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7화 〉29장 - 이 왕국은 공주가 납치당하는 전개에 약하다(1) (157/182)



〈 157화 〉29장 - 이 왕국은 공주가 납치당하는 전개에 약하다(1)
"수증? 아니, 어?"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은 수증기님이었다.
물론 지금의 수증기님보다는 좀 어린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로메에서 비슷한 옷차림을 봤기 때문인지 바로 알아차릴  있는 수준이었다.

- ?????
- 진짜 공주님이네
- 증기나라 수증공주ㄷㄷㄷ
- 아니 뭔데
- 여기서 이게 이렇게 전개가 된다고?
- ?
내가 뭘 본거지
- 그 와중에 예쁘네

그러니까 이 나라의 공주님이 수증기님이고?
사실은 수증기님이 리트라이 속에서 살아가던 공주님이라는 거지?
...그게 말이 되나?

"아니, 수증기가 여기서  나와."
"그냥 닮은 거 아닐까요?"

정말 이성적으로만 생각하면 이 게이트의 특성이라고 볼  있을 거다.
가장 먼저 들어온 사람이 공주인 것으로 설정된다는 거지.
그래서 우연히 이곳에 들어온 수증기님이 공주님으로 설정되었다는 가정.

'공주 자리를 플레이어가 진행해야 해서? 그런 설정인가?'

심플월드에서도 공략이 시작할 때 플레이어에게 특정 역할을 부여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리트라이의 게이트도 비슷한 방식일 수 있겠지.
애초에 심플월드는 리트라이의 튜토리얼 용도로 만들었다고 했으니까.

"다들  그러세요? 공주님이랑 아시는 사이에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단 방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 버리면 금방 해결되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수증기님은 찾은 셈이네요."
"아마 돌아왔다는 공주님이 수증일 테니까."
"그럼 본래 계획대로면 우리가 수증을 납치해야 한다는 건데...."

승아를 제외한 우리 셋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을 교환했다.
이건 참을 수가 없지.

"솔직히 수증 납치는  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그걸 여기서 이루네."
"수증 납치는 못 참지."
"솔직히 잠적한 사람이 잘못 아닌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악질만 모여있네
- 와 근데 사진 존나 이쁘다
- 이남놀 이남놀
- 수증공주! 수증공주! 수증공주!
- 아ㅋㅋ
- 개웃기네 진짜

저희한테 악질이라고 하지 마십쇼.
여러분들도 솔직히 이런 거 좋아하시잖아요.
저희는 전부 여러분이 만들어낸 괴물이란 말입니다.

['못참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스위치 클립)

심지어 예전에 나랑 수증기님이 합방하면서 나왔던 선언까지 날아왔다.
생각해보면 지금 상황이 이거 그대로네.

「그래,  공주다. 내가 이 나라의 공주라고!」

- 내가 나라의 공주라고!
- 맞지 맞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모르는 공주 납치하는 게 아니라 수증 공주면 ㅇㅈ이지
- 공주님 헤으응
-가능
- 이번엔 진짜 가능인데ㅋㅋㅋ
- 수증 공주님은 ㅇㅈ이지

일단 수증기님이 왜 여기 공주이냐는 나중에 생각해야 할 문제고.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잘 납치할  있냐다.
그나마 수증기님이 상대라고 한다면 정보 수집할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겠네.

"오케이,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좀 빨리 끝내는 이유가 지금부터 작전 짤 건데 그거 모르고 보는 게  재밌을  같아서요."
"그게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솔직히 잠적해놓고 방송은 몰래 보고 있을지 어떻게 알아."

적에게 비밀을 감추려면 우리편도 속여야지.
애초에 불특정 다수인 스수들이 우리 편인지부터가 확실하지 않기는 한데.
아무튼 전체적으로는 우리 편일 거다.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정산을 시작합니다.]
[방송으로 12시간이 추가됩니다.]
[팔로워 보상으로 873시간(8738명)이 추가됩니다.]

이거 대부분최근에 올린 큐브온 때문에 늘어난 팔로우일 거다.
나는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주현씨가 제대로 해주고 있는 모양이네.

"미안한데 나 단팥이  좀 주고 올게. 수증이 계속 게임 중이라 줄 사람이 나밖에 없어."
"단팥이 보고 싶다."
"저번에 찍어둔 영상 보내드릴게요."
"오, 진짜요?"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요즘에 단팥이가 수증 못 봐서 외로워하더라...."

