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4화 〉25장 - SSS급 능력이 되었다(1) (134/182)



〈 134화 〉25장 - SSS급 능력이 되었다(1)

방송을 종료한 다음, 조금 진정된 이후에야 아리아와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진짜, 화내고 싶은데  화가 나질 않을까."
"헤헤, 그래요?"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싸우러 갔다는 것이 화가 나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 때문에 화가 나는 것보다는 아리아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아시겠지만 리트라이는 이미 인류가 많이 밀려버린 상태였거든요. 그 상황을 역전하려면 기회가 필요했어요."
"그게 심플월드가 총알받이를 하는 거라고?"
"총알받이라니 말이 심하시네요. 그래도 저희 되게 열심히 싸웠는데."
"하아,  말은 많지만 하지 않을게."

그  아리아가 설명해준 리트라이의 진행 상황은 이러했다.
일단 리트라이에 생겨나는 게이트는 일종의 침략 시스템으로, 일정 이상이 침식되면 세계 자체를 식민지처럼 빼앗기게 된다.
심플월드가 시간을 끌어줘서 리트라이 자체의 상황은 안정시켰지만, 심플월드는 이미 게이트로 인해 빼앗겼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EX급 게이트는 이런 편입된 세계들이 어느 정도 원형을 유지한 상태로 버티고 있는 것들이에요. 비교적 최근에 멸망된 세계들이 많다고 해요"
"아하, 녹스사는 심플월드를 그런 식으로 편입할 계획이었구나."
"도박이지만요. 꼭 그렇게 될 거란 보장은 없어서...."

내 능력 덕분이긴 하지만, 무사히 심플월드가 EX급 게이트의 형태로 편입되어서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중요한 건 지금부터 어떻게 될 거냐는 건데....

"제가 들은 건 딱 하나네요.S급 게이트를 모두 클리어 해야 한다는 거."
"이미 들은 거랑 비슷한 이야기네."

[월드 퀘스트: S급 게이트
현재 리트라이의 세계는 게이트로 침략당하고 있습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장 위험성이 높은 S급 게이트를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조건: 종합 랭크 S급, 관련 시나리오 접촉
진행: S급 게이트 혹은 침식 제거(0/5)]

"아, 퀘스트가 뜨네."

평소에 나타나던 시나리오 퀘스트랑은 다른 분위기였다.
이건 아마도 모든 플레이어가 S급을 달성하면 받을 수 있는 퀘스트 같은데?

"S급 게이트가 총 5개네. 들은 거랑 달라...."
"네, 5개죠."
"너도 그렇게 알고 있어?"
"강주현씨 데이터에서는 5개였거든요. 여전히 그렇죠?"
"어라, 나는  4개까지 발견되었다고 들었는데?"

아마 주현씨도 시스템이 알려준 거라서  사실을 알고 있었겠지.
만약 그런 거라면 현재 발견된 4개 이외에 1개를 더 알고 있어도 이상한 것이 없었다.
실제로 나도 시스템이 5개라고 알려줬고.

"하여튼, 고생했어."
"저만 고생한 것도 아니에요. 다 같이 고생했죠. 특히 아르카님이 층별로 다 돌아다니느라 고생하셨죠."
"아르카가?"
"엥, 나?"
"지금은 기억에 없으시겠지만, 엄청나게 노력하셨어요. 심지어 비밀도 잘 지켜주셨고."
"아르카도 상황을 다 알고 있었다는 소리네."
"물론이죠."

애초에 서비스 종료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다 알고 있었던 아리아가 다른 NPC들에게 미리 언질을 주었던 거였다.
하지만 그걸 굳이 유저들한테는 말하지 않았을 테고.

"안 그래도 시위니, 뭐니 시끄러웠는데.... 그때 이런 사실까지 알려지면 난리가 났을걸요?"
"그건...."
"그러다가 괜히 리트라이에 대한 인식만 나빠지면, 리트라이로 유저들이 오지 않을 거고요."

그렇게 말하면 그 시위를 주도한 내가 뭐가 되냐.
하여튼 그 와중에도 나중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거지?
이 영악한 녀석.

"머리는 더럽게 좋아서."
"일단 강주현씨의 두뇌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요."
"그래,  잘났다."
"더 칭찬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

칭찬은커녕  대를 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르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래, 잘했어. 정말 고생했어."

결론적으로 아리아가 했던 행동 덕분에 잘 풀려나가고 있는 것은 맞으니까.

"점검이 언제부터 시작이라고 했죠?"
"1시간 남았네."

