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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9화 〉31장 - 그대를 기다리는 알코르(1) (169/182)



〈 169화 〉31장 - 그대를 기다리는 알코르(1)

"신화의 그릇이요?"
"지역 이름이에요. 지금 지도를 보면 중앙에 별 표시가 있잖아요? 그곳이 사실상 가장 중요한 거점이거든요. 여기를 차지하고 겨울이의 행방을 물으면 답해줄 수밖에 없겠죠."

천사 측으로서 그곳을 탈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개인적으로 지역을 먹자는 거다.
그리고 악마 측에 이야기해서 지역과 겨울님을 교환하자는 소리.
말만 들어보면 그럴듯하긴 한데.

"그럼 천사 측도 악마 측도 이겨야만 하는 거 아니에요?"
"굳이약속을 지킬 필요는 없잖아요."

- ?
ㄷㄷㄷㄷㄷㄷ
악마보다 천사가 더 악랄하네
- ㄹㅇㅋㅋ
- 안주고 겨울이만 구하겠다는 마인드ㅋㅋ
- 이게 전쟁이지ㅋㅋㅋㅋㅋ
- ㄴㅇㄱ
- 미치겠네
- 아니ㅋㅋㅋㅋ

차라리 악마 측을 속이고 천사 측에 미리 양해를 구하자는 소리다.
겨울님을 찾아서 받을 때까지는 우리가 땅을 소유한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그럼 우리는 천사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 천사 측이 악마 측과 비교해서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인 만큼, 신화의 그릇이 중요한 장소라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긴 할 거다.
대신 겨울님을 구해낸 직후부터는 사실상 대형 전쟁이 시작되겠지.
확실히 겨울님을 구하는 것만 생각하면  문제가 있는 작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성급한 판단이 될수도 있어.'

아직 어느 쪽을 골라야 할지 확실하게 나온 단서가 있지 않았다.
물론 그냥 최대한 피해를 보지 않게 전쟁을 끝내면 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아마 아닐 거다.

'그런 거라면 주현씨가 실패하진 않았겠지.'

S급 게이트인 만큼 다른 게이트보다는 난이도가 느껴졌지만.
애초에 전쟁의 종식은 어느 한쪽의 승리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내가 누군가를 꺾어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냥 우연히 전쟁이 끝나면 클리어되는 게이트는 너무 쉽잖아.

'최대한 평범하게 생각하면, 천사나 악마 중 하나는 함정이라는 건데.'

함정인 쪽의 승리로 끝이 난다면 공략 실패로 인한 페널티가 발생하고,  뒤에 다시전쟁이 진행되는 식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게 아니라면 어느 쪽으로 결과를 내던 전쟁을 종식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시간제한이나 전멸하면 안 된다는 등의 조건이 존재하는 것도 가능성이 있다.

주현씨가 이곳 공략에 관련된 정보를 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그 인간은 오히려 그게 패착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보고 느낀 걸로만 판단하라고 했다.
혹시 자신의 조언이 일을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천사와 악마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신중해야 하는 일이었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거죠?"
"그러네요. 이제까지 상황만 보면 밀리고 있던 천사 쪽을 도와주는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하긴, 어차피 나로 인해서 빼앗을 수 있을 정도의 지역이라면....
나중에 악마를 밀어줄  다시 내가 힘을 주면 빼앗을 수 있겠지.
그렇다면 최대한 악마를 정화하지 않고 지역만 탈환할 수 있게 하는 편이 좋겠네.

'최소한의 밸런스 유지는 해야 해.'

지금은겨울님을 찾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천사 측에 서는 것뿐이다.
그런 상황에 병력까지 천사 쪽을 몰아줬다가, 만약 우리가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이 악마라고 밝혀지면 골치가 아파진다.
아연씨는 지금 겨울님만 보고 있으니까 일단 하자고 밀어붙이지만....
나는 욕심쟁이라서 모든 쪽에서 최대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다.

"그러니까, 가능하면 심한 전투보다는 악마 쪽 전력을 줄이는 쪽으로 가자는 거죠?
"혹시 괜찮은 방법이 없을까요?"
"일차적으로 전력을 줄이는 건 이미 했어요."
"네?"

 했다는 거야.
설마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미리 준비했다는 건가?
겨울님을 타락의 탑에서 찾지 못하면 내놓으라고 하려고?

'그래서 놀라는 낌새가 없었구나.'

이미 가능성에 염두를 두고 있었으니까.
없는  당황스럽지만, 이미 대체할 다음 계획이 있기 때문이었던 모양이었다.
아연씨 되게 철저하게 준비하셨네.

