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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4화 〉30장 - 여름의 미아(2) (164/182)



〈 164화 〉30장 - 여름의 미아(2)

"그러니까...."
"다시 정리해 볼게요."

모종의 이유로 겨울님이 큐브를 개조했다.
이 때문에 강제 로그아웃이 불가능한데, 지금 겨울님은 강제 로그아웃이 아니면 로그아웃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겨울님이 플레이하는 리트라이에서 겨울님을 찾아, 일반 로그아웃이 가능한 상태로 구출해야 한다.

시간제한은 큐브의 최대 접속 시간인 약 4주.
그리고 겨울님이 리트라이에서 사망하지 않을 것.
패닉 수치가 최대인 것을 보아, 굉장히 위험한 상태이니 최대한 빠른 구출이 필요하다.

겨울님의 현재 위치는 신서울 A구역(구 인천 부평) 중앙에 있는 S급 침식.
A구역 일부에 갑작스러운 침식이 일어나면서, A구역에 있던 겨울님도 휘말린 것으로 보였다.
침식이 이번에 대형으로 커져서 이제야 알려진 것이지, 며칠 전부터 A구역의 실종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전부터 침식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었던  같다.

"S급 게이트를 공략해야 한다는 거네요."
"네, 굳이 겨울님이 아니더라도, 이 정도로 상황이 심해졌다면 공략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공략 과정에서 최대한 빨리 겨울님을 찾아서 보호.
패닉 상태가 회복되는 즉시 로그아웃시켜야 한다.

"저도, 저도 같이  수 있을까요?"
"들어오셔서 능력을 키우시는  괜찮아요. 하지만 바로는 힘들 거고, 최소 B급은 되어야 도움이 될 겁니다."

그것도 선발대가 보기에 B급까지 들어올 수 있다고 판단했을 때의 일이다.
선발대는 전부 A급 이상만 진입한다고 공지를 받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아, 오셨어요?"

그리고 나와 설화님이 리트라이에 접속해있는 동안, 콘소메님과 수증기님이 바깥의 상태를 지켜봐 주시기로 하셨다.
단팥이도 같이 왔네?
나는 단팥이를 잠시 쓰다듬다가, 설화님에게 목례를 한 뒤에 밖으로 나왔다.

"후우...."

희망이 생긴 이후에야 설화님의 이름이 검은색에서 주황색으로 변했다.
아직도 불안해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없겠지.

그나저나 오던 길에 세계 대회 준우승하셨다는  봤는데.
결국 상황이 상황이라 축하도 못 해 드렸네.
이번 상황이 해결되면 꼭 따로 축하해 드려야겠다.

- ?
- 머야 왜 다시 켜짐
- 오셨다!!!
- ㅠㅠㅠㅠㅠㅠ
- 교주님 오셨다!!
- 오
영웅 떴냐!?
- 오랜만에 쉬러가자마자 일터지네ㅋㅋㅋㅋㅋ
- 머선일이고

"다들 어서 오세요. 지금 신서울의 S급 게이트가 침식으로 변이되어서 난리가 났거든요? 긴급회의 들어갑니다."

오늘 내가 피곤한 상태이긴 한데.
그래도 지금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S급 침식 내부가 어떤 상황인지 정도는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대충 이런 상황입니다."
"천사랑 악마라...."

NPC들은 연락할 수 없지만, 말려든 사람 중에는 다행히 유저들도 있었다.
그 덕분에 얻은 정보에 따르면 침식에 말려든 이후에는 천사와 악마 중 한쪽 진영이 선택된다고 한다.
침식의 형태로 말려들면 지역 위치에 따라서 진영이 강제로 선택되고.
조금 전에 죽음을 각오하고 들어가 준 유저들에 따르면 게이트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직접 진영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권장 등급: S
클리어 조건: 전쟁을 종식시켜라]

"그리고 S급 게이트는 EX급 게이트처럼 클리어 조건이 있습니다. 그래서 침식으로 변이해도 공략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고...."
"침식이 벌어지고 있는 A구역의 대피는 끝났어요?"
"네, 모두 B구역과 C구역의 남는 자리로 대피했습니다."

- 어우 난리가 났네
- 얀별님 주축인가?
- ㄷㄷㄷㄷㄷㄷㄷ
- 가즈아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 ??
- 벌써 머리아프네
-  생각보다 A급이 많네

"A급 이상의 각성자 중 절반은 후발대를 위해 대기, 절반은 선발대로 출발합니다. 본래라면 공략용 서버 경유 통신기기를 나눠드렸을 텐데...."