탑을 모두 클리어한 이후 공지가 떨어졌다.
베타 테스트를 시작하기 위해 점검을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온전한 탑의 클리어 처리는 점검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처리된다고 했지.

"한동안 나가질 않았으니까, 오랜만에 나가서 몸 좀 정비하고 와야지. 운동도 하고."
"건강  챙기세요. 시청자로서 마음이 아픕니다."
"최근 보러 오지도 못했으면서 시청자라고 하네?"
"히히."
"하여튼, 넌 여기서 나올 생각하지 마."
"에?"
"리트라이랑 여기랑이어졌을 때 관리할만한 게 너밖에 없어."

아르카도 유저들과는 잘 어울리지만, 리트라이의 상황에 대해서는 직접 경험한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주현씨의 리트라이 플레이를 바탕으로 설계된 아리아라면 거의 현지인 수준으로 잘 알겠지.

"라는 핑계로 최전방에 세우지 않을 셈이네요."
"알면  따라줄래?"
"한동안은 그럴게요. 하지만 전력이 부족해지면...."
"그래, 방송으로 보다가 정말 위급할 때만 오는 정도는 허락할게."

거기까지는 애초에 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그럴 것 같아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아, 큐브온 정주행할 것 엄청 많겠네. 그 와중에 인터넷 접속 안 되는  실화인가?"
"맞다, 너 원래 인터넷 접속할 수 있었지?"
"네, 아마 리트라이 오면서 권한이 사라진 것 같아요."
"아동부한테 부탁해서 휴대폰이라도 하나 만들어 줄게."
"감사합니다."

밀린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점검 동안이지만 떨어지게 되는 상황이니까 인사도 제대로 마쳤다.

"점검 끝나고 나서는 편한 마음으로 만나자."
"빨리 방송 켜고 싶다."
"아르카가 방송 켜면 바로 호스팅 가야겠네."
"갑자기?"
"한동안 아르카 시청자들 다 데리고 있었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한동안 밀어줘야지."
"그게 그렇게 되나?"
"하여튼, 다들 잠깐이지만 몸조심해."

내가 심플월드를 종료하자, 곧 클라이언트에서 점검 중이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나는 일단 큐브를 빠져나와서 몸에 있는 물기를 닦았다.

['소연율'님이 200시간을 후원합니다.]
- 교주님 만세 만세!

"아, 소연율님 200시간 감사합니다. 저번에도 보내셨었지."

최근 이런 후원들 덕분에 시간이 빠르게 모이는  같았다.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의로 준다는데 감사히 받지 않을 이유도 없겠지.
그나저나....

"점검하는 동안은 뭘 해야 하나."

최근 리트라이만 하고 있었던 터라, 3일간의 점검으로 생겨난 공백이 꽤 크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방송 컨텐츠로 쓰려면 게임이 좋을 텐데.

"요즘 신작이.... 어, 스토리 스토어?"

라스트 발렌타인을 출시했던 게임회사의 신작 발매일이 내일이었다.
타이밍 뭐야?

"게임 이름이 'SSS급 능력이 되었다'라. 내일은 이거 하면 되겠네."

내일부터면 리트라이 점검 종료 전에클리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 



"안녕하세요."

- 별하
- ㅎㅇㅎㅇ
뭐야 큐브네
- 오랜만에 캠방인가 했는데
- 오늘도 게임해요?
- 리트라이는 점검인데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큐브를 나가서 푹 자고 왔더니 머리가 개운했다.
아무리 큐브가 오래 있어도 괜찮게 설계했어도, 어느 정도는 쉬어줄 필요가 있다는  느꼈다.

"게임 해야죠. 오늘 설마 신작 게임이 나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다?"

사실 어제까진 나도 몰랐다.
평소였으면 정보를 확인했겠지만, 최근에는 탑 공략하는 것에 정신이 팔렸었으니까.

- 오
- 스토리 스토어?
- 스급능력ㄷㄷ
- 그거 해요?
- 그게 머임
- 오늘 머 나오나
스토리 스토어는 ㅇㅈ이지

"일부러 시간도 맞춰서 켰어요. 오늘 할 게임은 스토리 스토어의 신작인 'SSS급 능력이 되었다'입니다."

일단 이제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라면서 여러 설명이 되어있는 작품이었다.
전작인 라스트발렌타인의 AI기능을 더 발달시키기 위해서 티아봇 만든 회사를 인수했다던가?
그래서 이번엔 주연 AI 성능을 유사 심플월드까지 끌어올렸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던데.

'하긴 티아에 축적된 데이터가 어마어마하겠지.'

