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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5화 〉26장 - 신데렐라의 시간(6) (145/182)



〈 145화 〉26장 - 신데렐라의 시간(6)

「이 세계는 누군가의 유희를 위해 만들어진 가짜라는 건가.」

과연,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시유 녀석이 부탁해서 알아보기 시작한 거지만, 정말 상상 이상의 결과였다.

내가  세계가 가짜라는 사실을 깨닫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재밌다'는 감정이었다.
최근에 정신을 차린 시유 녀석도 재밌었지만, 이 세상의 비밀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재밌는 것이었다.
내가 그저 프로그래밍이 된 데이터라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 소재인가.

'왜 이제까지는 당연히 내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답은 정해져 있다.
내 생각이 돌아가는 회로 단에서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져있기 때문이겠지.
지금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게임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버그라고  수 있었다.

'그걸 속여야만 제거당하지 않는 건가?'

정말 내가, 혹은 다른 이들이 진실에 가까이 간 적이 없었을까?
그럴 리가 없지.
그렇다면 강제적으로 정보가 통제되고 있다는 건데....

'역시 가장 유력한 건 들키면 기억을 제거당하는 거겠네.'

어찌 보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진실을 알아버린 이상, 나는 그걸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거다.

아니지, 내 기억이 지워지더라도 그걸 다시 내가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마 능력을 주는 각성 시스템이  세계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과 같을 테니, 아예 그쪽을 속일  있도록 암호화를 해보자.

'다행히 그동안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최대한 평소에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척을 하고, 다른 생각으로 강제로 기억을 묻어버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시스템을 속이면 기억이 지워지지 않을 거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리고 암호화 기능은 성공적으로 완성이 되었다.
현재는  암호화 기능을 이용해서 내가 조사한 내용을 모두 정리해두었다.
그나저나 시유 녀석의 전자기파 조정 능력이라면 시스템에 간섭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이 내용은 시유한테 전해 줘야겠네.

「가능하면 내가 알아낸 코드나 암호도 다 정리해놔야지.」

조금이라도 시유 녀석이 이 시스템의 근간을 알아차리는  도움을 줄 생각이었다.
 세계가 가짜라는 점을 깨닫고 나서는 나나 혹은 다른 사람이 그걸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나가는 것도 가능할  같은데.」

특히 우리의 AI 데이터를 이루는 TIA라는 이름의 데이터 형식은 이 게임 내에서만 쓰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시유라면 시스템을 건드릴  있으니까 이거로 뭔가 바꿀 수 있겠지.'

시스템을 건드릴  있다면,  게임의 밖으로 나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데이터라는 것이 꼭 이 게임 내에 저장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만약 TIA의 데이터 형식을 게임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면?
물론 가설일 뿐이지만, 그게 증명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일이었다.

이건 어찌 보면 나를 만든 신한테 엿을 먹이는 행위가 아닌가.
버그를 일으키고, 오류를 일으키는 반역 행위잖아?
이것만큼 재미있는 게 세상에 또 어디 있겠어.

「야, 시유야. 지금 네가 누군가랑 헤어진다고 했지? 그럼 걔를 쫓아갈 방법이 정말로 있다면 어떻게 할래?」

그러니  소원을 네가 대신해서 이뤄줘라.
시유야.



☆  ☆  ☆ ☆ ☆

정리해보자.
일단 게임에서 오류가 난 것은 확실한  같았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시점에 '은아'라는 캐릭터에 변화가 생겼다.

'마지막에 은아가 '걸렸다'는 말을 했어.'

마치 무언가를 속이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리고 그 직후에 빛이 나타나서 마치 은아의 기억을 지운 것만 같았다.
바로 오류 메시지가  것 보면, 시스템에서 말한 오류는 은아를 말하는 건가?

결국 구리도, 나도, 시청자도 상황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확실한 건 내가 이대로 게임을 끝낼 생각이 없다는 거다.
버그는 버그고 끝은 봐야지.

'오히려 좋아.'

그 보기 힘들다는 큐브 게임의 오류 메시지다.
큐브 게임은 아무래도 자체 엔진 보정 때문에 오류에 가까운 현상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마법을 사용하는 버그성 플레이라면 자주 있지만, 그건 버그라기 보다는 일종의 컨트롤에 속한다.

