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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4화 〉28장 - 공주님 일어나실 시간입니다(4) (154/182)



〈 154화 〉28장 - 공주님 일어나실 시간입니다(4)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있지만, 왕국의 최근 상황에 대한 것들도 있었다.
물론 술을 한 잔만 시켜놓고 계속 그러고 있기가 애매해서 한 잔씩 더 마시고 있기는 했지만, 그만큼 수확이 많았다.
사실 신문을 읽을 수 있었으면 그냥 신문사서 읽으면 되는 건데....
언어가 안되니까 이런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 ????
- 저게 뭐라는 거야
- 오ㄷㄷㄷㄷ
- 아 자막기능 내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 그럼 ntr아니냐?
- 불륜ㄷㄷㄷㄷ
- 왜 니들만 아는 이야기 해

체험모드 시청자는 번역기능의 혜택을 받는 덕분인지 내용을 이해했지만, 일반 시청자는 이쪽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고리만 날렸다.
큐브온에 업로드할 때 무슨 내용인지 재구성해서 자막으로 달아주면 되겠지.
대충 대화 흐름은 다 메모해놨으니까 어렵지 않을 거다.

"저, 승아야?"
"헤헤, 언니...."
"아니 안 취한다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무튼 안취한다고ㅋㅋㅋㅋㅋ
- 그걸 믿었어? 째트킥!
- 근데 술이 너무 독해보이긴 하더라
- ???: 각성자는 안취해
- 술이 아니라 불이라도 마셨나
- 드래곤 브레스에 앱솔루트 제로 같은 미친 이름의 술만 쳐마시니까 그렇지
- 겁나 웃기네 진짜ㅋㅋㅋㅋ

미성년자가  마시는 방송이 되어버렸잖아.
이러다가 방송 정지당하면 어쩌라고....

"이쯤하고 가자. 승아는 너한테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데? 그냥 네가 업어."
"그래야겠지?"

다행히 승아 주사가 난리를 치거나 하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되게 얌전하게 나에게 매달려 있는 중이었다.
이건 그나마 불행 중에 다행이네.

"와, 여기 장난 아니다. 침대 봐."
"소메야, 슬슬 꺼질래?"
"취급 너무하네. 아직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못 정했잖아."
"그건 그러네."

포카는 빠르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일단 아까 얻었던 정보에서 가장 특별했던 건, 공주님이 실종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돌아왔다는 거.

"근데, 이게 좀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공주가 실종되었다가 갑자기 나타난 거?"
"그 시기가  하필 수증기님이 여기 들어왔을 때지?"
"수증이 여기 공주라고?"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듣고 보니까 그것도 그럴듯한 추론이긴 한데.
그런 의도로 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 게이트가 시작된 시점이 수증기님이 들어온 타이밍이잖아?"
"엉."
"그 타이밍에 하필 공주가 다시 나타났다?  공주님이 진행 열쇠랑 관련이 깊지 않을까?"

굉장히 게임 공략 방법에 가까운 추론이지만, EX급 게이트의 클리어 조건은 왠지 게임의 엔딩을 볼 조건을 걸어둔 일종의 게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그걸 누군가는 설정하고 있다는 거잖아?
그럼 그걸 설정하는 사람으로서는  게이트의 구성은 게임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공략의 시작점을 발견하기 쉽겠지.

"그래서공주라는 키워드가 이번 공략에서 중요할  같다는 거지?"
"응, 물론 왕국의 멸망이라는 조건은 물량이랑 화력빨로 밀어버리면 달성할  있지. 근데 왠지 그렇게 하지 않고도 가능한 방법이 있을  같단 말이야?"

가능하면 왕국을 멸망시키지 않고도 이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싶었다.
물론 멸망 자체는 시키겠지만, 실질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싶다는 거지.
결국 EX급 게이트도 심플월드 탑처럼 공략 이후에 이 세계가 남는  마찬가지니까.

