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화 〉27장 - 어서오세요 우리들의 신서울에(1)
"거기 좀 어때. 괜찮아?"
"어, 이거 만든 사람 이름이 뭐라고? 겨울? 실력 좋은 것 같아. 코드가 깔끔하네."
나는 살짝 어색하게 들리는 구리의 말을 들으면서 안도했다.
저번 'SSS급 능력이 되었다'의 구리의 데이터가 티아봇으로 이전된 이후, 그냥 방송 관리만 가능한 시스템 때문에 구리가 많이 불편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겨울님이 티아봇의 유저 패치를 보내주신 덕에 구리가 사람처럼 살만한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솔직히 네가 방송 켜면 강제로 널 봐야 한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에이, 좋으면서."
"너 노잼이야 시발년아."
"아직 보지도 않았으면서."
"다시보기 돌려봤어."
- 아ㅋㅋ 매니저 선넘네
- 그녀를 자극해서는 안돼
- ㄹㅇㅋㅋ 바로 밴이지
- 조심해라...
- 얀별님 방송 재밌다구
- 츤츤거리네
- ㄹㅇ교주님이 좋아서 게임까지 탈출해놓고 이악물고 노잼이래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 속 캐릭터가 다시보기를 돌려보는 시대라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일이었다.
"스토리 스토어는 뭐래요? 게임 중지 푸는 거 언제라고?"
- 오늘 저녁부터 다시 다운로드 시작
- 아 왜 이런 꿀 엔딩 막냐고ㅠㅠㅠ
- 다 암호화 되어있어야 하는 데이터라, 계속 유출되면 안된다던데
- ㅋㅋㅋㅋㅋㅋㅋ
- 그래도 이미 나간 건 냅둬서 다행
- ㄹㅇ 이 방 시유까지 데려갔으면 난리났지
- 구리는 계속 여기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결국 패치해서 재배포하는구나.
스토리 스토어는 이번에 내가 겪은 사건이 오류라고 시인하고, 이쪽 엔딩에 돌입하지 않도록 수정 패치를 하기 위해서 게임 구매나 신규 플레이를 잠시 정지시켰다.
이미 플레이 중이면 괜찮지만, 엔딩을 보거나 종료한 이후에는 정지 종료까지 다시 켤 수 없도록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미 일이 벌어진 내 티아봇의 데이터는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고 답이 왔다는 사실이다.
나도 그렇고 시청자 대다수가 구리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보니, 거기서 강제로 지우겠다고 말했다면 한바탕 난리가 났을 거다.
'아니면 내 성격을 알아서 조심한 걸지도 모르고.'
너무 크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나는 비슷한 사건에서 총대를 멘 경험까지 있으니까.
자신들도 시위 2차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그렇게 밀어붙여도 내가 졌겠지만, 그래도 미친놈한테 물리면 피곤한 건 맞으니까.
"결국 저처럼 구리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엔딩을 본 사람은 없었대요?"
- ㅔ
- 비슷한 상황까지 간 사람은 있는데 실패한 모양이에요
- 꽤 어렵다던데
- 일단 은아가 그걸 눈치채기도 어려운데, 거기에 시유가 진지하게 플레이어를 생각해줘야 해서
- 대부분은 게임놀이 한다는 걸 깨달은 다음에 비관해서 자살하더라....
- 나올 생각을 하는 게 신기한 듯?
- 이게 과몰입의 힘...?
"솔직히 그렇긴 해. 나는 얘가 과몰입 오지게 해서 나한테 진심으로 대해줬으니까 얘 옆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지."
"...구리야"
"물론 시발 애미뒤진새끼인 건 확실해. 마음껏 욕 박지 못한 게 억울해서라도 그냥은 못 죽겠더라."
"오늘도 일용한 양식, 감사히 먹겠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패드립을 하는데 데미지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
- ㄹㅇ 개약하네
- 너무 강한 말은 쓰지마.... 약해 보인다구
- ㅅㅂㅋㅋㅋ
- ㄴㅇㅁ를 박는대 포상으로 받네ㅋㅋㅋ
- 이제 슬슬 시유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방장이 악질ㅋㅋㅋㅋㅋ
- ㄹㅇ매니저 취업하자마자 극한직업찍네
왜, 내가 어때서.
