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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2화 〉29장 - 이 왕국은 공주가 납치당하는 전개에 약하다(6) (162/182)



〈 162화 〉29장 - 이 왕국은 공주가 납치당하는 전개에 약하다(6)

[미션: 간절한 부탁(1)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성: 게이머의 혼(S)을 획득합니다.]
[게이머의 혼(S)
자신이 플레이한 게임의 능력을 3개 표시합니다.  중 하나의 능력을 선택하여 특성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능력의 세부적인 특성이나 스펙은 원본과 다르며, 능력을 다시 선택하려면 대가로 시간을 지불해야 합니다.]

바포로 왕국 게이트 공략 미션의 보상으로 받은 새로운 특성이다.
다만, 능력을 선택하면 바꿀 때는 비용이 든다는 부분 때문에 선택은 미루고 있는 상태였다.

[천마신공 (영원한 전쟁)
상대에게 느끼는 살의가 적을수록, 전투에 관련된 재능이 좋아집니다.]
[사랑하는 마음 (심플월드)
상대에게 느끼는 사랑이 많을수록, 마법에 관련된 재능이 좋아집니다.]
[운명의 검은실 (로스트 메모리즈)
마력을 실 형태로 정제하기 쉬워지며, 실 형태를 유지하는 마법의 완성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무난하게 생각하면 운명의 검은실인데.'

가장 범용적이 아닌 것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마력을 실로 정제하고 오버라이팅 정도의 마법을 사용한다면 상시 발동이라서 제일 범용적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심플월드에서는 오버라이팅을 통해서 조건만 달성하면 되었던 것과 다르게, 사랑의 수준에 따라서 성능이 바뀌기 때문에 훨씬 애매해졌다.
그리고 개인적인 욕망으로는 천마신공을 고르고 싶었다.

"음...."

내가 원래 죽여야만 이길 수 있는 상대를, 천마신공이 있으면 죽이지 않고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기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대신 운명의 검은실은 내가 죽여야 하는 상대를 이기지도 못할 수준일 때, 저 특성 덕분에 이기게 될 수도 있다는 강점이 있었다.
솔직히 이 두 개가 너무 고민되는데.

물론 당장 이걸 골라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상황을 지켜보다가 필요하다 싶은 능력을 골라서 바로 이득을 취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이건 그냥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 해야  일이나 해야겠네.

"여보세요. 아, 수증기님."
"하얀별님 하이. 방송 중이에요?"
"아뇨. 수증기님은요?"
"저도 그냥 쉬고 있었어요."

그건  타이밍이 좋은 것 같았다.
나는 은찬이와 아동부가 합작으로 만든 노트북을 켜서 통화를 연결했다.
영상 통화를 받으시려나 모르겠네.

"영상 통화 괜찮아요?"
"저, 저요? 녹화 중인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죠."
"근데 갑자기 영상 통화는 왜.... 어, 류아!?"

그야 지금 나는 바포로 왕국에 와 있거든.
수증기님이 자살하기로 결론이 났을 때부터 이런 식으로 연락할  있게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나는 가족이 없으니까 가족과 연락하지 못하는  어떤 기분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아연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아마 이것과 비슷한 감각이 아닐까 싶었다.
수증기님이나 그의 가족들이 그런 고통을 계속 받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그나저나 신기하네.
공략이 끝나기 전까지는 바포로 왕국에서는 왕국어를 사용했는데.
왠지 공략이 끝난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썼다.
이게 가능한 거면 게이트 초기부터 언어 정도는 교정해서 나오란 말이야,

"공주님!"
"이제 나 공주 아니거든? 이 사람들이 나 손절해서 멀리 보내고는 아직도 공주인 줄 아네."
"공주 맞잖아요."
"아니야!"

그렇게 공주라는 말이 싫으시면 큰일이네.
한동안 큐브온에 수증기님 공주 영상만 오지게 올라올 텐데.
심지어 편집자의 닉네임이 '증기나라수증공주'라는 점에서 수증기님은 엄청나게 고통받으실 예정입니다.
그리고 돈은 제가 벌겠죠.

"스우야."
"누님."

그나저나 아직도 이곳의 성별관은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그러니까 저 늠름해 보이시는 왕자님이 여성분이시고 수증기님의 누나라는 거잖아.
수증기님 하나만 있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게 나라 단위로 있으니까 너무 어지럽네.