아마 수증기님은 단팥이 때문이라도 콘소메님한테 잔소리 좀 듣겠네.
물론 본인은 콘소메님을 믿어서 그랬다고 하겠지만.
이건 아직 겪은 상황도 아닌데 대충 예상이 가네.

['증기나라수증공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메일 확인 바람

주현씨네?
나는 별생각 없이 메일함을 열었는데, 그곳에는 방송  절대 열람 금지와 녹화 금지 같은 제목이 붙어있는 메일이 하나 도착해 있었다.
무슨 극비 정보 같은 건가?

어차피 지금은 콘소메님이 나간 탓에 납치 계획을 짜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는 잠시 녹화를 멈추고 메일을 열었다.

"...어?"

메일에 적혀있는 것은 담담하게 적혀있는 정리글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내용이 모두 바포로 왕국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주현씨는 설마 이전에 리트라이를 플레이할 때 이곳을 온 적이 있나?
처음 나온  아니었단 말이야?

나는 그런 예상을 하면서 메일을 읽어나가다가, 왠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반복해서 읽었다.
지금 이게 무슨 말이지?
스우, 그러니까 한승우가 바포로 왕국의 마지막 생존자이면서 공주.
왕국은 멸망 직전에 차원 이동 마법을 사용해서 그를 살리려고 했다.

'잠시만, 멸망이라면....'

바포로 왕국의 멸망에 관한 이야기.
수상한 문이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 형태가 변했다.
변한 뒤로는 몬스터가 쏟아져나와서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다.
바포로 왕국은  몬스터들에게 패배하여 멸망했다.

"게이트랑 침식이잖아."
"왜, 뭐라도 생각났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잠시만...."

문서를  날짜는 주현씨가 리트라이를 플레이했다고 한 날짜보다 한참 점이었다.
그러니까 수증기님은 이 바포로 왕국에서 실제로 공주였다는 거야?
하지만 게이트로 인해서 바포로 왕국이 멸망했고, 수증기님을 살리기 위해서 차원이동을 시켰더니 지구로 왔다고?
어디 삼류 판타지에서나 나올법한 설정인데?

'그가 말하는 왕국어라는 언어는 대부분 음이 응응응 같은 소리로 들리지만, 잘 들어보면 제대로 된 규칙이 있는 정상적인 언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언어는 존재하지 않고, 직접 만들었다기에는 너무 안정적인 발음과 자연스러운 언어의 변환 과정이 깃들어 있었다.
따라서 이걸 근거로 삼아서 위 내용이 진짜라고 판단한다.
나는 어쩌면 터무니없는 녀석을 주워버린것일지도 모르겠다.

담담하게 적어 내린 내용은 충격적인 것들로 가득했다.
주현씨는 방황하고 있던 수증기님을 발견하고 도와줬던 모양인데, 그때 수증기님이 이상했던 내용을 미리 정리해놨던 것 같았다.
근데 그게 오늘 리트라이의 게이트에서 나타났다는 거고.

리트라이는 방파제다.
원래라면 원래의 세상에 찾아올 멸망을대신해서 먼저 맞아주는 역할.
즉, 리트라이에서 발생하는 게이트나 침식 같은 현상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미 이 게이트나 침식의 현상으로 수증기님의 세계는 멸망해서 EX급 게이트의 형태로 나타나는 거지.
만약 우리가 리트라이를 클리어하지 못한다면, 다음은 정말로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럼 수증기님은 이 게이트를 공략할 생각이 아니었겠구나.'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이다.
대체 누가 이 고향을 멸망시키고 싶겠는가.
그는 그저 오랜만에 자신의 고향에 돌아온 느낌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죽었다고 생각했을 자신의 가족.
멸망해버린 자신이 살아가던 고향.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면, 그 밖으로 나온다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잠적할만하네."
"뭐가요? 아, 다녀왔습니다."
"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요. 자꾸 이런 부탁 하면 미안한데...."
"왠지 심플월드 마지막  생각나서 PTSD가 오는데, 이번에는 좀 쉬운 걸로 부탁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번에는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수증기님이 돌아오면 아무것도 묻지 말아주자고요."
"뭐? 왜?"
"이유가 있긴 하거든요."
"뭔가 알고 있는 거야? 와, 이걸 혼자만 아네."
"저도 말하고는 싶은데, 말하지 않기로 약속해서요."

이 둘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걸 밝히기에는 너무 이르니까.
애초에 내가 말한다고 해서 믿을 수나 있는 이야기일까?
나는 워낙 이상한 일을 많이 겪었으니까 납득을 하는 거지, 평범한 사람이 들으면 영화  그만 보라고 할만한 이야기다.

