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24장 - 이것이 하얀별의 뜻이라(3)
- 가즈아
- 드가자드가자드가자드가자
- ㄹㅇ계획대로 될까?
- 진짜 이번에는 메구미 구할 수 있겠지?
- 오
- ㄱㄷㄱ
- 응원할게요!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응원하는 채팅들이 주르륵 올라갔다. 덕분에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정돈되는 것 같았다.
[86층 미션
용사 파티에 합류(0/1)]
"여기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
"미리 말해 줬잖아."
"실제로 보는 거랑은 다르지."
하긴, 영상을 보여줄 수가 없어서 말로만 설명했으니까.
용사소환 마법진에서 새하얀 빛이 흩날리고,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 그 자리에 나타나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이 세계를 구할 용사들이여."
이지연과 니시 메구미.
지난번에 무사히 이 세계를 구했던 영웅과 그 영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바보.
"저희끼리 대화할 수 있도록 사람을 물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넵."
지연이는 지금의 비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당황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런 지연이에게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제가 용사라구요? 이 세상을 구할?"
"그렇죠. 자세한 부분은 여기 있는 레나가 옆 방에서 설명해줄 겁니다. 레나야 부탁해."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미리 약속했던 대로 레나가 지연이를 데려갔다.
이걸로 지연이랑 메구미를 떼어놓을 수 있었다.
메구미랑 독대하는 자리를 만든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 메구미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메구미씨.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이 몇 번째죠?"
- ㄷㄱㄷㄱㄷㄱ
- 왜캐 긴장되냐
- 기억 했으면 좋겠다
- 시아가 기억했으니까 기억하겠지
- 근데 메구미는 성좌는 아니잖아
- 모르는거지
- 제발
지금 메구미가 어떤 상태라고 해도, 가능하다면 최선을 다해서 해피엔딩을 노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녀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버리기가 힘든지 긴장감이 몰려왔다.
메구미는 잠시 나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작게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금방도 돌아왔네. 이 어리광쟁이야."
"뭐래 이 츤데레가."
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긴장이 확 풀렸다.
메구미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다시 못 오는 것 아니었어?"
"잘은 모르겠지만, 아예 돌아간 것 같아."
"돌아갔다니?"
"지금은 우리가 이 세상을 구하기 전이라는 거지."
"뭐?"
메구미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했다.
"방금 나간 지연이가 진짜라는 소리야."
"......"
메구미는 내 설명이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말없이 생각을 정리했다.
메구미한테는 꽤 당황스러운 상황이겠지.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며 이룩한 것이 증발해버린 상황이었으니까.
"다시 해야 한다는 거네."
"가능하면 좀 더 해피엔딩으로."
"진짜 오지랖 넓네."
"친구 일이 어떻게 오지랖이야."
"말은 참 잘해요."
이번에도 메구미가 희생하게 둘 수는 없었다.
드디어 메구미를 구해낼 기회가 다시 생겼는데, 절대로 포기 못 하지.
"그래서, 뭔가 방법은 있는 거야?"
이곳의 공략을 짜면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90층의 클리어 조건인 지연이의 100레벨 도달이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지연이가 100레벨을 찍는 거잖아."
"그렇지?"
다른 공략은 기존의 루트를 그대로 답습해도 문제가 없지만, 90층의 공략은 기존대로 진행하면 메구미가 자신을 희생해야 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90층의 클리어 조건이 메구미를 쓰러트리는 것이 아니라 지연이가 100레벨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시행착오는 겪겠지만,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찾았거든."
그건 바로 시아의 성흔을 지연이에게 부여하는 것이었다.
시아족으로 종족을 변경하는 것은 자신이 소속된 층의 공략이 끝난 NPC만 가능하니까 아예 지연이의 종족을 변경하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종족 변경 없이 일회용으로 주는 성흔을 이용해서 단기적으로 경험치를 채운다면, 메구미의 희생 없이도 100레벨을 찍을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가능성은 있겠네."
내 설명을 들은 메구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메구미는 설득한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다만 일회용인데다가 무한대로 지속되는 능력도 아니야. 그러니까 이건 지난번처럼 99레벨에 1레벨 올리는 용도로 써야겠지."
"원래라면 내가 했던 역할을, 그 성흔이라는 걸로 대체하겠다고?"
"그렇지."
메구미는 잠시 종이에 뭔가를 끄적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대충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는 감이 오네. 오케이."
