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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3화 〉30장 - 여름의 미아(1) (163/182)



〈 163화 〉30장 - 여름의 미아(1)
"설화야, 너무 신경쓰지 마."
"죄송해요. 제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야, 충분히 잘했다니까."

- ㄹㅇ 상대가 나빴지
- 개잘했는데
아쉽
- 이걸 마지컬이ㅠㅠ
어쩔 수 없지 뭐
- ㅠㅠㅠㅠㅠㅠㅠ
- 괜찮아
- 상대가 너무 잘했다
졌잘싸ㅇㅇ

하이퍼 체이서.
최근에 나온 큐브용 FPS 게임으로, 맵에서 파밍한 스킬과 총기로 싸우는 배틀로얄 게임이다.
심플월드 공략이 끝난 이후에는 거의 이 게임에 매진해왔고.
그 결과 FPS 쪽에서는 유명한 프로 두 분과 팀을 짜서 대회에 도전할 수 있었다.

솔직히 에임도, 파밍도, 그리고 스킬에 대한 이해도도 자신이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대회가 시작되고 나서야 발목을 잡았던 것은 자신의 마지컬이었다.
별거 아니리라 생각했던 오버라이팅의 차이가 생각보다 많은 격차를 벌렸다.

"하필이면 우리가 걔들이랑 같은 나라인 게 불운이긴 했지."
"...두 분은 밀리시지도 않았잖아요. 제가 계속 밀린 탓이죠."
"괜찮아. 애초에 거기가 괴물인 거지. 어차피 다른 팀 다 봐도 너만큼 잘한 사람 없었어."

그 결과가 결승 진출 실패였다.
지금 진행 중인 하이퍼 체이서 세계 대회는 선발전, 본선, 결승으로 나뉘어 있다.
선발전은 국가별로 진행해서 국가의 대표 팀들을 선발하는 것이었고, 우리 팀도 괜찮은 성적을 내고 국가대표로 넘어온 상황이었다.

본선은 국가의 서버별로 나뉜 조별 경쟁으로, 이 조에서 점수 1위를 한 팀들이 결승에 올라가게 되어있다.
점수는 본선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 플레이를 하면서 진행한 경기 중 가장 성적이 높은 경기 3개의 포인트를 합산하게 되어있다.
이 중 2개는 최대 점수에 가까운 50점대 후반을 기록했지만, 나머지 경기는 모두 다른 팀에게 패배하면서 50점대 초반을 기록하여 159점이었다.
문제는 우리 조에는 168점이 있었다는 거다.

"걔들이 말도 안 되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이렇게 조별 1등을 한 이들은 결승전을 진행한다.
본선보다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1개 게임의 점수를 더 합산하게 된다.

"이거로 뭐라고 하면 우리가 쓰레기지."
"네?"

렐리님이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점수판을 가리켰다.
지금 결승전이 거의 5분 정도를 남긴 상태인데 뭔가가 이상했다.

-  주모
- 믿고 있었다고ㅋㅋㅋㅋㅋ
- 이걸 방어해? 이걸 방어해? 이걸 방어해?
- 국뽕 미쳤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ㅋㅋ 결승전 안해도 준우승이라고ㅋㅋㅋ
- ㅅㅂㅋㅋㅋㅋㅋㅋㅋ
- 레전드네 진짜

"그 새끼들이 그냥 괴물이었고, 우리도 이겼어. 세계 대회에서 준우승했는데 그런 표정 짓고 있으면 욕 처먹는다."
"아...."

3개 경기의 점수 합인 우리 팀이.
4개 경기의 점수 합이었을 다른 나라의 팀들을 전부 이겨버린 거다.
아니,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상황인가?

5
- 555
- 4
333
3
- 222222222
- 22
- 22
111111
준우승!!!!
-  월화정 준우승!!!!
- ㅅㅂㅋㅋㅋㅋㅋㅋㅋ

"고생했다 설화야. 렐리 너도 고생했어."
"네가 제일 고생했지. 아까 그 괴물 새끼들이랑 싸우느라 우리가 젤 등골 많이 터진 것 같다."
"와, 저 괴물 새끼들 222점이네."

[K-게임즈(대한민국): 222점]
[팀 월화정(대한민국): 159점]
[XYZ(대만/홍콩): 156점]

뭔가 상상도 하지 못한 결말이라서 멍해졌다.
아니 나 때문에 결승전도 올라가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엄청 속상했는데.
이게 결말이 이렇게 난다고?