아직 양산하지 못한 탓에, NPC들과 소통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유저를 위주로 선발대를 채우긴 했지만....
A급 중에서도 독보적인 실력인 승아 같은 NPC들은 선발대에 참여하는 것으로 했다.

"진영의 경우에는 선발대는 자신의 판단에 맞춰서 진행해주시길 바랍니다. 다만 후발대는 선발대의 요청에 맞는 진영으로 돌입할 예정입니다."

작전 브리핑이 끝이 나고.
다들 S급 게이트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천사랑 악마면 어느 쪽 진영을 선택해야 하려나.

['왕국의 수호자'님이 100시간을 후원합니다.]
- ■■

"응?"

내가 바포로 왕국 출신이라고 예상하던 성좌였다.
설마 나한테 선택할 곳을 추천해주려고 했던 건가?
하지만 검열에 걸린 거고?
훈수를 받기는 했는데 별로 의미 없이 사라진 것 같아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왕국의 수호자'님이 100시간을 후원합니다.]
- 날개

검열된 것이 답답했는지 새로 후원을 보냈다.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나저나 날개라.'

대부분 천사나 악마 모두 날개가 있는 것으로 그려지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굳이 날개라는 말로 선택지를 알려주는 거라면 천사를 의미하겠지.
악마는 날개 대신 뿔로 표현하는 예도 많이 있으니까.

[세계관 '천마전쟁'이 적용됩니다.
천사와 악마 중 원하는 진영을 선택해주십시오.]

"천사."

저번 공략에서도 조금이지만 도움을 받기도 했고.
솔직히 아무 정보도 없는 상황이니까 믿어보는 걸로 했다.

- 오
- 1004
오랜만에 천사 얀별님이네
- 심플월드 생각난다
- 와!
- 여기도 날개 생기나?
가즈아
- 공략 ㄱㄷㄱ

시야가 빛으로 물들고, 정신이 들었을 때는 성당처럼 생긴 장소였다.
물론 십자가 대신 묘한 문양이 존재한다는 점은 달랐지만.

"아무도 없나?"

약간 싱글 RPG 게임 도입부 같은 느낌이라서 묘하네.
혹시나 해서 등 쪽을 살펴보니까 흐릿한 흰 날개가 느껴졌다.
이거 날 수도 있나?

- 이게 되네
- 세라족이었네ㅋㅋㅋ
- 날개는 ㅇㅈ이지
이쁘다 이뻐
- 미쳤다 진짜
- 하얀별! 하얀별! 하얀별!
- 검은 날개가 아니라서 아쉽긴 한데ㅋㅋㅋ
- 이쁘당

심플월드의 세라족이랑 조금 감각이 다르긴 한데.
기본적으로 날 때 필요한 힘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하루면 적응해서 비슷하게 쓸 수 있겠다.

"매번 마력으로 날아다니는 거 아주 불편했는데. 여기서는 좀 살맛 나겠네."
"누구, 있으신가요?"

작은 날개를 달고 있는 여성분이 있었다.
침식에 휘말린 사람인가?
아니면 EX급 게이트처럼 S급 게이트의 내부에는 원주민이 있나?

"아, 안녕하세요. 정신을 차려보니까 여기라서...."
"정화 받으신 모양이네요. 여기에는 소환되는 분이  없어서, 혹시 누가 찾아오신 건가 했어요. 이쪽으로 따라오실래요?"

정화?
그게 무슨 용어인지를 잘 몰라서 멈칫했다.
여기서는 정화가 되면 이런 성당 같은 곳에서 나타나는 건가?

"아마 기억이 애매하실 텐데, 간단하게 설명해드릴게요."
"네, 그럼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저희는 천계를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천사와 악마로 나뉘어서 말이죠."
"그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계의 주인이 정해지기 전까지, 계속 죽이는 싸움만 계속되면 위험하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죽이는 대신 악마들을 정화하여 천사로 만들기로 했죠."

그러니까, 이 게이트 내에서는 죽이지 않고 우리 팀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네.
그리고 게이트로 진입한 공략 인원들은 그 정화되는 악마들 사이에 섞여서 들어오는 거고.
근데 그렇다면 반대쪽도 비슷할 것 같은데.

"물론 모든 악마를 정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정화의 탑에 데려갈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무력화를 시켜야 하고, 정화 작업의 일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야겠죠. 혹은 기존에 악마들에게 타락 당한 천사들이라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에도 최대한 정화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타락이요?"
"저희가 정화를 통해서 악마들을 천사로 만드는 것처럼, 악마들도 우리 천사들을 타락시켜 악마로 만듭니다. 타락의 탑에서 말이죠."

