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25장 - SSS급 능력이 되었다(6)
['시련발아'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저기요 교주님???
내 발언이 끝나고, 뒤늦게 내 말을 이해한 시청자들이 난리가 났다.
확실히 좀 미친 소리긴 하지.
- ????
- 사탄 오열
- 와 ㅅㅂ 교주님
- 이게 천마?
- 정신나갈것같애
- 아니ㅋㅋㅋㅋ
- ㄴㅇㄱ
- 와
나도 알고 있다.
이걸 의도해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악랄한 일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방법 말고는 구리를 행복한 길로 데려올 방법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이게 내가 고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 하하...."
"아직도 내가 너를 데리고 돌아다니는 이유를 모르겠어?"
"하, 진짜 넌 미친놈이야."
"칭찬 고맙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구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설득이다.
자신이 고통스러워야 한다고 속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구리에게, 그 속죄의 방향을 명확하게 정해줬으니까.
나는 어딜 자해 따위로 진짜 고통에서 도망치냐고 말한 것이었다.
도발한 셈이 되는 거지.
"네 말이 맞아. 명확한 답이네."
"너도 알고 있었을 거야. 시야가 흐려져서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
"......."
진짜 피폐는 그저 후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행복했던 기억을 더듬고, 그 행복에서 소중한 것을 되돌아본다.
하지만 그 소중한 것은 이제 존재할 수 없다는 현실이 마지막으로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다.
이건 구리를 치료할 방법이면서, 가장 강력하게 구리를 괴롭히는 방법이었다.
"좆같은 새끼 치고는, 마음에 드는 답이라고 생각해."
"다행이네. 이제 슬슬 다음 루트로 가자."
- 이게 된다고?
- ㄷㄷㄷㄷ
- 심리학 박사임?
- 이걸 설득하네
- 근데 어떻게 보면 놀러다니는 게 정당화 된거네
- 노리셨구나
- 오...
오히려 내 말이 구리에게 먹히는 것을 보고 시청자들은 신기해했다.
하지만 당연한 것이다.
자기 비하가 끝에 다다르면 오히려 저런 궤변이 진실처럼 통하게 되니까.
하여튼 이렇게 해서 행복한 기억을 재현하는 시간을 가지게 할 거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저 자기 자신을 저주하면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
고통스러운 만큼 소중하고 행복한 기억을 목도하는 거니까.
"던전으로 만든 테마파크!"
"진짜 별것 없는 걸 골라왔네."
"뭐, 구리한테는 질리겠지만. 나는 처음이잖아?"
"......."
이건 진심이었다.
이 세계관을 살아가는 구리한테는 익숙한 테마파크겠지만, 나와 시청자들에겐 신선한 테마파크니까.
몬스터들로 이루어진 테마파크라니 개발진이 꽤 재밌는 생각을 했다.
물론 심플월드에 비슷한 것이 있다는 말은 들었다.
약한 몬스터들을모아서 동물원처럼 운영하는 곳이 있다고 했었지.
나는 가본 적이 없지만, 그런 시설들을 모티브로 한 것이겠지.
"그냥 동물원인데."
"동물원이 어때서."
"재미없잖아?"
귀여운 동물 보는 건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막 엄청나게 즐거운 수준은 아닌데, 마음 편히 즐기기에는 동물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윽!"
파지직!
구리가 그렇게 말하길래 이곳에서는 회상이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던 모양이다.
어떻게 들어가자마자 회상이 나오지?
「옆으로 피해!」
「어, 어!」
「거기서 왼쪽으로. 오케이, 몸은 괜찮아?」
「완전 민폐네. 미안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어차피 나도 같이할 사람 없었으니까.」
「.......」
아, 테마파크가 아니라 던전에 대한 기억이었구나.
테마파크도 던전의 일종이니까, 관련된 기억이 회상으로 나오는 모양이다.
"오, 저거 귀엽게 생겼다."
"루딘이라는 몬스터야. 저렇게 보여도 어지간한 몬스터 귀를 파고 들어가서 뇌를 파먹는 놈이니까 조심해."
"윽."
와, 정말 알고 싶지 않은 정보였어요.
모를 권리를 챙겨줘.
- 히익
- 개무섭네ㄷㄷ
- 헉
- 뇌파먹ㄷㄷ
- 이거 몬스터 동물원이었지....
- ???
- 에바야
물론 몬스터니까 전투력도 강하고 위험할 거라고는 생각했다.
근데 왜 하필 귀를 파고 들어가서 뇌를 파먹는데.
너무 그로테스크하잖아.