"네, 여보세요?"
"얀별아, 소식 들었어요? 하긴 나도 지금 들은 거니까 모르시겠구나."
"무슨  있어?"
"지금 타락의 탑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서 난리가 났어."

- ????
- 설마 여름님이 한 건가?
- 이걸 터트려 버리네
- ㄴㅇㄱ
- 아니ㅋㅋㅋㅋ
- ??
머선일이고
- 엥?

나는 머리가 멍해져서 아연씨를 돌아봤다.
아연씨는 자신이 한 것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언제 거기에 폭탄을 설치하고다녔던 거야?

"해킹할 때마다 시간이 남았잖아요. 그때마다 그 자리에 하나씩 심어놨었는데.... 아무래도 지금이 타이밍인 것 같아서 터트렸어요."
"...왜 저한테는 말 안 하셨어요?"
"그럼 제가 실패할 수도 있는 작전이라고 말했어야 하잖아요. 그건 아무래도 좀 그렇죠.... 물론 그 폭탄은 터지기 전에 소리를 크게 내니까 죽은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지금 누가 죽었냐가 문제가 아닌데요.
심지어 다른 천사들에게 부탁했기에, 지금쯤 다른 주요 거점들도 노려지고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러니 아무래도 전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것.
마치 내가 그런 의견을  것이라고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전력을 분산하지 않으면 그 지역을 빼앗겠지.'

이러면 악마들은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되어버리게 된다.
그런데 내가 예측했던 것보다 전력이 빠져나가는 수준이 빠르고 많았다.
신화의 그릇은 아주 중요한 거점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왜 저렇게 내버려 두고 떠나지?

"원래라면 신화의 그릇을 통해 수성 기능을 쓸  있거든요. 그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침입자는 막을 수 있어서...."
"그럼 그걸 믿고 일단병력을 뺀다는 거네요?"
"급하면 다시 돌려보낼 때까진 버텨줄 거라고 믿는 거죠."

하지만 그 믿음에 따라 병력을 물린 것이 그들의 패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 천사들은 신화의 그릇 수성 기능을 아주 잠깐이지만 막을 수 있는 물건을 개발했기 때문이란다.
그걸 이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내부로 진입할 수 있어서 기습에 취약해진다는 것.

"많은 인원이 들어가야 한다면 어렵겠지만, 저희한테는 얀별님이라는 필살기가 있으니까요."
"저는 언제부터 그런 취급이 된 거죠?"

- ㄹㅇㅋㅋㅋ
- 괴물이긴해
- 전술핵 하얀별ㅋㅋ
치트키ON
- 천마 그녀는 신인가? 천마 그녀는 신인가?
- ㄹㅇㅋㅋ만 치라고
- 아ㅋㅋㅋㅋㅋ

분명 예전에 내가 포카를 저런식으로 취급했던  같은데.
하긴 리트라이에서는 내가 제일 스펙이 높긴 하지.
다른 것보다 성유물의 유무가 워낙 큰 게임이었다.

['포카버터칩'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모르겠다 알아서 해. 나는 다른 쪽에 차출당함.

"오케이. 일단 아무도 죽이지 말고, 가능하면 정화도 포기하고 저희 둘이서만 다녀오죠."

그리고 우리는 공략을 어떻게 진행할지 자세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전체적인 컨셉이 정해져 있어도, 정작 나는 아무것도 모르기 떄문에 작전을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대충 이해했어요.“

아연씨에게 들은 공략 방법에 따르면.
일단 우리는 몰래 침입해서 신화의 그릇의 중앙에 있는 기계를 점거하면 된다고 했다.
그 뒤에는 기계의 점유권을 가져오는 작업을 한다.
작업이 모두 끝나면 내부에 있던 인원을 다 내쫓을 수 있어서, 손쉽게 점유할  있다는 것.

'무슨 게임 공성전도 아니고.'

간단해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점유를 당한 이후에는 다른 종족으로 침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 점유권을 통해 내쫓는 것은 천사나 악마의 단위로 발동해서 악마인 캐릭터로 점유해도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지.

['이게 뭐람'님이 3,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 (스위치 클립)

이제 슬슬 공략을 시작하려고 준비하는데, 영상 후원 하나가 도착했다.
리트라이의 영상, 정확히는 현재 공략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천사 측의 영상이었다.