ㅗㅜㅑ
타락ㄷㄷㄷ
- ㄱㄴ
- 개야하네ㅋㅋㅋㅋ
- 오우쉣
- ㄴㅇㄱ
- 헉
타락의 탑이래ㄷㄷ
- 진짜 변태들밖에 없네

그러다가 화난 매니저한테 목이 베여도 저는 모릅니다.
근데 솔직히 타락이라는 글자 자체가 그런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긴 해.
물론 설명만 들으면 정화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정화의 탑에서 정화된 분들은 이렇게 신전으로 이동되게 됩니다. 기억이 애매하신 것은 정화의 영향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길 바랍니다."
"예."

아마 정화든 타락이든 일종의 세뇌작업에 가까운 것 같았다.
그래서 기억이 애매할 수도 있다던가, 진행된 이후에는 해당 진영에서 진지하게 싸운다던가.
그런 요소들이 생기는 모양이지.

그녀는 나에게  마을에서 지내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것들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소량의 돈을 제공해준 뒤에 신전으로 되돌아갔다.
생각보다 평범하게 시작하는 느낌인데.

ㄷㄷㄷ 죽은 사람 나왔네
- 머임?
- ?
- 갑자기?
공략 인원 죽었다는 건가?
- ???
- 벌써?
아까 미리 진입한 스트리머 죽은듯

"뭐야, 무슨 일이에요."

아까 이곳이 천사랑 악마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줬던 그분인가?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데 벌써 사망할 수가 있나?

['가져옴'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스위치 클립)

영상은 악마 쪽이던 스트리머가 천사들에게 습격을 당하는 장면이었다.
전쟁 중이니까 저런 식으로 습격하는 것도 가능한 건가?

그 뒤에는 곧바로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아, 저게 정화의 탑인가 보네.
그리고 이상한 기계에 들어가진 채로 정화 당하기 시작했다.

「윽!?」

그리고 시작과 동시에 급격하게 패닉 수치가 증가했다.
급격하게 패닉 수치가 증가하더니 강제 로그아웃에 해당하는 위치까지 도달해버렸다.

[사용자의 패닉 수치가 최대에 도달하였습니다.]
[강제 로그아웃을 시도합니다.]
[당신은 사망했습니다]

"미친."

-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 아니 유저면 개사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죽여버리네
아ㅋㅋ
- 이걸 패닉수치가?
유저 이지모드인 줄 알았는데 하드모드네
- 에반데
- 이거 오히려 유저 투입을 조심했어야 했네
- 최대한 몸을 사려야 할듯

저게 NPC면 죽지 않으면서 반대편이 되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지만.
유저들은 저 파트를 패닉 수치 때문에 견딜  없어서 사망하게 되는 모양이었다.
물론 NPC들은 세뇌당해서 아예 적이 되니까 완전히 유리하다고 보기도 어렵겠지만.

'잠시만, 그럼 겨울님은?'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원래는 저기서 로그아웃을 당해야 하는  맞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해서 정화의 탑이나 타락의 탑에갇힌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럼 정화의 탑이나 타락의 탑을 뒤져서 꺼내와야 한다는 건가?
어떻게 해야 구할  있는지 감이 잡히질 않네.

"음, 일단은 적응부터 해보죠."

일단 상황은 대충 파악했고.
갑자기 뭔가 더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여관이라도 잡아서 휴식을....

"하아, 하아...."
"뭐야, 누구세요?"

갑자기 누가 내 손을  붙잡는 느낌이 들어서 뒤를 돌아봤다.
새하얀 은발이 찰랑찰랑 흔들거린다.
비쩍 마른 왜소한 몸매에 자그마한 키, 그리고 창백한 피부를 가진 소녀가 울먹이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 ?
- 뭐야
- 여기도 도플갱어 있나?
엥?
- ???
ㅔ?

그래, 누가 봐도 이상하게 생각할 거다.
지금의 나는 어느 정도 살도 오르고 건강해진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똑같은 사람이 반대편에 서 있으면 놀라는 것이 정상이다.

"지ㅎ.... 얀별님, 제발 도와주세요."
"예?"
"겨울이, 겨울이를 구해주세요."

나와는 완전히 다른 발성과 특유의 힘이 빠져있는 목소리 톤.
그리고  처음에 말하려고 하다가 멈춘 지한님이라는 호칭.
내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아연씨의 모습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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