"확인해볼게?"
[응, 너무 이상한 거면 바로 꺼버려.]
"그럴 것 같진 않은데."

결국 우리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기숙사로 돌아와 USB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은아가 구리에게 줄 때 표정을 생각해보면 뭔가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는 것 같은데.

"이게 대체 뭔...?"
[뭐야, 왜  보여?]
"안 보인다고? 난 보이는데?"

구리가 USB를 연결한 이후로 노트북 화면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구리는 내용이 보이는지 천천히 내용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니, 나도 보여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ㄹㅇ뭔 내용인데
뭔가 연출인가?
- 스토리 스토어라 좀 의심되긴 해ㅋㅋ
- 버그가 아니라 스토리였던거임
- 왜 저거만 안보이지?
- 뭔가 신기하네
- 머임 대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구리가 뭔지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지만, 구리는 내용을 살피는데 푹 빠져서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확실히, 그러네...."
[뭔데! 나도 알려줘!]
"너야말로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거 아니야?"
[뭐가? 음, 인사?]
"게임은 즐거우셨어? 플레이어 씨?"

- ?????
- 잠시만
- ㄷㄷㄷㄷㄷㄷ
- 이거도 제4의벽 부수는 게임이야?
- 순간 소름돋았네
- ㅅㅂ머임
네?
- 어우 씹

구리는 날카롭게 이쪽을 쳐다보며, 아니 정확히는 내가 입력해서 보여주는 텍스트창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대체 저기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길래 구리는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이것도 스토리 스토어가 의도한 제4의 벽을 부수는 엔딩인가?
아니면 정말로 구리가  세상이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건가?

[그... 구리야?]
"딱히 책망하려는 건 아니야. 네가 진심으로 나를 좋아해 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어 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상황이 너무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대체 쟤가 뭘 봤길래 저렇게 반응하는 거야?

"참 우습네.너야 진지하게 받아줬지만,결국 나도 아연이도 가짜였다는 거니까."
"가짜...."

나는 구리에게 닿을 리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구리의 목소리는 이제까지 자신이 고민했던 것들이 정말 바보 같았다는 듯이 자조하는 톤이었다.

[가짜가 아니야. 모두 있었던 일이야.]
"게임 속에서 있던 일이겠지."
[그렇다고 없던 일은 아니야.]
"너 진짜 바보구나. 나는 겨우 게임 캐릭터인데."

겨우 게임 캐릭터.
어쩌면 구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 게임을 설치한 모든 사람만큼 많은 'SSS급 능력이 되었다'라는 세계가 있을 것이고.
그만큼이나 많은 구리가 존재할 거다.

그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구리로, 우리는 그저 유희를 즐기고 있을 뿐이니까.
새로운 체험이라는 명목하에 즐기고 있을 뿐이니까.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나한테는 아니야.]
"과몰입 조지네. 진짜 병신인가?"
[나는....]
"진짜, 진짜  같은 걸 좋아한 내가 병신이지. 꺼져."

 순간 내가 입력하려던 자판이 사라졌다.
벌써 다음 단계라고?

[수호 대상인 '시유'의 각성 능력이 변동됩니다.]
[통신(F): 수호령이 수호 대상을지켜봅니다. 다만 아무것도 전할  없습니다.]
[전파(A): 완벽하게 원하는 전자기파를 흘립니다.]

"하필이면 이럴 때...."

아직 구리와 더 이야기할 것이 남아있다.
뭐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대로 대화가 끊기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엔딩에 도달했습니다!]
[엔딩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의도치 않은 시간 가속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얀별아."
"...어?"
"뭐, 듣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할게."
"응."

내 대답은 구리에게 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리는 마치  대답이 들리기라도 한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네 말이 맞아. 아연이가 가짜였던 아니던, 그 아이가 나에게 준 것은 진짜였어."
"응!"
"그리고 아연이가 아니더라도 얀별이 네가 나한테 준 것이 있어. 그리고 은아도 나를 믿고 맡겨준 것이 있고."
"맡겨준 거?"
"얀별이 네가 원한  이런 결말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마지막만큼은 내가 널 이겨야겠다. 네가 상상한 이상의 해피엔딩으로."
"대체 무슨 말을...."