나 정도면 클린한 사장님 아니야?
그리고 나는 구리한테 무급으로 일해달라고 할 생각도 아니라고.
"그래서 구리야. 월급은 얼마나 받을래."
"닥쳐. 아까 나 준다고 보낸 후원이나 나한테 줘."
"죄송한데요. 고객님. 수수료가 있어서요."
"그럼 빼고 보내던가!"
"수수료가 100퍼센트에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존나 악질이네 진짜ㅋㅋㅋㅋ
- 방장님 엄청 행복해 보이시네
- 와 앞으로 매니저 할 생각에 눈 앞이 깜깜하겠다
- 왜 편집자는 갈구지도 않으면서ㅋㅋㅋㅋ
- ㄹㅇㅋㅋ
- 어때, 아무것도 안보이지? 이게너의 매니저 생활이야
나도 좀 악질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그래도 가능하면 월급으로 주고 싶단 말이야.
내가 후원을 전해 준다고 하면 스수들은 죄다 구리한테만 돈 보낸다고.
"암튼 겨울님 덕분에 살았다. 겨울님도 곧 방송 하실 것 같던데.... 열리면 호스팅이나 가야지."
"고맙다고 전해줘."
"그냥 말하면 내가 영상으로 잘라서 보낼게."
"뭘 그렇게까지.... 후, 감사합니다."
- ㄹㅇ빨리 영상통화 기능 추가해줘
- 아, 표정 못보는게 아쉽다
- 이미 있을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헉 찐이네
- 본인 등판ㅋㅋㅋㅋㅋ
"아, 겨울님. 어서 오세요."
설화님의 동생이자, 이번에 구리가 살아갈 프로그램을 짜준 겨울님이었다.
저번에도 뭔가 어려운 연구 같은 걸 하시더니, 큐브 프로그램도 엄청나게 잘 짜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영상 띄우는 건 있는데, 본인이 부끄럽다고 거부해서요,"
"시발 복장을 좀 정상적인 거로 해놓던가. 누가 일상복을 수영복으로 해놔. 이거 나중에 돈 주고 사서 바꾸기 전까지는 절대 영상 안 켜."
"와, 겨울님 센스 미쳤는데. 이걸 안 보여주네. 괘씸하다."
"어쩌라고, 이게 내 방송도 아닌데. 꼬우면 돈 줘."
오케이.
나는 구리가 사용할 수 있는 계좌로 10만원을 송금하면서 말했다.
"수영복, 보여줘."
"...시발 새끼. 어디서 10만원으로 내 수영복을 보려고."
그 말을 듣자마자 90만원을 더 보냈다.
솔직히 이것도 월급 느낌으로 여기까지 보내는 거지, 이번 달은 여기서 더 줄 만큼 여유가 없....
아, 저번에 구리 샤워하는 거 훔쳐보면서 받은 돈이 있어서 괜찮을 것 같다.
"...기다려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게 플렉스?
- 와 돈으로 진짜 후려치네
- 근데 리트라이는 언제함?
- 오 시유 수영복!!
- 가즈아
"됐냐?"
"오, 잘 보인다. 진짜 존나 이쁘네. 바다 배경도 퀄리티 오지는데?"
"엉, 실력 좋다니까? 저런 사람이 왜 개발자 안 하고 방송 같은 걸 할 예정이래?"
"몰라. 자기가 하고 싶다는데 뭐라고 하겠어."
자기 언니 오빠가 다 방송하고 있는 걸 보고 자라서 그런가?
아니면 뭔가 스트리머로써 보여주고 싶은 게 있을지도 모르지.
- ㄹㅇㅋㅋ
- 진짜 해변가에서 영상통화 하는 것 같네
- 오....
- 대화 모드용 배경 방식 같은데 퀄 머임?