"그러지 뭐. 그러니까 그러면 상처받을 거라는 거잖아?"
"이해가 빠르시네요."
"워낙 예민한 녀석이니까.... 쩝, 궁금하긴 한데 어쩔 수 없나?"
"언젠간 본인이 말해주리라 생각하고 기다려주세요."
"언니는 역시 상냥하네."

누워있던 승아가 강아지처럼 다가오더니 내 팔에 얼굴을 비볐다.
진짜로 강아지 같은데?
계속 숙취로 고생하더니 이제야 정신이  모양이다.

"생각해보니까 저 착해 보이는 말투로 사람을 얼마나 많이 유혹하는 거지?"
"얀별이가 좀 위험한 사람이긴 해."
"이러다 우리 수증까지 뺏기는  아니려나...."
"대체 무슨 대화를 하는 건데요."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만한 말을 마구 내뱉네.
아무리 방송이 켜져 있지 않다지만 너무 억울한 내용으로 괴롭힘당하는 것 같은데.
아, 이제 녹화 켜놓아야지.

"뭐, 그건 그거고. 계획은 원래처럼 납치하는 걸로 가는 거지?"
"어, 그러자."

일단 공주 시절의 수증기님은 엄청난 인싸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 도시의사람들과 대부분 안면이 트여 있고, 수증기님의 성격상 그런 사람들을 버릴 수 없겠지.
이러면 다른 감시역에 들키지 않고 수증기님한테 메시지를 전달하면 끝인데.

"아, 진짜 죄다 차단해놨네."
"큐브톡도 전화도 다 막아놨어. 사실상 리트라이 내부 말고는 연락을 다 막은 것 같은데?"
"응응응...."

생각해보니까 수증기님이 욕 대신 응응응을 한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게 욕을 대신한 것이 아니라 모국어로 욕을 했었던 거구나.
지식이 늘었다.

"일단 편지 내용은 한국어로 쓰자. 그럼 수증 아니면 못 읽을 거 아니야."
"오, 그건 진짜 괜찮네."

만약 편지를 전해주는 것에 실패하더라도, 당장 그게 무슨 내용인지 들키지 않으니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혹시 번역 마법 등으로 번역할 가능성을 고려해서 발음이랑 받침으로 장난질  하면 될  같은데.

[숮즞잊 혽잦 캊닞 옂괁읒롲 낮옺짖 앉읒멵 섽틎롲 몾둦릊 줒긵닺]

수즈이 혼자 카니 여관으로 나오지 안으면 센트로 모두르 주긴다.
간단하게 만들어본 텍스트였다.
물론 조금 고치긴 해야겠지만 이런 식으로 적으면 수증기님 말고 다른 사람이 알아나볼 수 있을까?

"진짜 어지럽네."
"암튼 이걸 보고 카니 여관에 혼자 나타나면 바로 납치해서 튀자."
"근데 포탈 사용 불가능하잖아. 그럼 금방 잡히지 않을까?"

포카는 고개를 저으면서 가방에 있던 설계도 비슷한 것을 꺼냈다.
설마 포탈을 만들 수 있다고?

"최근에 내가 신서울이랑 서울 이동 포탈 제작에 관여를 많이 해서. 간이 포탈 정도는 구현할  알아. 조건이 좀 빡빡하긴 한데."
"포카도열심히 일하고 있었구나. 당연히 스펙만 끌어올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목표 있는 일 붙잡는 게 실력이 더 잘 올라. 내가   대부분 이론 검증 부분을 빠르게 시뮬레이션 돌려주는 거였지만."

마법 시뮬레이터 포카.
확실히 그런 용도로 쓰였다면 실력이 많이 늘었을 거다.
그리고 포탈 마법의 시뮬레이션을 계속한 만큼 직접 포탈을 만들 실력도 생겼을 거고.

"그럼 기본적인 계획은 공주님을 납치해서 도망가고.... 여기 여관 주인한테 연기해서 마왕 어쩌고 썰 엄청나게 풀면 되겠는데."
"맞아. 공주님이랑 친했던 사이 같으니까, 우리 잡는 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최선을 다해서 신고하겠지."

솔직히 순수한 사람을 이용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그래도 대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지.

"왠지 복잡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단숨에 풀리는 것 같네."
"지금 공주님이 수증이라는 걸 깨달은 게 크지."
"그런가?"
"어, 수증은 단순하니까."

그렇게 말하면 왠지 수증기님이 불쌍해지잖아.
순수하다는 말로 순화시켜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