정말 많은 스트리머가 사용하는 봇이니까.
심지어 우리 쪽 티아봇도 가끔 성능 때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이 있었다.

"이번 히로인 엄청 이쁘던데요? 이름이 시유였나?"

밝은 갈색 생머리 캐릭터라서 되게 흔한 느낌이지만,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찍은 사진은 굉장히 귀엽다는 느낌도 함께 주고 있었다.
근데 얘들 또 불안하게 하네.

"사진 옆은  불타서 안보이냐."

PV에서부터 이러면 조금 무서워지는데.
벌써 라스트 발렌타인의 충격적이었던 스토리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거 딱 봐도 분위기가 어두워 보이잖아.

-벌써부터 불안하네ㅋㅋㅋ
- 스토리 스토어 요즘 너무 맵다
- ㄹㅇㅋㅋ
- 소연아....
이번에도 해피엔딩 있는거지?
근데 시유  귀엽긴 하다
- ㄹㅇ약간 츤데레 느낌

"아 제발. 난 해피엔딩이 좋아요."

멀티엔딩이고 엔딩 수집이 가능한 다회차 플레이를 권장하는 게임이었다.
다만 엔딩 이름을 유저가 직접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특이했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으로 결과가나온다고?"

그래서 어떤 결말이 나올지는 개발자도 완벽하게 모른다고 했다.
근데 오히려 이게 좀 안심이 되긴 하네.
무조건 배드엔딩이 예약되게 설계하지는 않았다는 소리가 되잖아?

"뭔가 좀 신선하긴 해."

물론 이게 어떤 식으로 동작할지는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지만.
솔직히 스토리 스토어라면 이래놓고 그 모든 엔딩이 배드엔딩이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 ㄹㅇㅋㅋ
- 이게 뭐지....
- 이런 게임은 처음이긴하네
- 엔딩명이 미정ㅋㅋ
- 그럼 플레이어는 어캐됨?
- 글고보니 플레이어 캐릭터가 없네
- 시유는 히로인이지?

"플레이어 캐릭터도 무려 큐브 모델링 쓰네요. 진짜 파격적이라서 당황스러울 정도구만."

이미 주인공 캐릭터가 정해져 있던 라발렌과는 딴판이었다.
물론 라발렌도 이름을 바꾸거나 목소리를 바꾸는 것이 가능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플레이어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식은 아니었다.

디폴트 네임도 설정에 존재했고, 게임 밖에선 그 디폴트 네임 기준으로 굿즈 제작등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플레이어가 그냥 게임 내 캐릭터로 존재하질 않는 것 같은데.
이건 무슨 RPG 장르의 주인공도 아니고....

"아, 시간 되었네. 켤게요."

엄청 실험적인 게임이라는 건 알겠지만, 일단 해봐야 아는 거겠지.
의외로 해보면 적응하기 쉬울 수도 있으니까.

「카악 퉤. 괜히 짜증 나게 하고 있어.」
「.......」

인트로에는 캐릭 4명이 등장하고 있었다.
그 중 히로인인 시유는 다른 녀석의 발에 깔린 채로  녀석이 뱉은 침을 그대로 뒤집어썼다.
아니 왜 시작부터 존나 맵지?

「야, 가자.」

방금 침을 뱉은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장소를 떴고, 다른 하나는 실실 웃으면서 시유를 발로 차고 따라갔다.
남은 한 명은 그 상황에 큰 관심이 없다는 듯이 휴대폰만 하다가 자리를 떴다.

「좆같은 세상이네.」

"벌써 존나 불쌍한데."

게임 시작부터 고구마를 이리 처먹이다니.
사이다가 필요합니다. 개발자님.

「내가, 내가 각성할  있었다면 뭐라도 바뀌었을까?」

그녀의 그런 독백이 들리는 순간 인트로가 픽하고 꺼지다니 커다란 버튼이 나타났다.

[대상 '시유'의 각성 능력이 되시겠습니까?]

"이야, 이런 식으로 시작된다고?"

오...
- 이래서 게임 제목이 그랬구나
- 어떻게 플레이어가 능력ㅋㅋㅋ
SSS급 능력ㄷㄷ
- ㄴㅇㄱ
- 게임 닉값 오지네
- 진짜 게임 참신하네ㅋㅋ

벌써 방심하면 이르겠지만, 일단 인트로의 진행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확실히 스토리 스토어가 빡치는 전개를 자주 던져서 그렇지 게임은 잘 만들어.

"그나저나 이런 버튼은 절대  참지."

고구마 장면을 던져주고,  고구마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버튼을 준다?

나는 별 고민 없이 각성 능력이 되는 버튼을 눌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