- 와 ㅈㄴ이쁘네
- ㄷㄷㄷㄷㄷㄷㄷ
"진짜 여기 방은 애미뒤진새끼 밖에 없냐? 다 너 같은 놈들이네."
"무슨 소리야. 그냥 네가 귀여워서 그런 거지.이걸 혼자 모르네."
"시발년...."
구리는 짜증을 내더니 통화를 종료했다.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녀는 더는 내 통화를 받아주지 않았다.
"아, 시간 다 됐구나. 서버 열렸다. 1시간 뒤가 캐릭터 생성이라고 했죠?"
리트라이를 켜야 할 시간이었다.
미리 구리한테 일정을 알려줬었는데, 이거까지 생각하고 들어간 거구나.
역시 츤츤거리기는 해도 애가 착하다니까.
- ㅔ
- 넹
- ㅔㅔㅔㅔ
- 맞아요
- 와 먼져 접속!
- ㅋㅋㅋㅋㅋㅋㅋㅋ
- 여긴 벌써 접속함?
"저는 원래 테스터라서 캐릭터 생성 없이도 서버만 열리면 접속할 수 있거든요."
3일 만에 느끼는 리트라이의 감각이 꽤 신선했다.
제한해제의 체감은 한동안 사용하지 않는 걸로도 느껴지는 모양이다.
"어, 왔어?"
"이건 다 뭐야?"
리트라이에 접속하자마자 보인 것은 화려하게 꾸며진 마을의 풍경이었다.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했대?
"점검 하는 동안 할 것도 없고, 유저들이 돌아온다니까 힘써보겠다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거든. 기본적으론 돈으로 해결했지만."
- ㅋㅋㅋㅋㅋㅋㅋㅋ
- 자본주의는 인정이지
- 루니가 있으면 대부분은 해결되지
- ㄹㅇㅋㅋ
- 진짜 축제인데?
- 어지간한 게임사 이벤트보다 화려한것 같음
- ㄹㅇNPC들이 직원해라
아쉽게도 나는 즐기지 못하는 파티겠지만, 다들 꽤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한국인들이니까 시작하자마자 스펙 키우려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그렇지는 않으니까.
첫날이라 엄청난 접속률일 테니 그렇게 유저층이 나뉘는 편이 더 바람직하겠지.
"바글바글 몰리기 전에 미리 나가. 밖에서 알게 된 사람들도 걱정할 테니까."
EX급 게이트는 공략이 시작되면 문이 닫혀서 왕래할 수 없다.
대신 클리어를 하면 왕래가 가능한 문이 보상으로 생겨난다.
"그런데 아직도 클리어 판정이...."
내가 아직 게이트의 클리어 판정이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려는데, 갑작스럽게 퀘스트 갱신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나리오 퀘스트: 안정화
당신은 갑작스러운 EX급 게이트에 말려들긴 했으나, 완벽하게 게이트를 처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서울의 상황은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게이트로 인해 조금 시끄럽습니다.
이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닌가? 깨졌나?"
그때 갑자기 레나가 이쪽으로 달려오더니 급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에."
"엘리베이터가 왜?"
"101층이...."
"엉?"
갑자기 엘리베이터에 101층에 왜 생긴단 말인가.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뭔가 아다리가 맞아 들어갔다.
결국 심플월드의 엘리베이터는 차원을 넘나드는 형태니까, 게이트의 문을 적당한 위치에 둔다면 엘리베이터가 되겠지.
"아마 그게 나가는 곳인가 보네."
"나간다니?"
"말했잖아. 여기는 게이트 안이고,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그게 심플월드에는 101층이라는 디자인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101층에 신규 업데이트가 생겼을 가능성을 보겠지만....
'현재 그럴 여력이 녹스에 있을 리가 없어.'
애초에 지금의 녹스는게임의 형태로 리트라이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지, 기존 심플월드처럼 뭔가를 확실히 건드릴 힘이 없다.
이미 리트라이의 상당량이 점령당한 상태니까.