"잘 지내고 있는 거지?"
"그럼요. 나름 직업도 생겼고,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그래, 그거면 충분하겠지. 안고 있는 그건 고양이야?"
"네, 제가 키우는 녀석이에요. 단팥아 인사해."
"아웅?"

단팥이 너무 귀엽다.
요즘 수증기님이 단팥이 영상을 너무 안 올려.
이따가 통화 끝나면 올려달라고 악질  해야지.

"스우야."
"아바마마."
"크흠, 우리를 원망하고 있거나 하지는 않니? 비록 기억은 없지만, 우리는 너에게 너무 무거운 자리를 강요했어."
"아바마마나 왕국의 누구를 원망한 적은 없어요."

수증기님은 그런 사람이니까.
하지만 원망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아마 자기 자신 만큼은 죽도록 원망했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왕국을 지킬 힘이 없었다는 사실을, 저주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건 사실이었죠. 그래도 이제 조금 개운해졌어요."
"그러냐."
"이번만큼은 제가 왕국에 도움이 되었잖아요?"
"너는 항상 왕국에 도움이 되었어."

워낙 급하게 진행된 일들이 많았고, 애초에 왕국도 수증기님도 서로를 속이고 지내고 있어서 제대로 터놓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상황이 끝나고 나서야 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터놓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는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가끔은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과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나쁘지 않겠지.

"그런 이유로, 이 물건은 맡기겠습니다. 사용법은 이안씨에게 알려드렸고요."
"감사합니다."
"뭘요. 공주님의 친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고, 사실 공주님이 아니더라도 이런 곳이 멸망하길 바라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노트북은 정말 수증기님과 왕국이 소통하는 용도로만 쓰라고 주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 지역도 심플월드와 마찬가지로 한국 내에 있는 지역이 되는 거고.
그럼 아무래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무조건 필요했다.
그럴 때는 아동부 서버를 경유해서 게이트의 통신 장애를 무시하고 현실 쪽 통신망을 쓰는 게 최고지.

"여기 공사는 벌써 마무리 단계네?"
"아, 얀별님 안녕하세요."
"고생하십니다. 필생!"
"필생!"

게이트의 밖에는 바포로 왕국과 연결되는 출입국 관리소가 건설되고 있었다.
신서울 건설이 끝나고, 최근에는 심플월드의 출입국 관리소가 완공되면서 이쪽으로 인력이 몰려있었다.
그나저나 저 필생은 엄청 유명해졌네.

아무래도 리트라이 방송을 초반에 진행했던 것이 나밖에 없었다 보니, 방송을 통해서 생긴 리트라이 밈들은 전부 익숙했다.
하긴,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당장 신서울 시장님이 필생거리고 다니시는데.
그냥 방송 밈이라고 보기도  어려운가?

"오늘은 방송 안 켜시나 봐요?"
"네. 휴방이에요."
"휴방인데 리트라이를 하고 계시네...."
"조금만 더 하고 나가서 쉴 거예요."

바포로 왕국의 게이트가 있는 구서울을 벗어나서, 얼마 전에 완공된 신서울로 진입했다.
아직 예전 서울 정도의 도시를 재건한 것은 아니지만.
아포칼립스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제대로 된 도시의 모습이 되살아나 있었다.

"언니! 다녀왔어?"
"그렇게 말하면 내가 여기서 지내는 것 같잖아."

최근에는 어지간하면 몸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 심플월드까지 가고 있었다.
그래야 큐브 밖으로 나갈  안전하게 로그아웃할 수 있으니까.

"뭐 사고 치는 사람은 없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대부분은 잡범. 그마저도 천마신교한테  목이 따이고 있던데."

나는 분명히 신서울 건립이 끝난 다음에는 해체해도 괜찮다고 했는데....
왠지 자연스럽게 신서울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었다.

"오, 여기 음식점 많이 생겼네."
"진짜 옛날로 돌아온  같아."

우리는 꽤 괜찮아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더니, 마력석을 가격으로 두고 세트 메뉴로만 판매하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화폐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서 생기는 문제였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리트라이에서 커피를 마실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거 그럼 재료는 어떻게 하는 거야?"
"심플월드"
"아"

맞다.
생각해보니까 심플월드를 통해서 다 구해올  있구나.
물론 나중에 다른 지역까지 커버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당장 신서울 하나에 보급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맛있어!"
"그러네."

