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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8화 〉25장 - SSS급 능력이 되었다(5) (138/182)



〈 138화 〉25장 - SSS급 능력이 되었다(5)

"내가 죽인 거지."
"그게 왜 네가 죽인 게 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저 그녀를 구하지 못한 자책감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뿐이다.

"내가 그날 귀찮다는 이유로 그녀랑 떨어지지만 않았다면."
"구리야."
"내가 능력을 각성해서 가둬질 일이 없었다면."
"......."
"내가 제대로 인간관계를 만들어서 괴롭힘을 당하는 입장이 아니었다면!"

구리의 외침 하나하나에 한이 맺혀 있었다.
그녀를 죽게 내버려둔 자신에 대한 시리고 또 시린 한이다.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지독한 상처.

"조금만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그만 생각해."
"거기서 얼마나 무서웠겠냐고. 몸에서 마력은 폭주하고, 어두컴컴하고, 거기 갇혀서 혼자.... 얼마나 외로웠겠냐고."
"제발."
"내가 갔을 때 온몸이 마력으로 갈기갈기 찢어져 있더라? 얼마나 아팠을까?"

겨우 자신 따위와 친구를 한 것 때문에 그렇게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나다니.
그런 건 너무 가혹하다며 구리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흡, 나만 없었으면 아연이는 아직도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았을 거야. 나만, 나만 없었으면...."
"구리야!"
"아까, 고통스럽지 않게 죽여준다고 했지?"

구리는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제대로 소통이 되는  같지 않았다.
마치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서 그저 해야할 말을 쏟아내는 것만 같다.

"그러지 마."
"뭐?"
"고문해줘.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차라리 죽는  낫겠다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다가 죽게 해줘. 그게 나에게 어울려."
"싫어."
"제발, 부탁할게. 그게 내 소원이야."

- ㅠㅠㅠㅠㅠㅠㅠ
- 와 시발
- 어지럽네
- 정신나갈거같아
- ㅁㅊㄷㄷ
- 어질어질하다
- 어우

"아, 진짜 좀 심한 말로 할 뻔했다."

꽤 야한 거로 다가.
지금 방송 중이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기억해낸 덕에 사고를 치지는 않았다.
매운맛을 넘어서 성희롱에 가까운 대사였으니까 내뱉었으면 큰일 났을 거다.

"구리야. 고통받고 싶다고 했지?"
"그래."
"나는 네가 최대한 고통 받게 해줄게. 하지만  방법은 네가 생각하는 거랑 다를 거야."
"다르다니?"
"자세한 건 직접 당해보면 알고. 대신 그걸 위해서 내 말을 그대로 따라줘."

구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본인이 완전히 허락했으니까 싫다고 내빼는 것도 불가능하겠네.
구리에게 진짜 고통이 뭔지 알게 해주는 것이 이번 목표였다.

내가 이제까지 배운 악질 짓이 얼마나 많은데.
기대해라.

"...진심이지?"
"어."

그나저나 이 게임은 어디까지 구현이 되어있으려나?
리트라이처럼 지구가  구현되어있을 리는 없으니까 심플월드 탑처럼 일정 범위만 갈  있을 텐데.

"구리야. 혹시 아카데미 밖으로 나갈 수 있어?"
"...졸업하지 않는 이상 아카데미 밖으로는 나가지 못해. 그나마 던전을 갈 때는 나가지만, 그것도 바로 아카데미로 돌아오게 되어있고."
"빡세구마잉."

실제로는 게임으로 맵을 구현하기에는 너무 면적이 커지기 때문에 들어간 설정이겠지.
그렇다면 선택지가 별로 없긴 하겠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교에 어지간한 것은 모두 준비되어있다는 점인가?

"일단 기숙사로 돌아가자."
"후, 그래."

구리는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이불을 덮어쓰고 잠을 청했다.
나는 그런 구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기숙사 밖으로 나왔다.

"다녀올게."

구리가 대충 아카데미를 안내해주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맵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아까 아카데미 지도를 찍어놨으니까 그걸 보면 될  같았다.

"음식점은 여기는 일식이고, 이쪽이 스테이크 전문점...."

정말 아카데미 내부에는 없는 것 없이 모든 것이 준비되어있었다.
작지만 영화관도 존재했고, 공략이 끝난 던전을 이용해서 만든 테마파크나 방탈출 같은 미니게임다운 장소도 있었다.

"공을 많이 들이긴 했네요."