지연이를 다시 불러서 내일 일정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에 둘을 숙소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익숙한 메시지가 나를 반겼다.
[86층 미션 완료
용사 파티에 합류(1/1)]
"스킵 떴네."
다른 층을 진행하면서 이미 확인했지만, 리트라이로 이식되었음에도 이런 심플월드의 시스템은 그대로였다.
[87층 미션
마왕성에 대한 정보 수집(0/1)]
사실 메구미와 우리가 협력하게 된 시점에서 다음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지연이가 레벨과 실력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메구미가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사실상 메구미 원툴이네.'
지난번에 공략할 때도 그랬지만, 메구미가 없으면 이 층의 공략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지연님,어떤 것 같아요?"
"아흑...."
음, 내가 물어본다고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네.
너무 빡세게 굴렸나?
"너무 굴린 것 아니야?"
- ㅋㅋㅋㅋㅋㅋㅋㅋ
- 포카나 시킬법한 훈련
- ㄹㅇ자기가 포카한테 구른거 그대로ㅋㅋ
- 지연이가 죽으려고 하는데?
- 근데 확실히 저번 공략보다 빠르긴 함
- ㄹㅇㅋㅋ
- 그 와중에 악착같이 따라가려고 하네
- 지연이가 착하네....
"그런가? 그래도 최대한 빨리 스펙업 하는편이 좋잖아."
그렇게 말하다가 내가 너무 초조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에 실패하면 또 메구미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연이에게 너무 압박을 주고 있었다.
"아, 아니지. 미안해 내가 너무했다."
오히려 악효과가 생길 수도 있는 건이었다.
이런 건 조심하는 편이 좋겠지.
"아니, 더 할 수 있어."
"아니야. 너무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 내 실수네."
지연이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마왕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생각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시간이 늦어지면 변수가 생길까 봐 걱정돼서 최대한 빨리 속도를 내고 싶었다.
'당장 훈련을 시키는 사람이랑 하는 사람이 이 모양이니까 훈련량이 도를 넘지.'
너무 급하게 나갈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그러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이 확 들었다.
"그래도 많이 늘었네."
화력이야 용사 시스템인가 뭔가 때문에 당연히 문제가 없고, 항상 문제는 마력의 컨트롤이었다.
'전투 센스는 나보다 좋은데.'
지연이는 본래 국가대표 출신인 만큼 피지컬이나 판단 능력은 굉장히 좋았다.
문제는 실제 마력을 다루는 부분은 그녀에게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마력의 조작이 미숙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좋아졌어.'
그녀는 마력을 움직일 때 믿음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한다는 의미를 생각보다 잘 이해하고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빈말로 칭찬해도...."
"아니야. 내가 봐도 많이 늘었네."
그렇게 말하면서 안으로 들어온 것은 메구미였다.
마왕성쪽에 다녀온다고 했던 건 마무리 된 건가?
"대충 끝났어. 이제 레벨링에 집중해도 될 것 같아."
"오케이."
마왕성쪽을 제대로 커버해주지 못하면 아무래도 마왕쪽에서 용사의 싹을 잘라 내버릴 가능성이 생겨난다.
메구미는 회귀를 반복한 덕분에 그런 상황을 미리 방지할 방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그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수고했어."
"아, 그리고 열쇠는 지금 줘?"
"아니, 이번에는 최대한 스킵하지 않으려고."
메구미가 말한 열쇠는 마왕성에 들어가는 열쇠를 의미했다.
저걸 공략 파티원 중 하나가 손에 넣으면 마왕성 진입 직전까지 스토리가 스킵되어버린다.
스킵해도 지연이의 레벨링이나 교육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메구미가 손을 쓰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신중히 처리하고 싶어서 최대한 스킵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진짜 오지랖 넓네."
"내가 좀 그렇긴 하지?"
하지만 내가 이런 성격인데 어떻게 하겠어.
괜히 문제 생길까 봐 걱정하는 것보다는 몸은 힘들어도 마음 편하게 진행하는 것이 낫지.
그때 레나가 일어났는지 하품을 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너희들은 잠 좀 자라. 무슨 아침부터 난리야?"
솔직히 나와 지연이는 제대로 잠을 자고 있었다.
오히려 문제가 있다면 방금까지 밖에 있었던 메구미겠지.
"메구미 너 잠은 제대로 자고 있지?"
"어."
"진짜 못 미덥다."
메구미는 지연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자신의 건강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달려드는 성격이라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컨디션 관리는 해. 곧 마왕성도 들어가야 하잖아."
