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7화 〉27장 - 어서오세요 우리들의 신서울에(2) (147/182)



〈 147화 〉27장 - 어서오세요 우리들의 신서울에(2)
"승아야. 이제  떨어져도 괜찮지않을까?"
"...시러"

이게 지금 며칠째야.
내 옆에 찰거머리처럼 붙어있는 승아를 보고 있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최근에 게이트 공략을 진행할 때를 제외하면 항상 내 옆에 붙어있었다.

- 아ㅋㅋㅋㅋㅋㅋ
- 의존하는 수준인데
근데 저러고 있으니까 좀 귀엽네
ㄹㅇ싸이코패스인 줄 알았는데 개귀엽자너
 새끼들은 안귀여운게 뭐냐
- 머리 쓰다듬어줄 때 강아지 같네
- 매니저ㅋㅋㅋㅋㅋㅋ 매니저도 귀엽지...
- 미친새끼야

"너무 그러지 마세요. 누구씨가 거의 3주를 저 게이트에서 잠수를 탔는데, 걱정을  하게 생겼어요?"
"아니 나도 이해는 하는데. 일주일 내내 그러니까 그렇지."

슬슬 내가 괜찮다는  인지하고 떨어져도 되잖아.
심지어 나는 지금 S급이라서 가장 안전한 사람이라고!

"그만큼 걱정된다는 거지. 솔직히 승아가 누님을 얼마나 걱정했는데."
"끄응...."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말이 없잖아.
귀여운 강아지 펫이라도 생긴 느낌이라서 불편하거나  것은 아니지만....
게이트 공략 때라도 떨어져 줘서 다행인 건가?

"그래서, 신서울은 결국 어디로 하기로 했어?"
"인천이 될 것 같아요. 결국부평의 S급 게이트를 처리하지 못하면 인류가 이길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인천을 거점으로 잡는 거로?"
"주변 침식을 처리하면 난이도가 내려간다는 걸 알았으니까, 최대한 S급의 난이도를 내리려면  근처에 거점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거죠."
"...S급 게이트가 침식으로 발전한 사례는 없다고 했었나?"
"그걸 노린 거긴 한데, 그래도 그걸 고려해서 거리는 두고 구성해야죠."
"아하."

부평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아서 도시를 재건한다.
하지만 그 중앙에 있는 S급 게이트가 침식될 경우를대비해서 태풍의 눈처럼 가운데는 비워놓자는 거구나.

"딱히 반대가 나오기 힘든 선택지네."
"그걸 노린 거죠."
"도시 재건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그, 저번 EX급 게이트에서 나온 유저? 아무튼 그 사람들 덕에 쉬울 것 같아요."
"다행이네."
"전부 각성자인 것도 놀라운데, 대부분 마력 다루는 거에 익숙하던데.... 뭐하던 사람들이에요?"

게이머.
물론 내가 그렇게 말한다고 누가 믿어주겠냐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대한민국 게이머"
아ㅋㅋ
- ㄹㅇ심플월드 때문에 익숙하자너
- 일주일만에 얼마나 적응한거야
속도ㄹㅇ미쳤음
-뭔가 저런 말 들으니까 뿌듯하다
- 오....

"뭐 비슷한 걸 좀 해본 사람들이거든. 그 안의 세계에도 게이트랑 비슷한  있었어."
"흐음.... 일단 그 사람들만 해도 엄청난 인원이고, 서울이랑 인천.... 가능하면 주변까지도 연락해보고 있어요."
"연락은  되는 편이야?"
"제가 각성한 능력이 통신 쪽이라서, 무너졌던 통신망은 대부분 복구했어요."
"어, 그게 그쪽이었어? 처음 듣네...."
"말을  했다는 걸 지금 깨달았어요."

은찬이가 통신이랑 관련된 능력을 각성했구나.
장비 제작 쪽이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은찬이는 통신 쪽도 담당을 해왔으니까.

"신서울은 부평으로 확정. 그럼 최근에 A급 게이트 발견된 건 있어?"
"음, 인천이랑은 반대편이라 방치된 게 하나 있네요. 북한산에 하나 있어요."
"오케이. 그럼 나랑 승아가 다녀올게."
"여아쟝도 가도 괜찮은 것이에요...."
"아, 세랑이는 여기 남아줘."

A급 이상의 인력을 다 데려갈 수는 없는 거니까.
아무리 A급 게이트여도 나랑 승아 둘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거다.

"아니에요. 데려가세요. 어차피 인력은 많아요. 슬슬 다슬기 녀석도 A급 근처고."
"어, 그럴게. 근데 왜?"
"...북한산이니까요."