- ㄹㅇㅋㅋ
- 알차네
- 미니게임인가?
- 영화는 선택지가 많이 좁다
- ㄷㄷㄷㄷㄷ
- 영화 판권까지 사서 넣어놨네
- 진짜 별거 다있네
ㅗㅜㅑ

구리한테는 익숙한 일상으로 존재하는 장소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 죽은 지금은 저런 장소들을  생각은 하지도 않았겠지.
아무래도 구리는 그런 성격이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내일 갈만한 곳은  정도면 다 확인해본 것 같았다.
물론 나는 돈이 없으니까 돈은 구리가 알아서 다 해결해 주겠지.
아마도.

"어라? 저거 프롤로그의 그놈들 아니에요?"

- 그러네
 십새끼들
- ㄹㅇ 쟤들 때문에 구리가 망가진거잖아
- 맞네

- 남 인생 망쳐놓고 뭐가 좋다고 저리 쪼개지?
-  그러네

다들 과몰입했네.
하긴 아까 구리가 그렇게 멘탈 나간 모습을 보여줬는데 과몰입하지 않으면 이상한거지.

「그래서,  새끼는 조용해?」
「어. 신고  먹히는 거 봤을 테니까 이제  하겠지.」
「진짜 좆되는 줄 알았네. 그러니까 그 시발년은 왜 걸려들고 지랄이야.」
「난들 아냐? 그딴 무능력자 새끼 감싸던 병신이 그렇지 뭐.」

"오, 진짜로 쥐어패고 싶어지는데."

 존나 이쁘게 하는 거 보소.
솔직히 이런 애들은 구리가 무능력자라 싫은 것이 아니라 만만한 놈들이 필요했던 거다.
그 만만한 것에 무능력자가 가장 적절한 상대였던 거고.

내가 귀신만 아니었어도 죽빵을 한 대 날려줬을 텐데, 지금은 내가 주먹을 휘둘러도 그냥 지나칠 뿐이다.
 게임 다 좋은데 내가 간섭하지 못하는 것이 빡칠 때가 많네.
개발자 의도는 구리랑 소통하는 것에 집중하라는 거겠지만.

「그래서, 우리는 언제까지 걔 건들면 안 되는 건데?」
「몰라.저번에 건드린 것도 걸려서 혼났어. 아, 시발 무슨 자숙을 하라는 건지.」
「진짜 제가 알아서 끼여 들어가서 뒤진 게 우리 탓이야? 이해가 안 간다니까?」

"오, 진짜 구리 통해서 죽여버려도 아무런 죄책감이 안 생길 것 같은데?"

물론 게임에서 캐릭 죽이는 것에 무슨 죄책감이겠냐고 하겠지만, 아무래도 사람은 그런 것에 감정을 느끼는 법이다.
그런 부분에서 쟤들은 오히려 죽여버리는 쪽이 속 시원해지는 타입이라고 해야 하나?
흔한 악역 캐릭터인데, 그래서 더 짜증나는 타입이다.

"일단 돌아갈게요."

되게 작위적으로 정보를 뱉은 후로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구리 이외에는 AI가 완벽하지 않은지, 전체적으로 어색함이 느껴지는 느낌이네.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

"이제 다음 날로 넘기고."

나는 곤히 자는 구리를 구경하다가, UI를 조정해서 다음 날로 넘어갔다.
잠에서 깬 구리가 침대에 걸터앉아서 부시시한 머리를 하고 있길래, 손으로 부드럽게 머리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후우, 그래서. 어제 말했던 고통 어쩌고는 무슨 소리야?"
"내가 다 준비해놨지. 오늘은 내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만 오면 돼."
"으음. 뭘 안다고 안내를 한다는 건지."
"너 자는 사이에 조사 열심히 해왔거든?"

물론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족하다면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구리와 보내면 되겠지.
누군가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 비어있는 공간을 채워주고 싶었다.

['슈티그'님이 100시간을 후원합니다.]
- 화이팅!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볼게요.'

응원을 받았으면 그만큼 열심히 해야겠지.
계획했던 그대로만 하자.
실수만 하지 않으면 문제없이 예상대로 진행할 수 있을 거야.

"영화?"
"어, 같이 보고 싶어서."
"하아, 지금 상영하는 게...."
"마법소녀 스테라."
"이름 좀 그렇네."

저런 제목이지만 진지한 히어로물이라는 소개를 읽었다.
동료의 죽음이나 세상을 구한다는 마음가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는 평.
아마 이게 아카데미 세계관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판권을 사 왔겠지.

그나저나 이거 스트리밍도 가능한 사양인 모양이네?
대체 판권을 어떤 식으로  왔길래 이런 게 가능한 거야?

"그나저나 영화관은 처음이야?"
"처음이겠냐?"

파앗!
이곳의 회상 트리거는 이 대사였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무슨 내용이려나.

「영화관은 처음이야?」
「어. 그냥 기숙사에서 혼자 보고 말지, 귀찮게 여기까지 나올 필요가....」
「팝콘 먹자! 무슨 맛 좋아해? 여긴 카라멜이랑 버터밖에 없긴 한데.」
「...카라멜」

오, 카라멜이 좋구나.
그럼 카라멜로 해야겠네.

