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7화 〉25장 - SSS급 능력이 되었다(4) (137/182)



〈 137화 〉25장 - SSS급 능력이 되었다(4)
자연스럽게 몸을 밀착하고, 구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긴다.
분명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거라는 예상을 토대로 한 행동이었다.

- ㅗㅜㅑ
- ㄹㅇ그림이네
- 구리 새하얗게 질렸는데?
- 진짜 얀별님 악랄하네
- ㄷㄷㄷㄷㄷ
PTSD를 자극해버리네
- 오

물론 구리에게는 미안한 행동이긴 했다.
어찌 보면 마력을 주작해서 죽어버린 그녀와 나를 겹치게 보이게 하려는 의도적인 수작이니까.
하지만 지금 구리는 이런 방법이라도 써서 공략해야만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러지 않으면 위험해.'

예전에 설화님과 타로를 하면서 상담을 진행했던 적이 있고, 그때 설화님도 위험하다고 내가 오지랖을 떨었었다.
하지만 지금 구리의 상태는 그때 설화님의 상태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채로 죽고 싶어 하는 모습, 하지만 자살하지 않기로 했던 약속 때문에 억지로 살아가는 모습.

'그나마 다행인 건 자살만큼은 피하려는 건가?'

나도 아연씨의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뒤에 비슷한 감각을 겪었다.
방송은 제대로 풀리지 않고, 내 재능은 세상에서 가장 못난 것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아연씨의 부탁조차 포기하고 방송을 그만두려고 했었지.

하지만 구리는 아직도 죽은 그녀와의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와는다르게 아직 도망치지 않았다.
도망쳤던 나에게도 기회가 왔는데, 도망치지 않은 그에게도 당연히 행복해질 기회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구리야,  그래?"
"너, 너.... 진짜 아연이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 이름이 아연이라는 건 이미 말해줬잖아."
"이름의 이야기가 아니야! 내가 아는 아연이냐고 묻는 거잖아!"
"......."

나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구리를 꼬옥 껴안아 줬다.
아무리 내가 그녀를 따라 해도 내가 그녀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녀의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래야만 구리가 나에게 마음을 열 수 있으니까.

"나는 나야. 구리 네가 보는 그 사람이 아니야."
"왜, 왜...."
"하지만 네가 원한다면 그녀의 대신이 되어줄게. 하지만 너는 그걸 바라지 않잖아."
"......."
"소중한 사람은 누군가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난 그것과 별개로 너와 친해지고 싶어, 너의 새로운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어."
"지랄하지 마."

구리의 표정은 굉장히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는 흔들리며 동요하고 있었고, 입술을 자근자근 깨물면서 초조해하고 있었다.
무섭구나.
친해진 사람을 다시 잃을까 봐.

"내가 너의 곁에서 너를 지킬게. 그게 수호령이니까."
"꺼져! 말했잖아, 너는 나랑 약속한 것만 이행하면 되는 거야! 이상한 헛소리는 그만...."

- ???
ㅁㅊ
- 교주ㅡ님 미치셨나ㅓㅛ
- ????????
- ㅗㅜㅑ
- 네?
- 헉
- ㄷㄷㄷㄷㄷ

나는 시끄럽게 웅얼거리는 구리의 입을 막아버렸다.
내 입으로.
이럴 때는 충격요법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저지른 일이었는데 생각보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었다.
라발렌 때 나는 이걸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했던 거야?

"읍! 으으읍!"

구리가 내 몸을 내려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나는 마력을 사용해서 강제로 붙들고 키스를 이어갔다.
역시 이거로 회상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키스를 했던 기억은 없나 보네.

"파하...."
"흡, 흐읍...."

구리가 울먹거리더니  뺨을 힘껏 후려쳤다.
나는 그걸 막지 않고 그대로 맞았고,  이후로도 나를 계속 때리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 사람은 이런 짓 하지 않을 거 아니야. 구리야 나는 나야."
"닥쳐, 쓰레기! 강간범! 변태! 내, 내  키스였는데...!"
"미친 개이득."

앗, 속마음이 흘러나와 버렸다.
구리가 나를 보는 경멸스러운 눈초리가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개이득ㅇㅈㄹㅋㅋㅋ
오늘따라 교주님 많이 맵네요
- ㄷㄷㄷㄷㄷㄷㄷㄷㄷ
- 가능
- 와 근데 구리 예쁜거보소
- ㄹㅇ개귀엽네
야한별한테 당하는 구리양ㄷㄷ
경찰 아저씨 여기에요

내 뺨이 얼얼하게 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손을 가져가서 만지작거리는데, 파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과거 회상이다.