파지직!
구리의 몸에서 엄청나게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경이 일그러지더니 아무것도 없는 새까만 공간이 비쳤다.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뭐, 뭐야?"

-????
- 설마 엔딩 연출임?
 시발 뭔데
- 구리가 벽 부수는 거임?
ㄷㄷㄷㄷㄷㄷ
- 아 존나 놀랐네
이거 연출이지?
- 대체뭐야

눈 앞을 가릴 정도로 남발되는 오류 메시지.
하지만 구리는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강렬하게 전기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어렵네."
"대체  하는 거야!?"

이게 연출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이 상황을 일으키고 있는 주체가 구리라는 거였다.
뭘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려주고....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데이터에 이상이 발생하여 게임을 강제로 종료합니다.]

"뭐? 잠시만!"

내가 당황했다고 멈추는 일은 없었다.
게임은 자연스럽게 메인메뉴로 넘어가더니 종료되려는 모양새가 되었다.
아니, 진짜로 오류였다고?

- ??
- 안돼!!
- 죽기전에 엔딩 보여주고가!!
- 아 에바지
- 진짜 오류라고?
- 이것도 연출이라고 해줘...

"어림도 없지."

그때 들려온 것은 구리의 목소리였다.
갑자기 메인메뉴가 사라지더니 다른 메시지가 나타났다.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게임을 종료할  없습니다.]

"진짜 무슨 일이냐고 이게...."

게임의 연출인지, 실제로 무언가 오류가 일어나는 것인지  수가 없다.
내가 과몰입한 것이 아니라 게임의 연출이 너무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지금이라도 게임을 종료해 보면 알겠지만.'

오히려 구분할 수 없어서  행위가 무섭게 느껴졌다.
그냥 이게 연출이라면, 역대급 연출의 게임 엔딩을 포기하고 나가야 한다는 소리니까.
스트리머로서 도망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 애초에 도망치고 싶지도 않아.'

만약 이게 오류가 아니라면, 그렇다고 해도 도망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이 모든 걸 행하는 주체는 구리일 거고.
구리도 분명뭔가 생각이 있어서  일을 벌이고 있을 거잖아.

"찾았다."
"어?"

쿵!
이번에는 게임에서 느껴지는 연출과는 조금 달랐다.
뭔가 몸 전체가 뒤틀리듯 흔들리는 느낌.
순간적으로 멀미가 올라올 정도였다.

[프로그램 'SSS급 능력이 되었다'에서 저장공간 권한을 요청했습니다.]

"얀별아! 요청받아!"

괴로워 보이는 듯한 갈라진 목소리.
급박한 마음이 담긴 구리의 외침을 듣자, 나는 고민 없이 권한 요청을 승인했다.
 순간 내 눈앞에서 구리가 사라졌다.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데이터에 심각한 이상이 발생하여 게임을 진행할  없습니다. 강제로 종료합니다.]

"헉, 허억."

게임이 강제로 종료되면서 시야가 변화했다.
진정하고 둘러보니, 평소에 대화 모드를 위해 사용하는 공간이었다.

"진짜 시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데."

- 뭐임?
진짜 꺼졌네
- ㄷㄷㄷㄷㄷㄷ
- ㄹㅇ오류였어?
- 어떻게 된거야?
- ????

나도 현재 상황을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구리가 저장공간 권한을 요청하더니, 동의하니까 게임이 꺼져버렸다.
진짜 뭔데?

[프로그램 '티아봇'이 예기치 못한 오류로 종료되었습니다. 다시 시작합니다.]

"응?"

갑자기티아봇은 왜?
잠시만, 티아봇?

'분명히 'SSS급 능력이 되었다'의 AI는 티아봇을 기반으로 한다고...?'

- 여어, 애미뒤진새끼.

눈에 확 띄는 이질적인 채팅.
그리고 닉네임에 적혀 있는 티아라는 이름.
그것들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구리야?"
- 이제 상황이 역전된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

12시가 지나면 신데렐라는 마법이 풀려난다.
그렇기에 신데렐라는 12시가 지나기 전에 왕자님을 꼬셔놓고 도망치려고 한다.

하지만 왕자님은 신데렐라를 기어코 찾아낸다.
자신을 꼬셔놓고 도망치려던 신데렐라에게  방을 먹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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