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0화 〉29장 - 이 왕국은 공주가 납치당하는 전개에 약하다(4) (160/182)



〈 160화 〉29장 - 이 왕국은 공주가 납치당하는 전개에 약하다(4)

센트로의 외각.
우리는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연구실의 입구를 찾고 있었다.
분명 이쪽이라고 하지 않았나?

"진짜 여기 맞아요?"
"이상하네. 여기 입구가 있다고 적혀있었어요."

수증기님의 목소리에는 전혀 의심하는 기색이 없었다.
아마도 적혀있는 것을 본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여기에 온 적이 있었다는 의미겠지.
그렇다면  여기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게이트가 되면서 사라졌나?'

수증기님이 가지고 있는 차원 이동 마법에 대한 기억은 왕국이 멸망하기 이전의 일.
게이트로 만들어지면서 재구성된 왕국은 기존과 다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뭔가가 마음에 걸린다.

"어? 잠시만."

마법으로 입구가 있던 장소를 살피던 포카가 의문을 표했다.
역시 뭔가 이상한 게 있는 건가?
나도 포카를 따라서 마법을 사용해서 내부를 살펴봤다.

"뭔가 있긴 하네."
"이거 일부러 묻은 것 같아."

차원 이동 마법 연구가 중지되었다고 말했었지.
그렇다면 연구의 중지와 함께 누군가가 출입하지 못하도록 봉인했다는 소리다.
심지어 어지간하면마법으로도 찾을  없게 물리적인 방법으로 묻어버렸네.
위치를 기억하고 있던 수증기님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장소였다.

ㄷㄷㄷㄷㄷㄷㄷ
저걸 찾네
- 자연스럽게 해놔서 아무것도 없는 
- 와 ㅅㅂ
깜짝이야ㅋㅋㅋㅋ
- 상여자가 또
- 마왕식 포크레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카는 여기에 연구실이 묻혀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마법으로 안을 파내기 시작했다.
아마 문 비슷한 걸 발견해서 그쪽으로 쭉 길을 만드는 모양인데, 커다란 바위가 푸딩처럼 썰려 나가는 모습이 비현실적이었다.
내가 아까 비슷한 걸 해보려고  때는 마법이 보호하던데.

"포카야, 설마 보안을 뚫어버린 거야?"
"별로 안 어렵던데."

그렇구나.
물론 나도 힘으로 찍어누른다면 가능하겠지만, 아직도 마법의 보안과 관련된 부분은  모르겠다.
솔직히 너무 어려운 이론들이 많아서 포기한  오래였다.

"다들 되게 신기한 것처럼 보지 마세요. 부수는 건 똑같은 건데 어딜 부숴야   부서질까, 약점을 찾는 거라 보시면 됩니다."
"그걸 알려면 마법 이론을 공부해야 하잖아."
"당연한 내용을 이론으로 정리한 거라 쉽던데?"

- 에?
- ??: 마법은 당연한 현상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사고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 교주님도 한 재능충 하는데 저건  레전드네
- ㄹㅇ처음에 마법 이론 나올 때는 포카 떡락하나 했는데
- 진짜 뭔ㅋㅋㅋ
당연하면 그게 마법이냐고ㅋㅋㅋㅋ

처음에는 정립 마법이 나오면서 일반 마법의 재능충인 포카의 위상이 줄어들  알았는데....
이제는 정립 마법을 일반 마법을 써서 구현하는 정확도에, 정립 마법의 정수들만 이해해서 일반 마법으로 써먹어 버린다.
조금 말이 안 되긴 하네.
이게 어떻게 사람이가질 수 있는 마법의 재능이지?

"이게 마왕?"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도와줘."

포카의 내부 확인은 완벽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했다.
슬슬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부드럽게 파낸 끝에 연구실의 문의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아무래도 문 안까지 채워놓진 않았을 테니까, 이젠 그냥 문만 열면 되겠지.

"여기도 보안이 있네. 준비를 많이 한 건지 보안이  빡센데?"
"그럼기다려야 하나?"
"아니?"

포카는 손에 불을 붙이더니, 그대로 문에 주먹을 내리쳐버렸다.
쾅!
굉음과 함께 터져나가는 문짝을 보면서 나는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 빠꾸없네ㅋㅋㅋㅋ
파이어 펀치!
-이럴거면 아까 거긴 왜 해킹했냐고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게 마왕이지
- 아ㅋㅋㅋ 미치겠네 진짜
- 얀별님 표정ㅋㅋㅋㅋ
솔직히 좀 미친  같긴 해

뭔가 그럴듯한 해킹 장면을 기대한 저의 동심을 돌려주십시오.
아까 분명 바위 파낼 때는 지적인 이미지였잖아요.
어째서 다시 파괴신이 되어버린 겁니까.