뭐야.
혹시나 해서 운영하는 사람 정체를 물어봤는데, 유저도 아니고 기존에 카페를 했던 사람도 아니었다.
그냥 취미로 집에서 커피 좀 내려 먹고 제과를 좀  줄 아는 수준이었다고 했다.
이게 그런 정도의 맛인가?

아마 다음 주쯤에는 유저들한테 이름 팔려서 엄청나게 몰려들겠네.
나도 자주 오게 이름 팔리지 말고 계속 손님 없었으면 좋겠다.
나만의 작은 카페가 필요해.

"언니 몸조심해."
"너야말로."

이제 승아도 많이 진정되었는지, 내 옆을 계속 따라다니지는 않았다.
헤어질 때마다 자꾸 걱정된다고 잔소리를 해서 그렇지.
슬슬 리트라이만 확인하고 쉬러 가야겠다.

"여기 마력 확인해주시고요."
"네."
"하얀별님 확인되었습니다."

최근에 발급시킨 마력 신분증은 머리를 잘  것 같았다.
굳이 들고 다니지 않아도 서버에 등록만 하면 신분 검증이 가능하니까.

'사람의 마력마다 고유의 파장이 있다는 건  처음 알았지.'

정확히는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조차 고유의 파장이 있다.
아, 심지어 마력석이나 마력 심장의 마력도 고유의 파장이 있고.
이게 겹칠 가능성이 매우 낮으므로 신분 증명용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아, 언니! 어서 와요."
"오랜만이다? 심플월드는 요즘 분위기가 어때?"
"의외로 장비 파밍까지 하면서 즐기는 사람이 많아요. 여기 밖으로 나가면 쓸모없을 테니, 그냥 심플월드 자체를 즐기고 싶었던 사람들이겠죠."

심플월드가 이렇게 되살아나면서, 사실상 심플월드는 서비스를 종료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물론 지금은 계정 구매 기능이 없어서 사망하며 끝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할  있는 기회라도 생긴 것이 어디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아르카는 대충 방송 구경 가서 알겠는데. 아리아 너는 요즘  하고 지내?"
"저야 뭐 무력 진압에도 쓰이고, 쉬는 시간에는 방송 보죠. 특히 언니 방송."
"여전하네."

하긴 심심하다 싶으면 방송에 보이는 닉네임이 AIR니까.
혹시 아르카처럼 방송해볼 생각이 있냐고 저번에 물어봤지만, 자신은 스수가 어울린다면서 거절했었다.

"전체적으로 일이 잘 굴러가는 느낌이라 기분이 되게 좋아."
"일  마무리된 것 같으시면 타로 방송이나 해줘요. 현기증 난단 말이야."

그러게.
이제 신서울 건립도 끝났으니까 오랜만에 타로 방송이나 진행해 볼까.
확실히 진행한 지가 오래되긴 했네.
정규 편성이었던 타로 방송을 쉰 것도 거의 2달이 다 되어가니까.

"벌써 8월이네."
"왜요. 8월에 뭐가 있어요?"

있긴 하지.
나랑 아연씨의 생일이 8월 18일이거든.
우리 둘이 서로 생일이 같아서 잊어먹을 수가 없었다.

"슬슬 쉬고 올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줘."
"그러세요."

리트라이를 종료하고 큐브 밖으로 나와서 몸에 수액을 닦아냈다.
가능하면 바로 샤워까지 하는 편이 좋긴 한데, 왠지 몽롱하니 잠이 올 것 같아서 움직이기가 싫다.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 잘까?

삐리리릭!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잠 좀 자려고 했는데, 어림도 없다는 듯이 전화가 걸려왔다.
이런 타이밍에 대체 누구야.
설화님?

"흡, 흐읍.... 얀별님, 얀별니임...."
"네, 설화님. 뭐야, 설화님 울어요?"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
오늘 설화님은 무슨 FPS게임 대회라고 하셨던  같은데.
그거 결과가 별로 좋지 않으셨나?

"겨울이가, 겨울이가...."
"설화님? 겨울님이 왜요. 조금만 더 진정하고 침착해서 말해줘요."
"패닉 수치가, 로그아웃이.... 흡, 이상해요. 어쩌죠? 나 무서워요. 오빠는 전화도 받질 않고. 얀별님, 저 어떻게 해야 해요?"

설화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일단 그녀가 엄청나게 당황했다는 것과 지금 상황이 겨울님과 관련되어 있다는  알겠는데....

"설화님 거기 어디예요?"
"집, 집이요."
"거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계세요!"

 모르겠지만 직접 가서 상황을 보는  맞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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