"또 우리 용사님 발동 걸렸네. 여기 공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중요한  수증을 찾는 거잖아요."
"수증기님도 결국 여기서 저랑 비슷한 게이트 공략을 찾고 있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여기서 적응하느라 바쁘거나."

솔직히 말하자면  넓은 데서 수증기님을 찾는  불가능에 가깝다.
저번에도 나온 이야기지만 수증기님의 특성인 성별답지 않은 모습은  세계에서는 모든 주민이 가지고 있는 패시브니까.
오히려 밖에서보다 수증기님 찾는 게 어렵지 않을까?

"결국 저희가 공략하면서 이름을 알리면 수증기님이 나타나게 되어있다니까요?"
"왠지 자꾸 설득당하는 기분인데...."

- 암튼 이렇게 하자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벌써 당신은 걸려들어버렸습니다
- 근데 틀린 말은 없긴 해
- ㄹㅇ수증기를 여기서 어떻게 찾아
- 진짜 심플월드 때도 그랬지만 리트라이  크기 전설이다
- 증기나라 안에서 증기찾기ㄷㄷ
- ㄹㅇ여기 너무 무서움

그렇다면 우리는 결론적으로 뭘 해야만 하는 걸까.
전체적으로 괜찮은 아이디어 몇 개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괜찮아 보이는 것은 이거였다.

"포카가 마왕을 하자."
"뭔 소리야?"

- ?
????
- 갑자기?
- 마왕보고 마왕을 하래
- ㅋㅋㅋㅋㅋㅋ에이
- ㅁㅊ
마왕군 조직ㄷㄷㄷㄷ
- 4인이서 마왕군ㄷㄷㄷ

물론 필요하다면 일부 시청자들도 불러와야 하긴 하겠네.
하지만 일단은 확실한 이름값은 이 나라에 알릴 필요가 있다.
그걸로는 마왕만큼 좋은 게 없지.
그리고 이런 난리를 쳤을 때 마왕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건 포카니까.

"공주를 납치하고, 우리가 마왕군이라는 칭호를 대는 거지. 최근에 공주가 사라졌었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했지? 그럼 다시 사라지더라도 그냥 공주가 가출한 거로 생각할 수 있잖아."
"그래서 공주의 납치 사실을 공공연하게 알리자?"

이 작전의 핵심은 우리의 이름값을 올림과 동시에 공주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퍼트려서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다.
겨우 되찾은 공주가 자칭 마왕이라는 놈들에게 납치되면 나라가 난리가 나겠지.
다수의 병력이 우리를 잡겠다고 혈안이  거다.

"그다음에는?"
"내일의 내가 생각해주지 않을까?"
"제정신 아니지?"

정말로 생각을 해놓지 않은 것은 아닌데, 그다음에는 나라에서 취하는 행동에 맞게 노선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당장 공주를 확보했을 때 그 공주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하고.
애초에 납치 대상을 공주로 설정한 것부터가 그게 뭔지 알아내야 해서 그런 거니까.

"그래. 그럼 얀별이 말대로 공주를 납치한다고 치자. 어떻게 납치하자는 거야?"
"그게 문제긴 해."
"최근에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공주를 그렇게 소홀하게 관리할까? 엄청 빡세게 관리할  같은데."
"그래서 필요한  공주를 설득하는 거지."

납치해야 하긴 하는데, 그걸 진심으로 행하려고 하면 다치는 사람이 생긴다.
가능하면 누군가가 다치지 않는 선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선택지는 최악이지.
그렇다면 가장 좋은 것은 공주가 자기 발로 우리한테 걸어 나오게 하는 거다.

"물론 그걸 어떻게 할지는 바로 확답할 수는 없어. 공주에 대해서  알아보고 어떻게 상대해야  대상인지 고민을 해봐야지."
"만약 자기가 책임감이 심한 타입이면 다른 백성들 목숨을 인질로 삼아서 협박한다던가? 그런 거?"
"맞아."