북한산, 거기에 뭔가 있다는 걸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세랑이는 바닥을 보면서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세랑 선배는 원래 학교에 있지 않았어요. 북한산 쪽에서 따로 생존하다가 합류한 거죠."
"아, 원래 생존하던 장소라는 거구나."

거기서 뭔가 일들이 있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쉬웠다.

"그럼 이렇게 셋이서 다녀올게."
"최근에 많이 바쁘셨잖아요? 슬슬 게이트 정리도 안정화 단계니까, 휴가 다녀온다는 마음가짐으로 편하게 다녀오세요."

그렇게 말해도, 이미 세랑이가 그런 식으로 가고 싶어 했던 걸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해지는데.
이걸 어떻게 편한 마음으로 다녀오라는 거야.
은찬이 너 사이코패스니?

"몰라, 다녀올게."
"이거 가져가세요."
"뭔데?"
"전기차 하나 개조해 놨어요. 달려가시는 것보단 느리겠지만,  편하게 가실 수 있을걸요?"

확실히 내 마력 써가면서 달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긴 한데....
이거 제대로 달릴 수 있는 길이나 있나?

"북한산 가는 길은 저번에 정리해놨으니까 문제없을걸요?"
"오케이. 근데 나 면허 없어."
"이 시국에 무슨 면허 타령을 하고 있어요."
"운전을 할 줄 모른다는 건데...?"

해보면 감이  거란 소리는 대체 뭐야.
어차피 이거 사고 나도 죽을 사람들 아니라고 막 대하는 거 아니냐?
혹시나 해서 세랑이한테 차키를 보여줬지만, 그녀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무튼 운전하라고~
- 게임 차 운전하는데 무슨 면허야ㅋㅋ
- ㄹㅇㅋㅋ
- 일단 해보죠
왼쪽이 브레이크고 오른쪽이 액셀인거만 알면 됨
- 어차피 오토일텐데 걍 ㄱㄱ
- 아ㅋㅋ 미리 예상하고 면허 땄어야지

그걸 어떻게 예상하고 면허를 따놔.
뭐, 스수들이 알아서 훈수 두겠지.
최근에 자율 주행이 활성화되어 있다고는 해도, 그걸 이용하려면 면허는 따야 한다.
그래서 스수들 중에는 면허를 가진 사람이 많을 거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시동을 건다."

결국 스수들의 훈수를 봐가면서 천천히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리트라이에서 운전을 배울 줄은 몰랐네....

맞음ㅇㅇ
- 걸렸다
- 이제 기어 D로 변경
- 기어 바꾸시고
- 가즈아
- 본격 운전시뮬레이터ㅋㅋㅋ
- 이걸 진짜 하네

은찬이는 진짜 사이코패스가 맞는 것 같았다.
내가 방송이라도 하고 있지 않았으면 이걸 혼자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
생각보다 어려운데?
이래서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고 남들한테도 쉬우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큰 문제가 있다.

"D로 바꿨고.... 이제 뭘 하면 되는 거지?"

- 브레이크에서 발때면 움직임
- 발 살살 때셈
- 브레이크에서  때고 천천히 액셀ㄱ
- 달려!
- 아ㅋㅋ 여기서 급발진을 해버리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도 급발진하네ㅋㅋㅋㅋㅋ
- 급발진 스트리머 하얀별ㅋㅋ

"악! 깜짝이야!"

아니, 브레이크 떼고 액셀 밟으라며.
물론 내가 처음이라 힘 조절을 잘못한 것도 있겠지만, 시키는 대로 한 거란 말이야.
왜 이렇게 급발진하는데?

"오, 간다. 앞으로 간다...."

슬슬 감이 오고 있다.
내가 그냥 이거 때려치우고 다 같이 북한산까지 달려가는 것이 좋겠다는 감.
그래서 물어보려고 오른쪽과 뒤를 슬쩍 살폈는데, 둘은 내가 이 난리를 치고 있는데 피곤해서 잠들어 있었다.
시발.

"핸들 돌리면 어느 정도로 돌지? 아, 이 정도구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보다 잘하는데
ㄹㅇㅋㅋ
- 이게 처음이네
- 잘하네 
- 사고만 안나면 댔지ㅇㅇ
- 언니 달려~
- 어차피 뻥 뚫린 길이라서 쉽긴 할듯

그래도 익숙해지니까 대충 느낌은 왔다.
전기차라 그런지 엄청 빠른 속도도 아니었고, 뻥 뚫려있는 길이라서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지도 않았다.
저번에 여기 지나칠 때는 버려진 차들로 가득했었지?

"길을 정리해줬으니까 써보라고 하고 싶긴 했겠네. 근데 그럼 그냥 운전수를 붙여주라고!"