"봐, 너도 존나 잘했다니까. 너 아니고  못하는 애 데려갔으면 준우승  했다."
"...감사합니다"
"우리 팀 마스코트한테 뭐라고 하는 놈 있으면 말해, 전부 죽여버리게. 애초에 네가 게임을   것도 아니고, 너 마지컬 힘든 건 처음부터 말해준 문제였잖아. 뭐가 문제인데?"
"그건 그렇지만요...."
"상금으로 뭐 할지나 생각하자. 준우승이 얼마지? 인당 300만원 정도 나오나?"
"조금 안될걸?"

우리는 당장이라도 회식을 할 것처럼 말했지만, 다들 대회 때문에 지쳐있었기에 방송을 끄고 휴식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당연히 나도 얌전히 큐브를 끄고 밖으로 나왔다.

"하으...."

큐브 밖으로 나와서 물기를 닦고 옷을 대충 챙겨입었다.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인데 겨울이는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최근에는 리트라이를 하고 있을 테니까 전화를 걸어볼까?'

리트라이는 심플월드 탑을 공략할 때처럼 로그아웃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그럼 일단 전화부터 걸어서 물어봐야겠지.
혹시 오늘 겨울이가 나올 수 있으면 맛있는 거라도 같이 먹으러 가야겠네.
곧 상금이 들어올 거 생각하면 조금 무리해도 괜찮았다.

"뭐지, 꺼져있네."

지금 큐브 안이 아닌가?
근데 그럼 바깥이라는 소리인데, 휴대폰은 대체 왜 꺼놓은 거야?
혹시 겨울이한테 남자친구라도 생긴  아니겠지!?

"뭐야. 신발 그대로네."

밖에 나간 건 오빠뿐이었다.
그럼 지금 겨울이는 집에 있다는 소리고, 이렇게 조용한 걸 생각하면 자고 있거나 큐브 안에 있다는 것이 된다.

"겨울아."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두컴컴한  안에서 모니터와 큐브의 불빛만 가득 차 있었다.
조금 이상한 점이라면 컴퓨터에서 이상한 경고음 같은 것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거였다.
알람이라도 맞춰놓은 건가?

"이게.... 뭐지?"

화면에 빼곡한 알 수 없는 문자열은 그렇다고 치고.
크게 붉은 글자로 뜬 경고문들 정도는 나도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사용자의 패닉 수치가 최대에 도달하였습니다.]
[강제 로그아웃을 시도합니다.]
[경고: 현재 강제 로그아웃용 회선이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강제 로그아웃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오류: 현재 강제 로그아웃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절대로 큐브의 전원을 분리하지 마십시오. 패닉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 비정상적인 종료가 이루어질 경우, 사용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제 로그아웃을 시도합니다.]

대부분의 메시지창들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표시해주고 있었다.
꾸준히 강제 로그아웃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계속 실패함에 따라 오류 메시지가 나오는  같았다.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무슨 말이야?"

나는 당황한 마음으로 겨울이가 들어가 있는 큐브로 다가갔다.
그 큐브는 왠지 옆쪽이 뜯어진 채로 내부에 선이 이리저리 연결되어 개조된 모양새였다.
큐브 불법 개조...?

"뭐야, 이게...."

상황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큐브 불법 개조라면 어지간한 중범죄 급으로 사안이 크다.
나는 119에 전화를 걸어서 신고하려던 손가락을 멈췄다.

"오빠, 오빠 전화 받아...."

연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필 이럴 때 연락이 되질 않는 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러다 겨울이가 잘못되면 어떻게 해?
무서워....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하, 하아...."

누군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해.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번호부를 뒤져보다가, 손가락이 가는 사람 하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사람이라면.
모든 걸 알고도 입을 다물고 도와주지 않을까?

"흡, 흐읍.... 얀별님, 얀별니임...."
"네, 설화님. 뭐야, 설화님 울어요?"

말해야 하는데.
지금 겨울이가 위험하다고 말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를 않았다.

"겨울이가, 겨울이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정리가 되질 않았다.
결국 나는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기 시작했다.

"설화님 거기 어디예요?"
"집, 집이요."
"거기서 가만히 기다리고 계세요!"

얀별님이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전화가 끊어졌다.

☆ ☆ ☆ ☆ ☆ ☆ ☆

나는 설화님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두드리며 설화님을 찾았다.
워낙 정신이 없어서 아무거나 입고 뛰어왔더니 내 꼴도 좀 상태가 이상했다.

"설화님!"
"야, 얀별님. 흡...."
"괜찮아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겨, 겨울이가...."

나는 설화님이 보여준 겨울님의 상태를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내가 알기로도 저렇게 큐브를 불법으로 개조하는 것은 엄청나게 위험한 취급을 받는다.
119에 신고했으면 무조건 겨울님은 치료 후에 조사를 받았겠지.