「이제 그만하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짜증나, 내 앞에서 꺼지란 말이야.」
「구리야.」

그녀는 구리에게 대체 왜 그러냐는 듯이 웃어주며 껴안으려 했다.
하지만 구리는 그게 두렵다는 듯이 뒷걸음질 치다가, 결국은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윽....」
「사라져! 다시는  앞에 나타나지 마! 나를 손절 하라고!」
「구리야, 난 그럴  없어.」
「대체 왜!」
「나는 구리가 좋으니까. 너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니까.」

회상이 끝나자, 나를 보며 파르르 떠는 구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굉장히 실속 없는 말만 내뱉었다.

"더 욕해, 더 화내. 내가 잘못한 것이 맞으니까. 너는 그럴 자격이 있어."
"......."

내 말을 듣자마자 구리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하더니 움직임이 멈췄다.
대체 그런 말을 할 거면 왜 허락도 없이 그런 짓을 했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화는 나겠지만, 아깝잖아."
"뭐, 뭐가?"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사람의 입술을 아무도 가져가지 못한  죽어버리면, 세계가 슬퍼할 거야."

윽, 시발.
내가 한 말이지만 오그라들어서 뒈져버릴 것 같았다.

악! 악!
- 교주님 또 마공 쓰시네
- 전능하신 천마시여 영원한 어둠으로 날 보호하소서 전능하신 천마시여
- 정신나갈것같아
- 우욱
- 에반데
 이건 진짜 에반데
- 이게  하얀별식 마카롱?

하지만 이런 건 최대한 뻔뻔하게 계속 밀고 나가야 하는 법이다.
목소리를 깔면서 진지한 척 이야기를 이어나가야지.

"대체  개소리를 하나 했더니...."
"어차피 죽을 거라면, 아름다운 당신을 저에게 주시지 않겠습니까?"
"제발 지랄하지 마."
"오케이."

 컨셉은 빠르게 손절하자.
 자신이 느끼기에 너무 역해서 오래 이어갈 수가 없어.

"제발 나가 죽어."
"귀신인데 어떻게 죽이실?"
"하아...."

ㄹㅇ 개약오르네
- 줘팸마렵다
- 오늘따라 교주님 진짜  많이 넘으시네요
- 후
- 욕하는 구리에 이입되는 방송
- ㄹㅇㅋㅋ
ㅈㅅㄴㄱㄱㄱㅇ

이거 큐브온 인트로랑 썸네일은 키스하는 거로 쓰면 완벽하겠다.
역시 악질은 돈이 된다.
스트리머랑 러브라인 잡는  위험한 일일 때가 종종 있지만, 게임 캐릭터랑 러브라인 잡는다고 누가 뭐라고 하겠어.

"구리 네가 그리워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모르겠어. 나랑 이름이 같은  같은데, 다른 게 닮았는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고."
"......."
"나는 네 수호령이고, 아무래도 너를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어."
"어쩌라고."
"그러니까 나는 너를 있는 힘껏 사랑할 거야. 네가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고."
"도와줄 거면!"

구리는 입술을 꽉 깨문 상태로 내 팔을 잡고 말했다.

"도와줄 거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나를 죽여줘.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나는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거지, 네가 원하는 걸 들어주고 싶은 게 아니야."
"그게 내가 원하는 거고! 그게 내가 더 행복한 거라고!"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내 오지랖은 그게 아니라고 소리치고 있으니까, 절대로 그런 전개를 용납할 수는 없었다.
그게 하얀별의 스타일이니까.

"하지만 난 너를 더 알고 싶어, 더 알아간 이후에 네가 말한 것처럼 너의 행복이 죽음이라면."
"......."
"네가 싫다고 하더라도 너를 죽일 거야.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도록 편안하게 보내줄 거야. 그게 내 사랑이야."
"약속, 이야."
"어."

구리가 나를 보는 눈빛이 굉장히 이상해져 있었다.
입술을 매만지며 짜증 나는 것을 본다는 표정으로 보다가도, 한숨을 내쉬면서 불쌍한 것을 본다는 표정으로 보기도 한다.
구리가 나를 어떤 눈으로 보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뇌리에 나라는 수호령이 각인되었음은 확실할 것이다.

"솔직히 말할게. 너랑 많이 닮았어."
"어?"