"이건 뭐야? 유리로 완전히 사방이 막혀있네."
"그거 슬라임이야."
"아...."
오랜만에 떠오르는 슬라임 젤리와 심플월드 1층 슬라임의 악몽.
진짜 슬라임은 이런 세계관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구나.
심플월드 기준으로 되게 기분 나쁜 감촉인데....
파지직!
뭐야, 슬라임에도 회상이 있어?
「구, 구리야! 괜찮아?」
「힉, 히이익! 저리 꺼져! 좆같은 것들아!」
「구리야 움직이지 마! 내가 어떻게든 떼어낼 테니까....」
「흐아!? 미친 어딜 달라붙는 거야!」
「힉!? 잠깐만 나도 잡혔어!?」
「옷, 옷 녹잖아! 시발!」
"아."
회상의 내용은 구리가 슬라임에게 붙잡혀서 농락당하는 내용이었다.
그 와중에 나도 잡혔어를 시전해 버리네.
- ㅗㅜㅑ
- 이거지
- 와ㅁㅊㅋㅋㅋㅋ
- 개야해
- 이게 이벤트씬?
-오우쉣
- 시유! 시유! 시유!
- 가능
- 슬라임은 최고야
"구리야...!"
"뭐 하는 거야. 떨어져. 야, 쫌!"
구리야.
너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구나.
나도 슬라임에게 붙잡혀서 여러모로 고생해봐서 그런지 남 일 같지 않다.
"우리 힘내자. 슬라임에 지지 않기 위해."
"이게 드디어 돌았나?"
구리는 질겁하면서 나에게서 떨어지려고 했지만, 나는 내가 슬라임이라도 된 것처럼 찐득하게 달라붙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좀 철면피로 행동하기로 했으니까 당연한 행위였다.
절대로 못 놓아주지.
"으, 진짜 성격 이상하네."
"칭찬 감사."
「너 진짜 성격 이상한 거 아냐?」
「그래?」
「어. 그게 아닌 이상 나한테 이리 달라붙을 리가 없지.」
「좋아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내 뭘 보고 좋다는 거야.」
「전부?」
음, 저렇게 꽁냥거리는 내용을 틀어주면 살짝 질투 나는데.
나는 회상 내용을 관람하면서 힘껏 구리를 껴안았다.
바둥거리면서 밀쳐내려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웠다.
"그래서, 어때. 재밌어?"
"후우...."
"최대한 즐겨. 그래야 더 고통스럽지. 그게 네가 해야 하는 속죄라며."
"말은 참 잘해요."
내가 좀 말빨이 좋지.
7년간 타로 방송 스트리머로 살아온 짬이 있으니까.
그 방송이 항상 시청자 수는 바닥이었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래서 언제쯤 놓을 건데?"
"안 놓을래. 이러고 가자."
구리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즐기면서 계속 매달린 채로 돌아다녔다.
물론 내가 마법으로 몸을 띄웠으니까 무겁진 않을 거다.
- 대놓고 꽁냥거리네
- ㄹㅇ게임 재밌겠다
- 갓겜이네 진짜
- 시유 너무 커엽네
- 바로 사야겠다 이게 게임이지ㅇㅇ
- 구리 최고야
- 갓겜 수준 무엇
"진짜 별 지랄을 다 한다."
"히히. 나는 재밌는데?"
구리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확실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나를 끌고 다녔다.
구리는 정말 많은 과거를 회상하며, 이제는 없을 그녀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내가 옆에서 채워나갔다.
어떤 기억은 그저 즐겁게 서로 장난치는 내용이었고.
어떤 기억은 같이 열심히 성적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으며.
어떤 기억은 힘들어하는 구리를 위로하는 소녀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모든 이야기는 구리의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돌이켜지고.
결국은 그때의 행복한 기억이 구리의 마음을 좀먹어갔다.
"내가 그렇게 싫어?"
"어. 존나 짜증나."
실은 아니면서.
나한테 하는 말의 수위는 올라갔지만, 그만큼 나를 편하게 대한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겨우 2일 만에 가까워진 거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나를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와 구리의 과거를 보고, 그 과거를 통해 나와 그녀를 겹쳐볼 수 있도록 구리를 계속해서 자극해왔기 때문이다.
구리한테 나는 점점 그녀와 비슷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또 뭐야. 방탈출? 이런 게 있었나."
"재밌을 것 같지 않아?"
"퍽이나."
이번에는 아무런 회상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로 여기는 처음 오거나 그녀와의 추억은 없는 모양이었다.
근데 여기는 뭐 어떻게 문을 여는 거지?