애초에 119를 부른다고 해결될 문제인지도 확실하지 않고.
그래서 결국 고민하다가 나라도 부른 모양이었다.
물론 나라고 이걸 해결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조금 진정하세요."
"하, 하지만.... 겨울이가...."
"그렇게 마음 급하시다고 바뀌는 건 없는  아시잖아요."

겨울님이고 뭐고, 당장 설화님의 이름이 까맣게 변해서 위험하다고 느꼈다.
내 특성으로 인해서 보이는 이름이 검은색이라는 것은, 자신이 죽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소리니까.
일단 설화님부터 좀 진정을 시켜야겠네.

"어쩌죠? 제가 대회에만 너무 신경을 썼던 게 문제였던 걸까요? 겨울이가 뭘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어야 했는데...."
"설화님. 진정해요. 겨울님은 괜찮을 거예요. 제가 이런 거 아실만한 분한테 물어볼게요."
"아실만한 분...?"
"네."

물론 내가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연락을 하면 받아주지 않을까 싶다.
어지간한 일은 도와준다고도 했으니까, 이번 일도 도와줄 가능성이 있겠지.

"여보세요? 혹시 류진화씨?"
"아, 하얀별님. 무슨 일이신가요?"

리트라이를 개발한 녹스 사의 개발 1팀 소속인 류진화씨였다.
아무래도 리트라이는 여러 가지로 이상한 회사고, 어지간하면 내 편의를 봐줄 테니까 이런 부탁도 받아줄 가능성이 컸다.

"혹시 큐브  아는 분을 소개해주실  있을까요? 개조 쪽이랑 관련된 문제라서 본사 쪽에 따로 연락을 넣기는 애매해서요."
"아, 그거라면 제 친구 녀석이 오늘 휴일일 텐데.... 가보라고 말해두겠습니다. 대신 적당히 출장비만 챙겨주세요."
"네, 당연하죠. 정말 감사합니다."

다행인 것은 류진화씨가 깔끔하게 우리를 도와주었다는 거다.
심지어 류진화씨의 친구분이라는 분은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큐브를 살피기 시작했다.

"와, 이건 진짜 본사 급인데? 실력 엄청 좋네요? 누가 한 거예요?"
"아마 지금 들어가 있는 본인으로 알고 있어요."
"당장이라도 큐브에 끌고 가서 취업시키고 싶은데. 요즘 인력 부족해 죽겠거든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컴퓨터와 큐브를 계속해서 확인하기 시작했다.
특히 컴퓨터에 있는 프로그램들을 살필 때는 다시 감탄사를 내뱉었다.

"코딩까지 깔끔하네. 내 후배보다 나은  같은데.... 일단 대충 무슨 상황인지는 알겠네요."
"정말요? 우리 겨울이 깨어날  있는 거죠?"
"음, 일단 지금 상황부터 하나씩 설명해 드릴게요."

큐브에는 레일이라고 불리는 정보 전달 회선이 존재한다.
이것은 메인 회선과 강제 로그아웃을 위한 백업 회선으로 2개가 존재하는데, 두 개는 실제로 성능 차이는 없는 같은 회선이다.
그리고 겨울님은 이 백업 회선을 메인 회선으로 개조해서 한 큐브에 메인 회선을 두 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체 왜요?"
"그건 저야 모르죠? 심지어 지금 두 개 모두 사용 중이라고 나오네요. 패닉 수치 문제가 뜬 것도 한쪽뿐이고."

하지만 그렇게 개조하면서 강제 로그아웃에 필요한 백업 회선을 이용할  없다는 문제점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은 패닉 수치가 너무 높아서 일반 로그아웃을 하면 위험하기에, 먼저 패닉 수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을 했다.

"리트라이에서 직접  사람을 찾아서. 패닉 수치의 원인을 제거해주고 치료를 해줘야 해요."

결국 지금은 해결할 방법이 없고, 큐브로 접속할 수 있는 한계 시간인  달 이내에 겨울님을 찾아서 로그아웃을 할 만한 수준까지 패닉 수치를 회복시켜야만 한다는 거다.
대체 왜 큐브 해결법을 게임 내에서 찾아야 하는 거야?

"일단제가 알아보니까 리트라이 내에서  좌표에 있었던 기록이 있거든요?"

나는 그가 건네준 좌표를 지도에 대입해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위치라면 대충 신서울인데?
신서울에서 패닉 수치가 최대까지 올라갈 만한 이유가 있나?

"하, 또 뭐야."

전화를 걸어온 번호가 아동부로 뜨는 걸 보면 아동부 경유해서 오는 전화 같은데.
여기는 또 무슨 일로 연락한 거야?

"얀별아."
"아, 선.... 시장님, 무슨 일이에요?"
"후.... 신서울에 침식이 발생했어."
"어디요? 어떤 수준인데요? A급?"
"아니, S급."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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