- 어림도 없죠?
-  하시네 뭐
- 말은 그렇게하시면서 벌써 적응했네
- ㄹㅇ현실 면허도 금방 따시겠네
- 유익한 게임 리트라이ㅋㅋㅋㅋㅋ
- ㄴㅇㄱ
- 암튼 유익함ㅋㅋㅋ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게 어렵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아무래도 낮은 등급의 각성자는 짐짝이 되니까.
공략에 방해가 될 바엔 데려가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지.

'근데 그럼 설명서라도 적어주던가.'

나는 그렇게 불평불만을 다 하면서 스수들의 훈수대로 운전해 북한산까지 이동했고.
 도착한 이후에야 운전에 대한 기본과 가는 길에 대한 지도가 차 안에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찬아, 미안해.
나는 네가 이런 걸 준비했는지 몰랐지.

"크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인성
- ㄹㅇ괜히 고생해서 길 찾아줬네
- 와 진짜 보기 좋게 지도 만들어놨는데
- 은찬이 오열
저걸 받고도 길을 해맨 사람이 있다?
- 아니ㅋㅋㅋㅋ
- 저게 저기있었네 ㅋㅋㅋㅋㅋ

이런 걸 준비해놨으면 미리 알려줬어야지.
나는 그것도 모르고....

"뭐야, 도착했어?"
"응, 잘 잤어?"
"...미안 요즘 피곤 했나 봐"
"어제 게이트 공략하고 늦게 들어왔잖아. 어쩔 수 없지."
"그거 때문은 아닌데."
"그럼?"

내가 잠들면 언니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아닐까.
지금 내가 보고 만지고 있는 언니가 신기루는 아닐까.
그게 너무 무서워서.

승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푹 껴안았다.
이렇게까지 반응하니까 내가 다 미안하네.
나 진짜 얘 때문에 미안해서 나중에 리트라이를 어떻게 접지?

'뭐, 접지 않으면 되려나.'

 게임이 언제까지 살아남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오래 유지할  있었으면 좋겠다.

"헤으응.... 도착한 것이에요?"
"도착한 것이에요."
"아...."

세랑이는 북한산 국립공원의 입구를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마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런 거겠지.

"게이트는 산 위에 있으니까, 여기부터는 직접 올라가야 할  같은데?"
"여기라면 여아쟝이 길을 아는 것이에요."
"그럼 우리는 세랑이가 안내해주는 길로 따라가면 되겠다."

아무래도 지리를 아는 사람이 있는 편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다가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생겨서 말을 바꾸기로 했다.

"아니다. 바로 게이트로 가지는 말자."
"...그럼?"
"세랑아."
"하와와?"
"여기 들르고 싶은 곳이 있는 거지? 지금 게이트가 그리 급하지는 않으니까, 거기부터 가자."
"......."

승아도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세랑이는 말없이 나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럴게."

?????
- 방금 똑바로 말한거 아님?

- 컨셉충이었네
- ㄹㅇㅋㅋ
- 와 깜짝놀랐네
- ㅅㅂㅋㅋㅋㅋㅋ
하와와 이상한 것이에요
- ㄷㄷㄷㄷㄷㄷㄷ

솔직히 나도 조금 놀랐다.
저렇게 진지하게, 그리고 정상적으로 말하는 세랑이는 처음 본 것 같으니까.
항상 그 이상한 말투만 사용하는 줄 알았지.

"하와와.... 이쪽인 것이에요."

물론 그게 계속 그렇게 말한다는  아니었다.
금방 원래의 말투로 돌아온 세랑이가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안내한 곳은 의외로 우리가 가기로 했던 게이트와 거의 근접해 있었다.

"뭐야. 사실상 바로 옆이네?"
"흐음...."

좋지 않은 퀄리티로 만들어진 묘비들이 우르르 놓여있고, 바로 옆에는 A급 게이트의 입구가일렁이고 있다.
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구도네.

"...언니가 오려고 했던  이 묘지구나."

승아의 말에 세랑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 묘비에는 '안경주'라는 이름이 손으로 적은 것처럼 삐뚤빼뚤하게 적혀져 있었다.

"망할 곰산당년 같으니라고."
"......."

이번에도 평범한 말이었지만, 그걸 신기해하기에는 그녀의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세랑이는 여기서 소중한 사람을 잃었구나.

그녀는 한참을 울면서 감정을 쏟아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묘비 앞에서는 누구보다 평범하고 연약했던 그녀는, 여기로 돌아오자마자 여아쟝 컨셉을 미는 A급 각성자로 돌아와 있었다.

"자, 이제 게이트로 들어가는...."

그렇게 우리가 게이트에 진입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게이트의 등급을 표기하던 시스템이 사라지더니, 게이트 주변에서 엄청난 마력의 폭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 기억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보는 현상은 아니었다.

"벌써!?"

우리의 눈앞에서 A급 침식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