕분에 마음이 편해진 부분이 있었다.
클리어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늘어났지만, 혹시 클리어하더라도 아르카님이 다시 방송을 시작하는것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어떡할지에 대한 고민은 줄어들었으니까.
"아, 상황이 갑자기 이렇게 돼서 물어보는 걸 잊고 있었네요. 아르카님은 능력 어떤 것 가지고 있으세요?"
나는 리트라이 출신 캐릭터라서 각성 능력 하나 말고는 능력이 없지만, 심플월드의 플레이어나 NPC는 종족별로 2종류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아, 적어뒀어요. 드릴게요."
나는 아르카님이 건네준 종이를 천천히 살피면서 포지션을 구상해보기시작했다.
[예민한 감각
신체의 감각이 민감해진다. 마력을 소모하여 추가로 감각을 강화할 수 있다.]
[함정 전문 장인
함정을 직접 제작하면 임의의 약화 효과가 추가된다. 마력을 소모하여 약화 효과의 종류를 고정하거나 효과의 수준을 상승시킬 수 있다.]
"색적류 스킬이랑 함정 제작?"
그러고보니 아르카님의 종족인 베스가 능력 라인업이 이런 느낌이었지.
하나는 근접 전투에 도움이 되는 것, 다른 하나는 제작 계열이 나오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감각은 전투 계열 스킬이겠고, 함정은 제작 계열이네.'
다만 이렇게 조합되면 오히려 다른 게임에서의 도적에 가까운 느낌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을 색적하고 함정을 깔아서 파티 안정성을 높여주는 것이니까.
"아무래도 후방 지원에 가까운 느낌이네요."
그리고 워낙 두 개의 스킬 모두가 파티 영향력이 높아 보이는 것이라서 도움이 될 가능성이 컸다.
물론 둘 중 어느 쪽을 아이템으로 더밀어줄지는 고민해 봐야겠네.
"좋은데요. 능력은 많이 써보신 편이에요?"
"방송 시작하기 전에는 이거 없이는 못 살았으니까 그럭저럭 숙련도는 높아요. 방송 시작한 이후로는 써본 기억이 없네요."
['아르카최고당'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아 예전엔 많이 썼겠지ㅇㅇ...
"많이 쓰셨다고요?"
감각이야 상시로 발동하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함정 제작을 자주 사용했다고?
"뭐, 그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방송하기 저에는 꽤 다사다난한 인생을 살았거든요. 나중에 새싹 위키라도 읽어보세요. 거기 정리되어 있을 테니까."
"아, 그럴게요. 근데 색적 스킬이 있는데 왜 제가 방어 쳐들어가서 납치할 때까지 모르신 거예요?"
"감각 예민하면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짜증이 나거든요. 그래서 아르카단이 집 지어줄 때 둔감하게 해주는 마법을 설치해줬어요."
하긴, 집에 틀어박혀서 방송이나 하고 있는데 몸이 민감하면 많이 짜증 나겠지.
나도 몸이 민감한 편이라서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아예 능력이니까 나보다 더 심하겠지.'
그래서 시청자들이 그런 그녀가 편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서 집을 지어준 모양이었다.
"일단 장비는 더 알아봐야겠지만, 포지션 자체는 괜찮을 것 같아요."
색적을 통한 서포팅도 중요하지만, 잘 활용하면 함정을 사용한 서브딜이나 디버퍼 역할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레나님은 탱커 포지션이었다.
그럼 내가 딜러를 맡으면 기본적인 구성은 가능해지겠네.
"이건 클리어 영상을 좀 봐야겠다."
가장 큰 문제는 힐러가 없다는 부분이었다.
힐러를 따로 구해서 추가하던가, 아니면 힐러 없이 충분히 공략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겠지.
'결국 결과적으로는 풀파티인 5명을 모두 모아야겠지만....'
다만 낮은 층들의 공략을 서두르려는 이유가 있었다.
몇몇 고성능 장비를 얻는 던전들이 탑에 존재하기 때문에 탑을 클리어해야 파밍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아르카님 덕에 소모품은 전 파티원이 해결이 가능할 것 같고."
결국 여기부터는 부위별 장비 아이템과 무기를 구하는 것이 문제였다.
파티원 전원이 최소 동화급, 가능하면 준신화급으로 도배하지 않으면 공략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다.
['포카버터칩'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나도 도와줄게
"아, 포카 땡큐. 진짜 도움 많이 될 것 같아."
내가 심플월드 공략파라고 해도, 후반 부에 합류한 만큼 가장 아는 것이 부족한 편이었다.
포카는 앞 층들을 클리어한 장본인이기도 하니까 포카가 도와주면 도움이 많이 되겠지.
"하여튼 공략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는 제가 더 알아볼게요. 아르카님 감사합니다. 다른 파티원도 최대한 구해봐야겠어요."
레나님까지 합류한다고 치면 지금 파티원은 총 3명이었다.
자리가 비면 그만큼 공략 난이도가 상승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도 다 구하는 편이 좋겠지.
['프로젝트아르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선생님 사장님 집 옆 창고에 금고 좀 열어보세요. 비번은 아바르보카 에요.
- ? 이걸 알려주네
- 알려줘도 되는 것 맞음?
- 아동부 금고 아닌가
- 비번이 아바르보카였다고?
- ㅋㅋㅋㅋㅋㅋㅋ
- 계정 창고가 아니라 저런 시설에 넣어둔 건 쓸 수 있겠네
- 아동부! 아동부!
- 아 맞네 아동부가 이시절에 씹고인물이었지
아동부, 아마 아르카 노동부의 약자일 터였다.
큐브온의 편집자나 썸네일러들이 모여있는 팀이라고 보면 생각하면 되겠지.
"아동부도 지원해 주시는 건가요?"
['프로젝트아르카'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우리 사장님 좀 부탁드립니다. 진짜 기다리고 있어요.
“좋은 직원분들을 두셨네요. 아르카님."
"네, 진짜 너무 좋은 사람들이에요. 가끔은 미안할 정도라니까요?"
부러울 정도로 좋아 보이는 관계에 나까지 가슴이 따뜻해졌다.
심지어 심플월드 섭종하고 시간이 좀 흘렀는데, 그사이에 이직도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잖아?
나는 감사히 아동부의 금고를 열어서 안에 들어있는 아이템의 설명을 하나씩 읽어보기 시작했다.
"...미친?"
그런데 아이템을 하나씩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예상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수준이라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