한참을고민하던 구리가 꺼낸 말이었다.
나와 닮았다는 것은 이제는 없는 그녀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아까 분수를 보고 놀란 것도 그래서야. 내가 아연이랑 같이 앉으면 그런 예쁜 분수가 치솟았거든."
"아."
"그래서 여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 자꾸  애가 떠오르니까."
"미안. 난 그것도 모르고 아이스크림이나 먹자고 하고."

 미안한 것은 내가  알고 일부러 연출한 장면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지금 같은 상황으로 전개하기 위해서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구리의 마음을 이용한 것은 맞았다.

"난 외톨이였어. 나는 각성도 하지 못한 패배자라고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남들한테서 도망쳤거든."
"응."
"그런데 그렇게 남들을 뿌리치고 욕하고 거부하는데도 나에게 끈질기게 다가오는 미친년이 하나 있었단 말이야."

지금 너처럼.
아무리 자신이 싫다고 해도, 자신을 비하하고 상대를 비하하며 욕을 내던져도 묵묵히 받아주며 가까이 오던 사람.
자신이  것은 욕밖에 없는데도 가까이 다가오면서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좋은 점들을 늘어놓는다.
더러운 욕지거리만을 내뱉었는데도 자신에게 웃어주며 친한 친구라는 듯이 장난을 걸어온다.

"미친년이지. 그게 미친년이 아니면 세상에 어떤 것이 미쳐있겠어. 난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거야."
"그렇게 말하면 나도 미친년이 되잖아."
"그래서 아니야?"
"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말이 없네.
확실히 내가 오늘 구리한테 한 짓들만 보면 미친년이 맞잖아?
물론 대부분은 과거 장면을 보고 따라 한 것들이지만.

"아무튼, 결국 나도 포기했지. 아무리 내가 꺼지라고 해도 욕을 박아도 따라오는데 어떻게 하겠어."
"그렇게 친해졌구나?"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왜?"
"걔는 나처럼 각성하지 못한 것도 아니고, 충분히 능력도 있는 녀석이었거든."
"아...."
"그런데도 나 같은 미각성자랑 논다는 이유로 나와 비슷한 취급을 받고, 괴롭힘을 받더라. 나만 없었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아무것도 없던 구리의 세상을 강제로 비집고 들어와서 자신을 남긴다.
당연히 그녀는 구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구리도 소중한 사람이었겠지.

"그만두자고 했어. 차라리 나랑 손절했다고 말하라고, 내가 쓰레기가 되겠다면서 꺼지라고 했다고. 그런데 그 바보는...."
"끝까지 네 곁에 남았구나."
"어."

그러니 구리가 그녀에게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며 좋아한다고 말하는 상대를 어떻게 내칠 수 있을까.

「드디어 포기했어?」
「아연이 너는 진짜 미친년이야.」
「어, 칭찬 고마워.」
「고맙다.」
「어?」
「고맙다고 시발련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고맙다고 야발년아
- 이걸ㅋㅋㅋ
- 상남자ㄷㄷ
- 이게 그 상여자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 바로 욕박아버리네
- ㄹㅇ찐친이었구만

그랬던 구리가 그녀와 헤어질 때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리고 지금 구리가 말하는 것만 보자면, 그 죽음에는 아무리 봐도 구리가 깊게 관련되어 있었다.
구리가 그 절망적인 상황을 겪을 때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애초에 대상은  애도 아니었어. 그냥 나를 가둬서 괴롭히겠다는 일상 같은 일이었지."

구리가 그저 능력을 각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괴롭히던 녀석들이 있다.
아마 인트로에서 구리를 괴롭히던 녀석들이겠지.
아마 그 사건은 걔들 때문에 일어난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 가두는 장소가 마력 향상 훈련실이었거든. 지금은  사고로 폐쇄되었지만."
"마력 향상 훈련실?"
"거기 있으면 비각성자는 각성 확률이 오르고, 각성자는 마력을 흡수하기 좋은 훈련장이야."

거기에 가둬버렸구나.
근데 그게 뭔가 그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건가?

"문제는 각성자는 너무 오래 있으면 마력이 폭주할위험성이 있다는 거지, 어쩌다 보니 걔들은 아연이를 나라고 착각해서 가둬놓고 집에 가버린 거야."
"아."

아무리 학교를 찾아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곳을 확인했다가 그녀의 시체를 발견했다.
구리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그녀를 잃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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