그런 성격이 아니면 우리가 의도적으로 만든 함정에 스스로 걸어오도록 해야겠지.
우리가 주도하는 파티에 공주가 몰래 참여하도록 의도한다던가.
결국 공주의 성격이나 취향 등을 완벽하게 파악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렵네. 이게 리트라이만 아니었어도 다 죽이고 빼돌리면 되는 건데."
"EX급 게이트라 이런 문제가 생기네."

문제는 그 정보를 어디서 구하냐는 건데.
일단 수도의 위치는 파악을 해뒀으니까 수도로 이동해서 다시 정보를 모으는 편이 낫겠지.
아무래도 이곳보다는 공주에 대한 정보가 많이 있을 거다.
여기는 그냥 간단한 소식만 있는 수준이니까.

"언니이...."
"승아야,  그래. 어지러워? 물 줄까?"
"...응"

얘가 애긴 해도 평소에는 굉장히 어른스러워서 별생각 없었는데, 이렇게  빠져서 늘어져 있으니까 좀 애기같다.
물을 마시고 나더니 침대에 픽 쓰려져서 잠드는 모습이 귀여웠다.
나는 승아의 머리를 잠시 쓰다듬다가 다른 애들한테 여기서 쫑내자는 신호를 줬다.

"오케이, 남은  자고 내일 시작하자. 소메 너는 계속 방송 안 켜고 할 거야?"
"녹화는 계속 따고 있어. 뭐, 원래 나는 생방송보다는 큐브온 위주니까."

 말이 나오자마자 우리  채팅창에서부터 방송 좀 키라는 소리가 나왔다.
콘소메님이 평소에 방송을 잘  켜시기는 하지.
그러면서 녹화 켜놓고 다른 사람들이랑 합방은 자주 하고.
솔직히 좀 특이한 스타일이다.

"그럼 오늘은 방송 여기까지만 할게요."

별바
- ㅂㅂㅂㅂ
- 오뱅알
- ㄹㅇ오늘 알찼다
결국 수증기는 못찾았네
- 내일봐요
- ㅜㅜㅜㅜㅜ

수증기님 수색 1일 차.
별다른 수확 없음.


☆  ☆ ☆ ☆ ☆ ☆

"으, 머리 깨질  같아."
"좀 괜찮아? 그러니까 왜 무리를 해서 마셨어."
"안 취할 줄 알았지. 애초에 소주는 물처럼 들이켜도 별문제 없었단 말이야."
"잘 생각해보니까 어제 네가 마신 술이 그냥 논외였던 게 아닐까 싶긴 하네."

그거 마시면 목구멍이 녹아버릴 것 같은 비주얼이었어.
그걸 전부 비우고 비슷한 걸 하나 더 주문한 승아가 더 대단하긴 했다.

"그리고 첫 잔에는 뜨겁긴 해도 취하는  같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두  째 잔이  강하던데?"
"앱솔루트 제로였나? 그거?"

무슨 액체로 된 드라이아이스 같은 비주얼의 술이었지.
승아가 속이 뜨겁다면서 차가운 걸 마시고 싶다면서 그걸 시켰던 것이 기억났다.

"목이 얼어붙는 줄 알았는데, 그 뒤로 바로 녹여버리면서 훅 치고 들어오더라. 그게 아마 드래곤 브레스보다 도수 높은  같아."
"네가 도수 어쩌고 하니까 기분이 이상해."
"나도 알 건 다 아는 나이인데 뭘."

해봐야 중학생, 많이 쳐줘야 고등학생의 외모를 하고서 그렇게 말해도 설득력이 없거든?
그리고 실제로 중학생 정도의 나이인 거로 기억한다.

"다음부터는 금지야. 각성자라 사실상 술이 음료라고 해서 허락해준 건데, 아니라는  증명된 거잖아."
"이번엔 너무 도수가 높아서 그랬던 거거든?"
"아무튼 그냥 술이  거지 아예  취하는 게 아니잖아."
"끙...."