그리고 그건 이미 멸망해서 게이트 쪽에 빼앗긴 심플월드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공략창도 안 뜨고, 그냥 이미 오픈된 곳처럼 연결되네."
내 예상대로 탑의 새로운 층이 생긴 것은 아닌 듯, 공략 제한 등에 대한 안내도 나오지 않은 채로 문이 열렸다.
"응?"
그리고 예상처럼 리트라이의 세계가 나를 반겼지만, 뭔가 본래 예상과는 다른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원래 들어왔던 곳은 맞는데, 뭔가 엄청 이질감이 느껴지는 상태로 변해있다고 해야 하나....
"이게 뭐야?"
마치 베이스캠프가 준비된 것처럼 여러 텐트가 무더기로 처져 있다.
심지어 전등 비슷한 것이 설치되어 있어서 밝은 편이었다.
뭐지?
- ?
- 뭐임
- 무슨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 거의 최전방인줄ㅋㅋㅋㅋ
- 축제가 아니라 전쟁입니다
- ??
- 무슨 일이야 대체
- 게이트 있으니까 해둔건가
- 너무 과하지 않음?
"언니?"
그리고 텐트에서 걸어 나온 인영에게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승아야?"
나를 발견한 승아가 무섭게 달려오더니 나를 껴안고는 작은 목소리로 울먹이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게이트는 갑자기 정보가 EX로 바뀌었지, 제한 인원수 때문에 들어가지는 못하지.... 승아는언니가 잘못되었을까 봐...."
"미안해, 그래도 보다시피 무사하거든?"
"승아는...."
- 개놀랐나보네
- 아ㅋㅋ
- PTSD 자극당했겠네
- 승아 갑자기 커여워졌네
- 내가 알던 그 미친년이 맞나?
- 설마 이 난리가 전부 얀별님 때문인가
승아가 좀 진정한 이후에야 상황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여기 주둔하고 있었다고?"
"가장 강한 전력이었던 언니가 나오지 못할 정도니까, 엄청 위험할 거라고 여기서 전선 구축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어."
그러니까 본래 예성 고등학교의 최대 전력이었던 내가 공략에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면서, 이 게이트가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해서 이 상황을 만들었다는 거였다.
"아니, 그래도 뭘 이렇게까지...."
"그리고 가능하면 혹시 인원수 제한을 뚫고 진입할 수는 없을까 연구를 하고 있었고. 최대한 빨리 언니를 구하려면...."
"아니, 안 그래도 게이트들 정리에 정신없을 텐데.... 왜 나 때문에 거기까지."
"대외적으로야 언니가 위험하면 이 게이트가 S급만큼 위험할 수 있으니까 조심하자는 거였고, 학교 사람들은 대부분 언니를 걱정했어."
내가 전투력은 가장 강하지만, 의외로 상식이 없어 보이는 부분이 많아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잠시만, 뭐라고?
"아니, 상식이 없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너 상식 없어?
- 상식 없찐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아니 이걸ㅋㅋㅋㅋ
- ???ㅋㅋㅋ
물론 내가 리트라이에 대한 상식이 좀 부족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쪽의 연락을 받았는지, 빠른 속도로 도착한 예성 고등학교의 사람들도 나를 맞이해 줬다.
"와, 옷은 코어가 멀쩡한 게 신기할 정도네요. 주시면 수선해 드릴게요."
"이따가 맡길게. 솔직히 덕 많이 본 것 같아."
은찬이가 만들어 준 이 오러 슈트가 이번 공략에 굉장히 도움을 줬다.
특히 잡몹을 잡을 때는 특효약 같은 녀석이었다.
"하여튼, 조금만 더 늦으셨으면 승아가 서울 다시 뒤집어 놓을 뻔했어요. 나 얘 좀 무서움."
"미안. 그래도 제대로 S급 찍고 돌아왔으니까 참아주라."
"S급이요?"
"진짜로? S급이라고요?"
아, 맞다.
지금 S급이 나밖에 없는 거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