"팝콘 먹자! 카라멜로!"
"어차피 내가 먹여주지 않으면 먹지도 못하면서."
"그럼 먹여줘."
"싫어."

너무해.
영화는 팝콘 먹으면서 보는  진리인데.
어떻게 팝콘을 먹여주지 않을 수가 있어?

"암!"
"에휴...."

구리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영화가 시작하자 나에게 팝콘을 일일이 먹여줬다.
다행히 좌석은 남아도는 느낌이라서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팝콘 맛있졍.

- 
ㅠㅜㅜㅜ
또봐도 개슬프네
- ㄹㅇ명작
- 드디어 끝났네
- 하 결국 이렇게 끝나네ㅠㅠ
- 제목이 너무 씹덕인데 내용은 좋았다
- 이게 게임이야 영화관이야
- 재밌었어용

구리는 방금까지 영화에 집중했는지 조금 멍해 보였다.
그런 구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자, 하지 말라면서 몸을 피했다.

"뭐 하는 거야. 애 취급하지 마."
"애 취급 하는 건 아닌데. 그냥 보고 있으니까 좋아서 그러는 거지."
"꺼져 좀."
"또 츤츤댄다."

- ㅋㅋㅋㅋㅋㅋ
- 개악질이네
!인성
- 교주님 인성봐
ㄹㅇㅋㅋ
-와ㅋㅋㅋ
- 츤츤ㅋㅋㅋㅋ
- 귀엽네ㅋㅋㅋ

"하, 좆같은 새끼.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림도 없죠?"
"약속이나 지켜. 고통받게 한다더니 영화나 같이보고."
"나도 즐겨야지."
"후...."

구리의 표정에  행동이 굉장히 띠껍다는 의미가 짙게 담겨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리가 없잖아?

"아, 슬슬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아까 팝콘 먹었잖아."
"그건 간식이고."

물론 밥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여러 가지 경험을 나열하는 거였다.
아카데미에 있는 모든 곳을 다 섭렵해야 최대한 구리의 기억을 건드릴 테니까.
구리가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을 최대한 떠올리게 해주는 것이 목표였다.

"초밥집? 꼭 저기서 먹어야 하냐?"
"응, 먹고 싶어."

초밥을 어떻게 참아.
그리고 저렇게 티 나게 반응하는 걸 보면, 구리도 알고 있는 음식점이니까 무조건 가야지.
높은 확률로 기억 회상이 나올만한 곳이다.

"먹여줘."
"돼지새끼. 귀신은 밥 안 먹어도 된다더니 매끼를  처먹네."

- ㄹㅇㅋㅋ
- 그만 먹어....
- 식탐멈춰!
- 이게 겜방이야 먹방이야
- 선넘네
- 시간스킵하면서 밥탐은 놓치지 않는 그녀
- 얀돼별지
- 초밥은 못참지
ㅋㅋㅋㅋㅋㅋ

누가 보면 내가 여기 먹으려고 온 줄 알겠네.
나는 그냥 구리랑 꽁냥대려고 여기  건데.
억울하다.

「여기가 튀김이 그렇게 맛있다니까?」
「초밥 전문집에서 튀김 시켜 먹는  너밖에 없을 거다.」
「구리 너도 먹어보면 그런   나올걸?」
「시끄럽고 밥이나 먹.... 웁!?」
「어때, 맛있지?」
「...그러네」

역시 여기에도 회상이 남아 있었네.
이런 느낌이면 아카데미 전체에 회상이 깔려 있을 터다.
그나저나 튀김이 그렇게 맛있다 이거지?

"구리야 나 튀김도 먹을래."
"뭐?"
"왜?"
"야, 뭔 초밥집에 튀김이야."
"먹고 싶단 말이야."
"...하아"

구리는 궁시렁대면서도 튀김을 주문했다.
그리고 말없이 나에게 튀김을 내밀었다.

"구리야. 너는 왜  먹어?"
"너나먹어."
"빨리."
"......."

구리는 튀김을 입에 오물오물하면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리고는 '맛있네'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곧 울음이라도 터트릴  같은 구리의 표정을 보면서 말했다.

"어때 고통스럽지?"
"뭐?"
"네가 말했잖아."
"그게 뭔...."
"최대한 고통스럽게 해달라고."

너에게 있어 가장 큰 고통은 육체가 아픈 것이 아니잖아.
가장  고통은 그녀와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는 거지.
그러니까 나는 분명 너와의 약속을 지키는 거야.

너를 행복한 세계에 빠트려서.

너를 최대한 고통스럽게 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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