그건 그렇고, 확실히 수도는 다르네.
마차를 타고 한참을 이동한 끝에 도착한 수도는 우리가 지내던 도시보다 훨씬 번화했다.
대충 어제 마탑에서 봤던 느낌이 도시 전체에 준비되어 있다고 해야 하나?

"여긴 진짜 도시구나."
"마법 문명도 발전하면 결국 이런 느낌이 되는구나. 솔직히 그냥 외국인  같은 느낌이야."
"그러게."

일단 우리가 지낼 숙소부터 찾아서 예약하고, 그다음에는 다시 정보수집에 들어가야 한다.
당연히 이번에 우리가 노리는 정보는 납치할 대상인 공주님에 대한 것.
평소에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지, 외모는 어떻게 생겼는지.
전부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네, 3인실이랑 1인실 하나요. 감사합니다. 혹시 식사 좀 준비해주실  있나요? 마차를 타고 방금 도착한 탓에 배가 고파서요."
"아, 준비해드릴게요. 앉아서 기다리세요."

조금 작아 보이는 여관으로 들어왔는데, 수도라서 그런지 아까 지내던 곳에서 가장 비싼 여관과 비슷한 가격을 받았다.
여기도 수도에 오면 전체적으로 물가가 비싸지는구나.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만.

"음, 스프 맛있네."

어제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은 것만큼 대단한 맛은 아니지만, 그냥 준수하게 맛있는 스프의 맛.
그렇다고 인스턴트식으로 맛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충분히 입이 즐거워지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고맙네요. 어디서 오신 거예요?"
"코멘코에서요. 역시 수도는 좀 다르네요."
"코멘코면 온종일 마차 타셨겠네요. 고생하셨어요. 최근에 공주님 실종된 다음부터는 사적인 포탈 이용이 금지되어서 불편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말이죠."

포탈이 있었구나.
근데 어차피 지금은 사용할 수가 없어서 우리한테는 말해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공주님이 돌아오셨다면서요?"
"아, 네. 다행이죠. 공주님이 없으면 이 센트로의 모두가 기분이 우울하니까요. 저번에 놀러 오셨을 때만 해도 얼마나 아름다워지셨는지...."
"어, 공주님이 여기도 놀러 와요?"
"여기뿐이겠어요? 거의 센트로의 주민 대부분이랑은 안면을 트시는 분인데. 심지어 저는 이름까지 기억해주시니까 황공할 따름이죠."

여기 공주님 얼마나 친화력이 높으신 거야.
심지어 평판 자체도 엄청나게 좋으신 모양이었다.

"아, 그때 찍은 사진이 있을텐데. 보여드릴까요? 가끔 와서 사진 찍어주실 때마다 보물처럼 보관해두거든요."
"공주님을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어릴 때부터 자주 놀러 오시기도 했는데, 그때 공주님 아니었으면 아마 저는 이 자리에 없을 거예요. 손님이 아무도 없을  쓰러졌는데 공주님이 발견해주셨거든요."

심지어 미담이 가득한 발자취.
이런 공주님이 사라졌으니까 나라가 발칵 뒤집힌 거구나.

"아, 찾았다. 엄청 아름다우시죠?"

멀찍이 떨어진 사진에서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순백의 웨딩드레스였다.
잠시만, 공주가 이런 옷을 입고 있다는 건....

"그, 공주님이라는  남성...."
"그야 그렇죠?"

- ?
???
네?
그러니까 공주는 남자가 되는거라고?
- 그럼 왕자는 여자가 되는건가?
- 아니 시발 어디까지 역전된건데
- 어이가 없네ㅋㅋㅋㅋㅋ
- 정신나갈것같애
- 으악

이 세계의 상식은 우리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힘든 것 같았다.
나는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잡으면서 눈앞까지 다가온 사진을 살펴봤다.

"어라? 수증기님?"
"...엥?"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웨딩드레스 차림의 공주는....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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