"이런 너무 복잡하게 설계된 방비는 화력으로 뚫는 것이 시간상으로 이득이거든."
"방금 본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라서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아...."
"이게 포카지."
"이, 일단 들어가죠?"

연구실 안으로 들어왔더니, 어두컴컴한 실내가 쭉 이어져 있었다.
마법으로 시야를 밝히고 이상한 것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마법 관련 시설은 현대에가깝네.

"여기서 어느 쪽이더라.... 아마 왼쪽."
"어차피  뒤져볼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도요."

그나저나 차원 이동 마법의 연구가 중지된 이유는 뭐려나.
연구소를 바위로 숨겨둘 정도면 뭔가 엄청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같은데.

"난리가 나 있네. 그을린 자국도 많고, 자료가 불탄 것도 많아."
"수증기님, 말씀하신 차원 이동 장치 위치가 방이에요?"
"아마요. 확실한 건 아닌데...."

아까 갈림길에서 고민하던 것과 다르게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나는 안에 무언가가 있을 가능성을 조심하면서 문을 활짝 열었다.

방 전체에 빼곡하게 붙어있는 기계와 컴퓨터를 닮은 무언가.
중앙에 있는 커다란 유리관은 깨져서 금이 가 있었고.
아까 들어올 때 본 복도도 그렇지만, 난리 통에 무언가와 전투한 흔적이 있었다.

"핏자국이 심해."
"으, 썩은 내."

우리가 인상을 찌푸리면서방을 둘러보는데, 수증기님이 바닥에 있는 핏자국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혹시 이걸 알고 있는 건가?
아니면 설마....

'가능성이 있잖아?'

 광경을 보고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한 수증기님의 반응.
긴급한 전투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난리 통인 연구실.
그리고 실제로 멸망할 정도로 강렬한 전투를 진행했었을 이 왕국의 멸망.

이 왕국이 멸망할 때, 수증기님을 차원 이동 장치를 통해서 지구로 보내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 장면을 눈앞에서 지켜봤을 수증기님에게 이 장소는 어떤 의미일까.

['왕국의 수호자'님이 100시간을 후원합니다.]
- 공주님....

"어?"
"왜 그러세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일반 후원이 아니라 일만시간의법칙 시스템을 통해서 날아온 성좌의 후원이다.
닉네임에 보이는 왕국이 바포로 왕국이라고 한다면, 저 성좌는 분명히 바포로 왕국에서 수증기님을 모신 적이 있는 성좌라는 말이 되겠지.
그리고 하필 이런 타이밍에 저런 말을 했다는 건....

'딜레이도 고려를 하긴 해야겠지만, 이 실험실에 들른다는 정도는 알고 보낸 후원 같아.'

그럼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성좌가 아닐까.
그게 맞으면 알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가 있었다.

'일단, 사람이 성좌가 될  있다는 거.'

심플월드에서 나왔던 성좌 시스템처럼, 무언가 조건을 만족하면 인간이 성좌가 될 수 있는  같았다.
다만 성좌가 무엇을 하는 존재고 어디서 이 내용을 살피고 있는지는 아직 알 방법이 없었다.
이건 나중에 자세히 생각해봐야겠네.

다른 하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연구실이 수증기님이 떠나기 직전의 진짜 왕국의 실험실이었다는 거다.
기본적으로 게이트의 내부는 게이트의 침략을 당하기 전으로 돌아가 있지만, 모종의 이유로 이곳만큼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거지.
그럼 역시 여기에 뭔가가 있다는 건데....

"뭔가 이상한 거 있어?"
"다 작살이 났네. 시간도 오래 방치된 상태라서 기계 쪽에서 건질 건 없는 것 같아."
"아까 설계도 같은 것들도 있지 않았나?"

확실히 여기에 뭔가가 있다는 판단은 생겼는데, 그렇다고 여기서 뭘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아무래도 여기를 이렇게 봉인해둔 걸 보면 왕국 쪽에서도 뭔가를 알고 있는 건데.
그럼 어지간한 위험한 내용은 다 폐기해놓지 않았으려나.

"야, 수증. 뭐해. 피만 멍하니 바라보고."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이 정도 피가 흘렀으면 틀림없이 죽었겠다 싶어서."
"갑자기? 뭐, 그럴 것 같긴 하네."