"명심할게."
이 이후로 별문제 없이 지연이의 레벨링을 진행했고, 금방 84레벨에 도달했다.
심지어 계속 진행한 마력 컨트롤 연습으로 마지컬은 벌써 수준급이 되어가고 있었다.
"진짜 재능 오지네. 이게 사기캐구나."
며칠 만에 달성했다고 하면 믿기 어려운 수준의 실력 상승 폭이었다.
하긴 마력이랑 비슷한 걸 다루는 건 질리도록 해봤다고 했었지.
- 그걸 하얀별이 말하네
- 재능충이 재능충에 놀라네
- 교주님이 젤무섭지
- 지금 당시 포카보다 장비 안좋은데 포카급 딜넣으면서
- ㅋㅋㅋㅋㅋㅋㅋㅋ
- 내로남불오지네ㄹㅇ
- 생각해보면 지금 능력도 없잖아
- 사기캐는 본인이었구요
확실히 이쯤 와서는 나도 요즘 들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나는 며칠 만에 저 정도로 마력을 다루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빠르다 빨라."
우리는 준비가 끝나자마자 마왕성을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마왕성 진입 전까지의 분위기는 고속도로에서 최고 속도로 밟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88층 미션 완료
마왕성에 돌입한다(1/1)]
"성흔은 받았지?"
"응, 99레벨이 되면 마력을 집어넣으라고 했지?"
"맞아. 나도 그렇게 했었어."
"마력을 넣으면서 100레벨에 도달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좀 도움이 될 거예요."
미리 지연이에게 시아의 성흔을 부여해뒀다.
혹시 이따가 시간이 급박할 수도 있을까 봐 걱정되어서였다.
'하여튼 여기서 모든 간부를 잡으면 99레벨이 되겠지.'
[89층 미션
사대천왕을 모두 처치(0/4)]
"너무 쉬운데."
혹시나 해서 준비를 많이했는데, 이번 공략부터 힐러 역할을 맡은 시아가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체감 난이도가 낮았다.
"온다."
차례대로 두 간부를 쓰러트리자, 남은 두 간부가 동시에 공격해왔다.
이건 지난번이랑 똑같은 패턴이네.
"흡!"
내가 가르치기 전의 지연이었다면 무대뽀로 마법을 쏟아내서 화력으로 밀었겠지만, 이제는 마법으로 만든 검까지 사용해가며 굉장히 효율적인 딜링을 하고 있었다.
- 개빠르네ㅋㅋㅋ
- ㄹㅇ괴물을 더 성장시켜놨네
- 교사 누구야
- ㄹㅇ이지연은 레전드다
- 누구긴 누구야 교주님이지ㅋㅋ
- 원래도 강하던 지연이가 더쌔졌네
- 그럼 소교주임?
- 이게 용사다 희망편
- 소교주ㅇㅈㄹㅋㅋㅋㅋ
"혼자서 둘을 그냥 처리하네."
예전에 공략할 때는 그래도 좀 어렵게 느껴졌었는데, 지금은 그냥 잡몹을 잡고 넘어가는 수준의 난이도로 느껴졌다.
[89층 미션 완료
사대천왕을 모두 처치(4/4)]
"끝."
"레벨은?"
"99레벨이네."
좀 쉽게 오기는 했지만, 결국여기까지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90층 미션
이지연의 레벨이 100에 도달 (99/100)]
지연이가 마왕을 상대하는 것에 필요한 100레벨까지 단 1레벨이 부족한 상황.
"아르카는 주변 경계해줘! 시아는 지연이 도와주고!"
"어. 지금은 괜찮아."
"그럴게요."
그 사이에 지연이는 오른쪽 손등에 왼손을 올려놓더니 잠시 눈을 감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녀의 손등에 있는 성흔에서 금색 빛이 튀어나오더니 우리의 앞쪽에서 두둥실 떠올랐다.
"뭐야. 그냥 레벨이 오르는 게 아니었어?"
"분석을 통해서 필요한 능력을 찾아주지만, 자기가 직접 고르는 건 아니잖아요."
"하긴, 정확히 뭘 줄지는 모르는 거였지."
그런데 시아에게서 나온 금색 빛 덩어리가 점점 몸짓을 불리더니 덩어리 주변에서 마력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저건 또 무슨...."
"피해!"
그리고 내가 메구미의 경고를 인지한 순간, 방금 그 금색 빛에서 살기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