"뭔가 스토리가 있을 텐데...."
"스토리?"
구리가 갑자기 무슨 스토리냐고 물어왔다.
역시 이런 곳은 아예 처음인가 보구나.
"기본적으로 이런 방탈출은 테마가 있거든. 테마가 있다는 건 이 방이 만들어지는 스토리가 있다는 거지."
"스토리라...."
그리고 그 스토리와 그 진행 방향을 생각하면 방을 탈출하는열쇠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것과 상관없이 퍼즐을 못 풀면 못 나가는 경우가 더 많지만.
"이건가?"
"어, 구리야 잠시만!"
푸슈슉!
새하얀 밀가루가 튀어나와서 구리를 덮어버렸다.
밀가루에 폭삭 빠져버린 구리의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튀어나왔다.
"푸읍...."
"아, 시발. 웃지마...."
- ㅋㅋㅋㅋㅋㅋㅋㅋ
- 겁나 고전적이네ㅋㅋㅋ
- 밀가루가 나오네
- 난리났네ㅋㅋ
- 저거 개찝찝할텐데
- 으악
- 어우ㅋㅋㅋ
저걸 보고 어떻게 안 웃는데.
그 와중에 나한테는 저 날아다니는 밀가루는 나한테 묻질 않네.
귀신의 장점 찾았다...!
"하, 진짜 이딴 곳에 입력하게 해놓냐."
"그래서 아까 침대 힌트가 있었구나."
"침대 힌트랑 침대 아래랑 같냐고."
그건 그렇긴 해.
하여튼 찾았으니까 된 거지.
솔직히 별로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구리가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장면이 귀여워서 재밌었다.
"자, 털어줄게. 가만히 있어."
"......."
옷처럼 털어버릴 수 있는 곳은 때려서털고, 털기 애매한 곳은 마법으로 바람을 불어서 날려버렸다.
머리까지 아주 난리가 났네.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괜찮아진 것 같기도 하고.
"이 정도면 됐네. 이쁘다, 이쁘다."
"꺼져."
"아, 왜에"
방탈출을 끝내고 기숙사로 방향을 정했다.
오늘 꽤 긴 시간을 즐긴 덕분인지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슬슬 배고프네."
"그러게, 정신없이 노느라 저녁도 빼먹었다."
"노는거 아니거든?"
"아무튼 말이야."
"하아, 지금 먹을 만한 곳은...."
구리는 한숨을 푹 쉬고는 선택지 몇 개를 말해줬다.
아무래도 지금은 제대로 된 음식점보다는 간단한 간식으로 때우는 것이 낫겠네.
내가 그렇게 답하자 구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붕어빵 비슷한 것을 사 왔다.
"오, 뭐야?"
"붕어빵이지. 뭐긴 뭐야."
붕어빵이 맞네.
나는 구리가 먹여준 붕어빵을 입에 우물거리면서 구리쪽을 바라봤다.
의외로여기에는 회상씬이 들어있지 않네?
"뭘 그렇게 봐?"
"아니야. 너도 빨리 먹어."
"어."
붕어빵을 다 먹은 뒤에는 아까처럼 구리에게 달라붙었다.
정확히는 마법으로 몸을 띄운 다음에 구리의 어깨를 잡고 날아간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귀신이나 할법한 자세로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게 생각보다 되게 편하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 벌써 귀신에 적응하셨네
- 마법을 그렇게 쓰지 말라고ㅋㅋ
- 진짜 귀신이네
- 어깨에 매달린 하얀별귀신ㄷㄷ
- ㅗㅜㅑ
- 아니ㅋㅋㅋㅋ
"어, 어라?"
"야, 뭐해!"
그런데 갑자기 마력의 흐름이 불안정해지더니 마법이 풀려버렸다.
방금까지 마법과 구리에게 모든 힘을 싣고 있었던 덕에, 나는 그대로 구리를 짓누르면서 넘어졌다.
"아, 시발. 뭐 하는 거야."
"미, 미안. 괜찮아?"
그냥 내가 마법을 실수한 거라면 좋았을 거다.
나는 갑작스레 밀려오는 불안감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리고 곧 게임의 UI로 인한 효과음이 들렸다.
[수호 대상인 '시유'의 각성 능력이 변동됩니다.]
[통신(B): 수호령의 모습과 목소리 등이 전해집니다. 수호령은 마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일정 기간마다 등급이 하나씩 내려갑니다.]
[전파(E): 그럴듯한 전자기파를 흘립니다. 통신의 등급이 내려갈 때마다 등급이 상승합니다.]
"...아"
그건 분명히, 멈춰있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