우리는 방금 조사하던 방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바깥으로 나왔다.
그런데 왠지 내부에서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연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류아...?"
"공주님?"

아까 수증기님을 납치할 때 끝까지 반항했던 기사였다.
그녀는 우리가 확인하려 했던 방들에 불을 지펴놓고 빠져나오던 도중이었다.
포카가 불을 끄려고 마법을 날렸지만, 그녀는 그걸 검으로 베어내어 소멸시켰다.

"여기 뭐가 있긴 한가 봐? 굳이 위험하게 우리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불태우고 말이야."
"알 거 없어."
"음, 있지 않을까? 우리한테는 공주님이 있어서."

나는 수증기님의 목에 오러를 가져다 대고 협박했다.
그제야그녀는 명령을 받은 것뿐이라며 제대로  대답을 했다.
정말로 모르는 눈치이긴 하네.

"불 꺼라. 그까짓 정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네가 아까는 공주님보다 소중하진 않을  아니야?"
"연구실 자체 연소장치라서 작동한 뒤로는 끌  없어. 위험해지기 전에 나가는 걸 추천하는데?"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저거 때문에 죽을 수준은 아닌 것 같으니까 그냥 들어가서 뒤져보면 되려나?
스펙이 좀 심하게 딸리는 콘소메님이나 수증기님이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

"저기에, 분명 힌트가...."
"공주님!?"

그런데 갑자기 우리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수증기님이 불꽃 속으로 뛰어들었다.
깜짝 놀란 우리도 내부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길을 틀어막는 기사 때문에 당장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하필이면 이럴 때 방해를...!

"망할, 멍청한 새끼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기사가 나와 포카 그리고 승아까지 감당하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하다는 거다.
우리가 충돌하면서 빈틈이 생겨나자, 그게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콘소메님이 수증기님을 따라 내부로 들어갔다.
이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는데.

"칫."

그녀는 콘소메님이 따라 들어간 것은 계획 외였는지, 급하게 안쪽으로 따라 들어갔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우리도 뒤늦게 내부로 돌입했다.
진행이 그냥 난장판이었다.

"야, 너 진짜 겁도 없냐?"
"방법이 있을 거야. 분명 잘 해결할 방법이...."
"그건 알겠는데, 위험하잖아. 일단 나가자."

수증기님을 설득하고 있는 콘소메님과, 급하게 수증기님에게 다가가고 있는 기사.
거기까지는 딱 예측한 것 그대로였지만....
뭔가 기사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공주님! 피하세요!"

그 순간, 아주 짧게 작은 빛이 소리 없이 반짝인 것 같았다.
빛이 나타난 곳을 확인한 순간, 과열된 것으로 보이는 실험길 기계 하나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저거 설마...!

"멍청아! 좀 피하라고!"
"어? 어!?"

콰앙!
강렬한 빛과 함께 연구실 내부에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본래라면 수증기님에게 직격할 위치였지만, 콘소메님이 그대로 그를 감싼 덕에 수증기님은 문제없이 생존할 수 있었다.

"와, 시발.... 존나 아프네."
"괜찮아? 많이 아파?"
"아마도. 뭔가 정신이 없어서 하고 싶은 말을 이제까지 못 했는데, 말도 못하고 죽을 뻔 했네."
"무슨 소리야! 나중에 이야기하면 되잖아."

콘소메님은 수증기님의 말에 코웃음 치면서 천천히 입을 벌렸다.
죽기 전에 이것만큼은 말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오늘  못 하면 개빡칠 것 같아서. 방송 좀 켜세요. 이 십새끼야. 내가 너 시청자한테 테러를 언제까지 당해야 하냐."
"미안, 미안해."
"그리고 단팥이 밥도  주고 잠적하면 어쩌자는 거야? 만약 나까지 까먹었으면 무슨 상황이 일어났겠어?"
"미안...."
"시발, 리트라이 컨텐츠 좆 박았네."

결국 콘소메님은 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내가 그 상황에 당황한 사이, 기사는 방금 수증기님이 죽을 뻔한 상황을 보고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얘도 어지간히 멘탈 공격 많이 당하네.
지금 생각하니까 조금 미안할지도.

"괜찮아요. 수증기님?"
"네. 그리고 이거."

수증기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에 들고 있는 무언가를 흔들었다.
일부가 좀 찢어지긴 했지만, 확실히 뭔가 있어 보이는 문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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