- ?
- 그래서 이게 대체 뭐임
- 뭐야 아안이 왜 저깄음?
- ???
- 죽지 않았나?
뭔데ㅅㅂ
- ????????
- 어캐 살아서 움직이는 거임?
- ㄷㄷㄷㄷㄷㄷ

영상의 내용은  것 없었지만, 대충 상황을 아는 사람들에겐 당황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저 영상에는 아안이라는 분이 천사인 상태로 찍혀있는데, 그분은 악마로 시작하셨다가 정화로 인해 패닉 수치가 올라가 사망하셨기 때문이다.
저번에 연락했을 때도 접속이 되지 않는다고 하셨었는데?

"이러면 겨울님이 악마가 된 건 확실한 것 같네요."

물론 저거랑 겨울님의 상태는 조금 다르긴 한데.
패닉 수치가 올라가서 사망해도 NPC로 보이는 형태로 움직이고 있는데, 그걸 버티고 있는 상태로 움직인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으니까.

우리는 주변이 어두워지길 기다렸다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날개를 가리고 다니려면 밤이 가장 최적이었다.

"이게 아까 말한 물건이에요?"
"네, 원래라면 여기 지나갈 때 경보도 울리고 공격도 날아오거든요?"

파앗!
하지만  도구를 작동시킨 상태로 지나가면 포착되지 않는다.
포로들 때문에 일정 이상 들어가면 경보가 울리지 않도록 설계된 모양이라, 도구의 동작이 멈췄음에도 특별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되게 조용하네요."
"얀별님, 이쪽이에요."
"넵."

- 완전 대도시네
- 악마쪽에서 이야기 들어보니까 여기가 수도라던데
- ㅇㅇ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던데
- ㅋㅋㅋㅋ여기가 테러 당할 줄은 몰랐겠네
얀별님이 또 불가능한  해냅니다
- 아ㅋㅋㅋㅋㅋ
- 그 와중에 지키는 사람들 다 재워버리네
마력 안부족하신가

마력 조금 아끼려다가 들키면 그게 더 손해다.
이런 일을 진행할 때는 최대한 조용하고 낭비하는 느낌으로 진행하는 것이 국룰이지.
그리고 이렇게 마력이 부족한 상황을 위해서 스택을 남겨놓은 거지, 대체 어디다 쓰려고 남겨놨겠어.

"진짜 한산하네."

다른 곳에 병력이 차출돼서 그런지 가장 중요한 시설을 지키는 중인데도 수준이 매우 낮았다.
타락의 탑의 최상위층에 있던 병력과 비슷한 정도인가?
솔직히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것만 봐서는 굉장히 쉽게 해결이 날 것 같았다.

'타락의 탑도 뒤늦게 등장한 그 악마 때문에 어렵게 느껴진 거지.'

그전까지는 굉장히 쉽게 대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곳의 병력은 딱 그 수준이었던 모양이다.
제대로 마법이나 오러를 꺼내 들고 싸우지 않았는데도 벌써 중앙에 있는 기계에 도달했다.

"기계? 기계보다는 지역 이름처럼 그릇 모양으로 생겼네."
"정말 그릇 같죠? 지금부터 작업 시작할게요."
"넵."

아연씨는 가방에서 붉은색 보석을 하나 꺼내더니, 그것을 기계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릇처럼 생긴 부분에서 밝은 빛이 쏟아지면서 빛무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건 뭐예요?"
"말 안 해드렸던가요? 이게 렐릭이라는 건데,  기계를 동작시키는데 필요한 열쇠 같은 거예요."

렐릭이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싫더라도 가만히 있어봐.... 아, 기계한테 말한 거예요."
"기계도 반항해요?"
"어우, 그러네요. 이러면 조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같은데. 혹시 바깥에서 대기하면서 누가 오면 막아주시겠어요?"
"그럴게요."

점유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까지 게임이랑 판박이구먼.
뭐, 시청자들에겐 이거도 게임이니까 당연하다고 느껴지겠지만.
아무튼 막으려고 달려드는 악마들을 막아내면 끝인 간단한 일이었다.

"...에?"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 눈앞까지 다급하게 달려온 겨울님을 보기 전까지는.

"겨울님!? 뭐야, 무사하셨던 거에요?"
"헉, 헉...."

방금까지 빡세게 날개를 휘둘렀는지, 그녀의 검은 날개가 지쳐서 축 처져 있었다.
대체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거야?
그나저나 이러면 여기 점거할 필요가 없어진 것 아닌가?

"얀별님! 당장 여름 언니를 막아야 해요! 빨리요!"
"네?"

나를 보자마자 그런 소리를 외친 겨울님의 머리 위에서는 새하얀 이름이 빛나고 있었다.
거짓말이 아니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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